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사진가 연두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그로부터 며칠이 흐른 오후, 나는 방에 앉아서 연두티콘 제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태블릿 펜을 손에 든 채로.
스윽. 슥.
작업중에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현재 진행 상황과 정도가 어떤지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
뭐,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달칵.
클릭과 동시에 화면에 지금껏 작업한 연두티콘이 쭉 떠올랐다.
어느새 상당한 수의 연두티콘이 완성된 상태였다.
‘필요에 따라 수정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전부 최종본이라고 해도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완성도였다.
이게 총 몇 개지? 하나, 둘, 셋… 이렇게 세서는 좀 힘들겠는데?
조금 많긴 했지만 하나하나 세어봤다.
‘.. 21종인가.’
방금 그린 이모티콘까지 총 21종의 이모티콘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에 말했듯 만들어야 할 이모티콘은 총 72개였다.
고정된 이모티콘 32종, 큰 이모티콘 16종, 움직이는 이모티콘 24종.
현재 내가 완성한 이모티콘은 ‘고정된 이모티콘’ 21종이었다.
‘72종 중 21종.’
이렇게 보면 얼마 안 돼 보일지 모른다.
허나 깊게 생각하면 단순히 보이는 수치보다 더 많이 진도가 나간 상태였다.
왜냐고? 큰 이모티콘은 전부 ‘고정된 이모티콘’ 중에서 선택해서 제작하게 되니까.
‘중복이 가능하다는 수준이 아니라.’
무조건 중복해서 만들어야 하는 게 제작 원칙이었다.
그에 따르면 사실상 ‘큰 이모티콘’의 모양은 전부 정해졌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완성한 21종 중 16종을 선택해서 크게 그리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선택할 생각은 없었다.
우선 32종의 ‘고정된 이모티콘’을 전부 그린 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해서 그릴 거니까.
가능한 한 조금이라도 더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뽑아내려는 내 바람이었다.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사실 아직 갈 길은 멀지.’
대망의 ‘움직이는 이모티콘’이 마지막 순서에 위치하고 있으니 말이다.
24종 모두 새로운 걸 생각해야 하는 데다가 순수 작업량도 가장 많을 터.
생각만으로도 쉽지 않은 작업이 예상됐다.
‘뭐, 미리 걱정해 봐야 의미없는 일이지.’
지금은 나머지 두 종류의 이모티콘을 완성하는 데에 주력을 다해야 할 때였다.
생각을 떨쳐낸 후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하나하나 넘기며 지금까지 완성한 이모티콘을 확인했다.
부서 측에서 꼭 넣어달라고 요청한 ‘절대 연두해!’ 콘과 ‘리얼 꿀마시’ 콘.
감정을 드러내는 ‘화 난 연두’ 콘과 ‘웃는 연두’ 콘도 빼놓을 수는 없었다.
하나하나 넘길수록 자연스레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내가 그린 건데도.’
연두의 캐릭터는 너무 귀여웠으니까.
모양이 다른 만큼 이모티콘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냈다.
그렇게 보는 와중 머릿속에 스치는 게 있었다.
그리기로 결정은 했지만 일부러 아직 그리지 않은 ‘연두티콘’이 하나 있었으니까.
‘슬픈 연두.’
슬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 중 하나였다.
그런 만큼 당연히 연두티콘에도 포함되어야 하는 이모티콘이고.
허나 지금으로서는 조금 그리기 힘든 이유가 존재했다.
‘자꾸 떠오르니까.’
‘슬픈 연두’를 그리려고만 하면 자꾸 떠올랐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 때 내게 안긴 채로 세상 서럽게 울던 연두의 표정이.
그게 뭐가 문제인가 싶을지도 모른다. 전혀 별개의 문제 아니냐고.
‘하지만.’
몇 번이고 시도한 결과 알 수 있었다. 분명히 문제라는 걸.
미술 수업 때 몇 번이고 들은 얘기가 있었다.
그대로 따라 그리는 모사가 아니라면 그림에 화자의 심리가 반영된다는 말.
쉽게 말하면 그림에 감정이 묻어난다는 뜻이다.
‘사실.’
전에는 그림을 그리면서 딱히 그걸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슬픈 연두’ 콘을 그리는 와중 확실히 실감했다.
