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753
◈ 753. [STAGE 45] 인지상정 (4)
크로스로드 본성의 성벽 높이는 외곽에 새로 설치된 흑룡성벽보다 낮다.
이런 이유로 본성 성벽에 설치된 아티팩트 대부분이 앞선 전투에서는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사용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정반대.
본성 내부에 들어온 저 괴수들을 처치하기에는 대포나 발리스타보다 아티팩트들의 상황이 더 낫다.
괴수들을 향해 아티팩트를 일제 정렬하며 담당 연금술사와 마법사들이 생각했다.
‘언제까지 포병들한테 지고 살 순 없지!’
알게 모르게 크로스로드 병사들은 병종(兵種) 사이에 자존심 싸움이 있었는데, 그중 포병대의 콧대가 가장 높았다.
애쉬의 편애를 듬뿍 받고 있기도 하거니와, 실제로도 가장 많은 킬 카운트를 기록하는 엘리트 부대였다.
하지만 그건 일반 몬스터 킬 카운트에서의 이야기고, 보스 몬스터에게, 그리고 스테이지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건 언제나 아티팩트 팀 아닌가!
오늘 남은 전투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어필하리라- 그런 생각을 품고 아티팩트 팀은 열심히 준비했다.
그중 아티팩트 팀의 아픈 손가락.
최고등급 수성 아티팩트, [처음부터 다시!].
금속판 안에 전신이 포착된 상대를 크로스로드 남쪽 벌판 끝으로 강제 순간 이동시키는, 한 스테이지당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장비.
최고등급의 비싼 몸이라 관리에 돈과 시간은 하마처럼 잡아먹는데, 실전에서의 전과는 항상 애매한 아티팩트였다.
그래도 최근 파리대왕전에서는 파리대왕의 날개 일부를 소실시켜서 공략의 실마리를 찾아냈고, 흑룡전에서는 아군 결사대를 흑룡의 코앞으로 순간이동시키는 등, 나름대로 전공을 쌓아오긴 했지만.
그 본래의 기능- 적 핵심 전력을 강제로 예봉에서 꺾어버리는 역할은 지금껏 변변하게 수행해내지 못한 상태.
‘이번에야말로!’
금속판으로 적 괴수들을 비추며 연금술사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현재 아군 영웅들이 돌격해 들어가는 상대인 적 군단장- 크롬웰의 주위에는 여전히 괴수들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
크롬웰을 제외한 괴수들을 ‘촬영’해서 남쪽 벌판 끝으로 강제 이동시킬 수 있다면, 돌진해 들어가는 아군 영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준비해, 준비-!”
[처음부터 다시!] 외에도 다른 온갖 아티팩트들이 발동 준비를 끝마쳤다.그리고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린 끝에-
***
촤아아악!
루카스를 필두로 백병전 영웅들이 성벽을 미끄러지듯 달려 내려왔다.
수직 성벽을 그대로 타고 내려온 것은 아니고, 내가 지상으로 마력 성벽을 미끄럼틀처럼 연결해주어 그 위를 날렵하게 탄 것이었다.
“지금 상태의 놈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보가 없다!”
한 열 뒤에서 함께 돌진하며 내가 소리쳤다.
“상황에 맞추어 임기응변으로 싸워야 한다! 1초도 방심하지 말고, 항상 긴장을 유지하도록!”
“예!”
모두가 입을 모아 외쳐 답했다.
이미 내 영웅들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 굳이 말로 이런 당부를 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중요한 건 내 역할이겠지. 크롬웰이 어떤 상태든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지, 그때그때 가장 알맞은 지시를 내려야 한다.
성벽 아래 강하를 끝마친 영웅들이 자연스럽게 돌진 대형을 이루며 달려 나갔다.
크롬웰 본체로부터 쏟아져 나온 온갖 이형의 괴수들이 우리 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아, 아아아아-!》
《아윽, 아으윽, 윽윽, 으그으으으윽!》
《아아아아프잖아아아아!》
대부분의 살덩이 괴수들이 도시 내부로 퍼져나간 상태였지만, 여전히 크롬웰의 주위에는 적지 않은 수의 괴수들이 이빨을 딱딱거리며 서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크롬웰과 싸우기 전에, 이 많은 놈들을 돌파하려면 꽤나 고생 좀 해야 할 것 같……?!
기이이이잉!
바로 그때, 아티팩트의 작동음이 들리더니,
찰칵-!
카메라 셔터 작동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우리 앞을 메우고 있던 수백 기가 넘는 거대한 살덩이 괴수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어라?”
“뭣…….”
“이건?!”
