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93)
493화. 후일담
“우와아!!!”
무대가 끝났을 때.
가쁜 호흡을 내쉬는 두 연주자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은 각기 달랐다.
누군가는 도취된 채, 누군가는 미소를 머금은 채, 누군가는 얼어붙은 채로 무대 위를 바라봤다.
또한, 유리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연두.
저 애는 더이상 전에 알던 아이가 아니라는 걸.
카마유 생상스.
사과나무가 사과를 맺듯이 운명처럼 작품을 써냈다는 천재적인 작곡가.
유년시절은 무려 모차르트와 비견될 정도였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
그의 곡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곡을 선택했고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개개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둘의 호흡은 마치 한 사람이 두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는 거 같았다.
기대치를 낮추고 봐서일까?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엄마의 눈빛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처음이야.’
이런 표정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순수하게 감탄한 표정. 반짝이다 못해 눈부신 재능을 눈앞에서 목격한 표정.
피아니스트의 꿈을 놓은지 오래된 엄마지만 유리는 알고 있었다.
재능과 안목은 최정상이라는 걸.
‘.. 이 정도라고?’
입 밖에 뱉을 의문은 아니었다.
굳이 누군가에게 묻지 않아도 두 귀로 직접 들어서 알고 있었으니까.
의문에 대한 답 정도는.
물론 피아노만 놓고 보면 테크닉적으로 극한까지 어려운 곡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건 바이올린 소나타니까.
허나 중요한 것.
레나는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연두는 기대치를 아득히 뛰어넘은 연주를 선보였다.
극악의 난이도는 아닐지라도 결코 쉬운 곡이 아니다.
템포도 빠른 데다가, 치기 까다로운 파트도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 곡을 완벽히 소화해낸 거다.
불과 2년 전까지는 클래식이 뭔지도 잘 모르던 애가.
“대단하지 않니?”
뒤늦게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괜히 유리는 다소 과장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뭐, 괜찮네! 연습은 많이 했나 보네! 테크닉적인 면에서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닌데! 이제 피아노 친 지 겨우 2년 된 아마추어 치고는! 나쁘지는 않다고 볼 수도 있고!”
딱딱 끊어가며 강조하듯 말하는 유리.
특히나 ‘아마추어’라는 단어에는 유독 강세를 붙인다.
굉장히 속보이는 딸의 반응에 은주아는 풋 웃음을 터트리고서 장난스레 말했다.
“그래? 근데 유리야.”
“왜.”
“엄마는 연두가 대단하다고는 한 마디도 안 했는데?”
“무.. 머?”
당황한 나머지 발음도 제대로 안 나온다.
“그렇잖아. 애초에 바이올린 소나타니까 주인공은 레나이고. 그러니까 레나가 대단하다고 하는 게 더 맞지 않니?”
오목조목 맞는 말이었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대단하다는 말 앞에 ‘연두’나 ‘피아노’같은 주어는 붙이지 않았다.
자연히 생기는 의문.
‘나는 왜 저 애로 한정지어 생각한 거지? 설마……’
유리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절대로 마음속으로 자기도 모르게 연두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거나 했을 리 없다.
“그냥.. 그냥 이레나가 싫어서 그런 거야!”
끝까지 솔직하지 못한 유리였다.
한편 무대를 바라보는 모녀가 또 있었다.
지우네 모녀였다.
“지, 진짜 대단하다…”
지우가 중얼거렸다.
연습하는 건 많이 봤지만, 오늘 연두와 레나의 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났다.
꾹 쥐고 있던 손에 땀이 찰 정도로.
나란히 서서 지켜본 이희영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 저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연두라는 아이.
언제인가 저 아이가 피아노를 치는 걸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즐거워보이긴 했지만 여러모로 서투른 연주였다.
이희영은 나름 음악에 조예가 깊은 편에 속했다.
음악 관련 직종에 종사한 건 아니지만 클래식을 듣는 취미가 있었으니까.
태교도 클래식 음악을 들었고.
그런 그녀가 듣기에, 오늘 저 두 아이의 연주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특히나 연두의 음악적 성취는 놀라웠다.
‘스승의 힘인가.’
피아니스트 이은경.
세계적인 거장의 가르침이니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단지 그것 하나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의 성취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깊게 파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 엄마.”
딸의 목소리.
이희영은 작게 대답했다.
“응.”
“나, 나도.. 다음에는 무대에 서고 싶어…”
살며시 고개를 들며 지우는 말했다.
“.. 할 수 있을까? 나도.”
“…”
“저, 저렇게 멋진 연주.”
