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758
◈ 758. [STAGE 45] 괴수전선 사랑걸렸네 (5)
왜 스테이지가 끝나지 않지?
내가 찾지 못한 괴수가 남아 있나?
혹시 아직 감염된 병사가 있는 건 아닐까?
다시금 도시 전체에 전수조사를 시행해야 할지 고민하는 때였다. 한 가지 보고가 들어왔다.
“주군! 관측팀으로부터 보고입니다.”
“음?”
“크로스로드로부터 남쪽 상공에 은신 중인 비공함 1체를 발견했습니다. 육안으로는 관측되지 않지만, 위치는 확정했습니다.”
보고한 루카스가 흐릿하게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어찌할까요? 격추시킬까요?”
어떤 예감이 들었다.
나는 루카스를 데리고 함께 격납고로 향했다.
“라 만차를 출격시켜. 해당 지점으로 직접 이동한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안전하게 격추시킨 후에 살피심이…….”
“위험부담을 안더라도 직접 가봐야겠어. 호위해라, 루카스.”
“존명.”
해서, 비공함 라 만차를 타고 해당 지점으로 비행해 접근했다.
상대 비공함은 마법 위장막을 두르고 허공에 은신해 있는 상태였는데, 가까이 접근하자 육안으로도 구별이 가능할 만큼 흐릿하게 형태가 드러났다. 애초에 위장막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교신은 시도해봤나?”
“예. 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공격 의사는 보이나?”
“보이지 않습니다. 가만히 저 자리에 떠 있을 뿐입니다.”
라 만차가 코앞까지 접근하는데도 정체불명의 비행체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나는 데려온 마법사의 이름을 불렀다.
“쥬니어.”
“네, 전하.”
“위장막 해제, 가능하겠나?”
“물론이죠.”
쥬니어가 가볍게 지팡이를 휘둘러, 일대의 위장막을 벗겨내자…….
연식이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아주 낡은, 그리고 이질적인 양식의 붉은색 비공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비공함은…….”
나는 침음했다.
“악마종의 차원이동함이로군.”
“예? 그렇다면…….”
“그래. 크롬웰의 함선이다.”
크롬웰의 고향에서, 군단을 싣고 이 세계로 날아온 차원이동함.
거창한 이름에 비해 함선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수백 년 전에 건조된 함선인 만큼 낡아빠진 데다, 불에 탄 것처럼 그을린 외곽 장갑 따위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라 만차를 측면에 대라.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겠다.”
몇 번이고 교신을 걸었지만 어떤 반응도 없어서, 그냥 직접 함내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방패를 세운 토르켈이 선두에 섰고, 그 뒤에 루카스, 중앙에 나, 뒤에 쥬니어, 디어뮈딘. 최후미에 에반젤린. 이렇게 차례로 적함에 올라탔다.
“해치가 열려 있습니다, 전하!”
함선 안쪽으로 향하는 해치는 훤히 열려 있었다.
“먼저 진입하겠습니다.”
조심스럽게 입구를 살핀 토르켈이 앞장섰고, 우리는 천천히 뒤따랐다.
함선 내부는 외부보다는 온전한 편이었지만, 전반적으로 큰 화재에 휩쓸린 것처럼 잔뜩 불탄 흔적이 남아 있었다.
“크롬웰 군단은 흑룡 군단과 싸워 패배했다고 했지.”
흑룡 군단의 불꽃- 흑염(黑炎)의 흔적을 발견한 내가 중얼거렸다.
“군단 본진 안에 있던 이 함선도 그때 탈출한 모양이군. 하지만 승무원은 모두 죽었고, 최우선 대상인 군단장을 따라 여기까지 흘러나온 건가…….”
우리는 함교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다.
크게 두 가지 설비가 있었는데, 하나는 복잡하게 얽힌 형태의 마법 엔진…… 같은 것이었다.
쥬니어와 디어뮈딘은 즉시 감탄하며 그 엔진에 달라붙었다.
“세상에, 이런 마력로는 처음 봐요. 출력을 낼 뿐만 아니라 그 자체에 강력하고 복잡한 마법이 새겨져 있어요.”
“단순히 함선을 기동하게 하는 마력로가 아니군. 이건 더 고차원적인 마법이 깃든 아티팩트요. 그러니까, 마치…….”
내가 슬쩍 거들었다.
“……다른 세계로 이동하게 해준다든가?”
“과감한 상상력이로군, 애쉬 황자!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아니, 아마 내가 말한 게 맞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악마종의 차원이동함이니까. 함선 자체로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거든. 이 엔진이 그 기능의 중추인 듯하고.
“뜻밖의 수확이로군요. 가지고 가서 연구합시다.”
나는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함선 통째로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다라…….
‘코코를 만나야겠군.’
던전 베이스캠프에 상주 중인 마법사, 절단의 코코.
