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7)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67화
18장 멸마의 밤(5)
키아아아악!
기괴한 형태의 키메라가 네 개의 팔을 무차별적으로 휘두른다.
하지만.
푸화하하학!
목표에게 닿지 못한 채 고열의 화염에 감싸여 타오르는 키메라.
“슬슬 정리되는 것 같군.”
그렇게 정령 마법으로 키메라를 태워 버린 이그라시아의 1번대 대원 라구트는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아직까지 이그라시아와 적성궁 지하에 있는 마법사 그리고 키메라들 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긴 했지만.
그 수준의 차이가 확실했기에 적성궁 쪽 전력들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황성을 넘어서 제국 내에서도 최강의 정령사 집단이라 불리는 정령 군단의 본대가 이곳에 온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이렇게 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리라.
“설마 3황자가 흑마법사들과 손을 잡았을 줄이야.”
이제는 거의 반파되다시피 한 지하 시설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라구트.
지하에 존재하는 인체 실험실도 놀라운 것이었지만, 그것보다 역겨울 정도로 지하를 가득 메운 지독한 마기가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 정도라면 아무리 황족이라 하더라도 죗값을 치르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으리라.
그때.
“음?”
전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밀려 들어온 것일까?
어느새 지하 깊숙이 들어 온 그의 눈에 이상한 것이 하나 들어왔다.
지하를 일자로 관통하는 복도의 끝에 존재하는 거대한 철문.
다른 문보다 두 배는 더 커다란 데다가 표면 가득 이상한 문자가 음각된 그 철문은 왠지 모르게 기이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저긴 뭐 하는 곳이지?”
그 중얼거림과 함께 자연스럽게 철문으로 향하는 라구트의 걸음.
이 숨겨진 적성궁의 지하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문이니만큼 저 뒤편에는 이곳에서 가장 핵심적인 무언가가 존재할 게 분명했다.
끼익!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모조리 불사르며 철문 앞까지 도달한 라구트가 망설임 없이 철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그의 두 눈 가득 들어오는 새카만 어둠.
“이건……!”
그 순간 무언가를 느낀 라구트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마기.
그것도 지금까지 그가 지하에서 느낀 마기와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마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러면 곤란한데.”
그와 함께 라구트의 귓가로 들려오는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쾌활한 목소리.
그에 경악으로 물든 그의 눈이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퍼억!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런 라구트의 몸이 폭발했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파편과 선혈.
그로 인해 새빨갛게 물들어가는 방 안의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두운 남색 정장에 마치 뱀과 같은 눈을 가진 사내.
바로 마족 디르알이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이 틈을 노릴 줄이야.”
그런 그의 얼굴 가득 어려 있는 곤란의 빛.
솔직히 지금의 상황은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사열식으로 인해 적성궁이 비는 단 하룻밤의 틈.
그 틈을 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렇게 본격적으로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체 누구의 판단이지?’
이런 일을 벌일 정도라면 분명 뛰어난 직감과 깊은 심계, 거기에다 야수와도 같은 대담함을 가진 자일 터.
머릿속으로 잠시 그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떠올리던 디르알은 슬쩍 열린 철문 틈으로 바깥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한다…….”
그의 눈에 어리는 고민.
바깥에서 3황자 측 마법사들과 키메라들을 학살하고 있는 정령 군단의 존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디르알 자신이 나서는 순간 전부 정리가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자신이 전면으로 나서서 존재가 드러나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이 지하 실험실은 흑마법사가 아닌 마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될 테니까.
그 차이는 무척이나 컸다.
잘못하다가는 대계(大計)에조차 커다란 차질이 생길 수도 있을 터.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적성궁의 실험을 포기하기로 빠르게 결단을 내린 디르알의 신형이 희미해지더니 곧바로 지하의 전장을 지나치기 시작했다.
스르륵-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복도 한가운데로 지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에녹 측 마법사들과 이그라시아의 정령사들은 단 한 명도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1번대 대장인 로이드만이 순간적으로 든 이질감에 눈썹을 한번 꿈틀거렸을 뿐.
그렇게 순식간에 지하에서 빠져나온 디르알이 부서진 적성궁의 정문을 지나치며 힐긋 에녹이 있는 최상층을 바라보았다.