그림에 지금 내 감정이 묻어나고 있구나 하고.
‘아무리 슬픔콘이라도 해도.’
그림이 너무 슬퍼서는 안 됐다.
엄청난 슬픔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대부분은 귀여운 그림을 통해 가벼운 슬픔을 전달하는 용도로 사용하겠지.
‘그런데.’
몇 번을 시도해도 내 그림은 너무 슬펐다. 그리는 내가 보고 슬퍼질 정도로.
결국 일시적으로 그리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모티콘을 사용할 유저들의 눈물을 쏙 뺄 생각이 아니라면.
‘이렇게 얘기하면 굉장히 내 감정이 우울해 보이겠지만.’
다행히도 그런 건 아니었다.
오직 ‘슬픈 연두’를 그리려 할 때만 기억이 떠올라 감정이 동할 뿐이지.
그때만 제외하면 내 마음은 평안하다 못해 즐거웠다.
사실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고 조금 걱정했다.
아픈 기억을 떠올린 여파로 연두가 어두워지는 건 아닐까 하고.
혹은 나를 대하는 게 어색해지는 거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 달리 전과 다를 바 없는 즐거운 일상이 이어졌다.
아니, 이전과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연두가 나를 더 의지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역시 좋은 일이었어.’
그 순간은 마음이 아팠지만 분명히 필요한 시간이었다.
연두가 속에 있는 아픈 기억을 털어놓는 건.
비록 전부 털어내지는 못했겠지만 상당한 위안이 됐을 터였다.
아픈 상처를 품어줄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야.’
그 존재가 내가 될 수 있어서 진심으로 다행이었다.
연두가 어두워지거나 나를 대하는 게 어색해지지 않은 건 더더욱 다행이고.
그랬다면 나는 지금 그림도 못 그리고 있겠지.
주인공인 연두가 그런 상태라면 연두티콘이 눈에 들어올 리 없으니까.
‘아무튼.’
현재 ‘연두티콘’의 진행 상황은 생각 이상이었다.
마침 어제 담당자 ‘제이디’에게 연락이 온 참이었다.
혹시 지금까지 그린 게 있으면 보내줄 수 있냐고.
‘알겠다고 했지.’
부서 측 뿐만 아니라 내 입장에서도 그러는 편이 좋았다.
지금 추구하는 방향성이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니까.
사실상 내가 하는 중간점검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결국 검토 후 승인을 하는 건 이모티콘 담당 부서이니 말이다.
‘생각한 김에 지금 보내야겠어.’
나는 곧바로 제이디에게 지금까지의 작업물을 보내줬다.
어떤 반응이려나.
툭.
기대감과 긴장감 속에 나는 태블릿을 종료했다.
***
연두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귀갓길.
나는 피식 웃으며 연두를 향해 물었다.
“손 안 시려, 연두야?”
“네, 갠차나요! 안 시려어요..!”
그럴 리가. 추위 때문에 빨갛게 달아오른 손이 빤히 보이는데.
그럼에도 연두가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다름아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한 카메라 때문이었다.
‘실상은 내가 선물한 거지만.’
쉿. 그건 비밀이다. 나중에 자연스레 알게 되기 전까지는.
여하튼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칠 줄을 몰랐다. 연두의 카메라 사랑은.
오늘은 특별히 선생님한테 허락을 맡고 어린이집에 가져가기까지 했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카메라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두의 기분이 이렇게나 좋아 보이는 건.
아빠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다가 나름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두, 그만.”
내 말에 연두가 카메라를 든 채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선 내 말을 그대로 되물었다.
“그, 그만..?”
나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이제 카메라 그만 만지고 줄 어깨에 걸기.”
“.. 왜여?”
스윽.
이유를 물어보면서도 카메라 줄을 어깨에 거는 모습.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는 자그마한 연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손이 안 시리긴. 이렇게 빨개졌는데.”
“아..!”
새삼 수줍은 표정을 짓는 연두.
거짓말한 걸 들켰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잡은 손을 내 코트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자, 반대쪽 손도 주머니에 넣자. 연두야.”
“네에..”
“이렇게 추운 날에 맨손으로 카메라 오래 만지면 동상에 걸릴 수 있거든.”
“동상이요..?”
“응.”