앞장서 달려가던 영웅들이 놀라서 눈을 치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강제 순간이동!’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성벽 위에서 금속판 형태의 아티팩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끌어안은 채 방방 뛰는 연금술사와 마법사들이 보였다.
“만세-!”
“드디어 한 건 했다!”
“거봐! 할 수 있잖아, 이 깡통 아티팩트!”
나도 그제야 명확하게 상황을 알아챘다.
그 긴 굴욕의 시간 끝에…… 마침내 [처음부터 다시!]가 제 본래의 역할 수행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강제 이동된 괴수들이 죽거나 한 것은 아니고, 멀찍이 도시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것뿐이지만. 이게 어디냐!
“적 괴수의 전방 방어가 비었다!”
나는 마력의 깃발을 앞으로 펄럭이며 소리쳤다.
“바로 지금이다! 가자-!”
내 외침과 동시에 성벽 위에서 다른 아티팩트들 또한 연달아 작동했다.
번쩍! 번쩍……!
섬광이 일며 각종 이로운 마법 효과가 우리에게, 해로운 마법 효과가 적들에게 퍼부어졌다.
우리 결사대 영웅들은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순풍에 돛 단 듯 거침없이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
[처음부터 다시!]가 대부분의 괴수들을 치워주어, 한결 휑해진 괴수들의 본진- 순록 괴수의 사체 주위에는.이제 소수의 살덩이 괴수들만이 남아 크롬웰의 주위에 도사리고 있었다.
크롬웰의 바로 옆에는- 특히나 덩치가 거대한 살덩이들이.
커다란 거인, 사마귀, 개, 달팽이…… 앞서 크롬웰이 잡아먹은 괴수 군단장들과 흡사한 크기와 형태를 한 살덩이 괴수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놈들은 [처음부터 다시!]로도 전신을 다 촬영하기 힘들 만큼 거대한 탓에 치워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촤악!
촤아아악!
이 괴수들의 온몸에서 세기도 힘들 만큼 무시무시한 숫자의 촉수들과 함께 끔찍한 사기(邪氣)가 솟구쳤다.
《아아아아아악-!》
《긱긱긱긱긱긱긱긱.》
《우리도배고프니까먹게해달라고오오오오!》
거대한 살덩이들이 무수한 이빨을 번들거리며 돌진해왔다.
‘보스급 강자라고 그렇게 어필 안 해도 되는데!’
나는 혀를 찼다.
쿠구구구구궁!
그중 거대한 지네 형태의 살덩이가 사방으로 다리 대신 촉수를 내뻗으며 우리를 맞아 달려 나왔다.
‘가능한 접근전을 피하던 수성전 상황이면 모를까, 어차피 감당하기로 한 이상 모조리 꺼내 쓴다!’
판단을 끝내고.
“크라켄! 요르문간드!”
나는 [크라켄의 반지]를 발동하고, 동시에 포획괴수 아공간을 열어젖히며 소리쳤다.
“다 튀어나와-!”
부오오오오오!
그러자 허공에서 마법진이 뒤엉키더니, 거대한 두족류 괴수- 크라켄이 무시무시한 포효와 함께 튀어나왔고.
동시에 조그마한 구렁이 모습이었던 요르문간드가 [옛 신의 허물]을 발동하며 전성기 ‘세계의 뱀’ 형태를 되찾았다.
쿠우우웅!
초거대괴수 둘이 단숨에 살덩이 지네를 짓누르며 지상에 떨어졌다.
살덩이 지네 또한 거대한 몸을 뒤틀며 저항했지만, 이쪽은 촉수계의 본좌라 할 수 있는 크라켄과, 고작 10분이지만 세계를 작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요르문간드다.
으드득! 쩌저적……!
크라켄과 요르문간드는 마치 아주 오래 협력이라도 해온 것처럼 단숨에 호흡을 맞추어, 지네 살덩이 괴수의 온몸을 각자 휘감더니…… 단숨에 으스러뜨려 버렸다.
쩌억! 쩌어어어억!
끔찍한 파육음과 함께 지네 살덩이 괴수가 으깨지더니, 천천히 쓰러졌다.
《부오오오오!》
《쉬륵, 쉬륵, 북쪽, 쉬륵.》
승리한 문어와 뱀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다음 순간,
《치르륵! 치르르륵!》
《먹, 먹, 먹, 먹, 먹……!》
이 괴수대전의 현장에 사마귀 형태의 살덩이 괴수와 거인 형태의 살덩이 괴수 또한 포효하며 가세했다.
콰광! 콰과광……!
