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386
◈ 386. [Side Story] 목적과 수단
“아니, 생각해 봐, 루카스.”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단순한 자폭뿐만이 아니야. 얘네를 표적삼아 배치하면, 괴수들이 효과적으로 유인될 테고, 우리 쪽 십자포화를 집중시키기에도 효율적이야.”
“…….”
“그뿐이야? 괴수들의 후방에 이 죄수들을 투하한다고 생각해 보자고. 놈들의 진군 방향을 역으로 틀 수 있어. 우리 임의대로 놈들의 진군 속도를 컨트롤할 수까지 있지!”
“…….”
“응용법은 무궁무진해! ‘단 한 명만 있어도 괴수들이 무조건 유인된다’는 이 조건이 얼마나 효율적인 이점인지 생각을…….”
“주군.”
평소에는 내 말을 절대 끊지 않는 루카스였는데, 이번에는 내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효율을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
“사람의 목숨을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취급하시다니요. 이것은…… 주군답지 않습니다.”
“뭐가 다른데?”
나는 한쪽 입가를 틀어 올려 웃으며 루카스를 노려보았다.
“사람의 목숨을 소모품 취급하든, 소중하게 여기든, 결과가 같잖아. 이번 전투에서만 오백 명이 넘게 죽었어. 구원군의 사망자까지 포함하면 육백이 더 넘고. 부상자는 헤아릴 수도 없지. 모두가 내가 내린 지시대로 싸우다가 이렇게 죽고 다쳤어.”
“…….”
“어쨌든 괴수들과 싸우면 사람이 죽어. 그렇다면 차라리 더 효율적으로, 어차피 죽어 마땅한 놈들 집어던지자는 거야. 그러면 안 죽어도 될 사람들을 더 살릴 수 있잖아. 안 그래?”
“죽어 마땅한 놈들이라고요?”
“그럼, 이 새끼들 봐봐.”
나는 쇠창살 안에서 벌벌 떨고 있는 죄수들을 향해 턱짓했다.
“그때 나를 납치하고, 이곳 크로스로드를 파괴하려 한 빌어먹을 특무대 새끼들이잖아.”
“…….”
“제 동료들은 다 우리를 죽이려 들다가 역으로 죽었고. 살아남은 이 네 놈만 팔자 좋게 감옥 안에서 호의호식하고 있지. 충분히 죽어 마땅하지 않아?”
“이들은 항복했습니다. 아이기스 특무대 1팀 내에서도 지원조라, 우리 전선에 직접적인 위해를 끼친 이들도 아닙니다.”
루카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반박했다.
“특무대 중 상당수가 강제징집 당하고, 강제로 명령을 수행한다는 사실은 아시잖습니까. 우리 전선에 헌신한 그림자부대도 특무대 출신입니다.”
“…….”
“이들 또한 특무대원으로서 상부의 지시를 따른 것뿐입니다. 이들은 포로로서,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군법대로 처분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루카스.”
나는 짧게 선언했다.
“내가 이곳의 법이다. 내가 이곳의 원리와 원칙이다.”
“…….”
“내가 이곳 괴수전선의 생살여탈권을 손에 쥔 사령관이다. 내가 이놈들이 사형당해 마땅한 놈들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이놈들의 사형 방식을 ‘괴수용 미끼’로 정했다고.”
루카스는 잠시 쇠창살 안의 죄수들을 눈에 담았다.
“……백 보 양보해서 이들이 죽어 마땅한 자들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주군의 이 ‘새로운 방식’이 아주 효율적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루카스는 다시 나를 빤한 푸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 뒤에는요? 더 이상 사용할 죄수가 없을 때에는, 어떡하실 겁니까?”
“…….”
“사형당할 죄가 아니어도 사형을 선고하실 겁니까? 간자로 의심되어 잡혀온 옆나라 사절도, 군기를 위반하고 술을 마신 병사도, 배가 고파 빵을 훔친 좀도둑도, 모두 죽이실 겁니까?”
“…….”
“조금 전 말씀하셨던 ‘죽어 마땅한 놈들’과 ‘안 죽어도 될 자들’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그 모든 것을 주군께서 정하시겠다는 말씀이신지요?”
결국.
제국의 다른 세 전선이 해 왔던 것처럼.
“사람을 차등하고 선별해서, 그렇게 주군께 ‘선택받지 못한 인명’을 불태워서 이곳 전선을 유지하실 셈입니까?”
‘지켜야 할 자들’을 위해, ‘지킬 필요가 없는 자들’을 죽인다.
이곳 괴수전선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루카스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주군. 이 세상에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죽어야만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의지로 내린 선택이어야 합니다.”
