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6)
46화. 결과
어젯밤 내가 구독자 수를 확인했을 때는, 8만을 조금 상회했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하룻밤 새에, 그것도 새벽 시간 동안 구독자 수가 13만을 돌파했다.
대략 여덟 시간 만에 구독자 수가 5만가량이 늘어난 것이다.
“뭐냐, 이거?”
비현실적인 상황에 자연스레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자그마치 5만 증가였다. 이걸 글자 공부 영상의 여파로는 볼 수 없었다.
어젯밤 올린 영상이었다면 의심이라도 해 봤겠지만.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였다.
‘거기에 올라간 건가.’
페이스톡 유명 채널 ‘크리에이터 모여라!’의 여파일 가능성이 컸다.
그것 외에는 생각할 수 있는 요소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놀라운 건 마찬가지였다.
대형 채널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영향이 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왜 연두튜브 구독자들이 이 채널에 그렇게나 메일을 보낸 건지 알 거 같았다.
’10만 구독자.’
대다수의 유투버들이 넘지 못하고 포기하는 마의 구간을 간단히 넘어 버렸다.
심지어 구독자 10만을 달성한 크리에이터에게는, 유투브 해외 본사에서 기념 선물까지 보내온다.
이름하여 ‘실버 버튼’이라는 건데. 솔직히 나는 그런 건 딱히 관심 없다.
단, 10만 구독자를 찍었다는 건 여러모로 의미 깊었다.
우선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던 첫 번째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과.
무엇보다도 10만 구독자가 보통 달에 3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는 걸 들었기에 크게 다가왔다.
태어나서 나는 한 번도 월에 300만 원 이상을 벌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물론.’
그렇게 돈을 벌게 된다 해도 한 푼도 나를 위해 쓸 생각은 없었다.
전부 연두를 위해 소비할 거고, 설령 저축을 하더라도 연두의 미래를 위해 저축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더 큰돈을 벌게 된다고 해도 이 생각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
애초에 연두가 없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돈이니까.
하지만 유투브 수익이 발생한다면, 내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 시급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나와 연두가 함께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으니까.
육아를 위해서는 식비만 드는 게 아니었다.
아이를 부족함 없이 키우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게 필요했다.
가지고 놀 장난감부터 입고 다닐 의류, 병원비, 그 밖의 여러 생활필수품까지.
‘지금은 내가 버는 돈으로 전부 충당하고 있는데.’
당연히 쥐꼬리만 한 알바비로 연두에게 많은 걸 해 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최대한 많이 해 주고 싶어서 어떻게든 짜 내고 있긴 하지만, 우유 하나 사려고 해도 벌벌 떠는 게 현실이었다.
뭔 놈의 우유가 1리터에 3000원이나 한다는 말인가.
이제는 달라질 거다.
연두튜브는 13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 되었으니까.
월마다 300만 원이라는 돈이 들어온다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의 대부분을 할 수 있다.
우유? 까짓거 세트로 사 주겠다.
신발? 걸을 때마다 소리 나는 레어 신발로 장만하기로 하고.
아파트? 너무 나갔네. 이건 무리다.
어쨌든 지금 내가 할 말은 딱 하나였다.
‘크리에이터 모여라! 채널 운영자님, 감사합니다..’
10만을 넘기게 해 준 은사님께 감사를 드리는 일이었다.
***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페이스톡에 영상이 어떻게 올라갔길래,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길래 채널이 이렇게 성장한 건지.
나는 기대감을 품고 ‘크리에이터 모여라!’ 채널에 들어갔다.
달칵.
“허어..!”
자연스레 입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올라간 영상은 메일에 언급되어있던 대로 총 두 개였다.
우선 두 개의 영상을 올리고, 또 다른 영상을 업로드할 때는 메일을 통해 재차 허락받겠다고 했으니까.
‘크리에이터 모여라!’ 측에서 내게 게시 허가를 요청한 영상은 연두튜브의 첫 번째 영상과 네 번째 영상이었다.
열차 안에서 연두가 맥반석 계란과 사이다를 먹는 2분가량의 첫 번째 영상.
연두에게 동화책 ‘호랑이와 곶감’을 읽어주는 10분가량의 네 번째 영상.
‘엄청나네.’
어젯밤에 올라간 영상임에도, 둘 다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플랫폼이 서로 다르기에 유투브 구독자로 전환되는 비율은 낮을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바로 영상 반응을 확인했다.