물론이라고 말해주려 했다.
그런데 그 말은 이어지는 딸의 이야기에 가로막혔다.
“치, 친구들이랑 같이……”
최근 들어 딸은 항상 친구들 이야기를 하곤 했다.
‘같이’나 ‘함께’와 비슷한 단어도 자주 듣게 됐다.
평소라면 말했을 거다.
‘꼭 같이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혼자도 가능하다.
꼭 함께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가득하다.
멋진 무대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말해줬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혼자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답할 수 없었다.
무대가 끝난 뒤 혼자 내뱉는 숨소리가 이만큼의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역시 답할 수 없었다.
생각이 바뀐 건 아니었다.
‘같이’나 ‘함께’에 집착하는 것 바보같은 일이다.
그 생각이 바뀔 일은 없다.
허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얘기가 나오지 않게 만들 만한 힘이 방금의 무대에 있었다.
***
무대에서 내려가는 아이들.
그제야 나는 참고 있던 숨을 내뱉었다.
“하아..”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딸의 연주였다.
수없이 많이 들어서 귀에 완전히 익숙해진 연주.
‘..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익숙하지 않았다.
모든 게 새로웠다.
음에 따라 움직이는 연두의 손가락과 자그마한 몸짓, 그리고 흔들리는 머리카락까지도.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연두가 아니라, 전혀 모르는 피아니스트를 보는 거 같다는.
달랑. 달랑.
아직 정지하지 않은 카메라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안도감을 느꼈다.
방금의 연주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온전히 카메라 안에 담아냈다는 사실에.
연두의 첫 콩쿠르를 말이다.
“.. 아빠!”
이윽고 들려오는 연두의 목소리.
포옥.
내게 달려와 안긴다.
방금 그런 연주를 선보인 피아니스트라 하기에는 너무 아이같은 미소였다.
맞구나, 우리 연두.
잠깐이지만 전설적인 음악가가 빙의라도 한 줄 알았잖아.
주접도 잊지 않고 나는 연두를 끌어안았다.
“잘했어, 연두야.”
알 거 같았다.
왜 부모가 아이의 꿈에 그렇게까지 몰입하는 건지.
집착까지 나아가면 안 좋겠지만, 그동안의 나날을 지켜본 입장에서 벅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
“아빠.. 울어요..?”
“하하, 무슨 소리야. 아빠가 울긴……”
말하는 도중에 깨달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져 있다는 게.
큰일이다.
아직은 괜찮은데, 이 정도면 눈물이 흐르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진짜 뭐냐고. 그럴 만한 타이밍도 아닌데.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나는 가까스로 눈물샘을 틀어막았다.
다행히 늦기 전에 막을 수 있었다.
이미 세연씨가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긴 했지만.
“이럴 때는 그냥 울어도 되는데……”
“.. 안 웁니다.”
“그치, 연두야. 아빠 울어도 되지?”
배시시 웃으며 연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울어도 돼요! 그런데……”
“그런데?”
“아빠가 그랬어요.”
장난스레 덧붙인다.
“행복할 때는.. 우는 거 아니라구.”
“.. 연두야.”
잠깐만.
이거.. 내가 언제 한 말이더라? 확실한 건 최근에 한 얘기는 아니다.
꽤나, 아니 상당히 오래전에 한 말이다.
‘.. 맞아.’
기억났다.
분명히 그때였다.
처음에 연두튜브를 시작했을 때, 내가 그려준 채널아트를 보며 울먹이는 연두를 향해 했던 말.
‘연두야, 행복할 때는 우는 거 아닌데.’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연두튜브 초창기 영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볼 수 있으니까.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 말을.
“하하..”
물론 나 역시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연두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렇다면 나도 그대로 돌려줄 차례다.
최고의 무대를 보여준 연두에게.
“고마워, 연두야.”
가능한 한 환하게, 나는 연두를 보며 웃어보였다.
연두의 첫 콩쿠르.
비록 수상자는 없지만, 모두가 승자인 콩쿠르가 끝났다.
‘모두가 승자.’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말이다.
사실상 경쟁에 있어서 그런 수식어는 성립이 되지 않으니까.
그래도 이번만큼은 인정해줘도 괜찮지 싶다.
‘즐거웠지.’
유준이와 선재의 힙합 무대도, 댄스동아리의 두 무대도, 연두의 입이 벌어지게 만든 마술쇼도, 시은이의 깜짝 노래도, 마지막으로… 연두와 레나의 연주도.
모두 즐거웠다.
참가자와 관객 모두 즐길 수 있는 무대였으니까.
