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188
◈ 188. [STAGE 7] 남부전선 이상없다 (4)
루카스와 에반젤린은 방어전 내내 성벽 위에서 대기만 하고 있었다.
나가서 싸울 상황도 아니었거니와, 백병전을 걸어오는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힘이 온전히 비축되어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말에 오른 두 기사는 전차처럼 맹진했다.
성문을 열고 튀어나온 둘에게 샐러맨더 군단의 화력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첫 폭격은 레이나가 토네이도를 휘갈겨 모조리 상쇄시켜 주었다.
“저 마법사 장교, 인간적으로는 마음에 안 들지만…….”
성벽 쪽을 흘깃 돌아본 루카스가 내뱉었다.
“실력은 확실하군.”
“실력까지 개차반이었으면 진작 쫓아냈죠! 이랴!”
에반젤린이 말을 몰고 선두로 나섰다.
일반 샐러맨더들이 계속해서 불을 뿜어냈지만 에반젤린이 방패를 들어 모조리 막아 냈다.
그 바로 뒤를 달리며 루카스는 좌우로 검을 뿌렸다.
푸칵! 츠칵!
두 기사가 달리는 경로에 있던 샐러맨더들이 모조리 피를 뿌리며 양분되었다.
삽시간에 가장 가까운 자이언트 샐러맨더에게 접근했다.
자이언트 샐러맨더는 집채만 한 몸을 느리게 돌려, 몸의 화염 포구를 둘에게 조준했다.
루카스와 에반젤린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좌우로 갈라섰다.
퍼벙! 퍼버벙!
직전까지 두 기사가 있던 자리에 화염구가 떨어졌다.
하지만 두 기사는 이미 산개해 자이언트 샐러맨더의 거대한 몸 아래로 파고들고 있었다.
“흐읍-!”
루카스의 [의지의 일격]이 검을 빛내며 내리꽂혔고,
“으랏샤아아아!”
에반젤린은 방패에 축적된 대미지를 [대미지 페이백]으로 창을 통해 내찔렀다.
루카스의 검격과 에반젤린의 창격에 자이언트 샐러맨더의 두터운 다리가 하나씩 날아갔다.
자이언트 샐러맨더는 둔중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높게 들려 있던 머리가 아래로 내려왔다. 먹이를 포착한 두 기사가 동시에 눈을 빛냈다.
“갑니다-!”
타앗!
말을 몰고 자이언트 샐러맨더의 목으로 접근한 에반젤린은 안장을 차고 다람쥐처럼 핑그르르 솟아올랐다.
육중한 갑옷을 입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동작이었다.
그런 에반젤린에게 자이언트 샐러맨더는 입에서 불을 뿜어내려 했지만,
“불 뿜지…… 마세욧!”
에반젤린은 냅다 방패로 괴물의 정수리를 내려찍었다. 쾅!
충격에 자이언트 샐러맨더의 머리가 더욱 아래로 떨어졌다. 말을 달리는 루카스의 검에 닿을 만큼 아래로.
번쩍-!
루카스의 검이 찬란한 빛무리를 뿜어냈다.
1스킬 [의지의 일격]에, 새로 얻은 검 [카르마 이터]의 고유능력인 검기 생성까지 더했다.
이 공격을 맞고 살아남을 리가 없다.
그야말로 필살(必殺)!
뎅겅-!
루카스의 아래에서 위로 쳐올린 강맹한 검격이 자이언트 샐러맨더의 목을 깨끗하게 쳐냈다.
괴물의 거구는 용암 같은 핏물을 쏟아내며 바닥에 무너졌다.
“일단 한 놈.”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중얼거리는 루카스의 옆으로 에반젤린이 쿵! 소리를 내며 착지했다.
“시작이 좋은데요!”
“넷이나 남았다. 방심하지 말고 가자.”
두 기사는 다시 말을 타고 다음 자이언트 샐러맨더를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전투가 계속되어, 루카스와 에반젤린이 세 마리째 자이언트 샐러맨더를 쓰러뜨렸을 때였다.
푸르릉!
에반젤린이 탄 말이 눈에 띄게 지쳤다. 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자 에반젤린은 당황했다.
“어라? 얘 왜 이러지? 어디 다쳤니?”
말을 살피던 에반젤린은 스스로의 이마를 탁 쳤다.
“아차! 갑옷이 너무 무거웠구나……!”
에반젤린이 입은 [골렘 아머]는 막대한 방어력을 얻은 대신 엄청난 무게 또한 지녔다.
게다가 이런 갑옷을 입고 안장 위에서 뛰어오르는 곡예까지 해댔으니, 아무리 강인한 군마라 해도 버티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말을 탈 거면 가벼운 갑옷을 입었어야 하는데!’
