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735
◈ 735. [Evil Side] 크롬웰 (2)
으적, 으적…….
크롬웰은 장로의 온몸을 게걸스럽게 씹어먹었다.
정신없이, 걸신들린 듯, 주위의 모든 것을 잊고서. 그저 생자(生者)였던 것의 육신을 탐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활짝 열린 정문 주위에 얼어붙어 있던 생존자들은 조심스럽게 뒤로 걸음을 옮겼다.
《조, 조용히……. 조심조심…….》
《큰 소리 내지 말고, 천천히 물러나……!》
폐성당 정문 안쪽에는 내부 구획을 가르는 커다란 중문(中門)이 하나 더 있다.
이쪽까지 후퇴해서, 방어선을 새로 구축하면, 아직 생존자들에게 희망은 있다.
그리 판단하고 정문 주위의 생존자들은 조심스럽게 뒤로 걸음을 옮겼다.
숨죽이고 이동하던 생존자 중 하나가 실수로 옆의 촛대를 건드려 떨어뜨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챙강-!
밀려 떨어진 촛대가 바닥에 부딪히며 살벌한 소리를 울렸다.
조심스럽게 물러나던 생존자들이 모두 일제히 얼어붙었다.
장로의 상반신을 모조리 먹어 치운 크롬웰이 어느새 고개를 들고 촛대가 떨어진 쪽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피에 물든 입이 천천히 벌어지더니.
《……어?》
목소리를 냈다.
《여기, 는……? 나, 는…….》
생존자들의 얼굴에 일제히 놀라움과 안도감이 스쳤다.
《크, 크롬웰 각하?!》
《정신이 드십니까? 저희입니다, 각하의 군단에 소속된……!》
《아…….》
놀란 크롬웰이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아아……! 내가 지켜온 우리 군단원들……?》
《맞습니다! 기억하시는군요! 바로 저희입니-》
《그런데 왜 내가 죽었을 때 구하러 안 온 거야아아아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달려든 크롬웰이, 가장 앞에 선 생존자 둘의 목을 단숨에 물고 우악스럽게 뜯어내 버렸다.
푸확……!
사방으로 피분수가 솟구쳤다.
이 끔찍한 참살의 현장을 앞에 두고, 일순 안도했던 나머지 생존자들의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으적, 으적…….
죽은 생존자 둘의 머리를 추가로 씹어 삼킨 크롬웰이 놀라서 중얼거렸다.
《어라? 나, 죽었다고? 내가 죽었었어?》
《예, 예……?》
《뇌가 뜯겨 먹힌 기분이야…… 온몸이 아파…… 특히 머릿속이, 계속, 근질거려서, 미칠 것 같은데…….》
크롬웰은 손톱을 세워 자신의 두개골 속을 헤집으려 했으나, 이상증식한 사슴뿔이 머리 위를 덮은 상태였기에 그 위를 긁는 데에 그쳐야 했다.
한참 자신의 뇌를 만지려 노력하던 크롬웰은 이윽고 포기했다. 그리고 생존자들을 풀린 눈으로 보았다.
《줘.》
《예, 예……?》
《달라고.》
《뭐, 뭘, 말입니까……?》
《뇌 속에 있는 거 전부 다 달란 말이지 뭘 그걸 코치코치 설명하게 하고 있어 이 고깃덩어리 새끼야아아아아아!》
벼락처럼 짓쳐든 크롬웰이 두 손으로 다음 희생자의 머리를 잡고 좌우로 갈라버렸다.
가까운 생존자들을 차례차례 찢고 토막내고 그 머리를 포식하며 크롬웰이 포효했다.
《문장 만드는 거 너무 어려워 나 별로 똑똑하지도 않은데 왜 다들 나더러 군단의 미래라고 그러는 거야 받아쓰기 만점 못 받아서 죄송해요 나 더 잘할게요 그러니까.》
이미 생존자들은 대항할 의지를 잃었다.
공포에 질린 채, 하나둘 뒤로 내달려 도망칠 뿐.
《죽이고 싶지 않은데 죽여야 돼 왜냐면 배고픈 것보다 그래야 군단장에 알맞으니까 그렇다고 말하잖아 내가.》
《으아아! 도망, 도망쳐……!》
《그런데 누가 내 내장에 구멍 냈어? 왜 먹어도 계속 배고프지? 미쳐버릴 것 같은데 왜 안 도와줘……? 들어가서 구멍 좀 막아주세요 제발. 어서 들어가.》
도망치는 동족들을 하나하나 잡아 꾸역꾸역 삼키며 크롬웰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끊임없이 토해냈다.
《고기 주세요 아빠 나는 제일 어리고 가장 커질 거니까 많이 주세요 튼튼하게 자라서 모두를 이끌게요.》
《아아……! 아아아아아아아!》
《그런데 왜 너희는 맛없어? 이상하다? 왜 맛없어? 왜 맛없어? 왜 맛없어? 왜 맛없냐고!》
직후 크롬웰의 일그러진 얼굴에 천진한 아이 같은 미소가 어렸다.