얼마간 나는 동상의 무서움에 대해 설명해줬다.
설명을 들을수록 벌어지는 연두의 입.
적당히 얘기를 멈춘 나는 말했다.
“어때? 주머니에 넣으니까 따뜻하지?”
주머니에 대해 물었는데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네! 아빠 손 엄청 따뜨태요..”
“그래? 주머니가 따뜻한 거 아니고?”
“아니에요! 왜냐면.. 연두 주머니는 마니 안 따뜨태요…”
“하하.”
사실 더 트집을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다.
연두 주머니는 안 따뜻하고 아빠 주머니가 따뜻한 거라고.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좋은 일이었다.
연두가 내 손을 따뜻하게 느낀다는 건.
꼬옥.
그러니 트집을 잡는 대신 연두의 손을 더 꼭 잡았다.
크고 작은 두 개의 손이 들어있는 코트 주머니 속이 더 따뜻해지도록.
그걸 느꼈는지 연두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번졌다.
얼마간 나란히 걷다가 들려오는 혼잣말.
“보여주려 했는데……”
옆을 바라보니 아쉬움을 잔뜩 머금은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곧바로 연두를 향해 물었다.
“.. 보여주려 했다고?”
“네에.”
“아빠한테?”
“으응. 아빠한테…”
“뭘 보여주려 했는데?”
“연두가 찍은 사지니요…”
괜히 어린이집에서 나오자마자 카메라를 만지작거린 게 아니었구나.
나한테 보여줄 생각에 그렇게 즐거워한 모양이다.
그 순간에 내가 ‘그만.’이라고 가로막은 거고.
‘속상할 만 했네.’
나라도 서운하겠다.
사진 보여줄 생각에 신나있는데 누가 집어넣으라 하면.
풀 죽은 표정의 연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뭘 찍었을까, 우리 연두가?”
“칭구들이요.. 시으니랑 미누랑 동후니오빠랑.. 유나랑.. 선생님도요…”
“되게 많이 찍었네?”
“네. 아빠 보여주고 시퍼서…”
“그럼 보여주면 되지.”
내 한 마디에 연두의 눈이 동그랗게 부풀었다.
“보여조도 대요?”
“물론이지. 근데 지금은 말고.”
“그럼 언제여..?”
“집 가서. 소파에 앉아서 보자.”
“조아요..!”
“엄청 기대되는데? 연두가 어떻게 찍었을지.”
다시금 해님처럼 환해진 연두의 표정.
실제로 나 역시 기대가 됐다.
딸이자 수제자인 연두가 찍은 사진들이 어떨지.
***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와 연두는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셋이 앉기에는 딱 맞고 둘이 앉기에는 넉넉한 공간.
어느새 연두와 내 편안한 쉼터로 기능하는 소파였다.
“어디 볼까? 연두가 찍은 사진.”
“네! 연두가 보여줄께요..!”
카메라를 양손에 들고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는 연두.
아직은 조작이 미숙한 탓에 시간이 조금 소요됐다.
나는 몰래 카메라를 들어 그 모습을 담았다.
‘연두와 연두색 카메라.’
어감이 겹치는 게 우습지만, 무척 예쁜 조합이었다.
게다가 카메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까지.
찰칵.
원래 이렇게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 찍는 사진이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이거 봐라. 역시 엄청 잘 나왔네.
아무래도 다음 원스타에 업로드할 사진은 정해진 거 같았다.
“.. 돼따!”
마침내 사진을 켜는 데 성공한 연두의 모습.
시간이 소요된 덕에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정작 연두는 내가 찍었다는 것도 눈치 못 챈 거 같지만.
“여기요, 아빠..”
설레는 표정으로 연두는 카메라를 내밀었다.
카메라를 건네받은 나는 곧바로 사진을 확인했다.
무척 익숙한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시은이.’
첫 번째 주자는 역시 연두의 하나뿐인 단짝 시은이였다.
인형을 든 채로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한 마디로 정말 시은이다운 사진이었다. 동시에 다시금 느껴지는 한 가지 사실.
‘.. 진짜 괜찮은데?’
저번에 내 사진이 우연이 아니었다.
이 사진 역시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완전 잘 찍었는데, 우리 연두?”
연두는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선생님도 그래써요..”
“잘 찍는다고?”