‘3황자와도 나중에 잠잠해질 때 다시 접촉하는 게 낫겠지. 물론 살아남으면 말이야.’
그 생각과 함께 고개를 돌린 디르알의 신형이 밤의 어둠으로 스며들더니 순식간에 적성궁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목적지가 정해져 있던 것인지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그의 신형.
‘일단 황성 밖으로 빠져나가…….’
저 멀리 보이는 황성의 외곽 성벽을 바라보며 디르알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너 뭐야?”
그의 귓가로 들려오는 섬뜩한 목소리.
그와 함께.
끼리릭!
마치 손톱으로 철판을 긁는 듯한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수백 개에 달하는 붉은 송곳니가 디르알을 향해 박혀 들었다.
“……!”
그 하나하나에 담긴 위력을 느끼고는 커다래진 눈으로 이동을 멈춘 채 송곳니들을 막아가는 디르알.
콰가가가가각!
그 부딪침으로 인해 생겨난 마찰에 사방으로 불꽃이 튀기며 주변을 밝히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사정없이 뒤쪽으로 밀려나는 마족의 신형.
곧이어 그런 디르알의 눈으로.
“되게 맛있어 보이네?”
저 멀리 어둠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붉은 눈의 여인이 들어왔다.
* * *
콰드드드득!
망혼의를 두른 시온에 의해 끝없이 바닥으로 파고드는 키자냐의 머리.
“키자냐!”
그제야 상황을 인지한 아둠이 바로 옆에 있는 시온을 향해 거대한 주먹을 날렸다.
후우우웅!
어찌나 강력한 힘을 품고 있는지 주변의 대기마저 왜곡시키며 시온을 향해 쏘아지는 주먹.
평소라면 그 주먹을 피한 다음 틈을 노렸겠지만, 지금의 시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 손으로 여전히 키자냐의 머리를 움켜쥔 채 반대쪽 손을 아둠의 주먹을 향해 뻗어내는 시온.
그러한 두 주먹이 서로 맞닿는 순간.
쩌어어어어엉!
그 접점에서부터 일어난 거대한 파동이 순식간에 번져 나가며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으아아악!”
울려 퍼지는 커다란 비명.
그 비명의 주인은 바로 아둠이었다.
시온과 맞닿은 그의 주먹은 본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으스러져 있었다.
그로부터 느껴지는 고통보다 이 상황에 대한 불신이 강했는지 의문과 경악으로 물든 아둠의 눈.
꽈득!
시온은 그런 아둠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키자냐의 얼굴을 움켜쥔 손에 힘을 가했다.
푸화하하학!
그와 함께 폭발하듯 일어나 그녀의 얼굴 전체를 불태우는 검은 불꽃.
“끼야아아악!”
생살이 타는 듯한 고통에 정신을 차린 것인지 키자냐가 시온의 손에 잡힌 채로 사지를 버둥거리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비명이 거슬렸던 것일까?
슬쩍 눈썹을 찌푸리며 반대쪽 손을 그녀의 가슴에 박아 넣는 시온.
콰드드득!
그런 시온의 손이 키자냐가 발악하듯 두른 수 겹의 방어 마법을 가볍게 무시하고 단숨에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억!”
그에 비명을 멈추고 축 늘어지는 키자냐.
그런 그녀를 한쪽에 던져 버린 시온이 다시 아둠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 노오옴!”
그때야 충격에서 벗어난 것일까.
커다란 노성을 터뜨린 아둠이 시온을 노려보며 남아 있던 모든 마기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꾸드드드득!
그와 함께 더욱 부풀어 오르는 그의 근육.
아둠은 믿을 수 없었다.
다른 마족과는 달리 오직 강철같은 육체와 물리적인 힘에 모든 것을 투자한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이 다른 것도 아닌 정면 힘 대결에서 밀린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흔적도 없이 짓이겨 주마!”
이제는 거의 3m에 달한 덩치로 변한 아둠이 마치 전차처럼 시온을 향해 쏘아진다.
그 무게를 견딜 수 없었는지 그가 지나가는 자리 뒤로 부서져 내리는 바닥.
쿵쿵쿵쿵!
시온은 그렇게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는 아둠을 바라보며 주먹을 강하게 틀어쥐었다.
그에 공명하듯 시온을 감싼 어둠이 더욱 섬뜩하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망혼의(亡魂衣).
