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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 후의 게시판이 보여! 073화
19. 꼭! 가고 싶습니다! (2)
“어, 어떻게……?”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으며 물은 이 경훈에게, 정만형 단장이 내키지 않 는다는 듯 대답했다.
“한국 프로 야구 리그의 FA 자격 취득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이경훈 선수?”
이경훈은 FA 제도와 그 자격 취득 규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도 그럴 게…….
‘나는 1군 엔트리에서 버티기에 급 급했던 선수였으니까.’
그랬던 이경훈이 FA 제도에 대해 생각할 여력이 있었을 리가 없다.
‘자격 취득이 멀지 않았다는 말을 프런트 직원들에게 한두 번 듣기는 했지만……
1군 엔트리에 포함되었던 기간을 계산해 특정 기간을 채우면, 어떤
구단과도 계약할 수 있는 FA 자격 을 취득할 수 있다.
그 시절의 이경훈에게는 오히려 FA 미아 상태가 될 수도 있어, 그 다지 고려하고 싶지 않았던 귀찮은 권리였다.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다.
정만형 단장이 말을 이었다.
“9시즌, 혹은 8시즌을 145일 이상 을 1군 엔트리에 등록되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하죠. 이경훈 선수는 고 교에서 프로에 직행했으니 전자, 9 시즌이고요.”
“ 예.”
“145일 이상 등록되지 못한 시즌 의 등록 일수는, 다른 시즌의 등록 일수와 합산해서 계산하게 됩니다.”
이경훈이 정만형 단장의 설명을 들 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만형 단장이 설명을 이었다.
“그리고, 이경훈 선수는 이번 시즌 끝까지 1군 엔트리에 등록되어 있다 고 해도 8시즌 등록 취급입니다. 일 주일이, 정확히는 6일이 모자라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 국가 대표 차출을 승낙한다 면……
“그 6일이 채워진다는 겁니까?”
“.예 ”
한국 프로 야구 리그의 FA 제도에 는 국가 대표 차출 보상이 있다.
국가 대표로서 차출되어 선수로서 소집된 기간을 1군 엔트리 등록 일 수로 취급해 주는 거다.
선수에게는 다음 시즌을 치르지 않 고 1군 엔트리 등록 일수를 채울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방법이다.
이경훈이 국가 대표 차출을 승낙함 으로써 그 보상을 받게 된다면…….
‘나는 이번 시즌이 종료되면 FA가
된다는 거다.’
이경훈에게는 몇억 원, 아니. 몇십 억 원의 가치가 있는 이점이다.
‘그 이상일지도 모르지.’
이런 중요한 것을 미처 몰랐다는 사실에 내심 민망해하며, 이경훈이 정만형 단장에게 물었다.
“그래서…… 버펄로스의 프런트에 서는 제 국가 대표 차출을 거부하고 싶다는 겁니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 다.”
적잖이 불편한 듯한 정만형 단장의 말에, 이경훈이 생각했다.
‘이해는 된다.’
버펄로스의 프런트로서는, 이경훈 의 국가 대표 차출을 거부한다면 이 경훈의 FA 자격 취득을 1년 늦출 수 있다.
이경훈과 FA 계약을 안 맺고도, 이경훈을 버펄로스의 선수로서 한 시즌 더 남겨둘 수 있다는 거다.
버펄로스의 프런트에게는 천문학적 인 이득이 될 거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버펄로스 프런트 의 입장이지.’
선수, 이경훈의 의중을 묻지도 않 고 국가 대표 차출을 거부한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버펄로스의 프런트는 모 든 것을 설명해 주며 이경훈의 의중 을 물어보고 있는 거다.
“이경훈 선수께서 올림픽 브레이크 에 휴식을 취하고 싶으시다면, 가능 한 모든 편의를 제공할 겁니다. 채 우지 못하게 된 등록 일수만큼의 보 상도 보장할 거고요.”
국가 대표 차출을 포기하고, 남은 시즌에 집중하겠다면, 버펄로스 측 에서 섭섭지 않게 챙겨주겠다는 거
다.