공간이동 마법의 달인인 그녀와 함께라면, 이 장비를 잘 활용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엔진 외에 눈여겨볼 장치가 하나 더 있었다.
“…….”
나는 가만히 그것을 살폈다.
거대한 수조…… 같은 것이었는데. 그 안에는 거대한 애벌레 같은 생물체가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서자 거대한 애벌레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우리 쪽을 빤히 보았다.
그 정체를 짐작하고 있었기에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예의 좀비화 기생충의 모체인 듯하군.”
“……!”
“그, 그럼 이 징그러운 애벌레 같은 애가…… 좀비 사태의 원인이란 말이에요, 선배님?”
“엄밀히 말하면 약간 달라.”
고덕이 읽었던 설정집, 그리고 진짜 애쉬가 쌓아온 경험이 합쳐지며 하나의 해석을 만들었다.
붉은 피부의 악마종은 괴수 중에서도 특이한 종족으로, 전반적인 스펙이 높지만 특별한 이능이 없다.
인간과 같은 장비를 사용가능한 등, 인간과 많은 면에서 매우 흡사한 종족인데.
이들이 가진 단 한 가지 특수능력은 바로 제물(Sacrifice).
누군가를 제물로 바쳐 대상에게 능력을 전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능력이 바로 이 기생충을 임의로 심어서 발현하는 것이다.
상대를 먹어서, 혹은 상대에게 먹혀서, 누군가의 목숨을 힘으로 삼도록 하는 그 능력을 얻기 위해, 악마종은 태아 때부터 이 기생충을 심는다…….
“왜 굳이 그런 무서운 짓을 한 거죠?”
내 설명을 듣고 의아해하는 에반젤린에게 설명해주었다.
“이어지기 위해서지. 더 강하게.”
이들은 다른 차원의 표류자다.
다른 세계 어디로 가든,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대로부터 내려온 지식과 힘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도록.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잡아먹히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잇게 하는…… 이런 ‘제물’이라는 방식의 특수능력을 강제로 개화시킨 것이다.
선대의 업(業)을 후대로 오롯이 이어 나가기 위해.
“이 기생충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깃발이었는지도 모르겠군.”
처음에는 선대의 의지와 꿈을 잇는 깃발로 기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점차 본래의 의도를 잃고 다른 방식으로 오용되기 시작했겠지. 이들이 부리는 다른 하위 악마종의 모습을 보면…….
그리고 최후에는 이 기생충이 ‘누군가’에 의해 오염되고 변질되어. 서로를 감염시키고 사자(死者)를 되살리는 좀비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사람의 깃발 역시…….’
자의든 타의든 변질되고 오염된다면. 그리고 그 변해버린 기치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그 깃발을 이은 사람 역시, 좀비나 다름없는 존재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
왜곡된 신념을 휘두르는 괴물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내 허리춤에 차인 나의 깃대, [빛과 그림자]를 슬쩍 쥐었다.
사람과 괴물을 가름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생충인가.
깃발인가.
나의 깃발은, 내게 이어진 사람들의 기치를…… 온전히 대변하고 있는가?
“디어뮈딘님.”
나는 디어뮈딘에게 요청했다.
“이 설비는 태워주십시오. 깨끗하게.”
“……알겠네.”
디어뮈딘은 복잡한 얼굴로 설비 앞에 서서, 거대한 애벌레 같은 형상의 기생충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으며 화염 마법을 맺었다.
《…….》
기생충 모체는 천천히 몸을 숙여 수조 바닥에 누웠다.
자신의 최후가 당도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처럼.
수명을 다한 깃발처럼, 힘없이 아래로 내려앉았다.
마지막 기생충이 불타는 연기가 겨울 하늘에 길게 뻗어 올랐다.
우리는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는 적함을 인양해 크로스로드로 돌아왔다.
***
[STAGE 45 – CLEAR!] [STAGE MVP – 디어뮈딘(SSR)] [레벨업 캐릭터]– 애쉬(EX) 외 70인
[사망 캐릭터]– 없음
[부상 캐릭터]– 맥밀란(N) 외 50인
[획득 아이템]– 악마 수호병단장 마력핵(SSR) : 1개
– 불꽃 거인왕 마력핵(SSR) : 1개
– 신랑 포식자 마력핵(SSR) : 1개
– 십각 마력핵(SSR) : 1개
– 날개 없는 매미 군주 마력핵(SSR) : 1개
– 소용돌이 마력핵(SSR) : 1개
– 지옥견 수문장 마력핵(SR) : 5개
– 그 외 :
[획득 특수장비]– 악마종 차원이동함 : 1체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하여 주십시오.]– SSR등급 보상 상자 : 10개
>> Get Ready For The Next STAGE
>> [Next STAGE : 마지막 무대로]
***
제국력 652년 1월 1일.
새해 아침이 밝았다.