왜 꼭 이렇게 자잘한 실수를 하나씩 하는지. 에반젤린은 헐떡이는 말의 갈기를 손으로 쓸었다.
마르헤리타가 걸어 준 실드 덕분에 말이 화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어쨌든 벌판은 불바다였다.
초인(超人)인 영웅 캐릭터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평범한 군마는 더 쉬이 지치는 것이 당연했다.
“어쩌죠? 조금 전처럼 싸울 순 없겠는데요.”
“별 수 없지. 일단 성으로 귀환했다가 다시…….”
말하다 말고 루카스는 멈췄다. 머리 위로 화염구 폭격이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탈해!”
본능적으로 말을 몰아 폭격의 궤도에서 벗어나던 루카스는 멈칫했다.
뒤따라 폭격지점을 벗어나려던 에반젤린의 속도가 너무 느렸다. 말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손 쓸 새도 없이 그 위로 화염구 폭격이 떨어졌다.
쿠과과광-!
“에반젤린!”
자욱한 폭연 앞에서 루카스가 고함을 질렀다.
잠시 뒤, 시커먼 연기 속에서 콜록거리는 에반젤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는…… 괜찮은데요…….”
화염구를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에반젤린은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갑옷과 방패가 까맣게 그슬린 정도였다.
“우으, 말이…….”
하지만 화염구 폭발에 휩쓸린 군마는 즉사했다.
에반젤린은 쓰러진 말의 옆에서 슬퍼했다.
“우으으으, 미안해애…….”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루카스는 재빠르게 에반젤린의 뒷목을 낚아채 자신의 뒤에 태운 뒤 일대를 벗어났다.
연이어 떨어진 화염구가 무지막지한 폭발을 일으켰다.
“기동력을 잃은 이상 속전속결이다! 가능한 빠르게 끝내야 해!”
하지만 양동(陽動)이 불가능해지자 괴물들의 표적이 집중되었다. 루카스와 에반젤린이 함께 탄 말을 향해 계속해서 폭격이 쏟아졌다.
네 번째 자이언트 샐러맨더에게 접근하던 중, 결국 쏟아지는 폭격에 루카스의 말도 휩쓸려 쓰러졌다.
히히힝!
“큭?!”
“우와아앗!”
낙마한 두 기사는 금세 몸을 추슬렀다. 하지만 계속해서 사방에서 불꽃이 날아들었다.
펑! 퍼버벙!
에반젤린은 방패를 앞으로 세우고 화염구의 직격을 막아 냈고, 루카스는 검을 휘둘러 자잘한 공격을 쳐냈다.
둘은 제자리에 묶인 채 그렇게 불꽃에 두들겨 맞고만 있었다.
‘애초에 둘이서만 나온 게 실수였던 건가?’
불바다 속에서 루카스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동안의 전투에서 일신의 무력에 대한 자신이 붙은 상태였다.
자신과 에반젤린 둘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했다.
괜히 다른 병사들까지 데리고 나갔다가 불필요한 희생이 발생하느니, 최정예 기사인 둘이서 끝장을 보자. 그런 생각이었던 건데.
하지만 아니었던 걸까? 무모한 작전이었던 걸까?
‘주군이 계셨다면 어떤 작전을 지시하셨을까?’
애쉬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언제나 최적의 지시를 내려 주던, 그 자신만만하던 미소가 그리웠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루카스는 이를 악물었다.
애쉬는 루카스를 믿고 맡긴다고 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루카스만이 사령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루카스는 검을 꽉 움켜쥐었다. 그때였다.
쏴아아아-!
성벽에서 새파란 파도가 한 줄기 쏘아져 나와서, 네 번째 자이언트 샐러맨더의 얼굴에 적중했다.
부오오오!
막 루카스와 에반젤린을 향해 폭격을 쏘아 내려던 괴물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놀라서 성벽 쪽을 보자 쥬니어였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마법을 쏘아 낸 쥬니어는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지금이다!”
일순 폭격이 헐거워졌고, 루카스와 에반젤린은 있는 힘껏 앞으로 내달렸다.
접근에 성공하자 그 뒤는 순식간이었다. 루카스와 에반젤린은 네 번째 자이언트 샐러맨더를 단숨에 베어 쓰러뜨렸다.
쿵……!
쓰러지는 괴물의 육중한 시체 옆에서 루카스와 에반젤린은 숨을 헐떡였다.
“이제 한 마리 남았나요?”
“그래, 저놈만 잡으면 되는데…….”
마지막 자이언트 샐러맨더는 특히 먼 곳에 떨어져 있었다. 남은 일반 샐러맨더 50여 마리도 함께 모여 있었다.
말도 없이 달려서 저곳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루카스는 턱끝에 맺힌 땀과 검댕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혀를 찼다.