안쓰러워질 정도로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정만형 단장의 설득을 흘려 들으며, 이경훈이 생각했다.
‘정만형 단장. 아직도 교도소에 있 는 예전 단장 이후로 세 번째 바뀐, 버펄로스 모기업의 꼭두각시다.’
단장으로서의 영향력은 거의 없다 시피 한, 그런 인물이다.
그렇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정만형 단장의 뜻은 버펄로스 모기업의 뜻, 황재훈 회장의 뜻이기도 하다는 거 다.’
버펄로스의 구단주인 황재훈 회장 의 뜻을 거스르며 FA 자격을 취득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이경훈이 생각했다.
‘ 있다.’
이경훈이 단호하게 말했다.
“버펄로스에게 중요한 시기인 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 습니다.”
이경훈이 진심으로 말했다.
“프로가 된 이후로 처음 차출된 국 가 대표입니다. 보상도 보상이지
만…… 국가를 대표해서 멋지게 활 약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이전부터 신경 쓰였던, 몇 가지 궁 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경훈이 외쳤다.
“꼭! 가고 싶습니다!”
국가 대표 차출 최종 승낙의 마감 기한은 내일이니, 마지막까지 생각
해달라는 정만형 단장의 말에 영혼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곤, 이경훈이 버펄로스의 단장실을 나섰다.
다시 버펄로스 필드의 그라운드로 돌아온 이경훈에게, 김진수가 호들 갑을 떨며 이렇게 말했다.
“선배님! 구, 국가 대표 차출되셨 다는 거, 사실이에요?”
“어.”
“무조건 하세요! 이번에 차출되시 면, 이번 시즌 끝나고……!”
“FA 된다고? 안다. 방금 듣고 왔 다.”
“어……. 예. 프런트에서 설명해 줬
나 보네요…
이경훈이 김진수의 말에 고개를 끄 덕이곤 가벼운 러닝으로 식었던 몸 을 다시 달궈내기 시작했다.
그러며 생각했다.
‘FA 라……
이경훈은 서른셋이다.
그렇게 늦은 나이는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도전하기에 이른 나이도 아니다.
이경훈에게는 이번 기회가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경훈이 다시금 결심했다.
‘국가 대표로 나간다.’
올림픽에 출전해서, 궁금했던 것들 도 해결하고, 활약도 하고, 보상을 받아서 원하는 것들을 이루기로 결 심했다.
‘부상 조심도 해야겠는데. 기껏 차 출되어서 나갔는데 부상으로 탈락해 버리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거니까.’
트레이닝 코치인 카스가가 추천해 줬던 그 이상한 필라테스 동영상을 더욱 열심히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이경훈이 었다.
그런 이경훈에게, 김진수가 조심스 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정만형 단장이 이경훈에게 지었던 그 표정이었다.
“그……. 선배님.”
“왜.”
“국가 대표 차출되셔서, FA 자격 따시면, 다른 팀으로 가실 겁니 까……r
김진수는 이경훈이 이적할 것을 걱 정하고 있는 거다.
이경훈이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
“버펄로스에 남을 수도 있고, 드래
곤즈나 울브즈로 갈 수도 있고, 네 가 그렇게 싫어하는 미사일즈로 갈 수도 있지. 그런 게 바로 프로니까.”
어쩌면, 다른 리그의 구단으로 가 게 될 수도 있다.
이경훈이 김진수의 어깨를 두드리 며 말했다.
“하지만, 버펄로스의 선수로 뛰는 동안은 버펄로스의 선수다.”
“선배님……
“적어도, 우리가 포수와 투수인 동 안에는 최선을 다하자. 타자와 투수 로 만나게 돼도 그래야겠지만.”
이경훈의 말에, 김진수가 잠시 생
각하다가 대답했다.
“……정말로 그렇게 되면 팀을 옮 기신 걸 후회하시게 만들어드리겠습 니다. 제가 이길 거니까요.”
“프로다운 대답이군.”
