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5)
Chapter 74 – 74. 대토론회
왕실과 교회.
양측의 공방을 둔 대토론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주제는 당연히 위령사인 데이우스 베르디의 필요성부터 시작해서 이단 여부 등등.
수많은 교단에서 워낙 많은 혐의를 가지고 들고 일어섰기에 제대로 나열하기도 힘들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교회 측에서도 온건파와 강경파가 나뉘어졌다.
온건파의 경우는 대토론회를 통해서 논파를 하자는 입장으로 성녀가 이쪽에 속해 있었다.
반대로 강경파의 경우에는 강력하게 들고 일어나서 당장에라도 데이우스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쪽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격렬한 강경파의 입지 쪽에 좁은 건 물론이거니와, 굳이 그렇게까지 나갈 필요가 없는 게 현 상황이었다.
아무리 흑마법사가 왕실에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고 해도 강경파는 반쯤 반역을 하자는 소리나 다름없었으니까.
‘말도 안 되죠.’
시대가 어느 때인데.
대토론회는 시민들도 볼 수 있는 자유공개였다.
이는 교회 측의 제안이었는데 설마 왕실에서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
어쨌든 루치아는 위령사라는 남자의 행보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단순히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봐왔던 흑마법사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설파할 생각이었다.
이기적이면서도 자신밖에 모르는 인간과는 다른 종족처럼 느껴지는 섬뜩한 분위기.
물론, 흑마법사라고 다 똑같은 건 아니겠으나 아직 시민들이 받아들이기엔 흑마법사란 존재는 너무 일렀다.
‘차라리 교회 측에 미리 얘기를 하셨으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대척하는 그림은 안 나왔을 텐데.’
그게 못내 아쉽다가도 또 아닌가 싶기도 했다.
‘쩝, 완고한 주교님들이라면 절대로 안 된다고 했을 수도.’
애초에 이런 안건이 올라오기도 전에 묵살됐을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이렇게 기습적으로 위령사를 세운 건 왕실 나름의 작전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설득을 할 수 있다는 걸까?
결국 토론회란 상대방보다는 민중을 설득시키는 싸움이다.
당장에는 교회가 시민들을 등에 업고 있었기에 자신 있었으나, 왕실 측에서 과하게 모든 걸 받아주는 현 상황이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흐음.”
고개를 갸웃거리며 루치아는 자신의 턱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린다.
고민을 아무리 해도, 왕실에서 주교뿐만 아니라 선입견이 콱콱 박혀 있는 시민들은 어떻게 설득할지 그게 의문이었다.
“누군지 몰라도 얼굴 한번 팔리면 왕국에서 살기 힘들 텐데.”
위령사 데이우스 베르디.
노스웨든에서 살아가는 백작의 남동생. 로베른 아카데미의 교수라는 소문은 벌써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흐으음.”
복잡하다는 표정을 짓던 루치아가 괜히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던 순간.
“성녀님, 추가 자료 얻어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신자의 품에 가득 담긴 종이다발. 교회 측에서 이번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이구.”
하지만 그걸 읽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끔찍했다.
이래서는 복음보다도 데이우스 베르디에 대한 정보를 더 빠삭하게 알게 될 것만 같았다.
“여기 그가 로베른 아카데미에 냈던 이력서입니다.”
“이력서?”
생각해보니 얼굴도 보지 못했구나 싶어서 바로 받아 든 루치아.
이래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텅 비어있는 이력들을 무시한 채로 맨 위에 붙어있는 사진을 보는 순간.
“어……?”
루치아의 표정이 기괴하리만치 일그러졌다.
* * *
“키야! 장난 아닌데?”
어느새 왕실 입구까지 밀려온 시민들을 보며 혀를 내두르는 핀덴아이.
그들은 하나 같이 과격한 언어가 담긴 팻말을 들고 흔들면서 왕실의 어리석음과 억척스러움을 비판했다.
“괜히 보지 마. 기분만 나빠져.”
반쯤 소파에 눕듯이 앉아 있는 데이아가 투덜거리자 핀덴아이는 씨익 웃으면서 답했다.
“그리핀은 참 살기 좋은 나라야.”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이냐며 슬쩍 고개를 든 데이아. 핀덴아이의 핏빛 눈동자에는 묘한 회의감이 담겨 있었다.
“저 지랄을 해도 왕이 칼을 뽑아 들지 않잖아. 클락 공화국에서는 이미 저것들 혀 뽑히고 손가락이랑 다리 잘려서 산 채로 도시에 효수됐을걸.”
“으윽, 진짜로 그런다고?”
반쯤 괴담처럼 전해져 오는 클락 공화국의 잔혹한 철권통치. 데이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답했으나 핀덴아이는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공화국은 게임에서도 잔혹한 장소로 나올 뿐 큰 비중은 없었기에 나도 잘 모르는 장소였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전혀 가고 싶지 않아지는 곳이기도 했다.
나는 뺨에 붙은 거즈를 떼어냈다. 며칠 전까지 느껴지던 욱신거림은 이제 사라졌다.
“이제 좀 괜찮아?”
괜히 관심 없는 척 시선은 다른 곳으로 돌리며 물어오는 데이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말라고 답했다.
그러자 핀덴아이는 재밌었다며 킥킥거리고 웃어댄다.
“아주 시원하게 때리고 갔지? 미안해하면서도 속으로는 엄청 통쾌했을걸?”
