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08)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208화
52장 내부 정리(2)
“그럼 황위를 포기하는 건가?”
잠시 이벨린을 바라보던 시온의 입에서 물음 하나가 흘러나왔다.
그에 고개를 끄덕이는 2황녀.
“그래, 처음부터 황위가 나에게 어울리는 자리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짐을 짊어질 이가 마땅치 않아 내가 짊어지려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어졌지.”
마침내 짐을 짊어질 자격을 지닌 이를 찾았으니까.
시온은 황위를 짐이라 말하는 이벨린의 표현에서 그녀가 정말로 미련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연대기에서도 이벨린은 황위보다 가문의 안위와 제국의 안녕에 더욱 신경을 썼었지.’
황위에 오르려는 것은 그걸 위한 부수적인 일에 불과했을 뿐.
“내가 느끼기론 루브리오스는 이미 네 쪽으로 끌어들인 것 같던데……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즉위식을 치르고 황위에 오르는 걸 추천하마.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말이다.”
그런 시온을 바라보며 이벨린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물론 디에나를 비롯한 요정림 쪽에서 반대하겠지만, 이제 그 정도는 무시해도 될 수준이지 않으냐.”
“생각해 보도록 하지.”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시온은 즉위 시기를 적어도 수인해와 요정림을 방문한 후로 생각하고 있었다.
시온 자신이 최적이라 여기는 시기는 바로 그때였으니까.
“그래, 그럼 나는 멀리에서 네 행운을 빌어주도록 하겠다.”
용건이 끝났다는 듯 그 말과 함께 몸을 돌린 이벨린이 연무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거의 평생을 추구해 온 목표를 포기했음에도 그런 그녀의 얼굴은 씁쓸하기보다는 후련해 보였다.
“멀리? 황성 밖으로 나가는가 보군.”
“마역과의 경계로 가야 한다. 저번의 정기 순찰 때 그곳에서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이 있으니까. 이번에 그 일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그 순간, 점점 멀어지는 이벨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시온의 눈썹이 살며시 꿈틀거렸다.
‘벌써 때가 되었나?’
그 생각과 함께 차갑게 가라앉는 눈.
시온이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존재했다.
‘연대기에 따르면 2황녀는 이번 경계 순찰을 끝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니까.
세계에는 억지력이라는 게 존재한다.
존재의 운명이 본래부터 정해진 대로 흐르게 하려는 일종의 강제력.
그렇기에 아무리 미래를 인지하고 뒤틀어버리려 해도 역사는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금까지 시온 자신이 하나하나가 제국 전체를 뒤흔들 만한 수많은 사건을 일으켰음에도 계속해서 연대기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
때문에 이번 일 또한 연대기와 똑같이 흘러갈 확률이 높았다.
시온 자신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일정을 변경해야겠어.’
아무래도 요정림과 수인해보다는 마역과의 경계부터 방문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그 전에 이쪽부터 처리해야겠지만.’
그 생각과 함께 시온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이벨린에게서 눈을 뗀 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티에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우로보로스의 본거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그에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숙인 그림자의 수장이 조용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말해봐.”
세상에는 내버려 두어도 크게 불편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두면 묘하게 거슬리는 것들이 존재한다.
시온에게 우로보로스는 그런 존재였고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아예 뿌리를 뽑아버릴 생각이었다.
어차피 대전쟁 전에 정리할 생각이기도 했고.
“저번에 전하께서 사로잡으신 조직원을 심문하고 그동안 모아온 정보를 통합하여 총 세 군데로 특정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한 곳으로 간추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생각보다 더 은밀하게 숨겨져 있어서…….”
그 말에 무언가를 고민하듯 시온의 눈이 깊게 침잠해 들었다.
‘이벨린의 죽음이 가까워진 이상 우로보로스에 할애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그렇다고 연대기의 지식을 활용할 수도 없었다.
연대기에서도 우로보로스 본단의 위치는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미끼를 뿌려 먼저 모습을 드러내도록 만드는 수밖에.”
그 말과 함께 시온으로부터 지시를 들은 티에리의 눈에 미약한 의문이 어렸다.
“그런데 전하…… 우로보로스가 이걸 물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물 수밖에 없어. 지금 급한 건 이쪽이 아니라 그쪽이거든.”
시온이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존재했다.
연이은 ‘서리 여왕의 권능 조각’들의 분실과 그에 따른 계획의 실패.
더불어 중앙 지부를 비롯한 수도에 존재하는 여러 지부가 궤멸되었고 간부 중 한 명인 샤린 메이까지 목숨을 잃었다.
그에 비해 그만큼의 희생을 치르고도 지금까지 낸 성과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아마 경합 때 이루어진 습격 또한 내가 조만간 자신들을 정리하기 위해 움직일 것으로 생각하고는 어떻게든 시선을 돌리기 위해 급조한 계획이겠지.’