멸광검 이클락시아가 시온의 무기라면 망혼의는 시온의 갑옷이었다.
온갖 신체 능력을 보조하는 동시에 외부의 모든 것으로부터 사용자의 몸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갑옷.
그렇기에.
지금의 시온에게는 저 공격을 피할 그 어떠한 이유도 존재하지 않았다.
묵뢰(墨雷).
가볍게 앞으로 내뻗어지는 시온의 주먹.
그런 시온의 주먹과 마침내 바로 앞까지 도달한 아둠의 어깨가 서로 부딪치는 순간.
쩌저저저저저저적!
적성궁 6층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아둠의 상체가 유리장처럼 산산이 조각나며 터져 나갔다.
쿠웅!
뒤이어 쓰러지는 아둠의 하반신.
‘전송핵까지 한꺼번에 날려 버렸으니 괜찮겠지.’
그런 아둠에게서 흘러나오는 생명 반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시온은 구석에 널브러져 있는 키자냐를 향해 몸을 돌렸다.
머리가 불타고 심장이 꿰뚫렸음에도 그녀는 아직까지 살아 있었다.
“어, 어떻게…….”
천천히 걸어오는 시온을 바라보며 그녀가 절망 어린 목소리를 토해내었다.
키자냐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그녀가 파악한 시온 황자의 무력은 자신들의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
그런데 정작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은 자신들이었다.
대체 어디부터 파악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목숨이 끈질긴 것도 벌레랑 똑같단 말이야.”
그런 의문을 풀어줄 생각이 없다는 듯 키자냐의 앞에 도착한 시온이 조용히 읊조리며 망설임 없이 그녀의 머리를 박살 내었다.
콰직!
서서히 재로 변해 흩날리는 두 마족의 시체.
그 장면을 잠시 바라보던 시온이 망혼의를 해제한 후 몸을 돌려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시간이 지체된 상태였지만, 시온은 서두르지 않았다.
아니, 더는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드드드드!
위층에서부터 느껴지는 거대한 힘.
지금 시온이 있는 곳은 6층이었고 적성궁은 7층까지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7층은 바로 3황자 에녹이 기거하는 장소.
그렇기에 이 힘은 에녹의 것일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부르네.’
자신은 도망가지도 숨지도 않는다는 듯 노골적으로 쏟아지는 힘에 피식 웃은 시온이 힘을 따라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한 힘의 근원지는 바로 7층에 존재하는 에녹의 서재.
철컥-
그 앞에 도착한 시온이 망설임 없이 서재의 문을 열었다.
곧이어 시온의 눈에 서재 안의 광경과 함께 그 가운데에서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에녹의 모습이 들어왔다.
무척 화가 나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평온해 보이는 그의 얼굴.
“역시 너였나? 시온.”
그런 3황자의 입에서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 말고 누가 있겠어.”
“……하긴 그렇지.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에 잠시 시온을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은 에녹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날벌레라고 생각했다.”
그냥 두어도 아무런 지장도 없지만, 가만히 두면 눈에 거슬리는 존재.
그렇기에 암살자들을 보내 죽이려 했고 그렇기에 후계식을 조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너에 대한 나의 예상은 빗나가기 시작했지.”
대체 그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래도 신경 쓰지 않았다. 후계식은 네가 운이 좋았다고 여겼고 환영 군세는 이벨린이 도와줬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르간은 내 판단의 실수라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겠더군.”
정확히는 오늘 시온이 이그라시아를 이끌고 자신이 손수 비워준 적성궁의 정문을 부수고 들어왔을 때 비로소 에녹은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너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다는 것을.”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는 에녹의 눈이 음울한 빛을 발한다.
“너를 인정한다, 시온.”
그와 함께 그의 눈동자 안에서 새하얀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네 개의 별.
“그러니 여기에서 나는 모든 힘을 다해 너를 죽이겠다.”
그로부터 터져 나오는 압도적인 천성해의 기운이 에녹 특유의 농밀한 마력과 섞이며 주변의 공간을 모조리 장악하기 시작한다.
쿠구구구구!
단지 에녹이 자신의 진력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주변의 물체들과 요동치는 적성궁.
시온은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에녹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곧이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 시온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스륵-
순식간에 망혼의로 감싸인 시온의 오른손으로 멸광검 이클락시아가 잡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