“…….”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리우스가 내 뺨에 주먹질을 하면서 은근슬쩍 입꼬리가 올라가던 걸 봤으니까.
노스웨든을 오래 비워둘 수 없는 입장인 다리우스는 이미 며칠 전 떠났다.
그 전에, 내 뺨에 상처가 남을 정도로 주먹으로 강하게 치고 가라고 했다.
필요에 의해서였다.
“토론회 전에 나아서 다행이군.”
토론회에서도 거즈를 붙이고 나갔다가는 첫인상부터 망가진 채로 시작했을 거다.
참고로 아리아도 아카데미로 떠났다.
한사코 나와 함께 있겠다는 걸 억지로 떼어내면서 보냈다. 나도 아카데미로 합류할 거라는 약속과 함께 학생은 학생답게 있어야 가장 아름답다고 해줬더니 금세 가버렸다.
원래라면 데이아도 다리우스와 함께 떠나야 했으나.
오랜만의 휴가를 즐기고 싶다면서 그레이폰드에 남았다.
솔직히 위험할 수도 있기에 가능하면 떠났으면 했으나. 뭐, 어쩔 수 없지.
“캬, 내일 토론회 겁나 기대되네.”
흥얼거리는 핀덴아이. 실은 그녀가 기대하고 있는 건 토론회가 아니라 그 다음일 것이다.
아마 그때부터는 암살자들이 사방에서 몰려오지 않을까?
왕실에 있더라도 순교라는 이름으로 신앙에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놈들이 태반일 것이다.
그만큼 내일 있을 토론회는 혼돈과 불신의 향연일 테니까.
“…….”
문득, 성녀인 루치아가 떠올랐다.
그녀는 게임에서 내가 봤던 것처럼 친절하면서도 풋풋한. 또 순박하지만 신념이 굳건한 여인이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토론 상대가 나라는 걸 알아차렸겠지.
그녀와는 미리 만나둘 필요가 있었다.
어떠한 판단을 하기도 전에, 아무런 선입견도 없는 상태에서의 나를 만났다.
충분히 좋은 이미지로 각인된 상태이기에 단순히 흑마법사라고 악하다 단정하며 토론에 임할 수는 없을 거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길 거다.’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으나, 그만큼이나 이번 일에서 성녀의 입장은 중요했다.
그녀가 무조건적으로 나를 적대하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어중간한 위치를 잡는 순간.
이쪽은 승기를 굳힐 생각이었다.
* * *
다음날.
왕실과 교회 측의 대토론회가 벌어지는 장소는 우습게도 내가 이미 한번 가봤던 장소.
바로 그레이폰드 처형장이었다.
콜로세움을 모티브로서 만들어진 좌석에 빽빽하니 들어선 사람들. 꽤나 공들여 준비했는지 단순 처형장이던 정중앙에는 토론을 펼칠 수 있게 거대한 무대와 더불어 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어휴, 엄청 빡세네.”
“설마 그렇게까지 막아설 줄은 몰랐어.”
식은땀을 닦아내는 핀덴아이와 데이아. 우리가 왕실에서 처형장까지 마차를 타고 가는 걸 방해하던 시민들이 꽤나 있었기에 그걸 치우고 오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오르페우스 국왕과 알프레도 대마법사는 이미 귀빈들이 있는 장소에서 토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귀족들끼리도 꽤나 편이 갈렸는지 귀빈석에 있는 저들끼리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국왕과 대마법사는 모든 소란과 비난의 시선 속에서도 억지로 침묵을 선택했다.
굳이 자신들이 지금 힘을 빼며 목소리를 높이거나, 무례하다며 처벌을 내리진 않을 거다.
왜나면 오늘 있을 대토론회가 끝나면, 결국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는 왕의 눈치만 살살 보고 있을 테니까.
현명한 국왕은 역전의 때를 기다리며 침묵하고 있으나, 머릿속에서는 목소리 큰 자들의 이름을 적는 명단을 작성하고 있을 것이다.
“저쪽은 이미 나왔는데?”
데이아가 손으로 토론장 쪽을 가리킨다. 각 신들을 섬기는 주교들.
그리고 중앙에 서 있는 성녀 루치아 세인트.
음식점 메르헨에서 봤을 때랑은 확연히 다른 분위기.
당시에는 땋아뒀던 은발을 이번에는 풀어헤친 채로 두 손을 모으고 기도 중이었다.
나는 준비해온 종이 뭉치와 토론 도중 마실 철제 물병을 챙겨 들었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핀덴아이와 데이아가 나를 보며 웃어주고 있었다.
“저것들 다 족쳐버리고 와.”
“솔직히 교회랑 적대하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데, 해야 하면 아예 박살을 내버려.”
나름의 응원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향했다.
“우우우우!”
“꺼져라아아아!”
“그리핀 왕국에 흑마법사가 서 있을 장소는 없다아아!”
“처형해라! 처형!”
쏟아지는 야유.
심지어는 쓰레기나 음식물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마도심판관들의 보호마법이 자연스럽게 그것들로부터 나를 지켰다.
결국 토론회장 앞에 선 나는 주교들의 냉담한 시선 속에서도.
혼자서 갈피를 잡지 못한 듯 나를 보고 있는 루치아와 눈을 마주쳤다.
오피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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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7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