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81
백한성이 전하기를.
-양쪽 방송국의 분위기가 현저하게 차이가 나나 봅니다. KJ케이블은 한산한 상황인 반면, SB케이블은 벌써부터 사람들이 방송국을 찾아와서 줄을 서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아예 바닥에 돗자리까지 펴놓고 방송국 앞에서 밤을 샐 작정인 분위기라고도 하네요.
마운틴 1호 향수의 가격대가 999만 원이라는 점에 아무리 향수에 빠진 이들이라도 쉽게 향수를 구매하기 어려울 터.
그럼에도 벌써 부터 방송국에 몰려온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기쁜 일이긴 했다.
하지만 수용할 방청객 수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내일이면 사람이 더 늘어날 터.
그것이 걱정되어 백한성에게 묻긴 했다.
“방청석에 입장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한계가 있을 텐데요. 나머지 입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처리가 되는 거죠?”
-안 그래도 그 문제로 SB케이블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방송국에선 을 진행할 제1 스튜디오의 방청석이 채워지고 나면 기다리고 있던 남은 사람들을 제2 스튜디오의 방청석에 입장을 시키면 어떨까 의견을 물어왔습니다.
“제2 스튜디오라면 그럼 스크린을 통해 간접적으로 방송을 보게 된다는 의미이겠군요.”
-네. 그렇게 되겠죠. 만일 그럴 경우에도 인증샷을 남기면 향수를 구매할 자격을 줄 것인지 그걸 대표님께서 결정하시면 될 겁니다.
“좋습니다. 제2스튜디오에서의 인증샷도 인정을 해주는 것으로 하죠. 대신 선착순인 만큼 뒤늦게 줄을 선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제2 스튜디오까지로 인원을 끊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SB케이블에는 그리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인증샷을 남긴 사람들이 향수를 구매할 수 있는 개수를 정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1인 당 2개까지만 허락하죠. 자칫 사재기를 하는 편법이 발생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알겠습니다.
사실 첫 방송 후에도 마운틴 1호 향수를 구매할 수가 있긴 했다.
하지만 마운틴 1호 향수는 만들 수 있는 물량이 한정 되어있다 보니 한정판으로 판매가 된다는 점에 그것이 묘하게 사람들 심리를 자극했을 것이다.
특히 마운틴 1호는 명성백화점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더구나 초도 물량으로 푸는 향수 숫자는 일부러 방송국에 인증샷을 남긴 숫자에 맞춰 풀 생각이었기에, 향수 마니아들로선 더욱 안달이 날 터였다.
*
다음날 오후.
SB케이블 방송국에 도착했다.
박서나가 맡은 을 진행할 제1 스튜디오 건물 앞에 몰려든 사람들의 인파가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방송국 정문을 통과하는데도 한참이나 걸렸다.
어젯밤에 백한성에게 전해 듣기는 했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저 정도의 인원이면 제2스튜디오의 방청석까지 채운다고 쳐도 절반은 그냥 돌아가야 할 거야.’
첫 방인 오늘은 방청석이 지정석이 아닌 선착순으로, 먼저 온 사람들이 스튜디오에 입장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어젯밤부터 방송국을 찾아와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엄청났다. 그리고 오늘도 계속 사람들이 방송국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부르릉!
나는 차를 몰고 방송국 안으로 진입하면서 제1 스튜디오 건물 앞에 줄지어 서있는 이들을 살펴봤는데 외국인들의 숫자도 상당했다.
‘서나 씨가 맡은 방송이 정말 궁금해서 찾아온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마운틴 1호 향수의 구매가 목적일 터.’
방송은 저녁 8시에 시작된다.
그러니 그 전에 방청객들을 입장시켜야만 한다.
이곳에서 밤새운 사람들은 전부 입장할 수 있지만, 뒤늦게 찾아온 이들은 헛걸음을 친 셈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일찍 온 사람과 늦게 온 사람에 대한 차별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절반가량이 그냥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씁쓸했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도 차창을 통해 몰려든 사람들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왠지 까미와 누리에게 미안했다.
주객이 전도가 된 느낌.
본래 취지는 박서나가 진행하는 방송에 까미와 누리가 출연하게 된 것에 방송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는 의미에서 시작한 일이 어쩌다 보니 향수에 더 치중한 분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게 있어서 중요한 것.
까미와 누리, 그리고 향수였다.
두 가지를 모두 홍보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방송을 보게 된 시청자들은 분명 까미와 누리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 믿었다.
*
“여기가 대기실입니다.”
조연출이 우리를 대기실로 안내했다.
나는 까미와 누리의 목줄을 풀어주고는 챙겨온 간식과 물을 먹도록 하고는 실내에서 놀도록 했다.
백한성이 이곳을 찾아왔다.
까미와 누리와 인사를 나눈 백한성이 내게 보고를 했다.
“이번 일은 SB케이블로서도 유래에 없던 일일 겁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을 방청 하고자 찾아올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안타깝지만 절반은 돌아가야겠죠.”
“그렇다고 모두를 수용하는 것은 방송국 측에서도 힘든 일이고, 솔직히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죠.”
백한성의 말이 일 리는 있었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러면 어떨까요? 만일 돌아가지 않고 방송국에 남아서 끝까지 방송을 시청하고 싶다면 기회를 주는 것은 어때요?”
“기회라고요?”
“방송국 행사홀에서 스크린을 통해 방송을 보게 해준 후에, 추첨을 통해 10명에게 기회를 주죠. 10명이라면 아주 소수이긴 해도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그냥 돌아가게 하는 것보다는 좋지 않을까 싶네요.”
“흐음.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저도 마음에 걸리던 터였는데 훌륭한 제안입니다.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다른 궁금하신 상황은 없고요?”
“KJ케이블 분위기는 어떤가요?”
