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6)
Chapter 65 – 65. 그리핀의 망령
“동생들을 구하러 왔는가?”
대마법사 록펠리칸의 물음에 다리우스는 어떤 답을 해야 할지 당혹스러웠다.
자신의 신념을 지켜야 할지, 아니면 일단 되는대로 거짓을 섞은 변명을 내뱉어야 할지.
솔직히 마음은 후자로 쏠리고 있었으나, 입은 그렇지 못했다.
“예.”
그야말로 반역죄를 저지르겠다고 공인한 상황. 말을 하고도 다리우스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으나 록펠리칸은 오히려 헛웃음을 치며 만족스러워했다.
“당당함 자체는 마음에 드는군, 북쪽의 거인이던 자네의 아비 다모스와 닮았어.”
스르륵.
록펠리칸이 지팡이를 내리자 다리우스는 콜록거리며 겨우 벽에서 떨어졌다.
담장 밖에서는 삼총사가 괜찮냐고 묻고 있었으나 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같이 온 동료들인가? 좋군. 일단 들여보내 주겠네.”
“예?”
다리우스는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어서 할 일을 하라는 록펠리칸의 턱짓에 다리우스는 슬며시 밧줄을 고정시켰고.
삼총사는 빠르게 담장을 넘어서 들어왔다.
“헉?!”
“뭐야?”
“저희를 팔아넘긴 겁니까?!”
당황한 삼총사가 바로 다리우스에게 따지고 들려 했으나, 그들은 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릴 뿐 다른 답은 돌아오지 못했다.
대마법사의 마법이 그들의 모든 소리를 차단했기 때문. 갑작스런 상황에 역으로 소리를 지르는 그들의 모습은 일종의 연극처럼도 보였다.
잠잠해진 그들에게 록펠리칸은 손짓하며 답했다.
“따라오지, 두 사람에게 보내주겠네.”
* * *
오르페우스 국왕은 여전히 비밀스러운 왕가의 방에 앉은 채로 일지를 넘기고 있었다.
침울한 그의 마음은, 옆에 둔 촛대의 촛불처럼 거세게 일렁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핀 왕가의 뿌리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담긴 일지를 읽으며 몇 번이고 흘린 눈물에 짙은 자국과 더불어 충혈된 눈이 그의 피로감을 대변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가슴이 떨려왔고, 죄책감과 역겨움에 구토감이 밀려 들어왔다.
클락 공화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인도적인 행위에 대해서 강한 비판을 하는 입장으로서.
결국, 똥 묻은 개가 똑같이 짖고 있던 모양밖에 안 된다는 것에 수치스러울 지경.
심지어 흑마법사가 세운 나라라는 게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기에 같은 흑마법사들을 역으로 가장 격하게 탄압했다는 건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심연.
최악이라 생각하더라도, 몇 장 더 넘기면 금방 더 악마적인 발상이 튀어나온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강하게 느껴진 건 왕족이라는 자리에 대한 집착이었다.
천대받고, 괄시받던 흑마법사 출신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원래 태생부터 핏줄에 권력을 향한 야망과 아집이 있었던 걸까.
세월이 흐르며, 저자가 변하더라도 남아있는 일종의 망집. 왕가의 이름을 지키는 것에 모든 걸 바치는 느낌이 강했다.
마치.
‘어머니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왕족이라는 것에 과히 집착하던 어머니가 떠오르는 오르페우스.
본인은 록펠리칸이 교육했기에 그 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으나, 누이인 엘레노아 같은 경우는 어머니인 하이란에게 지독할 정도로 시달렸었다.
그랬기에 오르페우스와 엘레노아는 왕족임에도 격식을 차리는 행위에 썩 반발감이 자리 잡혀 있었다.
“후우.”
피로함에 눈이 따갑다. 짓눌러오는 죄책감 속에서도 오르페우스 국왕은 천천히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혼란스럽고, 역겨웠으며, 화가 날 정도로 싫었으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그래, 결국에는 이 모든 책임은 현 왕가가 짊어져야 하는 피할 수 없는 과업.
“미안했네, 데이우스.”
낮게 읊조리며 자신이 감옥에 가둔 데이우스에게 사과한다.
그는 이러한 진실을 전부 알고 있음에도, 자신이 물어보기 전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핀 왕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천벌을 쥐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놓지 않았다.
당시에는 우선 왕가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의 입단속을 위해 체포했으나.
생각하면 할수록 실로 충신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내였기에.
오르페우스는 천천히 일어났다.
늦은 새벽이지만, 지금이라도 가서 데이우스의 구속을 풀어주라 명령할 생각이었으나.
쾅!
갑자기 거세게 닫힌 문.
바람 불 곳 하나 없음에도 촛불은 목덜미를 물린 듯 휩쓸려 꺼진다.
“음?”
무슨 상황일까 싶어 손에 마나를 응축시켜 불빛을 비추는 순간.
[어리석은 놈.]불빛에 드리운 검은 얼굴.
