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438
◈ 438. [Side Story] 갬블 클럽 (2)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해!”
응접실 바깥의 복도.
바이올렛이 동료들에게 속삭였다.
“황자라서 씀씀이가 크다고는 해도, 대뜸 저만한 거금을 거는 건 이상하잖아!”
“저 남자가 블러핑하는 습관을 봤잖아요. 저게 저 남자의 돈을 거는 스타일인 거겠죠.”
“하지만…… 어제 저 황자가 내 환술을 깨뜨린 건 진짜였어! 만약 이것도 함정이라면…….”
“바이올렛.”
붉은 망토의 소녀, 스칼렛이 고개를 저었다.
“상대는 황족이에요. 그것도 이런 남단 오지에 카지노를 지을 만큼 돈이 썩어 넘치는 인간. 그런 사람이…… 날파리 같은 우리 도박사들 좀 갖고 놀겠다고, 함정까지 파겠어요?”
“하지만…….”
“우리에게 지나치게 조건이 좋은 건 사실이에요. 그러면 그 조건을 이용해야지, 도망칠 생각만 해서야 되겠어요?”
우물쭈물하는 바이올렛에게 스칼렛이 옅은 한숨을 뱉었다.
“뭐 좋아요. 여기서 도망쳤다고 쳐요. 그 다음에는요?”
스칼렛이 다른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이 이상 가는 건수를 물 수 있을까요?”
“……!”
“우리는 마지막 한탕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렇게 모인 거잖아요.”
도박은 언제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100퍼센트 안전한 승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큰 리스크를 끌어안고, 과감하게 배팅해야 할 때가 있다.
스칼렛은 지금이 그때라 판단했고,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
어제 마주했던 애쉬의 눈빛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애쉬의 눈은 자신들에게 잡아먹히는 먹잇감의 눈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쪽을 잡아먹는, 상위포식자의 눈이었는데.
“우리가 일생 갈고닦은 기술을 믿어요.”
스칼렛은 작은 손가락을 부드럽게 접어 보였다.
“깔끔하게 이기고, 떠납시다.”
다른 도박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칼렛은 붉은 후드 아래로 흐릿하게 웃었다.
“갑시다. 호구 털어먹으러.”
***
승부의 룰은 간단.
나와 도박사 사이의 1대1 대결. 각자 100개의 칩을 가지고 포커를 치며, 상대의 칩을 먼저 소진시키면 승리. 이것을 5연전 반복한다.
장소와 카드는 게임 전에 마법적 조작이 없는지 검사를 받으며.
한 번이라도 도박사 측이 이기면 도박사들의 승리. 한 번도 지지 않으면 나의 승리.
얼핏 보기에는 말도 안 되게 도박사들- 갬블 클럽이 유리하다. 그러나.
‘사실 사기를 치는 건 나지.’
나는 여유롭기 그지없다.
그도 그럴 것이…… 얘네들이 어떤 수를 쓰는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상대의 손패를 보면서 포커를 치는 것과 다름없다.
‘사기꾼 놈들의 특징. 자기가 사기를 친다는 사실에 급급해서, 역으로 당한다는 생각을 잘 못 한다.’
그렇기에 사기꾼에 그치는 것이다.
그 이상 생각할 수 있다면, 이미 사기꾼이라 불리지 않는다. 회장님이나 전하 같은 소리 듣고 있겠지.
아무튼 그리하여 승부는 시작되었고- 첫째 라운드.
장소는 응접실. 상대는 R등급 영웅, 중년 남성, 라임.
이름처럼 라임색 눈을 가진 이 남자는 내게 공손히 허리를 숙여 보이더니, 내 앞에 앉았다.
그는 테이블에 놓인 카드 팩을 손에 들고 섞었다.
착! 착!
이윽고 셔플을 끝낸 그가 나에게 카드를 건네려는 그때-
텁!
나는 라임의 손목을 잡아챘다.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예, 예?”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이 새끼야?”
지구-한국에서 아주 유명한 영화 대사를 읊어주었지만, 라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당혹한 채 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전하. 저는 다만 카드를 섞어 건네려 했을 뿐인데…….”
“장난 친 걸 지금 인정하면 살려 주마. 셋 센다. 셋.”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카드도 전하께서 주신 것을 썼고, 이 장소도 전하의 저택이지 않습니까!”
“둘.”
“억울합니다, 전하! 제가 사기를 칠 여지가 어디에 있었다는-”
“하나.”
쿠당탕!
나는 거칠게 라임을 당겨 테이블 위에 메다꽂아버렸다.
“루카스! 쥬니어! 들어와!”
사방으로 비산하는 트럼프 카드 속에서 나는 거칠게 소리쳤다.
즉시 루카스와 함께, 이번 승부의 공증 계약 마법을 걸기 위해 불러둔 쥬니어가 들어왔다.
나는 쥬니어에게 지시했다.
“카드 살펴봐.”