강당을 나설 때 유리를 만났다.
표현이 조금 그렇긴 하지만 솔직히 조금 쫄렸다.
2년 전 그때처럼, 갑자기 연두를 향해 화를 내지는 않을까 하고.
다행히 유리는 그때처럼 화를 내지는 않았다.
짤막한 한 마디를 뱉기는 했지만.
‘뭐, 못 들어줄 무대는 아니었어.’
공식 콩쿠르가 아니고 상을 탄 것도 아니니 인정은 못 한다는 모양이다.
그래도 연두는 생긋 웃었다.
그런 아쉬움이 생각 안 날 정도로 커다란 가치를 얻었으니까.
이 정도면 다음 페이지를 펼쳐서 읽어줄 수 있을 듯하다.
연두와 레나의 이야기를 말이다.
***
다음날 선화초등학교.
아직 콩쿠르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인지 학생들은 모두 콩쿠르 얘기뿐이었다.
한 남학생이 땡그랗게 눈을 뜬 채로 말했다.
“잠깐만. 너 어제 안 갔다고?”
“.. 응.”
“와.. 너는 진짜 인생 절반, 아니 100% 손해봤다. 이 불쌍한 놈.”
혀를 차는 친구녀석.
“…”
어이가 없었다. 너무한 거 아니냐고.
이제 겨우 열한살인데 인생을 100% 손해봤다는 건 끝났다는 거잖아.
백세시대에 아직 인생 10%도 못 살았는데.
그보다 답답해 죽을 노릇이다.
‘어땠길래.’
대체 어땠길래 전부 어제 얘기만 하는 걸까.
제기랄.
나라고 안 가고 싶었겠냐고.
진호는 머리털을 쥐어뜯었다. 아직 풍성해서 괜찮았다.
‘어쩔 수 없었어.’
사촌누나의 결혼식이었다.
아무리 사촌이라 해도 가족인데 결혼식에 빠질 수는 없지 않은가.
왜 하필 사촌누나는 어제 결혼한 걸까.
“와. 연두랑 레나 연주하는 거 봤는데 진짜 미침. 막 눈물이 흐르고 바지가 축축해지는데……”
“오버하지 마.”
“킥킥, 아무튼 진짜임.”
말 자체는 사실인 거 같았다.
다른 아이들도 연두와 레나의 무대를 레전드로 꼽고 있으니까.
궁금해 미칠 거 같았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잡고자 진호는 입을 열었다.
“혹시 영상은 안 찍어뒀냐?”
“영상?”
“동영상. 그렇게 레전드였으면 찍을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잖아.”
“아!”
친구는 외마디 음성을 뱉더니 대답했다.
“찍어뒀지.”
“리얼?”
“응. 내가 거짓말치는 거 봤냐?”
거짓말하는 거.
많이 보긴 했지만 중요치 않았다.
“보여줘!”
“자, 여기 찍어뒀잖아.”
친구는 무언가 꺼내는 시늉을 하더니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내 눈에.”
“.. 뭐?”
“어휴, 진호야. 보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었는데 찍어뒀겠냐? 그렇게 보고 싶으면 ‘왔어야지!’.”
툭.
이성이 끊기는 기분.
신체 내부의 모든 신경다발이 일어나는 감각과 함께 고온의 열이 온몸을 감쌌다.
그래. 이건 ‘분노’였다.
“오냐. 너 눈으로 찍어뒀다고?”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는 진호.
살기를 느낀 친구는 뒷걸음질치며 말했다.
“자, 잠깐만. 왜 그래.”
“그럼 돌려보면 되겠네. 응?”
“뭐, 뭘 돌려봐.”
“눈으로 찍었다며. 그럼 너 눈 뽑아서 영상으로 돌려보면 되잖아!”
“으아악!”
그렇게 눈을 건 도주극이 펼쳐졌다.
밝은 줄만 알았던 콩쿠르의 이면이었다.
시간이 지나 동아리 시간.
공교롭게도 두 무리가 문 앞에서 딱 마주쳤다.
레나가 속한 무리와, 유준이가 속한 무리였다.
“아, 안녕, 레나야.”
“.. 응.”
아직 어색함이 완전히 풀리지 않는 둘이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둘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음악실 안으로 들어갔다.
연두도 마찬가지였다.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건 유준이였다.
“어제! 연주 좋았던 거야!”
“고마워..”
레나도 어색하게 되돌려줬다.
“오, 오빠도 랩 짱이었서!”
“.. 킁.”
다시 침묵이 일었다.