깜짝 놀란 오르페우스 국왕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으나.
검은 얼굴은 그대로 오르페우스를 따라붙는다.
이마에 옅게 올라온 뿔은 다 자라지 못한 악마처럼도 보였고, 삐죽 튀어나온 이빨과 안개와 같은 몸은 불길함을 가중시킨다.
[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쌓아 올린 왕조이건만. 네놈은 그걸 고작 하루 만에 무너트리려 하는구나.]“네, 네놈은 무엇이냐!”
다급하니 손을 휘저어보지만 그것을 통과할 뿐 어떠한 저항도 되지 못했다.
악마와 비슷한 형상을 가진 검은 얼굴은 입을 연다. 커다란 입과는 반대로 속삭이듯 낮게 깔리는 목소리는 마치 귓구멍으로 벌레 수십 마리가 들어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 땅의 주인.]“……뭐?”
비밀을 전해오는 스산한 목소리의 톤이 바뀐다. 높으면서도 신경질적인 여성의 것.
뿐만 아니라.
검은 얼굴은 점차 형상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그건 오르페우스에게도 익숙한 사람이었다.
“어, 머니?”
하이란 루덴 그리핀의 얼굴을 한 검은 얼굴은 낄낄 웃으며 답했다.
[나는 네놈의 어미이며.]이번엔 또 다른 얼굴이 된다.
짙게 주름이 잡힌 늠름하던 자신의 우상.
[네놈의 아비이며.]다시금 변하는 얼굴.
이번에는 꽤나 기억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존재였다.
[네놈의 증조이며.]다음은 다시 원래의 검은 얼굴로 돌아왔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선언했다.
[수백의 역사를 이어온, 그리핀 그 자체이다.]“네가……!”
마치, 한 사람이 쓴 것만 같은 수백 년은 되어 있는 일지.
광기 어린 왕가를 향한 집착.
오르페우스 국왕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존재가 모든 원흉이며.
악마적인 발상을 가진 그리핀의 선조라는 걸.
[또한.]쩌억.
거대한 입이 벌려진다.
흉측한 이빨과 탐닉하는 굵은 혓바닥이 휘몰아치며 오르페우스에게 뻗어나간다.
[이제 너이다.]“……!”
반항하나 할 수 없었다.
오르페우스는 그것에 잡아 먹혔고, 몇 번인가 발작하듯 발버둥 쳤으나 곧이어 전신에서 검은 연기가 풀풀 풍기더니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서는 목을 뚜둑뚜둑 풀며 씨익 웃어 보이며 한마디 했다.
“어디서 기어 나온 망령이냐.”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독특하게도 스승이 제자의 명령을 따르게 된 흑령사에게 말을 걸어왔다.
“왕궁은 너처럼 버러지 같은 악령이 드나들 곳이 아니다.”
오르페우스가 손을 뻗자 격렬한 마나가 투기되며 흑령사를 옥죄이려 했으나.
[버, 버러지?!]흑령사 역시, 데이우스의 도움으로 자신의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된 덕분에 겨우 방어한 다음, 벽을 통과해 도망쳐 버렸다.
“쯧.”
생각보다 저항이 거세었으나, 아무 상관 없다.
어차피 망자였으며.
어차피 주인에게 돌아가도 결과는 똑같을 테니.
콰앙!
“후우!”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온 오르페우스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몇 번이나 해봐도 살아있다는 이 감각은 기분이 좋았다.
성큼성큼 복도의 왼편으로 나서 왕궁 밖의 정원으로 나온 오르페우스.
그를 본 경계를 선 병사들이 바로 경례했으나.
“근위대장과 마도심판장, 대마법사에게 지금 당장 입궁하라 알려라.”
오르페우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왕가를 모욕한 죄인의 처형을 집행한다.”
* * *
“와, 추워서 죽는 줄 알았네.”
으슬으슬 추워 떨던 데이아는 드디어 옷이 왔다면서 호들갑을 떨며 좋아한다.
내 재킷을 건네주긴 했으나, 파자마를 입고 있던지라 추워 보이긴 했다.
“눈 돌려라.”
고철상의 삼총사들이 옷을 갈아입으려는 데이아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어, 바로 경고하자 깨갱하고 고개를 숙인다.
어디서 함부로 눈을 부라리는지.
“풋.”
데이아는 그런 나를 보며 뭔가 기분 좋은지 슬쩍 웃고는 감옥 구석으로 향한다.
“이래도 보이겠는데? 나 좀 가려줘.”
나를 잡아당기며 뒤에 숨은 데이아가 파자마를 벗는다. 너무 뜬금없는 상황이긴 했으나, 일단 여동생의 나체를 가리기 위해 최대한 어깨를 펴고 인상을 쓰며 찾아온 대마법사와 다리우스 그리고 고철상의 삼총사를 바라본다.
“분명 고민해보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르페우스 국왕의 대답이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호들갑을 떨며 탈옥하는 건 내 계획에 없다.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자 록펠리칸도 괜히 눈을 돌리며 대답을 피한다.