물론 그것마저 완벽하게 실패했기에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분명 하루빨리 유의미한 성과를 올리고 싶어 할 터.’
그렇게 흐려진 판단으로 99퍼센트의 진실 속에 시온 자신이 숨겨 놓은 1퍼센트의 거짓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리라.
‘다만 미끼를 물기 전까지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기에 얼굴이 알려진 무력 집단이나 인물들을 사용할 수가 없다는 건데…….’
사람이 필요했다.
그것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동시에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사람이.
그 생각과 함께 잠시 머릿속으로 작전에 투입할 인물들을 추리던 시온의 눈이 별안간 이채를 띠었다.
“오우거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렇게 말하며 씩 웃는 시온의 눈에는,
“주인 하이!!!”
연무장 끝에서 이쪽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 * *
“아, 개 같네, 정말.”
광란의 대공 아크리모시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드드드드!
그에 감응하듯 주변의 공간이 부서져 나가기 시작한다.
평소와는 달리 앞쪽에 앉아 있는 낮은 목소리는 그런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일이 꼬이는군.”
지금 그조차도 이 상황이 짜증 나기 그지없었으니까.
“그냥 저번에 만났을 때 죽여 버릴 걸 그랬나?”
아크리모시아가 그렇게 말하는 대상은 물론 시온 아그네스였다.
그들의 화를 돋운 장본인이자 현재 질투의 대공 다음으로 신경이 쓰이게 하는 존재였으니까.
“그 녀석 하나 때문에 너무나 많은 일이 틀어졌어.”
타천 계획부터 시작해서 황성, 레제로, 플랜트 등.
그리고 현재는 대전쟁을 위한 대계마저도 박살 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듣기로는 우리와의 전쟁 준비 선포까지 했다더군.”
“이미 예정된 일이긴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진행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생각보다 상황이 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제 제국 쪽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된 것 같군. 슬슬 무언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거겠지.”
“흠…….”
낮은 목소리의 말에 잠시 팔짱을 낀 채 고민하던 아크리모시아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이건 어때?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경계 쪽을 한 번 싹 정리하는 거야. 지금으로서는 그쪽이 가장 성가신 전력 아니야? 이제 와서 눈치 볼 필요도 없잖아.”
“좋은 생각이긴 하다만 시기가 이러니만큼 아마 그쪽도 평소보다 더욱 엄중한 태세를 갖추고 있을 거다. 그러니 어중간한 전력으로는 힘들 거다.”
“그럼 어중간한 전력이 아니면 되잖아.”
“설마…… 대공급 중 한 명을 보내자는 건가?”
“맞아!”
그에 광란의 대공이 손가락을 튕겼다.
“확실히 그 정도라면 변수가 있어도 상관없겠군. 하지만 너와 나는 젤리스를 상대해야 하지 않나?”
“그래도 손이 남는 녀석이 하나 있잖아.”
그런 낮은 목소리의 말에 히죽 웃으며 대답한 아크리모시아의 입에서 한 단어가 흘러나왔다.
“오만.”
* * *
수도 휴브리스의 인적 드문 외곽 도로.
그러한 도로 주변에 존재하는 수풀에는 전신을 검게 감싼 십여 명의 사람들이 은밀하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몸에 걸려 있는 은신과 기척 차단 술식을 점검한 뒤 대기한다.”
그런 복면인들의 수장이자, 우로보로스의 간부 중 한 명인 리히트는 수하들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지시한 뒤 휑한 도로의 끝부분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가 지금 이곳에 있는 이유는 얼마 전에 입수한 하나의 정보 때문이었다.
제국 최상위 정보 길드와 맞먹는 정보력을 가진 조직의 정보부가 커다란 희생을 치르며 겨우 얻어낸 특급 기밀.
‘그 기밀에 따르면 부유 도시가 하늘에 뜰 수 있도록 유지하는 핵과 똑같은 출력을 지닌 최상급 마공학 핵이 이 경로를 따라 황성까지 운반된다고 했다.’
곧 있을 대전쟁의 준비를 위해 말이다.
우로보로스는 그 기밀을 입수하자마자 핵을 탈취하기 위해 움직였고 그게 바로 지금 리히트가 이곳에 있는 이유였다.
‘수도의 한복판에서 핵을 폭주시켜 터뜨린다면 예전에 실행하지 못했던 계획인 ‘얼어붙은 밤’과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었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리히트는 차갑게 눈을 빛냈다.
이번 탈취 계획은 지금까지 부진했던 조직의 성과와 수많은 조직원의 희생을 단숨에 만회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했다.
그렇기에 그가 직접 나선 것이었고.
‘더불어 그자에게 한 방 먹일 수도 있고 말이야.’
