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16)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216화
54장 오만의 대공(3)
오만의 대공 오그리트.
다른 대공들과는 다르게 오그리트는 처음부터 마족이 아니었다.
아그네스 제국이 생기기 전에 존재했던 고대 국가의 왕이자 가장 강대했던 주술사.
그것이 그의 신분이자 정체였다.
오그리트는 항상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영원히 왕으로서 군림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가진 모든 것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을지.
끝없는 고민 끝에 결국 오그리트가 다다른 결론은 백성 모두의 혼을 자신의 몸 안에 담는 것이었다.
나라의 근본은 백성.
그러한 백성들이 항상 함께한다면 자신은 영원한 권세를 누릴 수 있을 테니까.
그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대규모 주술은 실행되었고 오그리트는 결국 천만에 달하는 백성들의 혼을 몸 안에 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주술은 완벽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왕은 강제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수백 년이 흘러 그러한 오그리트가 다시 깨어나고 곧바로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너에게 영원한 수명을 주도록 하지.
그의 눈앞에 나타난 하나의 존재가 거부할 수 없는 거래를 제안했다.
* * *
마역 깊은 곳에 존재하는 지형 중 하나이자 질투의 대공 젤리스의 영역인 절망의 사막.
그곳에서는 현재,
키아아아악!
“더러운 배신자 녀석들! 모조리 죽여주마!”
콰과과과광!
마물들 간의 대규모 전쟁과 더불어,
“꺄하하하! 언젠가 네년의 모가지를 뜯어주고 싶긴 했어.”
쩌저저저저저저적!
두 초월적인 존재 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윤회의 굴레마저 반쯤 벗어난 아득한 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에 주변의 세계 자체가 비명을 지르며 부서져 나가고 있었다.
정해진 인과조차 비틀 정도로 강대하며 초월적인 힘.
“분노랑 같이 올 줄 알았더니만…… 아니었네?”
그중 광란의 대공, 아크리모시아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던 여인이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녀의 형상을 한 광란과는 달리 이십 대 후반 정도의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여인의 정체는 바로 질투의 대공, 젤리스였다.
전장에 아크리모시아가 도착한 것을 인지하고는 곧바로 맞상대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
“너 정도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굳이 대공 두 명이 함께 움직일 가치가 없다는 말이야.”
그에 한쪽 입꼬리를 올린 광란의 대공이 작은 도시 하나 정도는 날려버릴 수 있는 공격을 퍼부으며 대답했다.
“흐응, 반쯤 미쳐 있어서 그런가? 예전부터 상황 파악 못 하는 건 여전하구나. 대공에도 급이란 게 있단다.”
그런 아크리모시아의 공격을 가볍게 흘리는 동시에 역공을 퍼붓는 질투.
콰드드드드득!
그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초토화되어 있던 대지가 완벽하게 박살 나기 시작한다.
“알고 있어. 네가 나보다 급이 더 낮다는 것도. 그리고 상황 파악 못 하는 건 너 같은데? 감히 왕을 배신하고 반란을 일으키다니.”
“배신이라니? 내가? 미안하지만 어떻게 배신을 한다는 거지? 애초에 섬긴 적도 없는데 말이야.”
그 말과 함께 매혹적인 눈동자를 움직여 슬쩍 주변을 훑은 젤리스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오만 쪽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어? 내가 알기로는 혼자 경계 쪽으로 갔다고 하는데.”
“하, 신경은 무슨! 그것보다 지금 네 목숨에나 신경 쓰는 게 어때?”
코웃음을 치며 더욱 공세에 박차를 가하는 광란.
애초에 그쪽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경계에 존재하는 제국의 병력 전체가 나선다고 해도 오그리트를 상대할 수는 없었으니까.
혹여나 우연히 용사 일행이 나타난다고 해도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이상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위협이 되는 게 있다면 다섯 개체 이상의 고룡들이 모이거나 인류 최상위권 전력 대부분이 모여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애초에 그렇게 뭉치지도 못할뿐더러 오만의 움직임은 은밀하고 빨랐으니까.
아마 제국 쪽에서도 오그리트의 움직임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을 터.
하지만,
“흠, 신경을 쓰는 게 좋을 텐데.”
그런 아크리모시아의 말에도 젤리스의 입가에 어린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짙어졌다.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곧이어,
주르르륵!
그 사실을 감추듯 질투의 주변으로 짙은 보랏빛의 장막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 * *
파파파파파팡!
경계 군단으로부터 시작되어 일직선으로 그어지는 선과 그 주변으로 터져 나가는 수백 개의 파동.
