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2)
Chapter 71 – 71. 달빛 아래 술파티(2)
“왼손은 괜찮은가.”
“…….”
투덜거리는 핀덴아이를 보내버리자, 이번에는 또 색다른 얼굴들이 찾아왔다.
마도심판장 타이른 올 벨로쿠스와 근위기사단장 글로리아 그레이스.
두 사람은 평소 입던 로브나 갑옷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있었는데, 이 역시 왕의 배려였다.
이번 사건으로 대마법사는 물론이고, 나와도 서로 대척하게 되었으나 실은 오해였으니 감정의 골이 있으면 술자리에서 해결하라는 뜻.
“크흠.”
그렇기에 글로리아는 괜히 어색하니 헛기침하면서도 확실하게 말한다.
“저는 폐하의 명령을 따르는 자입니다. 그분의 검으로 그분께서 원하신다면 움직일 뿐입니다.”
“…….”
“만약 다음에도 폐하께서 같은 명령을 내리신다면 저는 잠자코 따를 것입니다. 허나…….”
말이 길어진 걸 보며 옆에 있던 타이른이 허탈한 미소를 토해낸다. 나는 묵묵하니 앉은 채로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폐하께서 잘못되셨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자신이 알아차렸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는 자책과 검으로서 국왕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것을 담아 내게 고개를 꾸벅 숙인 글로리아를 보며 나는 술을 홀짝인다.
“상관없다.”
“…….”
“너는 네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것에 아무 감정 없으니 걱정 마라.”
내 대답에 천천히 고개를 든 글로리아. 옆에 있던 타이른이 껄껄 웃으면서 말한다.
“봐라. 그런 걸 신경 쓸 사람이 아니다? 대인배다.”
“으음, 또한 앞으로 왕실 소속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로리아는 악수를 청해왔으나, 내 한쪽 손은 붕대로 감싸여 있었고 다른 손은 잔을 들고 있었다.
실수라 생각했는지 글로리아는 손을 빼려 했으나, 나는 잔을 내려놓고 손을 잡았다.
“잘 부탁하지.”
스토리의 진행을 생각하면 그녀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일단은 돈독한 관계 정도는 만들어둘 생각이었다.
“둘이 말 놓지? 어차피 같은 왕을 섬길 동료가 된 것 같은데.”
“으음, 그러면…….”
“마음대로 하지.”
슬쩍 눈치를 보던 글로리아가 내 대답에 한층 편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잘 부탁할게.”
두 사람과의 대화는 그게 끝이었다. 어차피 길게 대화를 이어갈 정도로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굽고 있던 거대한 고기가 슬슬 익어가는지 그 주변으로 몰려가는 사람들.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술만 홀짝이고 있었다. 딱히 취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자리가 비는가?”
그때 내게 다가온 또 다른 남자. 안정을 취하고 있어야 할 오르페우스 국왕이었다.
나는 일어나려 했으나, 그가 손짓하며 옆에 툭 앉았다.
“나도 마시고 싶지만 일단 안정을 위해서 참으라더군.”
허전한 듯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오르페우스. 악귀에게 씌었던 것 때문에 당장에는 휴식이 필요했다.
그는 불가로 시선을 돌리더니 씩 웃었다.
“그래, 세 가지 시련을 모두 극복했군. 축하하네. 솔직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난이도가 높은 것들뿐이었으니 당연합니다.”
“큭큭, 그렇지. 내가 생각해도 악랄하다 느낄 수밖에 없네.”
마도심판장 타이른 올 벨로쿠스를 쓰러트리고.
엘레노아 루덴 그리핀의 악몽을 해결했으며.
마지막으로 왕가의 비밀이라 할 수 있는 선왕의 유언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었다.
“자네에겐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겠지만, 정말 괜찮겠는가?”
“…….”
그의 시선이 어느새 내게로 닿아 있었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걱정과 근심이었다.
“꽤나 혼란스러운 시간이 될 거다. 생각 이상의 조롱과 비판, 심지어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받게 되겠지.”
“그건 저뿐만 아니라 왕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지 않은가.”
옳은 말이었다.
그저 옳았기에 나도 모르게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왕가에서 흑마법사와 관련해서 비판과 비난을 받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 주체가 내가 된다는 게, 오르페우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였다.
“차라리 흑마법사를 향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차근차근 나아가는 게 어떻겠나?”
일단 그들을 향한 인식을 없애는 편이 좋지 않겠냐는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늦습니다. 또한 더욱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흐음.”
“걱정 마시지요.”
내가 단호히 답하자, 오르페우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 말한다.
나를 향한 그의 무한한 신뢰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아 참.”
어울리지 않게 박수를 짝 치며 슬쩍 떠보는 오르페우스.
“자네 나이가 어떻게 된다고 했지?”
“스물여덟입니다.”
“음, 그렇군.”
괜히 과장되어 고개를 끄덕이던 오르페우스가 헛기침하며 의도적으로 주제를 돌린다.
“그, 내 여동생이랑 여기서 종종 시간을 보냈었지?”
“예, 맞습니다.”
“둘이 꽤나 자주 시간을 보낸다고 들었으니 보통보다는 꽤나 친밀한 사이겠군?”
“…….”
“……티 났나?”
뒷머리를 긁적이는 오르페우스에게 나는 굳이 답하지 않고 술로 입술만 적셨다.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쉰 그는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생각해보게. 엘레노아도 자네를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고, 나도 자네 정도면 충분히 환영하겠네.”
“…….”
“그리고 스물여덟이면 이미 혼인을 하고 아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 않은가.”
잔에서 입을 뗀 나는 천천히 답했다.
“약혼녀가 있습니다.”
“뭐라?!”
정말 상상도 못 했다는 표정으로 당황하며 나를 바라보는 오르페우스.