거대괴수들이 서로 몸을 맞부딪치며 주위를 초토화했다. 일대에 부연 흙먼지가 일었다.
그나마 건물이 몇 없는 남쪽 공터라 다행이긴 한데, 적당히 난리 부려라 제발! 피해 복구는 진절머리가 난다!
그때 우리 앞으로 거대한 개 형상의 살덩이 괴수 2체가 달려들었다.
놈들은 삼두견과 이두견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봐도 아까 크롬웰이 먹어 치운 케르베로스와 올트로스였다.
“씹다 뱉은 껌처럼 생겨서는……!”
온몸에서 촉수를 낼름거리고 이빨을 딱딱거리는 놈들을 보며 나는 어렵지 않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 자식들도 좀비다! 촉수에 이빨만 조심하면 되는, 다른 이능을 부릴 수 없는 고깃덩어리 괴수에 불과해!”
물론 촉수랑 이빨이 좀 무섭긴 한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것도 결국 육탄(肉彈) 능력일 뿐, 생전의 이능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성벽 위에서 괴수들의 행동 양태를 관측하며 내가 내린 결론이었고, 과연 내 말대로 살덩이 개 두 마리는 지옥견 때의 능력을 전혀 부리지 못했다.
《크아, 아아, 아아!》
그래도 그 무시무시한 육체능력은 건재해서, 단숨에 우리를 향해 쇄도해오며 거대한 입을 쩍 벌렸지만-
푹! 푸욱-!
하늘에서 미사일처럼 떨어져 내린 두 자루 마창에 각자 가슴팍을 꿰뚫리더니, 창과 함께 땅에 꿰여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버둥거렸다.
위를 보자, 자신의 그리폰에 탄 채 쏜살같이 강하해오는 미하일이 보였다. 그리폰을 타고 내려오며 투창(投槍)한 것이다.
홰애애액!
공중에서 지상까지 눈 깜짝할 새에 강하해온 미하일은 그대로 자신이 던진 쌍창을 붙잡더니, 주홍빛 마력을 뿜어내며 단숨에 뽑아냈다.
촤아아악……!
버둥거리던 두 지옥견 형태의 살덩이 괴수들은 그대로 동강이 나버렸다.
가볍게 창을 회전시킨 미하일이 싱긋 웃더니, 그리폰의 양쪽 배를 가볍게 차서 다시금 날아올랐다.
“가지. 위에서 호위하겠다.”
버밀리온 왕국의 최연소 유부남…… 아니, 최연소 국왕이 단숨에 다시금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것과 동시에, 나의 영웅들 또한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들어 괴수들과 충돌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촉수들을 토르켈이 거대한 방패를 치켜들고 모조리 막아내는 동안,
쿠일란이 붉은 오오라가 맺힌 권각을 질풍처럼 흩뿌려 괴수들을 박살 내고,
베르단디가 녹색 마력이 맺힌 단검을 한 번 휘두르자, 원거리 참격이 쏟아져 나가며 범위 안에 들어온 살덩이들을 모조리 양단해냈다.
거대하고 높은 살덩이 방벽 위로 켈리베이가 정을 대고 망치를 휘두르자, 방벽이 단숨에 쪼개지며 길을 냈고.
자신이 맡은 구역의 구조를 끝내고 온 제니스와 로제타가 각자 [치유의 맹세]와 [수호의 맹세]를 발동시켜, 사방으로 빗줄기처럼 신성력을 뿜어내…… 조각난 상태에서도 꿈틀거리며 촉수를 뿜어내려던 자잘한 살덩이들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끼에에에에에에에!》
마지막으로, 흉측한 비명을 질러내며 거대한 민달팽이 형태의 살덩이가 우리를 막아섰지만.
“……비켜라, 흉물.”
타앗-!
앞으로 달려간 루카스가 사납게 검격을 내리긋자, 그대로 쪼개지며 동시에 온몸이 불타버렸다.
[엑스칼리버]와 [하사받은 검]이 동시에 빛을 토해내며 괴수를 터뜨렸다. 루카스는 가볍게 쌍검을 바닥에 털어낸 뒤, 나를 향해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주군.”
“음.”
나는 내 영웅들이 낸 길을 따라 걸었다. 단 한 번도 길이 멈춘 적이 없었다.
타앗!
탁……!
도시 곳곳에서 자신이 맡은 구역의 구조를 마친 다른 영웅들이 속속 합류해 내 뒤를 따랐다.
결국 모든 저항을 뚫고 우리 본대는 적장의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
시체와 살덩이 거죽 가운데에 가만히 선, 이번 스테이지의 보스 몬스터-
크롬웰이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