같은 영상을 본 거라 그런지, 유투브와 댓글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뭐냐. 이 졸귀탱 날개만 안 달린 아기천사는? #최종우
-나 좀 말려줘.. 다섯 살 아이한테 입덕하기 1초 전이야. 아니, 난 이미 늦은 거 같아.. 안녕. #서인아
-이 영상 본 다음 내 다섯 살 때 앨범 찾아보고 엉엉 울었다… #유은영
그나마 유투브와 다른 특이한 문화라 한다면, #을 통해 지인을 태그해서 영상을 공유하는 시스템 같았다.
그로 인해 자연스레 영상 조회수는 증가하는 거고.
-리얼 꿀마시.. 미쳤다. 리얼 꿀맛을 어떻게 저렇게 귀엽게 말하냐. 나도 해 볼까? ㅎㅎ
└경고하는데 하지 마세요.
└ㅋㅋㅋ 단호박 미쳤네. 뭔데 웃기냐.
└유행어는 유행어인데 연두 말고는 못 쓰는 유행어 ㅋㅋㅋㅋ
-왜 동화책 읽는 부녀를 보는 것뿐인데 나의 광대는 승천하는 거지.
└삐빅! 당신은 100% 정상입니다.
└님들아 ㅋㅋ 연두튜브 가서 비하인드 영상 보세요. 저 보고 왔는데 지립니다 ㄹㅇ
└비하인드? 링크좀여… 꾸벅.
└걍 유투브 들가서 연두튜브 치면 나와요. 영상도 몇 개 안 돼서 바로 뜸. 그 대신, 한 시간은 꿀꺽할 각오로 가셔야댐 ㅋㅋ 아니, 영상 돌려보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최소 두 시간.
이런 식으로 유투브에 유입된 사람이 자그마치 5만이라니.
생각할수록 놀라웠다. 그나저나 조금 눈에 띄는 베스트 댓글이 보였다.
-아악! 나만 알고 싶은 채널이었는데 떠 버렸어.. #유서연
└뭐래. 나는 왜 빼는데! 연두가 나 기억해준다고 한 거 기억 안 나냐? ㅉㅉ #김하원
낯익은 이름이었다. 프로필 사진을 보고 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저번에 연두를 데리고 병원에 갈 때 만났던 두 명의 여자였다.
‘둘 다 연두랑 같이 찍은 사진을 프사로 해 놨네.’
둘의 대화에는 수많은 답 댓글이 달려 있었다.
└연두 실제로 보니까 어때여..? 제발 알려줘 ㅠㅠ
└진짜 만난 거 맞아요? 구라 아님?
└프사를 보셈. 빼박 연두자너.. 진짜 넘나 부러운 것…
└혹시 님들 연두 아빠도 보셨음? 살짝만 얘기해 줘여… 흑.
└나도!! 저 연두튜브 구독자 천명 안 될 때부터 구독 눌렀단 말이에요 ㅠ.ㅠ
결국 엄청난 수의 댓글에 못 이긴 건지, 당사자인 유서연이 등판해 있었다.
-휴.. 지켜드리려 했는데.. 짧게 말할게요. 연두는 영상보다 대략 백만배 귀엽고, 초록님은… 나만 알 거지롱! 헤헷!
생각보다 되게 의리 있는 사람들이었네.
그녀들은 나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답 댓글로 수많은 돌들이 쏟아지는데도.
사각. 사각.
한편, 영상의 주인공인 연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기야 아직 손가락으로 10까지밖에 셀 줄 모르는 연두였다.
10만이든 100만이든 그런 큰 숫자가 감이 올 리 만무했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연두에게 말했다.
“뭐 그려, 연두야?”
“사자 그리고 이써요..!”
“사자?”
“네!”
“사자는 어떻게 그리는 건데?”
“시으니가 해님처럼 그리면 된대여!”
“해님? 아빠 보여줄 수 있어?”
연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종이를 들고 내게 달려왔다.
포옥.
품에 안기라고 말하지는 않았는데. 물론 기분은 최고로 좋았다.
나는 연두를 양손으로 감싸며 그림을 들어 확인했다.
사자뿐만이 아니라 많은 동물이 그려져 있었다.
토끼, 원숭이, 코끼리, 얼룩말 등.
어린이집에서 많은 동물에 대해 배운 거 같았다.
‘해님은 사자의 갈기를 표현하는 거였구나.’