“끄음, 내가 선을 넘을 뻔했군. 미안하네.”
떨떠름하니 말을 물린 오르페우스.
기드온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수월하게 해주려고 에리카와의 약혼을 파혼하지 않았으나.
‘나도 쓸데가 있군.’
그녀와의 약혼 관계라는 건 다른 사람들의 쓸데없는 참견을 다물게 하는 좋은 방편이 되어준다.
‘아마 아카데미로 돌아가면 충분하겠지.’
분명, 에리카라면 이제 파혼서를 가져올 만큼 충분히 원래의 자주적이던 모습을 찾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뒤부터는 약혼녀라는 방패를 사용하지 못하겠지만 어쨌든 지금 쓸 수 있을 때 많이 사용할 생각이었다.
“자네가 연정을 둔 여인이 있을 줄은 몰랐군.”
“가문끼리의 혼약입니다.”
“그럼 그렇지.”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뭔가 거슬렸으나.
저 멀리서 시녀가 달려오는 게 보인다. 아무래도 오르페우스 국왕을 찾아서 온 듯 보였다.
“이런, 들켰군.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그래, 자네도 적당히 마시게. 이제는 왕국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흑마법사이니. 귀한 몸이야.”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 오르페우스 국왕의 발걸음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정신이 붕괴되지도 않고 악귀에게 몸을 빼앗기지도 않았다.
분명 한층 성장한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지어지는 미소를 술잔으로 감추었다.
“데이우스! 이리 와서 좀 먹어라!”
다 구워진 고기를 들고는 허공에 휘두르며 나를 부르는 다리우스.
데이아도 힐끗 나를 보면서 손짓했기에 나는 천천히 일어나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안주 먹으면서 마셔라. 저택에서처럼 취해서 뻗지 말고.”
옛날 데이우스가 인사불성이 되어서 저택을 돌아다녔다는 얘기는 꽤 많이 들었다.
얼마나 술에 내성이 있는지, 아무리 마셔도 취기조차 올라오지 않고 있으니까.
“아, 손.”
고기를 건넨 데이아가 내 왼손을 보더니 잠시 머뭇거린다.
그러곤 천천히 내 입을 향해 고기를 내밀었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책임도 내가 지는 거야.”
“……안 먹어도 된다.”
굳이 고기를 먹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청량한 밤이니 적적하게 술만 음미하고 싶었으나.
“부끄럽게 만들 거야?”
짜증 내며 나를 톡 노려보는 데이아. 하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그녀가 건넨 고기를 받아먹었다.
“오, 오오!”
그걸 옆에서 보던 다리우스는 감동받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나와 데이아의 표정이 동시에 썩어 들어갔음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술잔을 내밀었다.
“자아! 우리 삼남매의 돈독함이, 곧 베르디 가문의 견고함을 의미한다! 잔 내밀어라!”
“아 씨, 아저씨도 아니고.”
옆에서 데이아는 바로 인상을 쓰면서 다리우스를 노려봤으나.
툭.
나는 손을 내밀어 술잔을 부딪쳤다.
“오! 오오오!”
그것에 감동을 받은 다리우스가 반쯤 울먹였고, 나와 그의 시선이 동시에 막내에게로 향했다.
“배신이야?! 에이, 진짜.”
결국 떠밀리듯 잔을 내민 데이아.
우리 세 사람의 잔이 캠프파이어의 불꽃을 배경 삼아 부딪치며 경쾌한 울림을 낸다.
삼국지에서 봤던 도원결의가 문득 연상되는 장면에 나는 천천히 술잔을 뺐다.
“감동적이다! 가족애 같은 건 우리에게 없을 줄 알았는데!”
덩실덩실 즐거워하는 다리우스가 나와 데이아의 사이에 껴서 어깨동무를 한다.
순간, 내 왼쪽 어깨의 총상 탓에 휙 몸을 빼자 역으로 데이아가 화를 버럭 냈다.
“취했어?! 쟤가 너인 줄 알아! 조심해야 할 거 아니야!”
“미, 미안하다.”
바로 꼬리를 말고 사과하는 다리우스. 사실 부상 정도로만 따지면 다리우스 쪽이 더 심하긴 했다.
“어휴, 괜찮아?”
나에게 이목이 쏠린 두 사람. 왼쪽 어깨를 슬쩍 본 나는 걱정하는 데이아에게 무심코 말했다.
“좀 살살 쏘지 그랬나.”
“……음?”
“응?”
동시에 같은 목소리를 내며 서로를 바라본 두 사람. 그러더니 긴장한 표정으로 뭔가 횡설수설 얘기를 시작한다.
“초, 총이 살살 쏠 수도 있던 거였어? 아! 하긴, 마나를 담은 총이니까 그걸 조절하면…….”
“그런 것까지 가능했나? 사용자의 실력에 따라 위력이 정해지는 거라면 꽤나 정교한 물건인 듯하군.”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두 사람을 보며, 조금 어색한 느낌에 괜히 툭 던지듯 말했다.
“농담이다.”
쩌적 굳는 두 사람.
다시금 동시에 나를 바라보더니 약 3초 후.
탄성을 내뱉는다.
“농다아아아암?! 데이우스가? 그 데이우스가 농담을 했다고오오?!”
“아니, 어디서 그런 걸 배워온 거냐! 하긴 그렇지! 매일 술이랑 여자만 끼고 살던 놈이니……!”
소란은 일순 전파되었고.
“교수님이 농담을 하셨다고요? 지, 진짜요? 뭐라고 하셨는데요?!”
“주인놈 내 말은 개무시하더니, 지는 어떤 말을 했나 들어나 보자.”
[제자도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네요?]몰려드는 사람과 귀신을 보며.
“하아.”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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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7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