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09)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209화
52장 내부 정리(3)
-이 비천한 인간 녀석들이 감히!
쿠구구구!
마역 깊은 곳에 존재하는 이름 없는 신전의 마지막 방.
방이라기보다는 거의 홀과 같은 크기를 지닌 공간에서 한 마리의 마룡이 커다란 분노와 함께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마기를 사방으로 쏘아내고 있었다.
그로 인해 강기조차 견딘다는 흑암석으로 이루어진 신전이 무너져 내릴 정도.
하지만,
“숨결을 사용할 겁니다. 모두 제 곁으로.”
그러한 마룡을 상대하고 있는 용사 일행의 눈에서는 두려움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화아아악!
이미 이것보다 더한 역경을 수없이 겪어오며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으니까.
일행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지던 마룡의 숨결이 티르안이 펼쳐낸 ‘중력 왜곡’에 의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틀어진다.
그와 함께,
파직!
한 줄기의 뇌전으로 변한 레인이 단숨에 앞쪽으로 쏘아지더니, 콰드드드득!
마룡의 한쪽 다리를 지탱하고 있는 근육 대부분을 끊어내었다.
그동안의 전투로 인해 마룡이 대부분의 힘을 사용하고 지쳐 있었기에 가능한 일.
-……!
그로 인해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마룡의 앞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방패를 든 팔을 최대치로 당긴 투르잔이 나타났다.
키이이잉!
그런 투르잔의 방패로 엘리시스가 쏟아낸 막대한 신성이 새겨지고.
그렇게 찬란한 황금 빛으로 물든 방패를 투르잔이 망설임 없이 마룡의 동체에 꽂아 넣었다.
쿠우웅!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지는 마룡.
-크아아아! 이 벌레 같……!
다시 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고통과 분노로 범벅된 포효를 터뜨리던 마룡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추었다.
그런 용의 눈에는 어느새 위쪽에서부터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은빛의 검이 비치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단숨에 주변에 펼쳐진 수십 개의 방어 술식을 뚫어낸 은빛의 검이 그대로 마룡의 몸까지 치달으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로 인해 치솟는 흙먼지와 함께 자욱해지는 시야.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안에서 다시 드러난 광경은 목이 잘려 나간 마룡과 그러한 용의 시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은발의 여인이었다.
“나이스, 클레어! 수문장은 이 녀석이 마지막이랬지? 이제 그 신기란 걸 볼 수 있는 건가?”
그런 클레어의 곁으로 다가온 레인이 상기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혹시 신기를 얻게 된다면 저에게도 한 번 살펴볼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신의 힘이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과연 신기란 이름이 가지는 기댓값은 무척이나 높았는지 평소에는 귀찮음을 제외한 감정을 거의 내보이지 않던 티르안까지도 들뜬 눈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무구의 힘에 그다지 의지하지 않는 편이다만…… 신기라고 하니 확실히 궁금하기는 하군.”
“분명 재료부터가 일반적인 무기와는 다르겠지?”
“어쩌면 물체가 아닌 그 자체가 술식이나 언령으로 이루어져 있을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서로 신기에 관해 열띤 이야기를 하는 일행들의 모습이 마치 회귀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클레어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어릴 때였다.
“잠깐만요! 교단으로부터 전언이 왔어요!”
한쪽에서 묘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다물고 있던 엘리시스가 손을 번쩍 들며 입을 열었다.
“전언? 갑자기?”
그런 그녀의 말에 일행의 눈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성녀인 엘리시스가 장소에 상관없이 교단과 통신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지금껏 빛의 교단에서는 한 번도 빛의 교단에서 전언을 보낸 적이 없었다.
충분히 의외라도 해도 될 만한 일.
“예, 정확히는 시온 전하께서 교단을 통해 보낸 전언이에요.”
“내용이 뭐지?”
시온 황자라는 말에 살짝 표정을 굳힌 클레어가 엘리시스를 향해 대답을 재촉했다.
그녀가 보았던 시온 아그네스의 말에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런 그가 보낸 전언이라면 분명 중요한 내용일 터.
“지금부터 바로 자신이 지정한 곳으로 출발하라고…….”
곧이어,
‘설마 벌써……!’
성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하나의 장소를 들은 클레어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너, 너는……!”
마력차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붉은 눈의 여인을 바라보던 리히트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는 자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저 여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과거 시온 아그네스와 함께 우로보로스의 중앙 지부를 초토화한 장본인 중 한 명.
그 당시 겨우 살아남은 조직원 중 몇몇은 아직까지도 시온 황자보다 저 여인을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여자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은…… 설마!’
순식간에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 리히트의 얼굴이 사색으로 물들어갈 때,
“핵을 운송하던 마법사 중 한 명이 같이 들어왔다! 신속히 제거하라!”
