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the bulletin board after 5 second RAW - chapter (51)
5초 후의 게시판이 보여! 051화
13. 안 봐줄 겁니다! (4)
이경훈은 문창준을 봐주지 않았다.
봐줄 수 없었다.
“제가 창준이의 자리를 뺏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이경훈이 유경룡 감독과 박창화 코 치의 앞에서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서 창준이의 출전 기회가 줄 어들었고, 결국에는 이런 일까지 벌 이게 된 겁니다.”
“이경훈. 하지만……
“프로 야구이지 않습니까. 잘하는 선수가 기회를 뺏고, 못하는 선수는 기회를 뺏기는 판입니다.”
이경훈이 그렇게 자신의 자리를 빼 앗겼던 것처럼 말이다.
“제가 창준이의 자리를 빼앗은 건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미안한 마음까지는 아 니더라도, 측은한 마음이 들긴 했습 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넘어갈 수 는 없다?”
유경룡 감독의 물음에, 이경훈이 그 즉시 긍정하며 대답했다.
“예.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이경훈이 유경룡 감독과 박창화 코 치에게 설득하듯 말했다.
“저, 이경훈 개인으로서는 창준이 를 용서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제 가 설 자리가 없던, 그런 선수였으 니까요. 창준이의 심정은 저도 잘 압니다.”
그랬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경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창준이의 입장이었더라 면…… 같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 는 일입니다.”
“그런 가정은 의미가 없다.”
박창화 코치가 이경훈에게 위로라 도 하듯 말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건 문창준의 처벌이다. 측은지심이 생 기는 건 이해하지만, 제대로 처벌하 지 않을 수는……
“없죠.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이경훈이 말을 이어갔다.
“이경훈으로서는 용서할 수 있지
만, 버펄로스의 이경훈 선수로서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저를, 그리고 팀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지 않았 습니까.”
“ Q.W
M..•
명실상부 버펄로스를 이끌고 있는 선수인 이경훈을, 자기 자신을 위해 서 근거도 없는 허위 신고로 고발했 다.
그 순간, 문창준은 버펄로스에게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선 수가 되었다는 거다.
“안 봐줄 겁니다! 그리고, 두 분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거라 믿고 있
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끝마친 이경훈에게, 유경룡 감독과 박창화 코치가 침묵 으로 긍정했다.
이경훈이 덧붙이듯 말했다.
“다만, 걱정되는 건••••••
“처벌 방법이지.”
이제, 문창준에게는 징계가 의미 없다.
버펄로스에게 ‘필요 없는’ 선수가 되어버린 문창준에게 버펄로스가 내 릴 징계는 없다는 거다.
더 무거운, 징계 이상의 처벌을 제
외하면 말이다.
“방출이 현실적이다.”
딱 잘라 말한 박창화 코치에게, 이 경훈이 이렇게 말했다.
“방출 역시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 합니다. 이런 시기에 문창준을 방출 하면..
“문창준이 너를 신고한 것을 밝히 는 거나 다름없지. 선수단의 분위기 가 가라앉아버릴 테고.”
최근에는 겉돌았다고 하지만, 누가 뭐래도 문창준은 버펄로스의 1군에 서 오래 뛰었던, 버펄로스의 일부였 다.
그런 문창준을 방출해 버리면, 버 펄로스의 선수들에게 어떤 방향으로 든 영향을 미치게 될 거다.
아마, 부정적인 방향의 영향이 될 거라고 이경훈은 생각했다.
“그렇다 해도, 계속 데리고 있을 수도 없게 됐다. 2군으로 보낸다 해 도,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될 거다.”
유경룡 감독이 입을 열었다.
“사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고 싶 어 너를 부른 거다.”
“감독님.”
유경룡 감독이 지금 이 상황에 대
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트레이드다.”
“트레이드 말씀이십니까?”
“그래. 요즘에는 포수가 금값이라 고 하니, 쓸 만한 선수를 데려올 수 있을 거다.”
유경룡 감독이 내놓은 해결책에, 이경훈이 생각했다.
