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크리스마스이브
잠이 든 연두를 침대에 눕힌 후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내일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해야지.’
크리스마스를 어떨게 보낼지는 거의 생각해 둔 상태.
내일은 그 구상을 실행으로 옮기는 날이었다.
최고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서는 전날부터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최고의 선물도 준비해야 하고.’
말했듯이 내일은 잠깐 산타할아버지에 빙의할 생각이었다.
연두만의 산타가 돼서 최고의 선물을 주고 싶으니까.
사실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아직 완벽히 정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주고 싶은 선물은 넘쳐나는데.’
그중에 연두가 어떤 선물을 가장 좋아할지가 고민이란 말이지.
연두한테 슬쩍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랬다가는 내가 산타라는 걸 눈치채버릴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무조건 주기로 생각한 선물은 하나 존재했다.
이건 한참 전부터 계획했던 선물이었다.
처음 주는 거라 연두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상관없었다.
‘그걸 떠나서 내가 꼭 주고 싶은 선물이니까.’
아무튼 그 선물을 포함해 여러모로 준비할 시간이 있어야 했다.
그러려면 내일을 온전히 비워둘 필요가 있었다.
다른 해야 할 일은 지금 미리 하는 게 좋겠지.
‘그 일이 영상편집이고.’
정확히는 크리스마스 전에 올라갈 영상의 편집이었다.
오늘 눈밭에서 노는 연두의 모습을 담을 생각이고.
안타깝게도 눈싸움을 하는 건 촬영하지 못했다.
‘내가 너무 신나게 놀아 버렸으니까.’
정신없이 노느라 촬영할 틈이 없었다.
허나 그 이외의 장면들은 대부분 카메라에 담은 상태였다.
그 정도로 충분히 하나의 영상은 만들 수 있었다.
툭.
허나 바로 영상편집에 돌입하지는 않았다. 그전에 잠깐 해야 할 것.
다름아닌 원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의 반응 확인이었다.
시간이 지나 엄청나게 많은 댓글이 올라와 있었다.
‘어디 보자.’
나는 바로 댓글창으로 눈을 돌렸다.
-절때연두해! 오늘도 연두해!!
┖내일도 연두해! 모레도 연두해!!
┖ㅋㅋ 진짜 연두는 신기하다. 사진만으로도 힐링하는 기분…
┖ㄹㅇ 예전에는 힐링하고 싶을 때 노래듣거나 예쁜 사진 찾아봤는데. 이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연두튜브나 연두 원스타 들어감 ㅋㅋㅋ
┖최고의 힐링성분이잖음 ㅋㅋ 연두성분.
┖연두는 진짜 점점 예뻐지는 거 같네 ㅎㅎ 너무 뽀짝해서 참을 수가 없당.. 흐아…
┖아악! 연두 못 잃어 ㅠㅠㅠㅠ
늘 웃게 만드는 구독자들의 댓글이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시선을 내렸다.
-초록님은 눈사람으로도 예술을 하네 ㅋㅋ
┖ㄹㅇ 눈 공예 뭔데! 올라프 싱크로율 뭔데!!
┖얼마 전에 얼음왕국 보러 가더니 삘 꽂히셨나 봄 ㅋㅋㅋㅋ
┖진짜 하얗다. 눈도 하얗고, 올라프도 하얗고, 구름도 하얗고, 우리 연두도 하얗고… ♥
┖심지어 옷도 엄청 하얗게 입었음 ㅋㅋㅋ 애기양같아…
┖근데 웃긴 건 연두가 제일 하얌. 눈보다 더 새하얀 듯 ㅋㅋㅋㅋㅋ
-시은이라는 애도 넘 예뿌다. 우리 연두랑 케미 미쳐써.. 이 뽀짝함 뭔데…
┖진짜 둘이 너무 예쁨. 색으로 따지면 뭔가 다른데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느낌? ㅎㅎ 둘이 같이 모델하면 오우야….
┖ㅇㅈ 근데 색 조합 표현법 뭔데 ㅋㅋ 초록님 표현법임?
┖근데 시은이도 옷 예쁘게 잘 입지 않음? 혹시 저것도 이든 옷인가?
┖아닐걸. 이든에서 저런 옷 못 봄.
┖ㅇㅇ 내가 아는데 저거 버디 옷임 ㅋㅋㅋ
┖버디? 그게 뭔데.
┖아동복 브랜드인데 ‘아동복의 사넬’이라 불림. 개비싸서.
┖와.. 찾아보니까 옷 하나에 백만원씩 하네. 오진다..
