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03)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203화
50장 세계 회의(5)
그것은 순식간이었다.
시온의 등장과 함께 양쪽으로 갈라진 인파.
그러한 인파 사이에서 검을 든 몇 명의 남자가 시온에게 튀어 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이.
“에녹 전하를 위하여!”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드는 남자들의 실력은 무척이나 뛰어났다.
화아아악!
그들의 검에서 응집되며 타오르는 마나는 바라보던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무시무시했고 그들의 속도는 흐릿한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빨랐으니까.
그렇게 순식간에 바로 앞까지 치달은 첫 번째 남자가 망설임 없이 미리 당겨 놓은 검을 휘두른다.
그때까지도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평소와 같이 나른한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는 시온.
마침내 남자의 검이 그런 시온의 목 바로 앞까지 도달하는 순간이었다.
서걱!
절삭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것은 시온의 목에서 흘러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
검을 잡은 남자의 팔이 통째로 잘려나가며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떨어져 나간 남자의 팔이 있던 자리에 존재하는 건 은빛 섬광을 휘날리고 있는 한 자루의 검.
“감히.”
그 검의 주인은 방금까지만 해도 시온의 뒤를 따르고 있던 황혼 검단의 수장, 루카스였다.
그런 루카스의 차가운 읊조림을 시작으로,
스가가가각!
다른 황혼 검단의 단원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한 속도로 튀어 나가며 나머지 습격자들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크아악!”
그와 함께 순식간에 정리되는 상황.
곧이어,
털썩.
유일하게 목숨을 부지한 처음의 남자가 교차시킨 검 사이로 목이 고정된 채 시온의 앞에 무릎 꿇려졌다.
“아깝네, 조금만 더 빨랐으면 내 목을 벨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남자와 눈높이를 맞춘 채 시온이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모든 사람은 알고 있었다.
시온 황자의 저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시온 아그네스! 비겁한 술수로 에녹 전하를 시해하고 뻔뻔하게 황위에 오르려고 하다니! 비록 지금은 실패했어도 언젠가 다른 누군가가 너에게 천벌이 내릴 거다!”
“천벌이라…… 정말로 그런 게 있으면 좋겠군.”
그 정도로 신이 이 세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시온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이 줄어들 테니까.
그 말에 마치 죽일 듯이 자신을 노려보는 남자를 잠시 마주 보던 시온의 입에서.
“어디서 왔지?”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린 3황자 전하를 모시던……!”
“아니잖아.”
그런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온의 입에서 부정의 말이 흘러나왔다.
자신에게 이를 드러낸 적을 뿌리까지 뽑아내는 것이 시온 자신의 성정이었다.
그 말은 즉 연관된 모든 것을 철저하게 제거한다는 의미.
그렇기에 이런 짓을 할 잔당들이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런 녀석들이 존재한다는 건 제3의 세력이란 말이겠지.’
더불어 실패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토록 공개적으로 습격을 했다는 건 다른 의도가 존재할 가능성이 컸다.
가령 이미지를 실추시키거나, 이걸 트리거로 이용해 자신에게 불만을 가진 자들을 수면 위로 끌어내 뭉치게 하려는 등.
‘지금 이 시기에 이런 일을 꾸밀 녀석들은 얼마 되지 않아. 그중에서 제일 유력한 곳은…….’
그와 함께 잠시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던 시온의 입에서 하나의 단어가 흘러나왔다.
“우로보로스.”
그 순간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남자의 눈동자.
그 동요는 바로 옆에 있던 루카스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약했지만, 시온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용사의 성장을 위해 남겨두고 있었더니 이런 수작을 부린단 말이지.”
시온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섬뜩한 목소리에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낀 것일까.
“크흐흐,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오늘의 원수는 우리의 동료들이 갚아줄 거다.”
일부러 웃음을 흘리며 동요를 감춘 남자가 그 말과 함께 미리 심장 부근에 설치되어 있던 폭발 마법을 발동시켰다.
처음부터 이때를 위해 시온의 근처까지 접근한 것인지 그런 남자의 눈에는 희열이 어려 있었다.
화아아아악!
“시온 전하, 위험합니다!”
순식간에 밝기를 더해가는 마나의 빛에 옆에 있던 루카스가 다급하게 시온과 남자의 사이를 가로막으려는 순간이었다.