내가 보기에도 시은이는 연두에게 정말 좋은 친구인 거 같다.
영특해서 연두가 모르는 부분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고, 무엇보다도 착하니까.
어찌 보면 설명하는 능력은 나보다 더 뛰어난 거 같기도 하다.
연두랑 나이가 비슷해서 그런가?
“연두야.”
“네에..”
“이 그림은 동물원을 상상하면서 그린 거야?”
“네! 동무런에서 다 만날 거니까…”
계속 동물 그림만 그리는 걸 보면, 연두가 얼마나 동물원 가는 날을 기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늘다
그림 실력도 처음보다 훨씬 향상된 거 같은데.
동물원에 간 이후, 이 동물들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기대가 됐다.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연두야.”
“네.”
“아빠가 좀만 있으면 연두 가지고 싶은 거 엄청 많이 사 줄게.”
“연두가 가지고 시픈 거..?”
“응. 예쁜 크레파스도 사 주고, 공주님 옷도 사 주고, 신발도 사 주고, 예쁜 목걸이도 사 주고, 재밌는 장난감도······”
나는 한참을 내가 연두에게 사 주고 싶었던 것들을 늘어놨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듣는 연두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연두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보며 말했다.
“아빠는요..?
“응?”
“아빠는 가지고 시픈 거 없써여..?”
연두는 역으로 내게 질문을 건넸다.
내가 가지고 싶은 거? 그건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생각해 주는 건가.’
나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에 대해 연두는 생각해 주고 있었다.
무언가를 사 준다는 것에 대한 기쁨보다는, 아빠가 먼저라는 의미였다.
그게 기특해서라도 대충 넘길 수는 없었다.
연두는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가지고 싶은 거라······’
의외로 생각하니 금방 한 가지가 떠올랐다.
물감과 붓. 전에 내가 버려버렸던 미술도구가 다시 가지고 싶었다.
언제까지고 연필과 색연필만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오랜만에 손에 펜이 아닌 붓을 쥐고 싶다는 얘기였다.
그걸 말하자 연두는 맑게 웃으며 말했다.
“예뿌게따..”
“그래. 연두가 사고 싶은 거, 아빠가 사고 싶은 거 다 사자. 아빠가 물감하고 붓 사면 또 그려줄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연두.”
“헤헤..”
연두의 볼에 깊게 보조개가 패었다.
***
여느 때와 달리, 나는 퇴근 후 어린이집이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
어제 연두의 미술 상담 결과가 나왔다고 연락이 왔기 때문이었다.
‘마침 오늘이 야간진료를 하는 날이고.’
서면으로 결과지가 나오고, 직접 설명을 들을 필요도 있었기에 병원에 가야 했다.
따라서 연두는 부득이하게 신세연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데려가기에는 시간이 조금 애매했고, 검사 결과를 연두가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아침에 연두랑 한 대화가 떠올랐다.
‘오늘은 아빠가 좀 늦을 거 같아, 연두야.’
‘.. 왜여?’
‘갈 데가 있어서. 금방 데리러 갈 테니까, 시은이네서 잠깐 놀고 있을 수 있지? 저번처럼.’
‘네에.. 다녀오세여…’
유독 속상해하던 연두의 표정이 눈에 밟혔다.
끼이.
버스에서 내린 후,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병원에는 금방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아, 오셨어요? 이주원 님 맞으시죠?”
“맞습니다.”
“잠시만 앉아 계세요.”
“네.”
얼마 지나지 않아 윤영이 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색한 존댓말로 인사를 나누고, 나는 최윤영을 따라 상담실로 들어갔다.
우선 그녀에게 상담 결과를 듣고 의사와 면담을 진행한다는 거 같았다.
둘이 되자 자연스레 편하게 말이 오갔다.
“그동안 잘 지냈어? 별일 없었고?”
“응, 누나는?”
“나야 뭐 그대로지.”
사소한 얘기들이 오가고 그녀가 본론을 꺼냈다.
스윽.
“검사 결과지야.”
“지금 읽어봐도 돼?”
“응.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 나도 관련해서 따로 이야기해줄 게 있고.”
나는 책상 위에 놓인 검사 결과지를 바라봤다.
저 안에 어떤 말들이 적혀 있을까? 감당하기 힘든 내용이 적혀 있는 건 아닐까.
여러 가지 걱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어차피.’
걱정한다 한들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락.
나는 조심스레 첫 번째 페이지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