《히히, 아니에요. 맛있어요. 역시 아빠가 해준 저녁이 제일 맛있어.》
우우우우웅!
뒤이어 크롬웰의 머리 위 거대한 사슴뿔에서 녹색 빛무리가 눈부시게 산란했다.
그워어어어!
그아아아악!
뿔에 맺힌 그 빛무리가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그동안 폐성당 바깥에서 대기하던 나머지 좀비 괴수들이 침을 흘리며 정문을 통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간지러워 간지러워 간지러워 뇌 속도 피부 아래도 눈알 뒤도 간지러워 미칠 것 같은데 긁을 수가 없어 아아 먹자 먹자 먹는 거야 먹으면 잊을 수 있을 테니까아아아.》
의미를 잃은 크롬웰의 기괴한 비명과 함께.
녹색 파도를 이룬 좀비 괴수들이 폐성당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방어 설비는 철저히 외부로 집중되어 있었다. 정문 안으로 괴수들이 들어온 이상, 현실적으로 폐성당은 끝장이었다.
그래도 아직 살아남은 자들은 성당 내부의 중문을 닫고 농성을 이어가려 했지만…….
《나는 우리 군단을 이끌 책임이 있다 편식은 나쁘니까 맛있는 잔반은 내가 처리할 테니 다들 두개골을 열고 진솔하게 이야기 맞대보자.》
내달려든 크롬웰이 가볍게 손을 휘젓자, 중문을 닫으려던 생존자들과 함께 중문 자체가 갈기갈기 터져나갔다.
중문 안쪽, 폐성당 깊은 곳에서 서로 끌어안은 채 덜덜 떨던 생존자들의 낯빛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제 정말로 끝이다.
모두 저 좀비떼에게 잡아먹히고, 새로운 좀비로 태어난다…….
“포기하지 마-!”
그때 노호성과 함께 거대한 불길이 솟구쳤다.
화르르르륵!
디어뮈딘이었다. 인간 대마법사가 소환한 거대한 불기둥이 열린 중문을 틀어막았고, 그 어마어마한 기세를 몰아 폐성당 정문까지 단숨에 밀어버렸다.
디어뮈딘의 마법은 강력하지만, 이런 좁은 공간에서는 도리어 그 위력이 곧 제약이 된다. 아군까지 휩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문 바깥 생존자들이 전멸한 지금, 디어뮈딘은 망설이지 않고 마법을 시전할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
폐성당 내부로 쏟아져 들어오던 좀비 괴수들이 단숨에 숯덩이가 되었다. 어마어마한 출력의 불기둥을 유지하며 디어뮈딘이 고함을 질렀다.
“저곳에 텔레포트 게이트가 준비되어 있어! 함께 탈출하자, 어서!”
폐성당 안쪽 깊은 곳에 인간 측이 건설한 텔레포트 게이트가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 닥친 지금, 디어뮈딘은 생존자들에게 크로스로드로의 탈출을 종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바로 직후.
투학-!
거대한 불기둥이 일렁이더니, 그 중앙을 꿰뚫고 거대한 형체가 튀어나왔다.
크롬웰이었다.
디어뮈딘의 어마어마한 불꽃 앞에서도 너끈하게 버텨낸 그녀는 그대로 디어뮈딘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선서! 나는 더울 때나 추울 때나 일편단심으로 나의 군단 구성원을 위해 헌신할 것을 맹세합니다아아아아!》
앞으로 뻗어진 크롬웰의 손과 팔이 다음 순간 비대해지며 갈라졌다.
찰나지간 이상증식을 거듭한 그녀의 팔이 부풀었고, 손가락 사이사이가 갈라지며 손톱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손톱과 뼈와 살이 뒤섞인 기괴한 철퇴 같은 모양이 된 크롬웰의 팔이 휘둘러졌다.
콰과과과광!
그대로 폐성당의 한쪽 벽을 갈아엎으며 쇄도한 크롬웰의 팔이 단숨에 디어뮈딘에게 도달했다.
‘뭣…….’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움직임에 디어뮈딘은 그만 대응하지 못했다.
푸칵-!
사방으로 핏물이 비산했다.
디어뮈딘은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의 바로 앞에서 흩날리는 핏물과 찢어진 팔다리 조각을 보았다.
“……!”
그의 것이 아니었다. 옆에서 달려든 다른 악마종 생존자의 것이었다.
크롬웰이 디어뮈딘을 향해 달려들자, 옆에서 몸을 던진 생존자 하나가 디어뮈딘을 밀쳐내고 대신 공격을 맞은 것이다.
《막아!》
《크롬웰 각하를 저지하라!》
《모두 달려들어-!》
악마종 노인들이 차례차례 크롬웰에게 달려들어 시간을 끄는 동안.
《할아버지, 이쪽으로!》
“어……?”
《우리도 오래 시간 못 끌어요! 어서 게이트로 가세요!》
어린 생존자들이 디어뮈딘을 억지로 일으켜 폐성당 안쪽으로, 게이트 설치 장소로 달리게 했다.
