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73
◈ 073. [자유탐사] 외성 북쪽 (2)
쥬피터는 혼자서 황금 가고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나머지 파티원 전원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서 굳어 있다.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이, 쥬피터! 뭐해! 이봐!”
“…….”
“쥬피터! 당장 돌아와, 쥬피터!”
그때였다.
“……황금.”
입에서 침을 콸콸 쏟으며 쥬피터가 소리쳤다.
“황금이다아아아아!”
……뭐라고?
나는 떨떠름하게 가고일을 바라보았다.
번쩍번쩍.
황금 가고일이 눈부신 금빛을 사방으로 뿌려 대고 있다.
“……아니, 잠깐만.”
설마 저걸 보고 황금광 특성이 터졌다고?!
“미쳤어요, 할머니-?!”
하지만 내 외침과는 상관없이, 이미 쥬피터는 보스 가고일의 코앞으로 달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 쥬피터를 향해 황금 가고일이 천천히 손에 들린 무기를 치켜 올렸다.
겁나게 커다란 메이스다…….
“미치겠네, 진짜!”
머리를 쥐어뜯은 나는 다급히 루카스와 에반젤린에게 명령했다.
“달려, 얘들아! 여기서 저 할머니 죽으면 안 돼!”
“알겠습니다, 주군!”
“마법사 할머니! 정신 차리세요!”
두 기사가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나는 데미안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도 편하게 가기는 글렀다, 데미안! 마총 꺼내!”
내가 말하기도 전에 데미안은 이미 블랙 퀸을 꺼내들고 조준 중이었다.
이미 쥬피터는 가고일의 바로 앞.
《20년 전에도 백부장, 10년 전에도 백부장…….》
황금 가고일의 얼굴에서 웅웅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평생 백부장 노릇이나 하라는 건가?》
부웅-!
직후 황금 가고일의 손에 들려 있던 메이스가 아래로 떨어졌다.
루카스와 에반젤린은 아직 거리가 있는 상황.
데미안이 가고일을 직접 공격할 수도 있겠지만,
‘저격으로 원킬을 내도, 잘못하면 쥬피터가 죽는다!’
블랙 퀸이 무지막지하게 강한 죽창인 건 맞지만, 튼튼한 가고일 보스를 한 방에 죽이는 것도 무리거니와.
설령 죽인다 쳐도, 이미 쥬피터 머리 위로 떨어지는 메이스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혀를 찼다. 어쩔 수 없다!
“데미안, 놈의 무기를 쏴!”
“넵!”
데미안은 즉시 조준을 수정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투쾅-!
무식한 격발음과 함께 총구가 불을 뿜었다. 데미안은 반동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나동그라졌다.
까강!
날아든 마탄이 메이스의 옆면을 후려쳤다.
하지만 메이스는 미세하게 궤도가 뒤틀렸을 뿐, 여전히 쥬피터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다.
투쾅! 투쾅-!
그때 뒤로 쓰러진 상태에서도 데미안이 연속해서 마총을 사격했다.
깡! 까앙-!
두 발 더 맞자 마침내 궤도가 엇나간 메이스가 쥬피터의 바로 옆으로 내리꽂혔다.
쿠과과광!
거대한 메이스가 바닥을 내려찍자, 먼지와 함께 폭음이 일었다.
“우와아아악?!”
쥬피터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체통 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튕겼다. 아이고, 할머니…….
“아이고고, 내가 여기서 뭘 하는……?”
“쥬피터 경! 후퇴를!”
정신을 못 차리는 쥬피터를 루카스가 부축해서 도로 달려왔다.
에반젤린은 최전선에서 방패를 들어 올리고 고함을 꽥 질렀다.
“야, 반짝반짝 황금똥파리! 나를 봐!”
방패기사들의 공용 패시브 스킬, [전장의 포효]다.
효과는 광역 적군 도발에 아군 버프!
도망치는 쥬피터를 향해 2격을 꽂아 넣으려던 황금 가고일의 눈이 옆으로 홱 돌아갔다.
거대한 메이스가 에반젤린의 머리 위로 순식간에 내리꽂혔다.
콰아앙-!
공격을 받아 낸 에반젤린의 방패가 눈부시게 백열했다.
“꾸에엑!”
괴상한 소리를 내긴 했지만 기어코 에반젤린은 버텨 냈다. 잘한다!
그때 내 앞으로 쥬피터가 돌아왔다. 나는 이 망할 마법사를 보며 이를 갈았다.
“쥬피터어어……!”
“며, 면목 없습니다, 전하…….”
“정신 안 차릴 거야, 진짜?! 명색이 최고참이면서 뭐 하는 짓이야!”
항상 뻔뻔하던 쥬피터였지만, 이번에는 정말 미안했는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 늙은 것의 실책으로 모두를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알고는 있으니 다행이구나, 인마!”
저놈의 황금광 특성, 어떻게 해결책을 찾아야 할 텐데!