원래 제일 스스럼없는 사이였던 만큼, 어색함을 푸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레나가 먼저 입을 뗐다.
“다음에.. 올 거야?”
“응?”
“나랑 연두 다음에 또 콩쿠르 나가면.. 보러 올 거야?”
답은 정해져 있었다.
선재와 힙합 무대를 준비하며 얼마나 스스로가 어리석었는지 깨달았으니까.
지금은 아니었다.
유준이는 힙합 정신으로 무장된 상태였다.
두렵다고 해서 도망가는 건 힙합이 아니었다.
“당연한 거야!”
“히히.”
레나는 소리내어 웃고서 재차 물었다.
“정말?”
“.. 정말인 거야!”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그것도 리얼 힙합의 특징 중 하나였다.
한결 밝아진 레나의 표정.
이번에는 입가에 장난기를 머금고 또 묻는다.
“그럼.. 농구도 가르쳐 줄 거야?”
“…”
유준이가 눈을 끔뻑였다.
애초에 가르쳐줄 실력도 안 되지만, 더더욱 가르쳐줄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 날 이후로 농구공만 보면 PTSD가 와서 눈을 피하게 된 지 오래였으니까.
“노, 농구는 좀……”
“풋.”
레나의 웃음소리를 듣고 나서야 장난이었다는 걸 깨달은 유준이.
이윽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렇게 둘은 마주보고서 한참을 웃었다.
“유준이오빠, 진짜 바보같아.”
“바보 아닌 거야. 나 똑똑한 거야.”
“.. 아닌 거 같은데.”
“진짜야!”
원래 그랬듯이 틱틱거리며 음악실 문을 열고 나란히 들어가는 둘.
그 모습을 보며 연두가 배시시 웃음지었다.
완전히 회복된 음악동아리였다.
***
연두부콘 출시가 코앞이었다.
출시가 결정되고 꽤나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딱히 문제는 아니었다.
일정이 밀린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인지 연두튜브에는 연두부콘 관련 댓글이 엄청나게 달리고 있었다.
-연두부콘 언제 나와 ㅠㅠ
-목 빠지게 기다리는즁. 이모티콘 스튜디오 맨날 들어감 ㅋㅋㅋ
-빨리 쓰고 싶다고오오!!
-나올 거 알고 기다리는 게 더 고통스럽다, 흑흑.
-ㅇㅈ. 거기다 디자인 어떤지도 다 아니까 뽐뿌 씨게 옴. 더는 견딜 수 없어…
이런 반응이 주를 이뤘다.
사실상 연두부콘 출시 날부터 출시 이후까지 단연 연두튜브 내에서 화젯거리 1위는 연두부콘이었을 터였다.
변수가 없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알다시피 선화초 콩쿠르 영상이었다.
긴 시간 피아노 영상을 올리지 않은 만큼, 연두와 레나의 연주영상의 파장은 클 터였다.
게다가 단순 연주영상이 아니다.
진짜 연주였다.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가 만나 만들어낸 진짜 연주.
연두부가 알던 연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를 게 분명했다.
‘나조차 그랬으니까.’
매일같이 연두의 모습을 봐 온 나조차 새로웠다.
연두부는 말할 것도 없겠지.
다소 이른 예상이긴 하지만, 어쩌면 연두부콘에 대한 관심을 뒤덮을 정도로 큰 파장이 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스윽.
마우스를 손에 쥐었다.
오랫동안 기다린 순간이었다.
무대를 보며 내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연두부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오랜만에 불태울 필요가 있었다.
편집자의 혼을.
영상 길이도 긴 만큼, 평소보다 긴 시간이 들긴 하겠지만 상관없었다.
툭.
밤은 길었고, 새벽은 그보다 더 길었으니까.
째깍. 째깍.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얼마나 지났을까.
편집을 끝낸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커튼을 걷었다.
“하하..”
흘러나오는 실소.
커튼 사이로 밝은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침이었다.
‘이렇게 길게 편집해 본 건 오랜만인 거 같은데.’
편집이 익숙하지 않을 때도 이렇게 오래 마우스를 잡고 있었던 적은 드물다.
그 정도로 몰두했다.
연두부에게 있는 그대로의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다시 자리에 앉아 영상을 돌려봤다.
‘.. 됐네.’
흠 잡을 데는 없었다.
그렇다면 미룰 이유는 없다.
바로 연두튜브에 들어가 영상을 업로드했다.
달칵.
피곤이 밀려온다.
실시간으로 반응을 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지금은 쉬고 싶었다.
몸을 던지듯 연두의 옆에 누웠다.
그리고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