그러한 파동의 여파에 휘말린 주변의 대기가 찢겨 나가며 커다란 굉음을 만들어낸다.
‘……용사?’
그로 인해 일렁이는 시야 속에서 클레어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기사를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푸른 불길로 타오르고 있는 정령마와 그 위에서 새빨간 염화의 갑옷을 두르고 있는 기사의 모습은 마치 1차 대전쟁 때 활약했던 용사이자 역대 최강이라 불리는 마그누스 플레어와 너무나도 비슷했으니까.
하지만 곧이어 현재 무스펠하임의 주인이 누구인지 떠올린 그녀의 입에서 하나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시온…… 황자?”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오그리트가 처박힌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린 시온이 그 상태로 아직 주저앉아 있는 클레어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그에 여전히 멍한 얼굴을 한 클레어가 그 손을 잡으려 할 때,
“검.”
시온의 입에서 한 단어가 흘러나왔다.
“……네?”
“이번에 마역에서 얻은 검.”
원래부터 자신의 것이었다는 듯 당연하게 신기를 요구하는 시온의 모습에 클레어가 홀린 듯이 그람을 내밀었다.
화아아악!
시온의 손에 닿자마자 클레어가 쥐었을 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찬란한 빛을 터뜨리는 태양검.
이어서 시온이 그러한 그람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앞쪽의 허공을 향해 내리긋는 순간이었다.
쩌어어어어어엉!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그로 인해 주변의 모든 것이 박살 나거나 튕겨 나가는 도중 뒤늦게 한 존재가 시온의 검과 손을 맞댄 채 모습을 드러내었다.
“네가 그 시온 아그네스란 녀석이더냐?”
바로 오그리트였다.
“그동안 말은 많이 들었다. 이쪽의 계획을 많이 망쳤다지?”
몸으로 수십 개의 바위산을 뚫고 지나갔음에도 오만의 몸에는 여전히 상처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은은한 분노가 어려 있었다.
직접적인 타격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튕겨 나갔다는 자체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으니까.
“용사에 이벨린 아그네스 그리고…… 너까지. 잘 되었구나. 이참에 대계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전부 정리할 수 있겠어.”
그런 오그리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그의 뒤편에서부터 나타난 수백에 달하는 기사들의 환영이 검과 맞대고 있던 오그리트의 손에 자신들의 손을 겹쳤다.
과거 나라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켰던 오만의 권능 중 일부가 펼쳐지기 시작한 것.
드드드드드!
기하급수라는 말도 모자랄 정도로 증폭되는 힘에 의해 사정없이 밀리는 시온의 신형.
“그런 말은…….”
하지만 시온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일단 그럴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야.”
투웅!
가볍게 검을 비틀어 오만의 힘 대부분을 흘려보낸 시온이 상체 또한 사선으로 비트는 동시에 앞으로 크게 한 발자국 내디뎠다.
폭발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하는 무스펠하임의 불꽃과 함께 순식간에 거의 0에 가깝게 좁혀드는 둘 사이의 거리.
동시에 휘둘러지는 시온의 검격은 근처에서 바라보고 있던 클레어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빨랐지만, 오그리트는 가볍게 반응하며 자신의 바로 앞에 기사들의 방패를 응집시켰다.
쩌저저저저저적!
격돌과 함께 부서져 내리는 주변의 공간.
이어서 딛고 있던 대지 전체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가며 갈라지기 시작한다.
비명을 지르듯 요동치는 대기.
“꿰뚫려 죽어라.”
그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거리를 벌린 오그리트가 손가락으로 시온을 가리켰다.
그런 대공의 뒤쪽에서 나타난 수천의 환영 궁수들이 오직 시온만을 노리며 당겨 놓은 화살들을 발사한다.
한 발 한 발이 족히 산 하나 정도는 날려버릴 정도의 힘을 내포한 공격.
하지만 그러한 화살들은 시온에게 미치지 못했다.
투화하하하학!
미친 듯이 타오르던 무스펠하임의 불꽃이 그람으로부터 뻗어 나오는 태양 빛에 의해 증폭되더니 무시무시한 속도로 주변의 공간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태양 영역.
기본적인 열천갑주의 권능인 ‘염세’보다도 한 단계 높아진 권능의 영역에 닿은 화살들이 흔적도 없이 소멸한다.
그로 인해 생겨난 틈을 이용해 접근한 시온이 이미 머리 위로 들어 올렸던 그람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후우우우웅!