‘어떻게 해치워야 한다……?’
***
같은 시간, 성벽 위.
“으음…….”
데미안은 고민하고 있었다.
손에 들린 마총 [블랙 퀸]을 내려다보면서였다.
‘황자님께서는 이 총, 앞으로 세 발만 쏘라고 하셨지.’
이유는 알려 주지 않았지만, 애쉬는 블랙 퀸을 세 발 이상 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동안 잘 쓰던 무기에 왜 갑자기 제약을 거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쉬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
그래서 앞서 두 발만 쏘고 마지막 한 발은 아껴둔 상태였다.
“…….”
데미안은 다시 전장을 바라보았다. 군마를 잃고 불바다 가운데 고립된 루카스와 에반젤린이 보였다.
이윽고 데미안은 결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한 발도 여기서 쏘자.’
블랙 퀸을 들고 조준 자세를 취한 데미안은 총끝으로 자이언트 샐러맨더를 겨누었다가, 이윽고 멈칫했다.
애쉬는 세 발만 쏘라고 했지, 셋만 죽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한 발 더 쏘는 김에 최대한 많은 적을 맞추면 남은 전투가 수월해질 것이다.
‘사선(射線)을 잘 정렬해서…… 한 발에 최대한 많이 맞도록…….’
성벽 끝으로 달려간 데미안은 이윽고 조준을 끝냈다.
후, 한 번 숨을 들이쉬고. 방아쇠를 당겼다.
투쾅-!
쩌렁쩌렁한 격발음과 함께 마탄이 발사되었다.
전장의 끝으로 날아든 마탄은 정확하게 자이언트 샐러맨더의 눈을 꿰뚫고 머리를 관통한 다음, 그 주위를 지키듯 서 있던 일반 샐러맨더 둘을 추가로 관통해 해치웠다.
쿠구궁……!
마지막 자이언트 샐러맨더는 불꽃을 토해 내며 쓰러졌다.
“휴우.”
그 모습을 보며 데미안은 내심 안심했다.
이것으로 이번 방어전도 한 고비 넘겼다…….
“……응?”
그때 데미안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챘다.
마총 블랙 퀸의 마력핵 부분에서 무언가 새카만 오오라가 번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연기처럼…….
《배…… 고파…….》
무언가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뭐지?’
피곤한 눈을 비비고 다시 마총을 내려다보자, 블랙 퀸은 그대로였다. 매끈하고 아름다운 평소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늘 눈을 많이 써서 헛것을 본 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데미안은 블랙 퀸을 다시 어깨에 둘러맸다.
데미안의 시선이 닿지 않자, 다시 블랙 퀸의 마력핵에서 새카만 오오라가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정의 어둠처럼 불길한 빛깔이었다.
***
쿠구궁……!
데미안의 지원사격으로 마지막 자이언트 샐러맨더가 쓰러지고.
루카스와 에반젤린은 남은 일반 샐러맨더들을 하나씩 해치웠다.
일반 병사들도 우르르 성문을 열고 나와서 이 과정을 도왔다.
모든 괴물들을 해치우고, 벌판 곳곳에 붙은 불까지 끄고 나자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방어전에 꼬박 하루가 걸렸다.
성벽 안으로 귀환하며 루카스는 문득 급격한 피로를 느꼈다.
이미 에반젤린은 돌아오자마자 성벽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고생 많았습니다, 사령관 대리.”
전투 뒷정리를 지휘하던 레이나가 루카스에게 씩 웃어 보였다.
“용맹함은 인정해야겠군요.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오래 가지 못할 겁니다.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
루카스는 동의했다. 오늘의 전투는 평소보다 어설픈 감이 확실히 있었다.
결론적으로 무사히 치르긴 했지만, 과정은 위험하고 허술했다.
무엇보다, 지시를 내리는 루카스 스스로가 확신이 없었다.
결국 이곳 전선은 애쉬가 필요했다.
‘주군…….’
잔뜩 지친 채 성벽 곳곳에 너부러진 파티원들의 모습을 살피며, 루카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빨리 돌아와 주십시오…….’
***
[STAGE 7 – CLEAR!] [STAGE MVP – 데미안(N)] [레벨업 캐릭터]– 루카스(SSR) Lv.45 (↑1)
– 에반젤린(SSR) Lv.45 (↑1)
– 쥬피터 쥬니어(SSR) Lv.54 (↑1)
– 데미안(N) Lv.43 (↑2)
[사망 및 부상 캐릭터]– 없음
[획득 아이템]– 샐러맨더 군단 마석 : 290개
– 자이언트 샐러맨더 마력핵(R) : 5개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하여 주십시오.]– R등급 보상 상자 :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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