그런 여인, 리우시나를 알아보지 못한 주변의 조직원들이 한꺼번에 그녀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과연 우로보로스 중에서도 가장 상위에 존재하는 본단의 일원들이라는 것일까?
조직원들의 속도는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고 그 힘은 주변의 대기가 일렁거릴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안 돼!”
강함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었다.
그 모습을 본 리히트의 입에서 다급하기 그지없는 외침이 터져 나오는 찰나, 우적!
이미 바로 앞까지 도달한 뒤 마녀를 향해 자신의 무기를 휘두르던 조직원 중 한 명의 상반신이 그대로 사라졌다.
곧이어 사라진 상반신이 있던 자리에 나타나는 새빨간 짐승의 입.
그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뒤따라 달려들던 조직원들이 움찔하는 순간이었다.
씨익-
리우시나의 입가에 맺혀 있던 웃음이 더욱 짙어지는 것과 동시에, 콰지지지지지직!
그런 조직원들의 위쪽에서 나타난 무수한 짐승의 머리가 그들의 몸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터져 나온 선혈로 인해 순식간에 붉게 물드는 바닥.
“이, 이건…….”
그 섬뜩한 모습에 리히트가 질린 눈으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날 때,
“침입자다! 침입자를 섬멸하라!”
소란을 눈치채고 새롭게 나타난 수백 명의 조직원이 동시에 소란의 원인인 리우시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렇게나 나를 환영해 주다니 감동인데?”
새로운 먹잇감들의 등장에 황홀함이 깃든 눈으로 작게 읊조리는 붉은 눈의 마녀.
“하아, 마음 같아서는 전부 혼자서 먹어 치우고 싶지만…… 지시니까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곧이어 아쉬움이 깃든 얼굴로 변한 리우시나가 입맛을 다시며 들어 올린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후웅!
그와 함께 그녀로부터 시작된 핏빛의 파동이 순식간에 대기를 타고 퍼져나가며 주변의 공간 전체를 잠식하기 시작한다.
꾸드드득!
그로 인해 새빨갛게 물든 공간 안에서 피어나는 수만 개의 눈동자.
그러한 눈동자들이 꿀렁거리며 움직이더니 달려들고 있는 조직원들의 맨 앞 열에 시선을 고정하는 찰나였다.
푸화하하학!
눈동자들의 시선을 받은 모든 조직원의 몸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대로 터져 나갔다.
그야말로 보면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광경.
하지만 기이한 광경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터져 나온 선혈과 바닥에 붉게 물들인 피가 모조리 한 곳으로 모여들더니 거대한 문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보는 순간 밀려드는 공포감에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소름 끼치는 느낌을 주는 붉은 문.
곧이어 문에서 뻗어 나온 새빨간 줄기 하나가 근처에 있던 거대한 마공학 핵에 연결되고.
끼이익!
그로부터 전해지는 막대한 마력을 모조리 빨아들인 문이 잔뜩 녹슨 소리와 함께 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걸어 나오는 것은 악의 군세가 아니었다.
저벅, 저벅.
익숙한 동시에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이질적인.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면서도 심령 깊은 곳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걸음 소리.
곧이어 모습을 드러내는 걸음 소리의 주인을 보는 순간, 리히트를 비롯한 조직원들의 눈에 경악과 절망이 어리기 시작한다.
“……시온 아그네스!”
절대적인 무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심계로 단 일 년 만에 다른 모든 황족을 짓누르고 후계의 자리를 거머쥔 자.
동시에 우로보로스 전체를 궁지로 몰아넣은 제1의 대적.
그 존재가 지금 바로 눈앞에 있었다.
“안 돼…… 안 돼……!”
그런 시온을 보는 것과 동시에 전의를 상실한 리히트가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질 칠 때였다.
“시온 전하께 방해가 되는 모든 적을 섬멸하라!”
뒤늦게 시온의 뒤를 따라 붉은 문을 통과한 수하들이 리히트와 다른 조직원들을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황혼 검단과 혈탑의 혈마법사들, 그리고 이번에 리우시나의 밑으로 새롭게 합류한 정화교도들이었다.
“꺄하하하하! 내가 먼저야!”
그리고 그들보다 앞서나가며 적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천살의 마녀.
‘여기가 우로보로스의 본단이었을 줄이야.’
이번에 리우시나가 새롭게 터득한 대규모 공간 이동 술식을 통해 이동한 전력이 우로보로스의 조직원들과 맞붙는 광경을 잠시 바라보던 시온은 그 생각과 함께 위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팔란티어 가문.
지금 시온이 서 있는 저택을 소유한 가문으로써 가진 무력은 충분하지만, 그 밖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오대 가문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었다.
무척이나 청렴하고 깨끗한 가풍을 지니고 있기에 청운가(靑雲家)라고도 불리는 가문.