그 사이 크롬웰은 끔찍한 사자후를 토해내며 주위의 생존자들을 학살했다. 잦아든 불기둥 너머로 좀비 괴수들도 하나둘 그슬린 모습을 드러냈다.
《바친다!》
《바친다!》
《바친다……!》
대항하는 생존자들은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쳐, 다른 생존자의 전투력을 올리는 식으로 최후의 저항을 이어가고 있었다.
가장 나이 많은 생존자부터 하나씩 차례로 제물이 되어 쓰러졌다. 그리고 그 목숨을 받은 생존자가 비대화된 육체를 끌고 좀비 괴수들을 막았다.
그리고 얼마 버티지 못하고 좀비들에게 뜯어먹혔다.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악!》
더는 저지가 불가능함을 깨달은 디어뮈딘은 이를 악물고 텔레포트 게이트로 향했다.
촤르르르륵!
디어뮈딘이 텔레포트 게이트를 작동시키고 뒤를 돌아보았다.
“자, 들어가! 어서! 내가 가능한 게이트를 오래 유지할 테니, 모두……!”
《아니에요.》
하지만 디어뮈딘을 쫓아온 생존자 아이들은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 악마종은 다른 차원에서 이주해온 표류자에요.》
《우리는 태생적으로 존재의 ‘닻’이 없어요. 즉, 이 세계의 순간이동 마법은 쓸 수 없어요.》
“……!”
《가세요, 할아버지.》
생존자들의 마지막 저항은 허망하게 무위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새 폐성당 내부를 가득 메운 좀비 괴수들이 남은 생존자의 사지를 뜯어내고 포식을 시작했다.
피바람과 비명, 절규가 좁은 폐성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런 풍경을 뒤로한 채, 생존자 아이들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시간 고마웠어요.》
“…….”
《이제부터는 우리 종족, 우리 군단의 일이에요.》
철없던 아이들의 얼굴은 어느새 군단 구성원답게 전사의 그것으로 변해 있었다.
그 결의를 읽은 디어뮈딘은 입을 꾹 다물었다가, 가까스로 한 마디 뱉어냈다.
“무운을.”
그러자 아이들이 웃었다.
《우리 몫의 무운까지, 모두 가져가시길.》
아이들을 뒤로하고 텔레포트 게이트 안으로 몸을 던져 넣으면서, 디어뮈딘은 알 수 없었다.
저들 모두 본래였다면 어차피 적이 될 존재들이었다.
그런 이들과 고작 며칠 연대하고 함께 이야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은 어째서 이토록 연민을 느끼는가.
어째서…….
번쩍-!
게이트 너머로 디어뮈딘이 사라졌고, 아이들은 일제히 뒤돌아섰다.
쿵……. 쿵……. 쿵…….
어느새 크롬웰이 가까워져 있었다.
그녀의 입에는 누군가의 팔 한쪽이 사탕 막대처럼 걸려 있었다.
《각하.》
일제히 전투를 준비하며 마지막 생존자 아이들이 씹어 뱉었다.
《우리는 각하를 위한 제물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응? 어, 응? 제물?》
퉤- 하고 팔을 뱉어낸 뒤.
손가락 끝으로 이 사이를 쑤시며 질겅거리던 크롬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뭐더라?》
그리고 다음 순간.
거의 상반신만큼 거대하게 입을 벌린 크롬웰이 마지막 생존자들에게 벼락처럼 달려들었다.
***
이곳은 폐성당.
건물 자체가 하나의 제단으로 기능하는 장소.
이곳에서 이뤄진 악마종 포식은 그 자체로 제물 의식이 되어, 포식자에게 힘을 전이시켰다.
《지켜봐줘요, 아빠.》
그 결과.
동족 생존자를 모조리 잡아먹은 크롬웰은.
《아빠가 가르쳐준 대로, 꼭…….》
불완전하고, 미쳐버린 상태이긴 했지만.
《이 세상을 우리 군단의 것으로 먹어 치울 테니까.》
미약하나마 이지(理智)를 되찾았다.
《전부, 다, 먹어버릴 테니까.》
자신의 손가락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중얼거리던 크롬웰이 아, 소리를 내며 멍한 눈을 들어 앞을 보았다.
《배고프다.》
휘청거리며 일어선 크롬웰이 폐성당 바깥으로 나섰다.
《더 먹으러 가야지.》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간 그녀의 뿔이 휘황한 녹색 섬광을 흩뿌렸고…….
그 불길한 빛을 뒤쫓아, 좀비 괴수들이 마구 뒤섞인 채 거칠고 우악스럽게 대오를 이루어 따라 나왔다.
폐성당뿐만 아니라, 10구역 전체에 가득 차 있던 좀비 괴수들이, 모조리.
길게 늘어서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며 크롬웰을 뒤따랐다.
쿵……. 쿵……. 쿵…….
다종다양하게 뒤섞인, 좀비화된 괴수 연합군.
그들 모두가 땅을 구르며 진군을 시작했다.
인세로.
살아 있는 것들을 모두 먹어 치우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