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70
◈ 070. [Side Story] 전쟁 준비 (3)
SSR등급 보상상자에서 나온 완제 아이템.
그것은…… 짤막한 지팡이였다.
일반적인 마법용 지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쓰는 듯 짧고 작은 지팡이.
‘이거, 설마?’
나는 조심스럽게 그 지팡이를 손에 쥐고, 능력치를 살폈다.
[마에스트로(SSR) Lv.35]– 분류 : 지팡이
– 공격력 : 35-50
– 내구도 : 10/10
– 마력의 칼날을 허공에 생성해 조종합니다. 칼날의 공격력은 지팡이와 같습니다. 칼날의 숫자는 소모한 MP의 양에 따라 늘어납니다.
– 이 지팡이로 직접 공격할 시, 대상 현재 HP의 1퍼센트 고정 대미지를 입히고, 랜덤한 버프를 겁니다.
《“어서 연주해라!” – 어느 잔인한 지휘자》
“진짜 ‘마에스트로’잖아……!”
지팡이를 손 안에서 빙글 돌리면서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SSR등급 고유무기들은 온갖 독특한 능력치와 성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희한한 성능을 자랑하는 지팡이다.
기본 성능은 마력 칼날 생성. 허공에 여러 개의 마력 칼날을 생성해 마음대로 투척하게 해 준다.
또 여기에 설명되지 않은 기능이 있는데, 생성되는 마력 칼날의 속성은 캐릭터마다 다르다.
만약 릴리가 이 지팡이를 쓴다면 불꽃의 칼날이 나오고, 쥬피터가 쓴다면 벼락의 칼날이 나올 것이다.
나는 마법 속성이 없으니까 그냥 무속성 칼날이 나올 거고.
아무튼 MP량이 허락하는 한, 강력한 중거리 공격이 가능한 좋은 지팡이다.
마법사가 아닌 나도 유사 마법사처럼 싸울 수 있겠지.
‘하지만 이 무기의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공격을 통한 버프.’
지팡이로 직접 때리면 고정 대미지를 먹이는 대신 꽤 고성능의 버프를 건다.
인게임에서는 이거 장비한 캐릭터의 턴이 남을 때마다 아군을 줘패게 했다.
현재 HP의 1퍼센트는 확실히 따끔하긴 하지만, 돌아오는 버프가 더 크니까.
‘……잠깐, 그럼 이제 이걸로 파티원들을 때려야 하는 거야?’
순간 머릿속에 상상이 지나갔다.
내가 손에 들린 작은 지팡이로 파티원들을 하나씩 퍽퍽 때리는 장면이…….
‘게임에서는 아군을 때려도 별일 없었지만. 여기는 엄연히 현실이잖아.’
다짜고짜 지팡이로 애들 때렸다간 무조건 말이 나올 거다. 기껏 쌓은 인간적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고.
‘어떻게 해야 애들을 납득시키면서 지팡이로 때릴 수 있을까……?’
나는 손에 들린 짧은 지팡이를 내려다보며 으으음- 하고 고민에 잠겼다.
‘잘못했으니 종아리 걷어? 손바닥 대? 엎드려뻗쳐? ……아니, 되겠냐고!’
체벌 같은 문화는 학을 떼는 관계로, 벌 대신 두들길 수도 없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 지팡이로 때리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런 괴랄한 고민을 하는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
다음날. 아침.
[STAGE 4]– 시작까지 : 10일
다음 스테이지 시작까지는 열흘여가 남은 상황.
시내로 나온 나는 우선 석공 조합장과 목공 조합장을 찾았다.
“아, 영주님!”
“오셨습니까, 영주님.”
합동 공방에서 함께 뭔가를 만들던 두 아저씨가 내게 공손히 허리를 숙여 보였다.
나는 둘에게 다가가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꺼냈다.
“전진기지 복구를 시작하려 한다.”
“……!”
“전진기지를…… 말씀입니까.”
두 조합장의 얼굴에 긴장이 스쳤다.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진기지.
남쪽 검은 호수의 바로 앞에 지어진 목책 요새다. 튜토리얼 스테이지에서 검은 거미들과 싸웠던 바로 그 장소.
튜토리얼 스테이지 당시 입은 손상이 너무 커서 현재는 방치된 상태다.
하지만 슬슬 복구 작업을 시작할 때였다.
“전진기지의 중요성은 굳이 내가 여러분에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
두 조합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괴물들이 기어 나오는 호수 바로 앞에 지어진 방어선.
이 전진기지를 제대로 운용할 수만 있다면, 크로스로드 본성까지 쳐들어오는 괴물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몬스터 놈들의 양동작전 같은 일도 틀어막을 수 있을 테고.
다만 역시 문제라면 유지 난이도겠지.
적진의 코앞에서 적의 제1파를 고스란히 받아 내야 한다. 함락되기라도 했다간 상주 병력은 다 죽을 테고.
“괴수들의 침공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진기지 운용은 물론이고, 복구 작업부터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나는 긴장한 얼굴의 두 조합장에게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괴수전선 방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예…….”
“알고 있습니다.”