“네. 그리고..”
“그리고?”
“연두가 아빠를 달마서 그런 거래요…”
얘기하는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이 말이 요점인 거 같다.
평소에도 나를 닮았다는 말만 들으면 웃음이 번지는 연두니까.
나도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그런가 보다.”
이후 나는 사진을 하나하나 넘기며 확인했다.
로봇을 들고 개구쟁이 표정을 짓고 있는 민우, 스포츠머리에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통통한 동훈이.
그 외에도 전부 저마다의 캐릭터가 살아있는 사진들이었다.
마지막 사진까지 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
“연두야.”
“네에.”
“아빠가 이 사진들 뽑아줄까? 연두가 친구들한테 선물로 줄래?”
“.. 정말요?”
“그럼, 정말이지.”
“우아…”
벌써부터 친구들에게 전해줄 생각에 신이 난 연두.
이런 모습을 보면 진짜 나를 닮은 거 같기도 하다.
‘아니,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지.’
꼭 혈연관계만 닮으란 법은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분명한 연두의 아빠였다.
지금 연두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사진을 좋아하는 것.
그에 미친 내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
솔직히 말해서 즐거웠다.
내 취미가 연두의 취미가 된 모습을 보는 건.
그렇게 즐거워하는 연두를 바라보고 있는데,
위이이잉.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인 칸에는 반가운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주연이
원래는 전부 다 이름으로 저장해 뒀는데.
얼마 전에 대규모 개편작업을 실행한 상태였다.
좀 더 친근하게 바꿨다고 해야 할까.
대부분 성을 빼고 이름으로 바꾼 게 전부긴 하지만.
‘그래도.’
친구녀석들은 특별히 애칭을 하나씩 붙여줬다.
윤우는 불한당. 성현이는 또라이. 준수는 이중인격자.
아무튼 전화는 주연이에게 걸려온 상태였다.
어느새 연두가 옆에 붙은 채로 말했다.
“주여니언니다!”
“그러네. 아빠 전화 좀 받을게, 연두야.”
끄덕. 끄덕.
딸의 끄덕임에 나는 망설임없이 수신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특유의 쾌활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주원오빠!”
깜짝야. 누가 들으면 친오빠인 줄 알겠네.
그 정도로 친근하게 들리는 호칭이었다.
“응, 주연아. 무슨 일이야?”
“오빠, 퀴즈 하나 낼게요!”
“.. 갑자기?”
“두둥. 첫 번째이자 마지막 퀴즈! 오늘이 며칠일까요?”
퀴즈치고는 너무 시시한 질문이었다.
심지어 이게 마지막이란다.
나는 곧바로 답을 말했다.
“12월 29일.”
“헐.. 이렇게 바로 맞출 줄이야.”
“못 맞출 수가 없지. 핸드폰 화면에 보이거든.”
“보고 맞춘 거예요?”
“응.”
“뭐야, 반칙이잖아요!”
룰도 안 알려줬으면서 반칙이라니.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도 알고 있었어. 아무튼 무슨 일인데? 며칠인지는 왜 물은 거고.”
“아, 그게.. 이틀 뒤면 올해가 끝나는 날이잖아요.”
“응, 말일이니까.”
“그리고 삼일 뒤면 새해고요.”
“그렇지.”
“뭔가.. 올해를 그냥 보내기는 아까워서 애들이랑 좀 찾아봤거든요.”
“찾아봐? 뭘?”
“말일에 갈 만한 곳 있는지.”
이쯤 되니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감이 왔다.
같이 가자는 거구나.
역시나 주연이의 말이 이어졌다.
“혹시 31일에 일정 있으세요?”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은 하고 있었지만 정해진 건 없었다.
그러니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니. 없는데.”
“그럼 저희랑 같이 가실래요? 애들 다 가기로 했는데.”
다 좋은데 가장 중요한 게 빠진 상태였다.
“어디로 갈 건지는 정한 거야?”
“아, 맞다! 그걸 얘기 안 했구나!”
설마 했더니 진짜 까먹은 거였나.
이윽고 들려오는 주연이의 말.
“…… 보러 가요!”
“응?”
다시 한번 주연이는 말했다.
“우리 불꽃놀이 보러 가요!”
생각지 못한 단어가 주연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