┖예쁘긴 한데 가격이 입 떡 벌어지네. 금수저인가 봐… ㅎㄷㄷ
┖애기한테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외모부터 금수저같긴 함 ㅋㅋㅋㅋ
구독자들뿐 아니라 나도 상당히 놀라게 만드는 정보였다.
시은이의 옷이 ‘버디’의 옷이었다니.
예전에 백화점에 갔을 때 비싸서 사지 못했던 옷 브랜드였다.
‘그러다 범재네 작업실로 갔었지.’
따라서 브랜드명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시은이 옷이 ‘버디’의 옷일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 못했지만.
확실히 나도 옷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긴 했다.
자연스레 아까 신세연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세연씨. 근데 시은이 옷은 어디서 산 거예요? 되게 예뻐 보이는데.”
“아, 이거요? 그.. 어머니가 선물로 주신 거예요.”
“세연씨 어머니요?”
“네.”
이렇게 짧게 마무리된 대화였다.
그때는 전혀 몰랐는데 설마 ‘버디’의 옷이었다니.
‘.. 진짜 금수저인 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백만 원가량의 옷을 쉽게 선물로 주기는 힘드니까.
‘사실.’
그것 말고도 꽤 생각나는 건 많았다.
집에 초대받았을 때도 그렇고, 특히 집안에서 원해서 결혼했다고 했을 때.
확실히 조금 특이하다고 느끼긴 했다.
‘그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니까.’
하나 내가 느끼기에 그녀는 상당히 수더분한 사람이었다.
오해할까 봐 하는 말인데 편견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대하기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것뿐이지.
간단히 말하면 좋은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흠..”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할 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니까.
신세연의 가정사가 어떻든 나와는 조금도 관계없었다.
‘같은 나이의 딸을 가진 사이좋은 학부모.’
그게 나와 신세연의 관계였다.
우습지만 육아 동맹을 맺은 사제관계라고도 할 수 있고.
물론 그녀가 스승님이고 내가 제자인.
지금의 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만족이었다.
굳이 깊숙이 파고들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마우스를 잡았다.
‘시작해 볼까.’
연두튜브의 편집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
올해 크리스마스이브는 평일이었다.
공휴일이 아니라 어린이집도 문을 열었다.
“이따가 데리러 올게, 연두야.”
“네, 아빠..”
“오늘은 좀 빨리 올 테니까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 있어. 알겠지?”
빨리 올 거라는 말에 옅게 번지는 미소.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는 연두를 뒤로하고 나는 어린이집을 나섰다.
그리고는 바로 꽃가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 와요. 멋진 총각이 왔네~”
하얀 머리의 할머니가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꽃을 사러 꽃집에 오는 건 처음이라 뭔가 낯간지러운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다소 어색하게 말이 나갔다.
“어.. 선물할 꽃을 좀 사려 하는데요.”
나 같은 손님이 많은 걸까.
할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붙였다.
“그래, 누구한테 선물할 생각이에요? 젊어 보이는데 애인한테 주려 그래?”
“아뇨, 딸한테 줄 꽃을 사려고요.”
할머니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 딸?”
“네.”
“아, 공주님이 있구나. 총각이 아니었네. 미안해요.”
“하하, 아닙니다.”
“혹시 딸아이 나이가 어떻게 돼요?”
“다섯 살입니다. 올해가 지나면 여섯 살이고요.”
할머니는 더더욱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결혼을 일찍 했구나..”
이런 얘기는 정말 잊을 만하면 듣는구나.
그녀는 미소를 띠며 물었다.
“생각한 꽃이 있어요? 원하는 꽃.”
“원하는 꽃이라기보다는.. 한눈에 봐도 예쁘다 할 만한 꽃을 선물하고 싶어서요.”
“애기가 엄청 좋아하겠네. 그럼 꽃을 좀 보여드릴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마음에 드는 꽃이 있으면 얘기해 줘요.”
할머니는 내게 여러 꽃을 보여줬다.
그중에서 내 눈을 사로잡는 꽃이 있었다.
“이거..”
“안개꽃 말하는 거죠?”
잘 모르지만 아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게 안개꽃인가. 너무 예쁜데.
할머니는 신이 난 듯 말을 이었다.
“안개꽃 엄청 예쁘죠. 잠깐만요. 색깔을 여러개 보여드릴게.”
그녀는 각양각색의 안개꽃을 내게 보여줬다.
흰색, 파란색, 붉은색, 노란색, 보라색.
총 다섯 개의 색상을 가진 안개꽃이었다.
끙.
문제는 다섯 개 다 너무 예쁘다는 점이었다.
예쁜 게 하나만 있었으면 망설임 없이 결정했을 텐데.