‘방출보다는 나을 거다. 문창준 대 신 다른 선수를 데려올 수 있으니 까. 가능만 하다면, 가장 좋은 방법 이다.’
방출에 비하면 버펄로스의 선수단 에 미칠 영향도 적을 것이며, 오히
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렇게, 다른 팀에 이적하게 된 문 창준의 활약이 버펄로스에게 부메랑 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고려할 문제는 아니다. 이제 문창준은 버펄로스에 서 내보내야 하는 선수가 됐으니 까.’
문제는…… 그 트레이드를 다른 사 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거냐는 거 다.
이경훈이 유경룡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님께서는 괜찮으시겠습니까. 창준이를 트레이드하셔 도요.”
주전 포수 이경훈이 말도 안 되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으며.
슈퍼 루키 박승중이 신인답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제, 문창준이 없어도 한 시즌을 치러낼 수 있는 포수진을 버펄로스 는 구축해낸 거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조금 다른 문제 다.’
이경훈과 박승중의 한 달 남짓 활 약으로, 버펄로스의 주전 포수였던 문창준을 트레이드한다는 거다.
팀을 운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어 도, 팀을 운용하는 유경룡 감독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문창준의 가치에 대한 부담이 유경 룡 감독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 다는 거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없다. 너, 이경훈이. 그리고 박승중이가 잘해줄 테니.”
“감독님……
“감사합니다, 감독님.”
자신에게, 자신의 조카에게 쏟아지 는 신뢰에, 이경훈과 박창화 코치가
유경룡 감독을 향해 고개 숙여 감사 를 표했다.
유경룡 감독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 며 말을 이었다.
“창화. 박 코치에게는 어떨지 모르 겠지만, 나는 이번 시즌의 버펄로스 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내 임 기는 연장되겠지.”
그런 만큼, 박창화 코치의 임기는 단축될 거다.
“그렇게 되어도 괜찮다면, 두 사람 이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만 그렇게 될 수 있으니까.”
“예, 감독님.”
유경룡 감독의 말에 이경훈은 곧바 로 대답했지만.
박창화 코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 으면서 되물었다.
“제가 그럴 수 없다고 한다면…… 자르실 겁니까?”
“그건 그때 가서 고려해 봐야겠 지.”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박창화 코치가 고개를 저어대며 마 지못해 대답했다.
“이렇게 된 거, 수석 코치 자리라
도 잡고 있어야죠. 적어도 승중이가 다 클 때까지는 붙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내가 가버리면 감독 자리 를 먹을 셈인가?”
“그럴 기회가 생긴다면 마다하지는 않겠죠. 저도 감독 한 번은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감독님.”
어쨌든, 지금 당장의 유경룡 감독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렇게 이경훈, 유경룡 감독, 박창 화 코치의 삼자대면에서 내부 고발 자 문창준의 트레이드가 결정되었 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나왔다.
문창준이 2군으로 내려간 지 이틀 째 되는 날.
버펄로스와 매지션즈 3연전이 버펄 로스의 스윕으로 끝난 다음 날.
버펄로스의 문창준과 매지션즈의 변진석의 맞트레이드가 발표되었다.
포수 자원이 여유로운 버펄로스와 당장의 주전 포수가 필요한 매지션
즈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고.
마침, 3연전 기간에 만난 두 팀의 감독이 원활한 합의를 이뤄냈기에 가능했던 트레이드였다.
포스트 시즌 진출권을 놓고 경쟁 중인 두 팀 사이에 갑작스러운 트레 이드가 이루어진 건…… 문창준이 이경훈에게 허위 도핑 신고를 했기 때문이었다는 꽤 그럴싸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돌기도 했다.
그렇게, 문창준은 버펄로스를 떠나 매지션즈로 이적했고…….
3년 만에, 변진석이 버펄로스로 돌 아오게 되었다.
원정 클럽 하우스의 짐을 그대로 홈 클럽 하우스로 옮겨온 변진석에 게, 이경훈이 가장 먼저 한 말은.
“너. 팔 꿈틀대는 버릇 다시 나오 더라. 안 고치냐?”