‘게임에서는 상자에서만 터졌는데, 현실에서는 어처구니없는 곳에도 발동되네.’
나는 반짝거리는 황금 가고일을 눈으로 훑었다.
이런 류의 보석 몬스터는 앞으로도 종종 나올 텐데, 그때마다 이 난리를 칠 거야?
“전위에 합류하겠습니다!”
루카스는 쥬피터를 내 옆으로 부축해 온 뒤, 부리나케 황금 가고일을 향해 다시 달려갔다.
슬슬 힘에 부쳐하는 에반젤린을 도우려는 것이겠지.
쥬피터는 급히 앞으로 손을 뻗었다.
“당장 저놈을 해치우겠…… 윽!”
쥬피터의 손끝에 모이려던 전류가 이윽고 힘없이 사라졌다.
쥬피터는 반복해서 마력을 모으려고 했지만, 조금 전 부상의 여파인지 제대로 되질 않았다.
계속해서 시도하는 쥬피터에게 나는 손사래 쳤다.
“됐어, 무리하지 말고 회복부터 해.”
“큭, 오늘 체면 많이 구기는군요…….”
“언제부터 우리 앞에서 체면 같은 거 따졌다고.”
나는 주위를 살폈다.
루카스와 에반젤린은 황금 가고일의 공격을 돌아가며 받아 내고 있다.
애초에 물리 방어력이 높은 보스라 이 둘에게 공격까지 바라는 건 무리다.
쥬피터는 맛이 가서 골골대고 있고.
데미안은…… 안색이 퀭하다.
덜 회복된 천리안으로 3연사를 한 데다가, 블랙 퀸의 막대한 반동을 어거지로 받아 냈다. 죽을 맛이겠지.
“제가…… 마무리할게요! 쿨럭!”
그래도 다시 자세를 추스르고 마총을 조준하려는 데미안에게 나는 손을 내저었다.
“됐어, 물러나 있어.”
“네? 하지만 그러면…….”
“황자님께서 신제품 테스트 하셔야 하니까. 좀 기다려 봐.”
데미안을 뒤로 물린 나는 품에서 짧은 마법 지팡이를 꺼냈다.
SSR등급 지팡이, 마에스트로.
이번에 뽑은 요 녀석을 실전 테스트하기에 괜찮은 기회다.
“마에스트로, 개연(開演).”
시동어(始動語)를 내뱉자, 지팡이가 내 몸에서 마력을 빨아들이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뒤이어 내가 치켜든 지팡이의 앞에 연푸른 마력 입자가 모여들더니, 세 자루의 마력 칼날이 생성되었다.
얇고 뾰족한 세검 형태. 푸르고 투명한, 유리로 세공한 듯한 마력 칼날이다.
‘MP 절반은 쓴 거 같은데 세 자루밖에 안 나오다니…….’
몸에서 마력이 빠져나가자 뻐근한 감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마력을 소모해 본 건 이 세계 와서 처음 같은데?
“어디 보자…… 이렇게 쓰는 건가?”
나는 마력 칼날이 움직이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이미지하며 지팡이를 가볍게 앞으로 휘둘렀다.
휙! 휘리릭!
마력으로 이뤄진 세검들이 춤을 추듯 날아들었다.
“오호.”
몇 번 움직여 보자 직감적으로 움직이는 원리를 알아챌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머릿속으로 집중하면 마력의 칼날을 컨트롤할 수 있다.
손의 지팡이를 그쪽으로 함께 움직여 주면 정확도가 더 상승하고.
그런 내 모습을 쥬피터와 데미안이 눈이 동그래진 채 쳐다보고 있었다.
“전하께서는…… 항상 뵐 때마다 새로운 신기한 수단을 가져오시는군요.”
“내가 좀 화수분 같은 남자긴 해.”
나는 씩 웃어 보였다.
“잘 보여 두는 게 좋겠지?”
데미안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귀엽긴.
나는 앞으로 지팡이를 홱 내밀었다. 훈련은 이쯤하면 됐고, 실제 위력을 검증할 시간이다.
쐐애액!
세 자루 마력의 칼날이 앞으로 쏘아졌다.
빙글빙글 회전하며 투척된 마력의 칼날 세 자루는 그대로 황금 가고일에게 쇄도해서,
투학-!
가고일의 왼쪽 어깨에 적중.
왼팔에 차여 있던 황금 갑옷의 연결 고리를 파괴했고, 왼팔의 갑옷은 그대로 조각나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괜찮은데?”
나는 지팡이를 빙글 돌려 마력의 칼날을 회수했다.
재빠르게 돌아온 마력의 칼날들은 내 등 뒤에 나란히 정렬했다.
“휘유!”
나도 모르게 휘파람이 나왔다.
아직 숙련되지 않아서 컨트롤은 투박하지만, 위력은 확실하다.
‘적어도 럭키 스트라이크보다는 안정적으로 딜링이 가능하겠어.’