다 예쁘니까 결정장애가 오는 느낌이었다.
할머니는 그런 나를 보더니 웃으며 얘기했다.
“결정하기가 힘들죠?”
“.. 그러네요.”
“호호, 그럼 내가 좀 도와드려?”
“어떻게요?”
“색마다 꽃말이 다 다르거든요, 안개꽃이.”
이어서 할머니는 내게 꽃말을 알려줬다.
“흰색은 순수한 마음, 푸른색은 영원한 사랑, 붉은색은 행복한 순간, 노란색은 성공, 보라색은 깨끗한 마음.”
이걸 외우고 계신 것도 신기하네. 역시 꽃집 사장님인가.
할머니는 인자하게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때요? 좀 결정하기 편해요?”
나는 잠깐 꽃말을 하나하나 되짚어 생각해 봤다.
전부 좋은 뜻이었지만 특별히 와 닿는 꽃말이 있었다.
문제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라는 거고.
‘영원한 사랑, 행복한 순간.’
연두의 크리스마스를 행복한 순간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는 붉은색을 고르고 싶었고.
‘근데 이거 하나로는 조금 아쉽단 말이지.’
순간이라는 단어는 긴 시간을 담아내지는 못했다.
평생 연두와 함께하고 싶은 내게는 다른 꽃말도 필요했다.
한마디로 욕심이 많은 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는 뜻이었다.
‘영원한 사랑.’
사랑은 꼭 연인관계에 좌우되지 않았다.
가족 간의 애틋한 감정도 사랑에 포함되니까.
고민 끝에 나는 입을 열었다.
“푸른색이랑 붉은색을 같이 살 수 있을까요?”
“호호, 물론이죠. 잠깐만요.”
할머니는 바로 두 가지 색이 섞인 안개꽃 다발을 만들어줬다.
보는 즉시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장난 아니게 예쁘잖아.’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른 나는 말을 덧붙였다.
“중앙에 장미 한 송이도 꽂아주실 수 있나요?”
“꽃을 많이 사 봤나 봐요.”
“네?”
“원래 안개꽃에 장미 많이 꽂거든. 예쁘다고.”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단지 예쁠 거 같아서 부탁했을 뿐인데.
뭐, 유명한 조합이라면 나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이렇게 꽃다발은 안개꽃이 장미를 감싸는 형태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또 와요.”
흐읍.
향을 들이키며 꽃집을 나섰다.
온몸이 달콤한 향으로 가득 차는 기분이었다.
***
꽃을 든 나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실.’
꽃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었다.
그저 연두에게 주고 싶었을 뿐이지.
나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생각한 선물들을 골랐다.
끼익.
집으로 돌아간 나는 고른 선물들을 내려놨다.
거실 한쪽에는 아직 조립하지 않은 트리 장식이 있었다.
부피가 커서 인터넷으로 주문한 크리스마스트리였다.
‘조립은 쉽게 할 수 있지만.’
트리를 만드는 건 연두와 함께할 생각이었다.
전부 준비해 둘 수도 있겠지만, 트리 정도는 함께 만들고 싶었으니까.
아마 연두도 그러는 걸 좋아하지 않을까.
‘트리는 잠깐 그대로 두고.’
바닥에는 구매한 소품들이 놓여있었다.
집을 꾸미는 데 필요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었다.
조명과 아기자기한 눈사람과 루돌프 모형.
스윽. 슥.
점점 거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소품들로 채워지는 빈 공간.
하이라이트는 폴라로이드로 거는 ‘Merry Christmas’ 장식이었다.
“후우…”
이제 트리만 조립해서 세우면 완벽했다.
연두는 이런 집을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있겠지.
‘예전에는 이해가 안 갔는데.’
깜짝파티를 하는 심리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즐겁게 만들어주고 싶으니까.
이걸 봤을 때 연두가 얼마나 좋아할지가 머릿속에 그려지니까.
그 미소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감내할 수 있었다.
‘거실은 이만하면 됐고.’
달칵.
나는 방으로 들어가 책상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 책상에 내려놨다.
예전부터 계획한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사각. 사각.
긴 시간 동안 나는 의자에 앉아 선물을 준비했다.
말했지만 연두가 좋아해 줄지는 모르겠다.
그와 별개로 내가 주고 싶었던 선물이니까.
한참 뒤에 선물을 완성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어.’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벌써 시간이 꽤 흘러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나는 거실을 쭉 훑어봤다.
‘좋아.’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완벽히 갖춰졌다.
남은 건 여기서 최고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뿐이었다.
끼익.
주인공인 연두를 데리러 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