트럼프 카드를 들어 살핀 쥬니어가 눈살을 찌푸렸다.
“……마법이 걸려 있네요. 아주 미약한 마력이지만, 감지됩니다.”
“마법 효과는?”
“투명화…… 아니, 이건 투시(透視)군요.”
이 세계는 마법문명.
자연스럽게, 도박으로 남들을 벗겨먹는 타짜들도 도박사로서의 기술에 더해- 마법과 스킬을 응용하게 되었다.
이 남자, 라임의 경우에는 투시 마법.
도박패에 손으로 마법을 묻히는 방식이다. 투시 마법이 걸린 카드패는 그의 눈에는 투명하게 보이는 것.
마법이 적발되자 라임은 덜덜 떨었다.
“어, 어떻게 안…….”
“황도에서 내가 너희 같은 날파리들 한두 마리 잡아 본 줄 아냐?”
보통은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카드패는 게임 전에 검사하는 게 보통이고, 중간에 의심받는다 해도 적발이 쉽지 않은 극미량의 마력으로 작동하는 마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쪽에는 너에 대한 정보가, 그리고 SSR등급 마법사가 있다고.
“쥬니어, 수고했어. 루카스? 이 자식 끌고 가.”
“존명.”
고개를 푹 숙인 라임이 루카스에게 질질 끌려 사라졌다.
에이더에게 새 카드팩을 받으며 나는 히죽, 입가를 틀어올려 웃었다.
“좋아, 다음!”
***
둘째 라운드.
장소는 식당. 상대는 R등급 영웅, 중년 여성, 오렌지.
탁-.
오렌지는 제 이름처럼, 건조시킨 오렌지로 담근 오렌지 차를 내게 건넸다.
“제가 직접 담근 오렌지 차입니다, 전하. 독 검사는 이미 받았는데, 어떻게, 맛이라도 보시겠습니까?”
“감사히 마시지. 안 그래도 목이 말랐거든.”
나는 찻잔을 받아서, 마시지는 않고 향만 맡은 뒤 옆에 놓았다. 그런 나를 보며 오렌지가 사람 좋게 호호 웃었다.
이 오렌지 차가 바로 그녀의 능력이 발동하는 첫 단계.
마시지 않고, 퍼져 나가는 향만 맡아도 그녀의 능력은 발동 준비를 마친다.
독심술사, 오렌지.
특수 가공한 마법 차로, 그녀의 오렌지 차향을 맡은 이는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그녀에게 읽히게 된다.
차를 마실 경우 완전히 선명하게 읽히지만, 향만 맡으면 흐릿하게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식.
아무튼 그 상태로 포커가 시작되었고- 몇 판 지나지 않아서.
“레이즈. 50개.”
나는 내가 가진 칩 중 절반을 걸었다.
오렌지는 나를 흘긋 보았다. 그녀는 내 머릿속에 떠오른 패의 이미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같은 숫자의 두 장- 원 페어.
나는 고작 원 페어로 판돈의 절반을 거는 블러핑을 건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패를 살폈다. 그녀에게는 같은 숫자가 두 장씩 두 세트- 투 페어.
그녀의 패가 명백한 우위에 있다. 오렌지는 망설이지 않았다.
촤르륵!
오렌지는 자신의 칩을 모조리 앞으로 내밀었다.
“저는 올인하겠습니다, 전하.”
직후, 그녀가 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어떻게, 여기서 폴드(Fold)…… 물러나시겠어요?”
명백히 도발하는 말투.
호전적인 스타일로 포커를 치는 나라면, 이런 도발에 물러날 리 없음을 잘 안다는 듯.
“그럴 수야 있나, 올인!”
당연히 나는 따라붙었고, 우리는 패를 공개했다.
그녀는 투 페어. 그리고 나는…….
“……?!”
연달아 이어지는 숫자 다섯.
스트레이트였다.
내 패가 훨씬 강하다. 나는 카드를 바닥에 놓으며 씩 웃었다.
“내가 이겼군.”
“어, 어라……?”
당혹한 오렌지가 말을 더듬는데, 내가 대신 그녀의 생각을 말해 주었다.
“분명히 원페어였는데, 왜 스트레이트로 변했냐…… 이거지?”
“?!”
“간단해, 미스 오렌지. 네가 독심술을 쓰는 걸 미리 알고 있었거든.”
나는 검지손가락으로 내 관자놀이를 톡톡 쳤다.
“그러니까 카드를 받은 뒤, 일부러 다른 패를 받았다고 ‘상상했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네가 읽은 건 내 시야가 아니라, 내가 머릿속에 띄운 이미지잖아. 네가 내 머릿속을 읽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으면, 당연히 대처가 가능하다고.”
독심술의 함정이다.
너는 내 마음을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일부러 역정보를 흘려서 네가 오독(誤讀)하도록 했다. 아주 쉬운 한판 엎어치기다.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다음 상대를 찾아 나가는데, 오렌지가 힘겹게 외쳤다.