후욱!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러한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새 그 자리에 자리하고 있는 이질적인 어둠.
“이, 이건……!”
발동되던 마법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을 느낀 남자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것은 전혀 계획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자폭하려 했나? 그렇게는 안 되지. 아직 뽑아낼 정보가 남았거든.”
그런 남자를 향해 조용히 말하는 시온의 입가에는 어느새 보기만 해도 불길함이 느껴지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제부터 너의 모든 것은 나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 거야. 물론 죽는 것까지.”
그 말을 끝으로 멍한 얼굴의 남자를 지나친 시온이 천천히 비어 있는 상석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입을 다문 채 굳은 얼굴로 그런 시온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러한 사람들의 눈동자 안에서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어찌 저리…….’
어떤 이들은 잔혹한 폭군의 등장에 두려움과 걱정을 내비쳤고.
‘역시 시온 황자야말로…….’
어떤 이들은 오히려 동경하고 열광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후자 쪽이 훨씬 더 많았다.
세상이 평온할 때는 인군(仁君)이야말로 최고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세상은 결코, 그렇지 않았으니까.
백 년 동안 잠잠했던 마역이 서서히 준동하고 있었고 제국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들로 가득 차 끊임없이 잡음과 내전을 일으키며 무너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군은 오히려 독이 될 뿐.
시온 황자와 같은 잔혹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배자야말로 지금의 제국에 가장 필요할지도 몰랐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상석에 도착한 시온이 비어 있는 자신의 자리로 향하던 중 디에나의 옆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회의 내용을 발설하지 않았더군.”
그와 함께 조용히 열리는 시온의 입.
“솔직히 의외였어. 마지막 양심은 남아 있는 건가? 아니면 그저 감이 좋은 건가.”
사실 이것은 시온이 디에나에게 내린 일종의 시험이었다.
그녀의 처분을 결정하는 시험.
디에나는 알고 있을까?
이번 선택으로 인해 그녀가 살 확률이 조금 더 높아졌다는 것을.
“…….”
디에나는 그런 시온의 말에 그저 노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에 그녀를 향해 한 번 웃어준 시온이 자리에 앉는 순간,
“이제부터 경합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을 맡은 귀족의 외침과 함께 마침내 기다리던 세계 경합이 시작되었다.
시작 전 작은 해프닝이 있었긴 했지만, 경합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었고 시온 또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시온이 고개를 끄덕여 진행을 허락한 것도 있었고.
“와아아아아!”
세계 경합은 단체전과 개인전 두 가지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그중에서 더 인기가 많은 것은 개인전이었다.
평소에는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최상위 강자들의 실력을 마음껏 볼 기회였으니까.
더불어 ‘일곱 하늘’마저도 한 번씩 모습을 보이는 개인전이었기에 당연히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항상 시작은 단체전부터였다.
그리고 그러한 단체전이 진행되는 현재,
“미쳤군! 정말 미쳤어!”
“그러게 말이야, 이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니!”
사람들은 벌써부터 저번 경합의 개인전만큼이나 엄청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반응의 중심에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이번에 처음으로 경합에 출전하게 된 아그네스 기사단이었다.
“뚜, 뚫린다! 막……!”
콰아아아앙!
“아아악!”
과연 세계 최강의 기사단이라는 것일까.
각 세력 최강의 무력 집단만을 모아놓은 경합인데도 불구하고 아그네스 기사단이 보여주는 활약은 엄청나기 그지없었다.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사정없이 밀리다가 순식간에 패퇴하는 상대편들.
그 광경은 아그네스 기사단이 지닌 힘의 수준이 다른 곳과 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단장인 밀레이온이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저 정도란 말이지.’
그러한 활약을 상석에서 지켜보던 시온의 눈이 빛을 발했다.
연대기에서도 항상 최강이라 칭해지기만 했을 뿐 한 번도 제대로 된 활약상이 나오지 않았던 아그네스 기사단이었다.
그런 기사단의 힘 중 일부분을 보게 되었으니 당연히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더 빠르게 손에 넣기 위해 생각해 놓았던 계획까지 변경하고 싶을 정도.
‘물론 그 전에 저쪽부터 처리해야겠지만…….’