“전진기지까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방어전 사이에만 작업을 해야 할 테니 꽤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복구를 시작하지.”
나는 공방 옆 창고에 쌓인 목재와 석재를 손으로 가리켰다.
“우선은 자재를 구하고 옮겨야 한다. 자재와 인력에 필요한 비용은 당연히 내가 제공할 것이다. 여러분은 복구 작업에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내게 결재를 올리도록.”
“예, 전하!”
“믿고 맡겨 주십시오.”
“모든 인류를 위한 일이다. 모쪼록 잘 부탁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복구 작업의 계약금 지불까지 마쳤다.
일단 윤활유가 들어가야 기계든 사람이든 뻣뻣하던 몸이 풀리고 잘 움직이기 마련이니까.
***
다음으로 나는 대장간에 들렀다.
대장간은 아침부터 후끈후끈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내가 들어서자 대장장이 조합장이 후다닥 뛰쳐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전하! 주조 중인 마총을 보러 오셨습니까?”
“아니, 그건 천천히 해도 괜찮아.”
애초에 블랙 퀸도 며칠 전에 완성되었다. 나머지 세 자루를 벌써 받을 생각은 없었다.
“오늘은 장비 분해 때문에 왔다.”
나는 내 뒤에 선 루카스에게 손짓했다. 루카스는 작업대 위에 장비들을 우르르 올렸다.
그동안 파손된 장비 모음이었다.
내가 실수……로 부순 에반젤린의 SSR등급 기병창과 방패.
그리고 지난 전투에서 망가진, 역시 에반젤린의 SSR등급 기병창과 방패.
합쳐서 SSR등급 장비가 넷이나 망가졌다.
사람이 죽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 정도 고급 아이템을 넷이나 깨먹었으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특히 이중 둘은 내 실수로 깨먹었다 보니 더 빡친다!
“이 장비들에서 마력핵을 추출해 낼 수 있겠나?”
장비 분해는 아이템을 녹여서 재료템을 회수하는 일이다.
온전한 장비라면 50퍼센트 정도의 확률로 해당 등급의 마력핵을 회수할 수 있다. 문제는 망가진 장비다.
파손 정도에 따라서 마력핵 회수 확률이 뚝뚝 떨어진다.
운 좋으면 마력핵을 온전히 건질 수 있지만, 보통은 장비 만드는 데 들어간 다른 재료 쪼가리가 나온다.
‘쓰알핵 돌려줘요, 쓰알핵! 제발!’
속으로는 울며불며 빌고 있었지만 나는 겉으로는 영주님답게 근엄하게 서 있었다.
대장장이 조합장은 사뭇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하.”
“결과를 기다리고 있겠다.”
망가진 장비들이 커다란 화로 안에 들어가는 장면까지 본 뒤에 나는 대장간을 나섰다.
장비를 다 녹이고 재료를 회수하려면 하루나 이틀은 걸릴 거다.
‘마력핵 하나라도 건지면 좋겠네…….’
기도하며 대장간 입구에 선 마차에 몸을 실었다.
마지막으로 들릴 공방은 연금술사 공방이었다.
***
“저희는 저번에 맡기신 골렘의 장갑 파편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연금술사 공방.
나를 안쪽으로 안내한 조합장이 공방 안쪽을 가리켰다.
지난 자유탐사에서 조금 회수해 왔고, 이번 스테이지에서 또 대량으로 획득한 골렘 장갑 파편을 연금술사들이 분석 중이었다.
“수백 년 전의 마법문명 기술이 깃들어 있습니다. 분석이 끝나면 갑옷과 성벽의 내구도를 올리는 데에 도움이 될 겁니다.”
이런 식으로, 특정 몬스터 군단의 경우 연구를 통해 우리 쪽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골렘 장갑 파편의 경우 전반적인 방어구의 티어(Tier)를 올려 준다. 도움이 되겠지.
“오늘 찾아온 것은 수성 아티팩트 때문이기도 하다.”
조합장과 릴리를 번갈아 보며 나는 지시했다.
“대공(對空) 아티팩트를 확충해야 한다. 재고가 있나?”
“대공이라 하심은…… 공중의 적을 요격하기 위함입니까?”
“그렇다.”
에서 몬스터 군단의 출현에는 여러 법칙이 있다.
그중 하나는 5스테이지 단위 안에서 한 번은 비행 몬스터가 나온다는 것이다.
예컨대 1~5 스테이지 중에서 최소 한 번, 6~10 스테이지 중에서 최소 한 번. 이런 식으로.
‘스테이지4나 5, 둘 중 한 번은 비행 몬스터를 상대해야 한다.’
만약 스테이지4에서 나온다면 지금부터 준비하면 되고.
만약 스테이지5에서 나온다면, 여기서부터는 이야기가 살짝 복잡해진다.
5의 배수 스테이지는 일종의 보스 스테이지로, 몬스터 군단의 수와 질이 월등하다.
이때 비행 몬스터가 나온다면 어차피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대공 아티팩트를 확충해 두려는 것이다.
“수리 가능 아티팩트 중에서 대공 능력이 있는 아티팩트들은 모조리 리스트를 추려 내도록.”