“그럼, 제 패는 어떻게 알고 승부를 거신 거죠……?!”
“그것까지 대답해 줄 이유는 없지. 그럼.”
나는 손을 휘저으며 식당을 나섰다.
……어떻게 알았느냐니. 그야.
그냥 네 뒤에 작은 거울이 설치되어 있었어.
‘여기 내 집이잖아. 미리 작업 좀 쳐놨지.’
뭣하러 힘들게 마법 써서 마음 훔쳐보고 또 그것 때문에 속고 그러냐. 좀 더 원시적인 수법을 써봐. 세상이 쉽게 풀릴 텐데.
***
세번째 라운드.
장소는 안뜰. 상대는 SR등급 영웅, 소년, 코발트.
코발트는 어디에서나 볼 법한 평범한 외양의 소년이었지만, 손톱의 색깔이 특이했다.
이름과 같은 코발트색으로 손톱을 물들여 있었다.
“손톱색이 예쁘구나.”
“칭찬 감사합니다.”
멋쩍게 대답한 코발트는 작은 손으로 열심히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뜰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조금 떨어진 울타리 밖에는 시민들이 좀 보였다.
울타리 바깥을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
“……평화롭군.”
중얼거리는 나에게 코발트가 조심스럽게 카드패를 건넸다. 그것을 받으며 내가 물었다.
“너 몇 살이니?”
“네?”
“나이 말이야. 지금 몇 살?”
“아…… 열두 살이에요.”
수줍게 웃어 보이는 코발트에게 나도 마주 웃어 주었다.
“바깥의 저런 아이들처럼 한창 뛰어 놀 나이인데, 이런 곳에서 카드놀음이나 하고 있다니. 마음이 좀 안 좋구나.”
“헤헤. 괜찮아요. 저는 카드 치는 게 제일 재밌거든요.”
“아니야. 그러지 말고, 잠깐 게임 멈추고, 저 아이들 여기로 불러서 같이 좀 놀자.”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울타리 주위에서 놀던 아이들이 까르르 소리를 내면서 도시 저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 가 버린다…….”
코발트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지만, 나는 살벌하게 웃었다.
“영주님 말씀 안 들려? 가면 안 되지, 이 새끼들아.”
그리고 나는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들고,
“여기서 놀라고 했잖아, 내가-!”
마법의 칼날을 쏘아 냈다.
푹! 푸욱-!
날아간 마법 칼날이 단숨에 어린아이들의 등과 뒷목에 적중했다.
쿠당탕!
아이들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처박혔다.
나는 태연하게 다시 지팡이를 품에 넣었고, 코발트는 사색이 되어 이 풍경을 지켜보았다.
지익- 지익-
잠시 뒤, 루카스가 그 쓰러진 아이들을 끌고 안뜰로 들어왔다.
……사람이 아니었다.
인형이었다.
“나는 이 도시에서 이런 아이들을 본 적이 없거든. 인형술사 코발트.”
바깥의 아이들은 모두 코발트가 조작하는 인형이었던 것이다.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인형을 내려다보는 코발트의 귀에 대고 내가 으르렁댔다.
“이 조그마한 도시에서, 주위에 사는 시민들 얼굴 정도야 다 꿰고 있어.”
“으, 큭…….”
“영주 얕보지 마라, 이 꼬맹아!”
코발트는 손끝에서 뿜어낸 마력의 실로 인형들을 조작하는 SR등급 인형술사다.
인형들은 대미지를 1만 받아도 정체가 드러나지만, 반대로 말해 대미지만 받지 않는다면 평범한 사람처럼 움직인다.
혼자서 도박장 털어먹기에 최적화된 기술로, 테이블에 앉은 인형들을 모조리 컨트롤하면서, 호구 한 명 잡아다가 벗겨먹는 데에 특화되어 있었다.
다만 이번처럼 1대1 상황에서는 활용하기 난감한 구석이 있어서, 주위에 배치해두고 내 패라도 읽게 하려는 모양이었지만…….
상대가 안 좋았어.
“이 좋은 기술을 도박에 낭비하고 있니, 꼬마야.”
나는 코발트의 이마에 손가락을 튕겨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로 청산하자.”
울상이 된 코발트가 루카스의 팔에 잡혀 끌려갔다. 나는 콧방귀를 뀌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다음, 네번째 라운드.
장소는 손님방. 그리고 상대는.
“…….”
방 안에서 다소곳한 자세로 나를 기다리는 소녀에게 다가가며, 나는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미스 스칼렛.”
그러자, 빨간 망토를 쓴 소녀가 나와 시선을 마주하며- 흐릿하게 웃었다.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앞의 동료들이 모조리 꺾였다는 것을 뜻함을 알 텐데도. 여유롭기 그지없는 자세였다.
N등급 영웅, 스칼렛.
‘……이 아이가 최고 난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아이는 마법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그냥 손솜씨가 미친, 정통파 타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