그 생각과 함께 시온은 경합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는 마족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위쪽으로부터 부유 도시의 일을 전해 듣지 못한 것일까?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쓴 마족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경합에 참석한 상태였다.
‘아니 듣긴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어느 누가 예상했을까.
자신이 부유 도시에서 황성으로 복귀하자마자 이런 일을 벌일 줄은.
그와 함께 대연무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갖춰져 가는 준비를 바라보며 시온이 차갑게 눈을 빛낼 때,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지?’
디에나는 경합 대신 그런 시온을 의식하며 머릿속으로 이러한 의문을 떠올리고 있었다.
‘분명 이번 경합에서 증명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것치고는 저번 경합과 달라진 점은 단 한 가지.
아그네스 기사단이 참여한 것뿐이었다.
대체 어떤 식으로 증명을 한다는 것일까.
‘뭐, 하지 못한다면 나야 좋긴 하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시온이라면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 터.
‘하,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아.’
지금의 상황도, 시온도, 결국 회의 내용을 유출하지 않은 채 스스로 불리한 길로 향한 자신도.
그에 그녀의 눈동자에 짜증이 어릴 때,
“자, 이걸로 단체전이 전부 끝나게 되었습니다!”
단체전의 종료를 알리는 진행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사람들의 눈빛이 더 큰 기대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말은 즉 이제부터 개인전이 시작된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럼 곧바로 개인전을 시작! ……하기에 앞서 이벤트 매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뜸을 들이는 진행자의 말에 살짝 사그라드는 사람들의 기대.
하지만 다음 순간 그 기대는 순식간에 치솟는 것을 넘어서 광란에 가까운 열광으로 뒤바뀌었다.
“이벤트 매치의 대상은 바로 세계 최강의 기사이자, ‘일곱 하늘’ 중 그 두 번째 하늘! 사자 황녀 이벨린 아그네스 전하이십니다!”
잠시의 정적.
그리고,
와아아아아아아!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의 거대한 함성이 대연무장 전체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고막이 터져 나갈 정도의 수준.
그것은 이벨린 아그네스란 이름이 지닌 값어치를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동시에 상석에 앉아 있던 인물들 또한 이벨린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당혹 어린 목소리를 토해내었다.
의문으로 물들어 있는 눈빛은 그들 또한 이번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세계 경합에서 이벤트 매치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그러한 매치에 황족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무척이나 드물었다.
굳이 할 필요도 없었을뿐더러 해봤자 도움이 되는 것이 전혀 없었으니까.
아니, 오히려 손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그 대상이 황족이자 제국 최강에 가장 가깝다고 일컬어지는 이벨린 아그네스라니.
그 화제성은 엄청나겠지만, 실속은 존재하지 않았다.
“…….”
그런 사람들을 향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이벨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대연무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담담한 그녀의 눈빛.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매치는 그녀가 직접 신청한 것이었으니까.
“와아아아아! 사자 황녀! 사자 황녀!”
연신 이벨린의 별호를 외치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기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최강의 기사.
단지 듣는 것만으로 심장이 뛰는 칭호의 주인이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묵묵히 받아넘기며 대연무장의 한가운데 위치하는 이벨린.
그와 함께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진행자의 말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번 이벤트 매치는 그 유례가 없는 만큼 특별한 규정이 존재합니다. 바로 먼저 나온 대상이 자신의 상대를 직접 지정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이제부터 이벨린 전하께서 자신의 상대를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대연무장 전체가 팽팽하게 당겨진 것만 같은 긴장감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과연 ‘최강의 기사’를 넘어서 ‘제국 최강’의 자리마저 넘보고 있는 ‘하늘’이 직접 지정하는 상대는 누구일까.
검왕 루트비히 아스칼론?
백염제 아하마드 오즈리마?
하지만 천천히 검집에서 빠져나온 사자 황녀의 검이 가리킨 상대는 그들이 아니었다.
대연무장의 상석.
그 중앙에서 나른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한 명의 사내.
“나오거라, 시온.”
여섯, 아니, 이제는 일곱 개의 찬란한 별빛을 담은 이벨린의 눈동자가 과거 세상을 집어삼킨 황제를 올려다보며 불꽃처럼 타오른다.
동시에 그런 그녀의 눈을 마주 보며 웃음 짓는 황제의 눈동자 안에서도 여섯 개의 검은 별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