다리우스 같은 경우도 나와 데이아를 구하러 온 건 고맙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니 눈치만 보고 있을 뿐.
한마디 하려는데 데이아의 맨다리가 옆에서 쑥 삐져나온다. 바지를 입고 있는지 한쪽 발로 서서 내 몸에 등을 기댄다.
“부끄러움을 알아라.”
다리우스와 록펠리칸에게로 가려던 한 마디가 데이아에게로 유턴했다.
“음? 네가 할 말은 아닐걸.”
“…….”
“오빠답지도 않은 남정네 둘이랑 같이 부대끼며 살아봐. 다 비슷할걸.”
또 그렇게 말하면 입이 다물어진다. 내가 진짜 데이우스가 아니라는 건 일단 데이아만 알고 있으니까.
다리우스에게도 나중에 말해줘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어쨌든 옷을 완벽히 걸친 데이아가 튀어나온다. 혁대에 마도력총까지 걸려 있는 걸 보니, 진짜로 그레이폰드로 들어올 때 목숨을 걸었다는 게 사실이었나 보다.
일단 다 반납하고, 다시 기다리자고 말하려 했으나.
[크, 크, 큰일 났어요!]벽을 뚫고 들어온 흑령사가 호들갑을 떨면서 외쳐댄다. 그녀에겐 오르페우스 국왕의 감시를 맡겨뒀었는데.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 국왕이 뭔가 결정한 건가?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리핀 왕국의 깊은 곳에 숨어있던 악령과 그것이 역대 왕들의 몸을 차지한 것.
그리고 지금 오르페우스의 몸을 뺏은 것까지.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이런 뒷내용이 숨겨져 있었다고?’
리트라이 게임 속에서 이런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알 수 없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인 듯했다.
‘파티에 흑마법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
성녀는 잠깐 파티에 합류하는 역할인지라 그레이폰드에서 활동할 당시에는 파티원이 아니었다.
“쩝, 그럼 우리는 헛수고를 한 건가?”
흑령사의 목소리를 못 듣는 다른 일행들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다리우스는 다시 돌아가야 하냐고 찝찝한 표정을 지었고, 록펠리칸도 여전히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고 있었지만.
“아니.”
나는 데이아가 건네준 재킷을 걸치며 철창 밖으로 나섰다.
“상황이 바뀌었다.”
저 밖에서 우르르 몰려오는 묵직한 발걸음.
적색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들이 줄지어 감옥에 들어온다.
그들은 록펠리칸이 이쪽에 있는 걸 보고 당황했으나.
곧이어 한 여인이 모든 혼란을 휘어잡는 기세를 지닌 채 앞으로 걸어왔다.
갑옷을 입은 기사들 중에서는 가장 키가 작고, 덩치도 왜소했음에도.
왕실 직속인 근위 기사단의 정점에 서 있는 여인.
근위기사단장 글로리아 그레이스.
마도심판장 타이른 올 벨로쿠스와도 비등한 대결을 펼치는 왕국의 가장 날카로운 검.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그녀는 날카로운 눈동자라 나를 노려보며 물었다.
“왕실을 모욕한 죄인, 추악한 흑마법사, 데이우스 베르디. 폐하께서 근위기사단에게 죄인의 즉결처형을 명하셨다.”
“……참 편리하군.”
솔직하게 빈정거리며 답하자 글로리아의 눈동자가 살짝 꿈틀거린다.
“흑마법사라 불리면 재판이 없으며, 공정한 판결은 기대할 수조차 없어.”
이게 옛 중세의 마녀심판과 뭐가 다르겠는가.
“뭐, 하등 상관없다.”
그래, 전혀 상관없었다.
“불합리로 나온다면, 나 역시 불합리한 힘으로 답할 뿐이다.”
내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데이아와 다리우스도 뒤따르며 전투를 준비한다.
어차피 싸우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는 걸 빠르게 파악한 것이다.
“도망칠 수 있다 생각하는 건가?”
어이가 없다며 글로리아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근위기사들 역시 군무라도 맞춘 것처럼 동시에 검을 뽑아 든다.
좁은 통로에서 저런 검을 휘두르는 건 쉽지 않아 보였으나.
그런 건 문제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저들은 유능한 기사들이었다.
하지만 말은 정정해줄 필요가 있었다.
“나는 도망치지 않는다.”
어느새, 흑령사가 가져온 레메게톤이 내 손바닥 안에서 은은한 검은빛을 뽐낸다.
눈 깜빡하는 순간 손에 카드가 들려있는 마술사와 같은 솜씨.
악령들의 울음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메아리처럼 울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도망치지 않는다?”
모욕으로 받아들였는지 글로리아는 이를 으득 물며 양손으로 검을 쥐고 자세를 잡았으나.
“나는 그저.”
그 역시, 정정해준다.
“폐하를 알현하러 가는 것뿐이다.”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6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