새벽부터 깬 나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 어슴푸레 밝아오는 동녘을 바라보았다.
‘내가 이 세계에서 눈을 뜬 것이…….’
649년 2월 마지막 날이었지.
튜토리얼에서 최후의 결전을 치른 것이 바로 다음 날, 3월 1일이었고.
어느새 34개월을 꽉 채웠다. 그리고 세 번째 신년을 맞았다.
“…….”
앞으로 남은 것은 두 달.
최후의 다섯 스테이지.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정말로, 엔딩이 가깝다.
‘나는, 정말로…….’
후회 없이, 미련 없이.
만족스러운 결말로 나아갈 수 있을까.
‘진엔딩’을, 정말로 맞이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에 잠겨 있으려는데…….
벌컥-!
방문이 홱 열리더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하!”
“얏호! 신년 축제다, 신년 축제-!”
이제 익숙한 설날 아침의 풍경을 재현하며 메인 파티 소속 방패기사와 마법사가 팔짝팔짝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벌써 이 신년 아침도 여기 와서 세 번째인데, 어째 이 녀석들은 변하질 않네.
“얼른 일어나셔서 세뱃돈 주세요, 세뱃돈~!”
“야호, 세뱃돈이다! 보너스다! 인센티브다!”
국자를 든 에반젤린과 냄비 뚜껑을 든 쥬니어가 신이 나서 서로를 챙챙 두들겨 대다가, 멀쩡히 일어나 있는 나를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얼레? 뭐야, 선배님 깨어 계셨네?”
“앗, 진짜다. 막 깨셔서 눈 퉁퉁 부어 있고 머리 까치집인 황자 전하 구경하는 게 신년 첫날 전통 아니었나요?”
“언제부터 생긴 전통이냐, 그건…….”
구시렁대며 몸을 일으켰다. 나의 신년 사색 시간이 꼬마들의 챙챙세뱃돈타령으로 박살이 나 버렸군.
“나머지는?”
“다 식당에 있어요! 선배님만 기다리고 있다고요!”
“일찍 일어나서 여기까지 오느라 출출해요, 전하…… 얼른 가서 고기완자 스튜 먹어요…….”
그래. 새해 아침은 역시 뜨끈한 떡국…… 아니, 고기완자 스튜지.
“좋아! 가서 시원~하게 한 그릇 부셔볼까?!”
“세뱃돈은요, 선배님! 세뱃돈-!”
에잇, 세배도 안 하면서 뭔 세뱃돈 타령이야. 내가 전에 신년 보너스 주면서 세뱃돈 드립 쳤더니 고유명사처럼 굳어버린 모양이다.
“보채지 않아도 지급할 터이니 너무 안달내지 말거라.”
“어예~”
“신난다~”
진짜 신이 났는지 내 앞에서 걷는 에반젤린과 쥬니어는 연신 서로 국자와 냄비 뚜껑을 부딪치며 캉캉 소리를 냈다. 아침부터 텐션 장난 아니네. 이것이 새해의 힘?
식당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루카스와 데미안이 내게 인사했다.
“기침하셨습니까, 주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황자님!”
“오냐. 아침부터 고생이 많네. 너희도 다 복 많이 받고.”
세팅이 끝난 자리에 앉자, 트레이에 커다란 스튜 냄비를 받치고 끌고 나온 사람은…….
“안녕히 주무셨어요, 전하?”
세레나데였다.
새벽 아침 햇살처럼 빛나는 그녀의 미소를 보며 나도 모르게 마주 웃었다. 하지만 동시에 흐릿한 공허감을 느꼈다.
앞선 두 번의 새해 첫날에 항상 고기완자 스튜를 이고 오던 내 보좌관이자, 디렉터…… 에이더 녀석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
자신의 마지막 역할을 다하러 사라진 그에 대한 생각을 뇌리에서 흩어낸 뒤.
나는 세레나데에게 손짓했다.
“좋은 아침이야, 세레나데! 새해 복 많이 받고. 너도 여기 앉아서 같이 먹자.”
***
아침 식사가 끝난 뒤.
각자 따뜻한 차며 신년주(新年酒), 또는 절인 과일과 우유잼을 섞은 새해 음료 따위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던 와중이었다.
“오늘 신년 축제지? 각자 일정이 어떻게 돼?”
별 생각 없이 물은 것이었는데, 루카스가 즉답했다.
“헤카테와 데이트 약속이 있습니다.”
푸웁-!
주위에 앉은 이들이 머금고 있던 것을 일제히 뱉어냈다.
“…….”
사방에 신년 기념 분수처럼 흩뿌려지는 각종 음료의 향연을 보며 나는 어떤 예감이 들었다.
신년 축제를 맞아, ‘괴수전선 사랑걸렸네’ 또한…… 이제 각자의 결말에 도말하리라는. 그런 예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