“……네 말은 그럼. 지금까지 죽은 내 사람들 모두가…… 스스로의 의지로 죽었다는 거냐?”
조소를 머금고 묻자,
“모두가 그런지는 모릅니다.”
루카스는 진중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스스로의 의지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
“그리고 제가 기꺼이 목숨을 거는 이유는, 이곳 괴수전선에…… 그리고 주군께서 내거신 깃발에, 단순한 생존 이상의 의미가 깃들었기 때문입니다.”
루카스가 내게 한 걸음 다가왔다.
“이곳의 병사들이 용병 돈벌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숭고하고 존엄한 것을 위해 싸운다고 믿게 만든 분이 누굽니까? 바로 주군이십니다.”
한 걸음 더.
“이곳 괴수전선은 전 세계를 수호하는 곳이기에, 특정 국가가 아닌 모든 사람을 지키는 곳이 되어야 하기에, 황실로부터 독립노선을 선포하신 분도! 주군이십니다.”
다시, 한 걸음 더.
“사람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라고 저희에게 가르쳐 주신 분도…… 다름 아닌 주군이십니다.”
내 바로 앞에 선 루카스가 피 끓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우리는 성벽 뒤의 사람들을 위해서, 옆의 동료들을 위해서, 기꺼이 싸우고 다치고 죽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뒤엎으시겠다고요?”
“…….”
“그럼 그동안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싸워 온 겁니까? 그동안 죽은 동료들은, 부하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죽은 겁니까?”
내 입가가 뒤틀렸다.
“……무엇을 위해 죽었냐고?”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반대로 물으마, 루카스. ‘그 무엇’을 위해 죽어서, 그래서 뭐가 남았는데?”
“……!”
“대의가 무슨 상관이야? 기치가 무슨 상관이야? 명분이니 의지니, 이딴 뜬구름 잡는 소리가! 죽고 나서 대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나는 루카스의 멱살을 홱 움켜쥐고 고함을 내질렀다.
“소중한 사람이 죽어! 웃고 떠들던 동료들이! 나를 믿고 따르던 병사들이! 죽어! 죽는다고! 죽어 버렸단 말이다!”
내 깃발에 홀려 들어와서는, 죽어 버렸다.
세상을 지킨다는 미명(美名) 아래에, 그만큼이나 소중한 개인들의 목숨이 증발해 버렸다.
“더는 안 돼. 더는 내 사람들이 죽는 걸 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
“…….”
“필요하다면 사람을 선별하고! 차등하고!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소모하고! 나머지 새끼들 따위 모조리 미끼로 불태워서라도!”
루카스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나는 이를 갈았다.
“너희를 죽게 두지 않을 거다.”
“…….”
“너희는 죽게 두지 않아. 더 이상은, 절대로.”
루카스는 그런 나를 안타깝다는 듯이 보다가,
“주군.”
천천히, 그러나 마음을 굳힌 듯 힘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이 방식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지금 내게 항명하는 거냐?”
“아니요, 주군. 항명이 아닙니다.”
루카스는 흐릿하게 웃어 보였다.
“주군의 본의(本意)를 따르는 것뿐입니다.”
나는 루카스의 미소를 멍하니 보다가, 얼굴을 한껏 구겼다.
***
루카스는 그대로 투옥되었다.
이번 방어전 종료까지 가둬 두기로 했다. 내 작전을 방해할지도 모르니까, 라는 이유였다.
“이번 작전은 이미 확정이다. 사형수를 미끼로 사용하는 테스트를 반드시 치를 것이다.”
나머지 메인 파티원들을 불러 모아서, 이번 방어전 개요를 설명한 뒤.
“내 지시에 항명하면 루카스 옆에 나란히 갇히게 될 줄 알아라…… 질문 있나?”
메인 파티원들을 돌아보며 묻자, 에반젤린과 데미안, 그리고 쥬니어는 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에잇!”
에반젤린이 먼저 손을 홱 들더니, 말했다.
“저도 감옥에 가둬 주세요.”
“……뭐?”
“저는 선배님을 따르고, 선배님의 앞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을 수 있어요.”
자리에서 일어선 에반젤린은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그러니까 이 길은 따르지 못하겠어요. 이건 선배님의 길이 아니거든요.”
“…….”
“감옥에 가둬 주세요. 대신, 한 번만 더 이번 작전을 재고해 주세요. 선배님.”
기막혀하던 나는 쥬니어와 데미안 쪽을 보았다.
“너희도 같은 생각이냐?”
쥬니어와 데미안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
길게 한숨을 뱉은 나는 바깥의 경비병들에게 손짓했다.
“사령관 항명죄다. 셋 모두 중앙감옥에 가둬.”