“그곳은 여기와는 달리 밤새 기다린 사람들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래도 인증샷을 남기면 사닐 향수를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이니 여기에 비해선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적은 수나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선 제법 몰려오긴 한 모양입니다.”
“그곳 출연진들은 어때요?”
“신인 연예인들 중에서 동물들을 키우는 이들로 골라서 섭외를 했다고 하더군요.”
“홍세라 배우와는 급이 다르겠군요.”
“당연하죠. 지금 구한말 피디 완전 죽을 맛일 겁니다.”
“모두 자승자박이죠.”
“그럼 저는 남은 문제를 해결하러 가봐야겠습니다. 이따가 방청석에서 뵙도록 하죠.”
“힘들겠지만 고생 좀 하셔야겠네요.”
“네네. 나중에 은화에 고구마나 구워주시죠.”
“하하! 그러죠.”
그렇게 백한성이 대기실에서 나가고 나서 이번엔 박서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향수 광고를 찍을 때는 풀메이크업에 의상까지 여신처럼 아름답게 치장했던 그녀였지만 오늘은 연출을 맡은 상황이라 그런지 화장도 연했고 까만 정장바지에 셔츠차림새였다. 물론 그럼에도 미모는 여전하긴 했지만.
“우리 까미와 누리. 여기서 보니 더 반갑네? 호호!”
왕! 냐옹-
까미와 누리가 박서나를 반겼다. 녀석들을 끌어안고 인사를 나눈 그녀가 내 쪽을 돌아다봤다.
“잠시 후에 리허설 들어갈 거예요. 첫 방이니만큼 시청자들에게 까미와 누리를 소개하는 일이 필요하거든요. 그러고 나서 오늘은 자두와 복숭아 수확하는 영상을 풀 거고요. 그러다보니 강산 씨 모습은 나오지 않지만 방송에 간혹 강산 씨 음성이 나올 수도 있을 거예요. 죄송하지만 그 점은 강산 씨가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어요.”
“소개할 때 그냥 소개하는 것보다 임팩트가 좀 있게 나오면 좋겠는데요.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요?”
박서나의 말에 나는 방청을 하고자 찾아온 외국인들을 떠올렸다. 마운틴 1호 향수 시향에서 본 적이 있던 이들. 대부분 향수 마니아들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이 세 가지만 잘 구사해도 방송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터.
“서나 씨. 오늘 방송 진행을 맡은 MC가 도연후 씨라고 했죠? 그 분의 외국어 회화실력은 어때요?”
“흐음. 글쎄요?”
을 맡은 MC 도연후.
SB케이블에서 나름 잘나가는 MC로 멘트도 좋고 순발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내가 MC 도연후의 외국어 회화실력을 묻는 것이 박서나로선 의아했을 터.
“실은 오늘 방청할 사람들 중에 외국인들이 많을 거예요. 그 사람들을 무대로 나오게 해서 까미와 누리와 인사를 나누게 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싶어서요.”
“외국인들을 무대로요?”
“많이는 어수선할 테니 3명 정도로 잡고요. 일본어, 중국어, 영어. 이렇게 3개국의 회화가 가능하면 좋을 듯싶은데요.”
“그건 도연후 씨에게 물어봐야겠네요. 근데 그렇게 되면 까미와 누리도 외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어야만 가능할 텐데 괜찮을까요?”
“그건 걱정 말아요. 우리 까미와 누리. 5개국의 외국어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거든요.”
“와! 얘네 완전 대박이네요! 저보다 더 똑똑한데요?”
나는 박서나의 감탄한 기색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까미와 누리를 칭찬하는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고 기분이 좋았기에.
“그럼 나가서 도연후 씨에게 얼른 연락을 해봐야겠네요. 아까 방송국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거든요.”
“그러세요. 혹시 도연후 씨가 3개국의 외국어 회화가 어렵다고 하면 그냥 본래 진행대로 나가도 지장 없을 테니 그렇게 하세요. 괜히 부담 갖게 하지 말고요.”
“고마워요, 강산 씨! 강산 씨 아이디어 덕분에 방송 내용이 더 풍성하게 되었어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이따가 리허설에서 봐요.”
“그러죠.”
“까미. 누리. 파이팅!”
왕! 냐옹-
박서나가 까미와 누리를 향해 주먹을 흔들어보이고는 이내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박서나가 나가고 잠시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에게 아직 이렇다 할 연락이 없었다.
그때 조연출이 안으로 들어왔다.
“리허설 들어갈 시간입니다. 준비해주세요.”
“네. 알겠어요. 까미. 누리. 목줄 차자.”
왕! 냐옹-
조연출 말에 녀석들 목줄을 채우고자 하는데.
타악!
박서나가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녀의 안색이 뭔가 창백하다.
“크, 큰일 났어요, 강산 씨! 도연후 씨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방금 병원으로 실려 갔어요! 곧 있으면 방송을 시작해야 하는데 어떡하죠?”
박서나의 말에 나도 크게 당황이 되었다.
MC 도연후.
그가 없이는 방송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첫 방이다.
첫 방부터 펑크를 내게 생겼다.
다음 주부터 방영되는 내용들은 스튜디오 안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세트장에서 녹화한 장면으로 방영될 테니 부담이 덜 했다.
하지만 오늘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모든 것들이 그대로 생방으로 방송에 보도가 되는 상황이라 MC가 빠진 상황이라면 문제가 아주 복잡했다.
더구나 더욱 중요한 점은.
오늘 동 시간대에 KJ케이블에서도 방송을 한다는 것이다.
탑급 연예인 홍세라와 지원이 방송 출연을 거부한 상황이라 신인들로 채운 KJ케이블의 상황. 그랬기에 쉽게 그곳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박서나의 방송이 밀릴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