상대 팀의 투수로서 상대할 때 발 견했던, 변진석의 버릇에 대한 지적 이었다.
이경훈의 지적에, 변진석이 뜨악한 표정이 되어 외쳤다.
“그걸 왜 이제 말씀해 주시는 거예 요! 진작 좀 알려주지!”
“이제라도 알려주는 걸 고맙게 생 각해라. 안 그래도 저번에 다칠 뻔
한 거 구해주기도 했는데……
“구해줬다고요? 경훈이 형이 저를 요? 그냥 죽도록 두들기기만 하지 않으셨나?”
“하……. 됐다. 이걸 설명할 수도 없고.”
자신이 변진석을 구해줬다는 건 자 신만의 비밀로 남기며, 이경훈이 버 펄로스의 새로운 투수 운용을 헤아 렸다.
‘진석이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다 치면 다른 한 투수는 불펜으로 내려가게 되겠군. 최우종이 유력하 겠어.’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는 민한 근과 좋은 기록을 내고 있는 김진수 에 비해, 최우종은 불안한 감이 없 지 않아 있다.
‘최우종에게는 불펜이 더 어울릴지 도 모르지. 어쨌든, 볼 하나만큼은 빠른 녀석이니까. 그렇게 된다면, 불 펜에서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줘야 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문창준의 트레 이드로 버펄로스는 더욱 강해졌다는 거다.
그리고, 버펄로스로 돌아온 선수는 변진석만이 아니었다.
“Hi, Guys.”
엘레펀츠 김상남에게 플라잉 니킥 을 날린 뒤, 출장 정지 징계를 받고 2군으로 내려간 버펄로스의 외국인 타자, 브래드 무어가 1군으로 돌아 왔다.
쉬이이익
딱!
……텅!
브래드 무어의 연타석 홈런으로, 버펄로스가 3회 초부터 6 대 0의 스코어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외야 관중석을 아득하게 넘겨버리 는 장외 홈런이었다.
버펄로스의 선수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떠들어댔다.
“저거, 무어 맞지? 누가 페이스 오 프 하고 온 거 아니고?”
“그러게요……. 하긴, 저게 원래 무 어였죠. 무식하게 힘으로 찍어 눌러 서 다 패버리는, 저 무지막지한 스 윙……
“2군에서 5할 5푼을 치고 왔다네.
완전히 감 잡은 거지.”
“2군 갔다 온 게 약이 된 거네요. 나도 한 번 갔다 올까……?”
“가서 못 을 수도 있는데, 가겠다 면 굳이 말리지는 않으마.”
버펄로스의 선수들은 물론, 이경훈 도 적잖이 놀랐다.
1루 주자, 이경훈이 베이스를 돌면 서 생각했다.
‘작년의 그 폼을 완전히 찾아왔어.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복귀 하자마자 이렇게 잘할 줄이야….
고의사구나 다를 바 없었던 투구로 1루에 나갔었던 이경훈에게, 브래드
무어의 부활은 기쁘게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홈 플레이트를 밟은 뒤, 이경훈이 브래드 무어의 복귀를 축하하기 위 해 브래드 무어를 기다렸다.
브래드 무어가 홈 플레이트를 밟을 때.
“나이스 배팅!”
“Yeah!”
진심으로 기뻐하며, 브래드 무어가 이경훈의 하이파이브를 받았다.
버펄로스에 천군만마가 돌아왔다.
‘나도 질 수 없지.’
[smma***** / 그냥 콜드 게임으로 끝내면 안 되냐?]딱!
……텅!
브래드 무어의 장외 홈런 못지않은 거대한 홈런.
이경훈의 이번 시즌 25호 홈런이 었다.
변진석과 브래드 무어의 합류는 문 창준의 공백은 생각도 나지 않을 정 도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렇게 기세를 몰아간 버펄로스는 전반기 이전에 승점 차이 없는 공동 5위까지 오르게 되었다.
드디어, 포스트 시즌 진출권에 발 을 들인 거다.
그리고…….
이경훈이 자신의 첫 올스타전에 참 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