그와 함께 리히트는 머릿속으로 한 명의 인물을 떠올렸다.
시온 아그네스.
그의 조직을 궁지로 몰아넣은 장본인이자, 무슨 일이 있어도 제거해야 할 제1의 적.
이번 계획이 성공한다면 수도의 절반을 날리는 것과 더불어 시온 아그네스가 진행하는 전쟁 준비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으리라.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뿐.’
그런 리히트의 머릿속에서는 이 모든 것이 속임수일 거라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있을 함정을 대비하기 위해 움직이기 전 이미 입수한 정보에 관해 수십 번의 증명을 마쳤고 주변의 일정 반경 내에 매복이 없다는 것까지 전부 확인했으니까.
더불어 부유 도시의 1급 마법 공방에서 은밀하게 보관하고 있던 핵이 사라졌다는 정보까지도 얻은 상태였다.
그때,
“옵니다.”
옆에 있던 수하가 그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와 함께 수하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리히트의 눈에 도로의 끝에서 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여러 대의 마력차가 비쳤다.
“중앙에 있는 커다란 마력차가 핵을 실은 마력차다. 그걸 노려라.”
미리 챙겨온 마공학 핵 감지 도구가 품속에서 은은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더욱 몸을 낮추는 리히트.
우우웅!
그사이에 빠른 속도로 내달리며 다가오던 마력차들이 마침내 그들이 은신해 있던 수풀 사이의 도로를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지금.”
차가운 리히트의 지시와 함께,
콰아아아앙!
미리 도로의 표면에 심어져 있던 마법진이 발동되며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가 뒤집히는 마력차들.
그리고 그와 함께,
스스스슷!
숨어 있던 우로보로스의 조직원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중앙의 마력차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습격! 습격이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걸 막아!”
그보다 한 발짝 뒤늦게 마력차에서 빠져나온 마법사들이 리히트와 다른 조직원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마법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은밀하게 움직여야 했기 때문일까.
그러한 마법사들의 숫자는 소수에 불과했지만, 그만큼 그들의 실력은 뛰어났다.
조직 내에서도 최정예들로만 간추린 리히트와 수하들조차 쉽사리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끄아악!”
“커, 커억!”
아니, 오히려 조직원 중 몇몇은 그런 마법사들이 쏘아낸 마법에 적중당해 목숨이 위중할 정도의 중상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면 안에 감춰져 있는 리히트의 표정은 밝았다.
처음부터 그의 목표는 마법사들의 섬멸이 아닌 핵의 탈취였고 지금 그 목표를 이루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콰득!
수하들의 목숨을 방패로 삼아 단숨에 핵을 실은 마력차까지 접근한 리히트가 망설임 없이 품속에서 꺼낸 수정 송곳 하나를 마력차의 문짝에 박아 넣었다.
화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수정 송곳의 표면에 빽빽하게 새겨진 룬 문자들로부터 터져 나온 푸른 빛이 엄청난 속도로 마력차를 뒤덮어 가기 시작한다.
“아, 안 돼! 마력차 자체를 공간 이동시키려 한다! 막아, 막아아아!”
수송대의 수장으로 보이는 최고위 마법사가 그 장면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그 순간, 이미 푸른 빛은 마력차 전체를 뒤덮고 있었으니까.
투화하하학!
어마어마하게 증폭되는 빛과 함께 리히트와 마력차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 *
일렁이며 왜곡되는 시야가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그로 인해 슬슬 속마저 울렁거릴 때쯤,
후욱!
사방을 뒤덮고 있던 푸른 빛이 완전히 사라지며 리히트의 시야가 완벽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하하…… 하하하하하!”
주저 앉은 리히트의 입에서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시야 너머로 보이는 풍경.
그 풍경은 그동안 그가 익히 보아 왔던 우로보로스 본단의 모습이었으니까.
“리히트 님! 성공하신 겁니까!”
곧이어 그런 리히트의 주변으로 다른 조직원들이 하나둘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직 모른다.”
조직원들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한 리히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력차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그 말과는 달리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성공이란 두 글자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그의 품속에 있는 핵 감지기는 진동을 멈추지 않고 있었으니까.
‘자, 이제 확인을 해볼까.’
콰드드득!
두 눈 가득 어린 희열을 숨기지 않은 채 마력차의 문을 잡고 그대로 뜯어내는 리히트.
그로 인해 서서히 드러나는 마력차의 내부와 함께 그의 눈에 어린 희열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어?”
리히트의 눈에 어린 희열이 별안간 의문으로 뒤바뀌었다.
그런 그의 눈에 비치는 것은 마력차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최상급 마공학 핵과 그 옆에 서 있는 한 명의 여인.
곧이어 그런 여인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핏빛 기운을 느낀 리히트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순간,
“안녕?”
여인, 리우시나가 그를 향해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