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손에 들린 마법봉을 재빠르게 휘저었다.
그 움직임에 따라 마법 칼날들이 휘몰아친다.
투학! 투학! 투학-!
마력의 세검들이 연속해서 허공을 갈랐고, 황금 가고일의 몸 곳곳에 생채기를 냈다.
마법 저항력이 낮은 가고일이다 보니 마력 칼날이 스칠 때마다 속절없이 황금 갑옷이 파괴되었다.
갑옷이 벗겨지자 비교적 내구도가 낮은 몸체가 드러났고, 루카스의 검과 에반젤린의 창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내성에 근무했으면 진작 승진했을 텐데. 줄 한 번 잘못 탔다가 평생 외성에서 이렇게 썩네…….》
황금 가고일은 또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혼자 중얼거리고 있다.
이 동네 보스 몬스터들은 왜 다 혼자 주절주절하는 거야? 뒷 설정 풀 거면 좀 알아듣게 설명이라도 해 주든가!
파칵-!
마력의 칼날이 황금 가고일의 갑옷을 다섯 번째로 타격했고, 흉갑 이음매가 터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내 마력의 칼날 세 자루도 산산이 흩어졌다.
‘다섯 번인가. 내구도가 높지는 않네.’
나는 한 번 더 마력 칼날을 소환하려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츠칵! 츠카악-!
황금 갑옷은 이미 대부분 파괴되어 있었고, 그 틈으로 루카스와 에반젤린의 공격이 연속해서 작렬했다.
루카스의 [의지의 일격]과 에반젤린의 [대미지 페이백]이 섬광을 발하며 펼쳐졌고, 황금 가고일의 온몸이 갈가리 찢겨 나갔다.
《나도 승진해서, 저 동상처럼 멋진 갑옷 한 번 입어 봤으면…….》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마지막까지 메이스를 휘두르던 황금 가고일의 움직임이 갑자기 멎었다.
《뭐야, 이거.》
그리고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빗물이, 왜, 검은 색이, 지……?》
그런 소리를 지껄였다.
번쩍-!
루카스의 강맹한 일섬이 그런 가고일의 목을 깨끗하게 베어 냈다.
목을 잃은 가고일의 몸은 앞뒤로 휘청거리다가, 옆으로 꼴사납게 무너졌다.
쿵! 쿠구구궁…….
무거운 가고일의 몸이 바닥에 쓰러지며 사방에 자욱한 먼지를 날렸다.
조심스럽게 그런 가고일의 앞에서 마지막까지 상태를 살피던 루카스가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치웠습니다!”
“후아…….”
나는 안도의 한숨을 쭉 뱉었다.
그리고 옆에서 차렷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쥬피터에게 손짓했다.
“쥬피터, 돌아가면 시말서 써라.”
“예에…….”
“그리고 네 연봉에서 주급 일주일치만큼 반환해. 도시발전기금으로 넣어.”
“에에엑! 전하, 그건 너무…….”
무어라 말하려는 쥬피터에게 내가 눈을 부라리자, 쥬피터는 즉시 고개를 깔았다.
“너무도 지당하신 처사입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나는 쥬피터를 크게 힐난할 생각은 없었다. 실수야 누구든 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앞으로 실수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처벌해야 한다.
일군(一軍)의 수장으로서 상벌은 엄정해야 한다. 설령 그 대상이 귀하디귀한 마법사라고 해도.
“……쥬피터. 왜 네가 반짝이는 물건만 보면 미쳐 버리는지 나는 모르지만.”
나는 쥬피터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너는 돈에 살고 돈에 죽는 용병이기 이전에, 에버블랙 제국의 명예로운 군인이었지 않나.”
“…….”
“눈앞의 물욕 이전에, 네 안에 남은 긍지를 먼저 떠올려 주길 바란다.”
특성 ‘황금광’은 제거 불가 특성이라 인위적으로 고칠 수도 없고, 내 패시브 [불굴의 지휘관]으로 막을 수 있는 종류의 상태이상도 아니다.
결국 쥬피터가 알아서 저항해 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쥬피터는 자신의 장갑 낀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창창한 젊은이들 가는 길에 늙은이가 도움이 되진 못할망정 짐이 되어선 안 되겠지요.”
쥬피터는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 목숨으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아니, 목숨까지야…….”
“그럼 목숨 같은 돈으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호오, 얼마로?”
“주급만큼……?”
“…….”
“…….”
잠시 이 돈미새 할머니를 마주보던 나는 쓰게 웃으며 턱짓했다.
“가자.”
쓰러진 황금 가고일에게서 루카스와 에반젤린이 전리품을 회수하고 있었다.
“저 갑옷, 꽤 비싼 거니까. 좀 떼어 가야지.”
“그 말씀만 기다렸습니다!”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쥬피터는 후다닥 황금 가고일을 향해 달려갔다. 야! 반성하고 있기는 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