“알겠습니다, 전하!”
조합장과 릴리가 바쁘게 창고로 달려갔다.
둘이 창고를 열심히 뒤지는 동안, 나는 생각에 잠겼다.
‘비행 몬스터를 상대로 치르는 방어전은 기존의 방어전과는 양상이 꽤 다르다.’
육상의 장애물이나 바리케이드는 전혀 의미가 없어지고, 성벽의 높이도 힘을 잃는다.
심지어 원거리 요격도 원활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괴물들은 공중으로 빠르게 접근해 와서 육탄전을 걸어온다.
다시 말해서 반드시 백병전이 발생한다는 것.
‘원거리 화력투사 위주로 적의 수를 줄이는 기존 전술은 의미가 없다. 튼튼하고 안정적인 백병전 라인을 구축해야 해.’
백병전 라인을 생각하다가 머리가 아파 와서 이마를 짚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인원이 부족하다, 인원이!
‘괜찮은 서브 파티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도……!’
추가로 영입한 캐릭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들 N등급인 데다가 특출한 특성도 없고 레벨도 낮다.
육성해 두면 요긴하게 쓸 수야 있겠지만, 메인 파티만큼의 무게가 결코 없다.
‘쓸 만한 애들이 왜 이렇게 없냐고!’
메인 파티는 SSR등급 전위만 둘에 SR등급 광역 마법사, 그리고 치트 저격수라는 호화로운 구성이건만.
서브 파티부터는 인재 풀이 바짝 말라붙었다. 이제 곧 스테이지4인데도 이러니 속도 바짝 탔다.
‘빨리 괜찮은 애들을 낚아 와야 하는데…….’
그때 릴리와 연금술사 조합장이 내게 돌아왔다.
“수리 가능한 대공 아티팩트 목록입니다!”
“보자.”
나는 리스트를 받아서 쭉 살폈다.
“흠, 좋아. 이거하고 요거하고 마지막 이거…… 세 개. 최우선 수리해서 성벽 위에 배치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바로 수리를 하러 이만!”
내가 지시하자마자 릴리는 리스트를 받아들고 부리나케 공방 안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야, 그렇게 안 해도 이제 위험한 데 안 데려갈 테니까 안심해…….
연금술사 조합장의 깍듯한 인사를 받으며 나는 연금술 공방을 나섰다.
“후.”
목깃을 풀며 숨을 들이쉬는 내 옆에서 루카스가 빙그레 웃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군.”
“뭘. 한 바퀴 돌면서 지시만 내린 건데.”
나는 루카스가 건넨 물병을 들어 삼켰다. 루카스는 마차를 향해 손을 뻗었다.
“용무는 끝나셨습니까?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시죠. 아직 안정을 더 취하셔야 합니다.”
“누가 보면 죽을병이라도 걸린 줄 알겠다, 야.”
엄살은 내가 부려야 하는데 왜 네가 대신 부려 주냐.
나는 물병을 도로 루카스에게 건네고 도시 안쪽으로 턱짓했다.
“한 군데 더 가야 해.”
“네? 공방 시설은 다 돌지 않았습니까?”
“공방 쪽은 다 봤지. 그런데 공방 말고 볼일 있는 곳이 있거든.”
나는 씩 웃어 보였다.
“도시에 새로운 시설을 지을 거야. 오늘은 그곳에 쓸 사람도 만나고, 적당한 터도 알아 볼 거다.”
“어떤 시설입니까? 새로운 수성 설비입니까? 그도 아니면, 주군만의 기사단을 창설하시기 위한 기사 양성소라도?”
“아니. 수성 관련 시설은 아니야.”
시스템 창을 열어 도시 전체 맵을 띄운 뒤, 적당한 장소를 눈으로 찾으며 나는 말했다.
“카지노를 지을 거야.”
“……예?”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루카스는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나는 한 번 더 말해 주었다.
“카지노를 지을 거라고, 카지노. 귀족과 부호들이 합법적으로 돈놀음하는 그곳 말이야.”
“…….”
“정확히는 카지노가 딸린 호텔을 올릴 생각이야. 어디가 좋으려나…….”
그런 나를 뜨악한 얼굴로 바라보던 루카스는 이윽고 따뜻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뭐야, 불안하게 왜 그래?
“역시 주군께서는 주군이십니다.”
“응? 왜?”
“국고 축내는 망나니 기질을 못 버리시고, 도박과 노름의 맛을 잊지 못해 이 벽촌 오지에 직접 카지노를 지을 생각을 하시다니…… 불초 루카스, 주군의 일관됨에 감탄할 뿐입니다.”
“때려 버린다, 인마!”
나는 이번에 새로 얻은 마법 지팡이로 루카스를 한 대 때리려다 참았다. 따끔하게 버프 걸어 줄까 보다, 이놈!
“그게 아니야, 루카스! 똑바로 들어! 내가 처놀려고 그러는 게 아니고!”
나는 검지를 치켜들고, 진지하게 외쳤다.
“다른 영웅 캐릭터들을 그걸로 유인하려고 그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