씨익, 웃어 보인 이경훈이 자신의 미트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불펜 피칭 들어가자. 오늘은 특별 히 내가 받아주지.”
“……감사합니다!”
쐐애애액
..팡!
김진수의 구위는 그 어느 때보다 위력적이었다.
그 시각.
버펄로스의 단장실.
정만형 단장이 통화를 통해서 버펄 로스의 구단주, 황재훈 회장에게 자 초지종을 설명했다.
황재훈 회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저, 회장님……?”
정만형 단장의 물음에, 핸드폰 너 머에서는 담배를 비벼 끄는 소리가 났다.
그제야 황재훈 회장이 정만형 단장 에게 말했다.
“결국, 이경훈을 국가 대표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 건가?”
“예. 야구 협회 측에서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거부했다가는 선수 협회 측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겁니다.”
이제야 겨우 분위기 쇄신을 해낸 버펄로스에게는 치명타가 될 터다.
정만형 단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경훈 선수의 의중 이 확고합니다. 구단 차원에서 거부 했다가는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안 좋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정만형 단장이 황재훈 회장의 침음 을 들으며 생각했다.
‘결국, 회장님께 달린 거다.’
모든 마찰을 감수해내면서 이경훈 의 국가 대표 차출을 거부하겠다면, 거부할 수 있을 거다.
‘올림픽 개막이 내일 모래다. 시간 을 끌면 출전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마찰은 만만치 않을 거다.
야구 협회의 압력과, 선수 협회의 반발은 가히 엄청날 것이고.
버펄로스의 프런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질 거다.
가장 큰 건…
‘이경훈의 마음이 버펄로스를 떠난 다는 게 가장 크지.’
그렇게 되면, 이경훈은 다음에 FA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버펄로스에는 남지 않으려 할 거다.
이경훈의 마음을 돌릴 정도의 대우 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말이야……
황재훈 회장이 정만형 단장에게 날 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부상을 당한 그, 국가 대표였다는 선수는 정말로 부상이 맞는 건가?”
“아직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만, 불 참 사유는 부상이 맞습니다.”
“울브즈의 선수라고 들었는데.”
“ 예.”
황재훈 회장이 재차 침음을 흘렸 다.
그리고 말하길.
“울브즈면, 조혜진 그년이 구단주 하면서 단장질하고 있는 구단인 데……. 이거, 냄새가 나.”
“냄새……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일가 족속들이 꾸밀 만 한 개수작의 냄새가 난다, 이 말이 야.”
하지만, 황재훈 회장은 그러려니 생각하는 듯했다.
오히려, 반기는 기색이었다.
“뭐, 좋아. 결국에는 한 번은 붙어 야 했던 거니까.”
“예? ••••••아.”
정만형 단장은 황재훈 회장의 의도 를 깨달았다.
“회, 회장님. 설마……?”
“거기가 국내 최고 기업이기는 해 도, 현금 보유량은 우리도 둘째가라 면 서럽거든.”
황재훈 회장이 태연하게 울브즈에 전쟁을 선언했다.
“이경훈이 FA가 되면, 울브즈가 제시하는 조건에서 무조건 몇십억
더 얹어서 잡아둬. 무조건. 구단주 명령이다.”
“……예, 알겠습니다.”
황재훈 회장의 배포에 놀라다가도, 포수가 시즌 타율이 7할에 육박하는 홈런 타자라면 대체 어떤 계약을 맺 게 될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해지는 정만형 단장이었다.
황재훈 회장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럼, 이경훈은 네 뜻이 내 뜻이 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에는 국가 대 표로 나가겠다고 한 거네?”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만형 단장의 대답에 황재훈 회장
이 쾌활하게 대답했다.
“더 마음에 들었어.”
“.예?”
“그래. 남자라면, 프로 야구 선수라 면, 그 정도 야망은 있어야지. 하 하……!”
황재훈 회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다음 날.
울브즈의 포수 박진규를 대신해,
버펄로스의 포수 이경훈의 올림픽 국가 대표 합류가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