기이한 공명음과 함께 주변의 공간이 오그리트의 급소에 가장 효율적으로 닿을 수 있도록 변화한다.
“잔재주를.”
자신의 권능으로 다시 원래대로 공간을 되돌린 오만의 대공이 몸을 옆으로 기울여 시온의 검격을 피하는 동시에 한 손을 휘저었다.
콰가가가각!
그 순간 그를 중심으로 둘러싼 채 나타난 수만 개의 창이 그대로 시온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아니, 정확히는 떨어져 내리려 했다고 하는 게 맞았다.
그 전에 이미,
쩌저저저저적!
시온으로부터 터져 나온 절대의 냉기에 의해 공간 자체가 얼어붙었으니까.
세 번째 신기인 서리 여왕의 권능이 발동한 것.
뒤이어 곧바로 그람이 수평으로 그어지며 다시 한번 시야 전체를 태양 빛으로 물들인다.
“어떻게…… 저렇게 다룰 수가 있는 거지?”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클레어.
그녀조차 고작 한 번 휘두르는 게 전부인 무기였다.
그런데 처음 잡아본 것이 분명한 시온 황자가 저토록 완벽하게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해되지 않는 광경.
하지만 반대로 시온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태양검 그람의 원래 주인이자, 아스칼론 가문의 초대 가주였던 신검(神劍) 이안 아스칼론은 영겁제였을 시절, 시온의 측근 중 하나였으니까.
그 인연으로 인해 과거 시온 또한 그람을 몇 번 사용해 보았고 그렇기에 그 힘을 능숙하게 끌어낼 수 있었다.
화아아아아악!
그러한 그람의 권능은 상상을 초월했고 거기에 더해 다른 두 신기의 힘이 얹어지며 시온은 오그리트와 팽팽한 전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오만의 대공이 제대로 힘을 사용하지 않은, 잠시뿐이었지만 말이다.
한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앙!
그 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증폭된 오그리트의 마기에 의해 시온의 신형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한 속도로 튕겨 나갔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그람을 대지 깊숙이 박아 넣고 나서야 멈추는 시온의 신형.
단 한 번의 공격을 스치듯이 허용한 것에 불과했음에도 그런 시온의 왼팔을 감싸고 있던 무스펠하임의 불꽃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의 격차.
“그래도 너는 다른 벌레들보단 조금 더 낫구나.”
그러한 시온을 여전히 오만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내려다보며 입을 연 오그리트가 지금껏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주요 권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영광으로 여기거라.”
드드드드드!
그와 함께 주변의 세계가 그를 중심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너에게 본왕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도록 할 테니.”
정해진 운명조차 초월하여 불멸에 다다른 오만의 격.
스스스스-
그러한 격이 완전하게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근처에 있던 수준 미달의 존재들이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소멸한다.
“아아…….”
그 압도적이다 못해 절망적인 힘에 그대로 죽어버리는 사람들의 눈동자.
하지만,
“그거 잘됐네.”
그러한 오만을 바라보는 시온의 눈동자는 오히려 웃는 것처럼 휘어져 있었다.
“이제부터 나도 그럴 생각이거든.”
처음부터 시온은 알고 있었다.
삼신기만으로는 눈앞의 오만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처음부터 ‘크로노스의 다섯 물음’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네 번째 물음’은 첫 번째 물음과 같이 적응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강력한 효과를 지닌 물음.
그런 크로노스의 네 번째 물음은 바로 이것이었다.
-앞에서 물었던 세 개의 물음 중 어떤 물음이 가장 가치 있는가.
다른 물음과는 달리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답.
연대기에서 용사 플로시마르는 이에 대한 답으로 두 번째 물음인 ‘시간 탈취’를 골라 다른 존재의 시간을 빌려 썼지만.
시온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자신이 이미 정점이었으니.
그렇기에 시온의 답 또한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의 가치는 동등한가.
시간 재현.
째깍! 째깍!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세계를 구성하고 있던 법칙들이 재정립되기 시작한다.
그그그그그!
미친 듯이 진동하는 공간과 그에 맞춰 느려지는 시간.
흔들리는 사람들의 눈동자.
점점 벌어지는 용사의 입.
다급한 표정으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이벨린까지.
“……무슨!”
그 기이한 현상으로부터 전해지는 불길한 느낌에 오만의 대공이 시온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파삭!
마침내 팔찌의 네 번째 보석이 부서져 내리며 완벽하게 시간이 정지했다.
그리고 그렇게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스륵-
검은 별의 황제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