세 명 모두의 손에 수갑이 차였다.
에반젤린은 내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더니, 가장 먼저 말없이 끌려갔다.
뒤이어 쥬니어는 내 앞에 오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전하…… 죄송해요.”
“뭐가? 명령을 따르지 않아서?”
“아니오.”
쥬니어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한 말투로 내뱉었다.
“이렇게까지 괴로워하실 동안, 짐을 덜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
나는 끌려가는 쥬니어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았다.
뒤이어 데미안이 내 앞으로 왔다.
“황자님.”
한참 말을 못 잇던 데미안은 내 가슴팍 앞 허공에 손을 올리더니,
“나아라, 나아라…….”
그런 소리를 하며, 손을 둥글게 흔들었다.
신성력이 맺힌 데미안의 손바닥이 빈 허공에 하얀 궤적을 남겼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내 몸에는 아무런 부상도 없어.
나는 어디 한 군데도 아프지 않단 말이다.
***
다음 방어전.
괴수들이 검은 호수 밖으로 솟아오르는 예정일. 아침.
영웅 놈들은 죄다 내 명령을 따르지 않고 저 모양이라, 별 수 없이 병사들만 이끌고 출병했다. 죄수 네 명을 쇠창살이 튼실하게 달린 수레에 싣고서.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전진기지에 도착했다.
아직 외벽 복구가 덜 끝나 처량한 전진기지에는 새로 건설된 게이트 하나만이 달랑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괴수들을 전멸시키는 것은 목적이 아니고.
오늘은 이 인간 미끼 겸 폭탄의 실전성 테스트가 목적이다.
네 명의 죄수들을 각각 쇠창살 수레에 실어 전진기지 앞 포인트에 배치하고, 유인력과 살상력을 테스트할 것이다.
스테이지 정보창을 보며 내가 말했다.
“놈들이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있군.”
괴수들의 출현 예정 시간은 정오 즈음이다. 지금은 이른 오전이니, 아직 시간이 있다.
“다들 휴식하며 식사라도 하도록.”
“예, 전하.”
내 지시에 병사들은 전진기지 곳곳에 주저앉아 편히 쉬기 시작했다. 크로스로드에서 가져온 간단한 식사가 배급되었다.
나도 빵 사이에 훈제 햄과 치즈 따위가 든 샌드위치를 천천히 씹었다. 햄도 치즈도 보존식이라 그런지 더럽게 짜다.
그때 병사 하나가 다가와 물었다.
“저어, 전하.”
“왜 그러나.”
“죄수들에게도 식사를 챙겨 줄까요?”
“…….”
“그, 아시지 않습니까. 사형수도 사형 집행 전에는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 주는 것이 관행입니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하여간 이놈의 세계는 쓸데없이 이런 인정이 있다.
내키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곧 죽을 놈들에게 마지막 밥 한 끼 제공하지 않을 만큼 빈곤하지도 않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죄수들을 관리하던 병사들이 창살 안으로 샌드위치를 밀어 넣는 모습이 보였다.
온몸에 폭탄과 뇌관을 줄줄 매단 채로, 네 명의 죄수는 초췌한 얼굴로 샌드위치를 받아 들었다.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던 것도 이미 끝났고, 삶을 포기한 네 명은 허탈하게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
“얘들아, 저기 봐. 꽃 폈다.”
죄수 중 하나가 턱짓했다. 다른 죄수들도 우르르 그쪽을 보았다.
전진기지 바로 옆에는 숲과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겨우내 황량하게 펼쳐져 있던 잿빛 식물들은 모두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었다.
아직 날씨가 쌀쌀한데.
그중 성급한 꽃봉오리 하나가 연분홍색 꽃잎을 틔워 내고 있었다.
“꽃 보면서 밥 먹으니까, 그때 생각나지 않냐?”
“언제? 황도 봄 축제 때?”
“그래. 너희 집 앞에 그, 목련하고 개나리 흐드러지게 핀 울타리 아래에, 돗자리 깔고…….”
“술 마시고 다 같이 잠든 바람에, 도둑이 우리 가방 털어갔던 그 날?”
“미친…… 야.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냐?”
“그때 진짜 재밌었는데.”
“재밌긴 개뿔이, 그때 내 가방에 첫 월급 들어 있었거든?”
낄낄거리며 웃던 죄수 중 하나가 꽃잎을 보며 중얼거렸다.
“봄이네.”
“그러게.”
“오늘 날씨 좋다…….”
곧 죽을 사람들의 그런 대화를 들으며, 나는 묵묵히 내 손의 샌드위치를 씹었다.
“…….”
짰다.
샌드위치가, 더럽게 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