‘마역과는 전혀 연관이 없길래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더니만…….’
설마 가문 전체가 우로보로스에 속해 있었을 줄은 시온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팔란티어 가문이 우로보로스의 본신이라고 해야겠지.’
그렇다면 연대기에서조차 드러나지 않았던 우로보로스의 수장은 팔란티어 가문의 가주일 가능성이 컸다.
‘이곳의 가주는 분명…….’
시온은 머릿속으로 한 명의 인물을 떠올렸다.
일리아스 팔란티어.
‘열두 바다’ 중 첫 번째 바다이며 만해창(滿海槍)이라는 별호를 가진 사내.
무력으로만 따진다면 ‘하늘’과도 능히 자웅을 겨룰 수 있다고 여겨지는 최상위의 창사였다.
‘아마 우로보로스의 수장으로서 숨겨 놓은 힘 또한 존재할 테니 완전한 ‘하늘’급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그 생각과 함께 시온으로부터 뻗어나간 어둠이 저택 곳곳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시온이 알기로 우로보로스의 수장은 상당히 신중한 동시에 절대 앞으로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다.
아마 발각되었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 전투를 준비하는 대신 이곳 본단을 버리고 도주할 확률이 높았다.
시온은 후환 따위 남길 생각이 없었고 그렇기에 일리아스가 도주하기 전에 처리할 계획이었다.
곧이어,
“찾았다.”
원하던 것을 감지한 시온의 눈이 기이한 곡선을 그렸다.
그 순간,
투콰아아아아앙!
한 줄기의 어둠으로 변한 시온의 신형이 그대로 저택의 천장을 뚫고 일직선으로 위쪽을 향해 치솟기 시작했다.
실내에서 적을 추격하는 데에 있어 시온이 가장 애용하는 방법.
시온은 항상 모든 것에 있어 최대의 효율을 추구했고 이 방법은 그런 시온의 성향에 가장 들어맞았다.
그렇게 바닥을 뚫고 순식간에 저택의 최상층까지 도달한 시온이, 콰지지지직!
그대로 바로 앞에 있던 서재의 문을 박살 내며 안쪽으로 들어섰다.
이 안에서 예전 아그네스 대회의 때 보았던 일리아스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그렇게 방 안으로 들어선 시온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서재 안에는 일리아스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시온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책상 위에 놓인 채로 째깍째깍 소리를 내는 커다란 구체뿐.
“한 방 먹었네.”
그것이 마력 폭탄이라는 걸 알아챈 시온이 히죽 웃는 순간.
움직이던 폭탄의 초침이 0을 가리키며,
———————!
시야 전체가 새하얗게 백열했다.
* * *
콰아아아아아아앙!
“걸려들었나?”
수도 전체에 폭음이 퍼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을 바라보며 수염을 정갈하게 기른 중년인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이름은 일리아스 팔란티어.
바로 우로보로스의 수장이었다.
일리아스는 무척이나 신중했다.
그렇기에 항상 모든 상황을 상정하여 대비 계획을 세워두었고 지금 저 폭발은 그러한 그의 대비 계획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렇게 계획이 성공했음에도 일리아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군.”
폭발로 인해 날아간 곳이 바로 그의 본거지였으니까.
그것도 수십 년간 그 누구도 정체를 알지 못하도록 비밀스럽게 숨겨져 있던 본거지였다.
그런 본거지가 한순간 사라져버렸으니 당연히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당분간은 모든 계획을 중지하고 숨어 있어야겠어.”
본단이 발각되었다는 것은 적들이 자신들을 섬멸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일 터.
이럴 때일수록 몸을 사리는 게 맞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일로 인해 시온 황자가 당분간 움직이지 못한다는 거겠지…….”
무려 최상급에 달하는 마력 폭탄이었다.
그런 마력 폭탄의 폭발을 바로 앞에서 맨몸으로 맞았으니 죽지는 않더라도 최소 중상은 입었으리라.
“그 장면을 직접 보지 못한 게 아쉬…… 음?”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을 시온 아그네스를 떠올리며 슬쩍 웃음 짓던 일리아스의 얼굴이 순간 의문으로 물들었다.
문뜩 내려다본 시야에 걸리는 자신의 그림자.
평소와는 달리 그러한 그림자는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곧이어 그 이질적인 느낌의 이유를 알아챈 일리아스의 눈동자가,
‘웃고 있어?’
흔들리는 찰나였다.
“생각보다 화끈하네.”
그림자로부터 흘러나오는 나른한 목소리.
“……!”
그 이해하지 못할 현상에 경악으로 물든 일리아스가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는 순간.
그것보다 조금 더 빠르게.
“하마터면 놓칠 뻔했어.”
콰득!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새하얀 손이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