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03
너의 초식이 보여 103화
현주황을 찾아라(2)
진무강이 하운평에게 물었다.
“그럼 다른 문구도 해석했어?”
“아니. 나머지는 산공폭포에 가서 해석을 해야 할 것 같아.”
“그럼 지금 가 보자.”
네 사람은 천서관 서기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녀는 현주황을 꼭 찾아달라고 신신당부했고, 네 사람은 산공폭포를 향해 달려갔다.
벌써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다행히 달이 밝아, 달빛에 의존하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런데 출발한 지 반 각도 안 되어 걸음을 멈춰야 했다.
뒤쪽에서 여자 한 명이 달려오고 있었다.
“잠깐만요!! 잠깐만 기다려요.”
경공이 상당히 빨랐다.
마치 물 위의 제비처럼, 바닥을 치면서 날아다녔다. 멀리서 목소리만 들렸는데, 금방 네 사람을 쫓아왔다.
휘리릭.
푸른 옷을 입은 여자였다.
열일곱 정도의 어린 나이에 얼굴색이 하얗고, 눈매가 살짝 처져서 순하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등 뒤에 검을 매고 있었고, 경공이 굉장히 빠르고 안정적이었다.
특히 빠르게 달린 직후에, 급하게 몸을 멈추면서 몸을 회전시키는데, 고난도의 상급 초식이었다.
진무강이 그녀에게 물었다.
“누구신가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갑자기 소리쳐서 미안해요. 혹시 현주황을 찾아다니는 학생들 분들이 맞으신가요?”
“맞습니다만.”
경부수가 끼어들면서 물었다.
“혹시 현주황 회주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아, 아니에요. 사실은 저도 그 사람을 찾고 있어요.”
그러면서 이유를 설명했다.
“제 사제가 삼 일 전에 사라졌는데, 그분과 같이 있었다고 해서요.”
“먼저 본인 소개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 죄송합니다.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공지운이라고 합니다.”
“곤륜호접?”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곤륜파의 제자로 십급의 고수였다. 그리고 후기지수 중에서 경공만은 최고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삼 일 전에는 사제가 실종된지 몰랐나요?”
“제가 폐관 수련 중이었거든요. 어제 생활관으로 돌아왔는데, 사제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찾다 보니까 삼 일 전에 현주황이라는 사람과 만났다고 해서 그분을 찾았는데…….”
“현주황 회주도 행방불명이지요.”
“네. 그러다가 네 분이 현주황 님을 찾아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급히 따라왔습니다. 천서관까지 갔었어요.”
네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진무강이 대답했다.
“그럼 우리랑 같이 가시죠. 우리도 단서를 하나 찾아서 가는 중입니다.”
“고맙습니다.”
하운평은 그들의 대화에 끼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마음속을 먼저 살폈다. 그녀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고, 그녀의 사제를 굉장히 걱정하고 있었다.
‘착하고 솔직해 보이네.’
같이 가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녀의 등 뒤에서 어깨 위로 무언가 솟아올랐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귀여운 다람쥐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청서였다.
“어머, 귀여워라.”
다른 사람도 만났고, 여자인 지영이 반색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손을 내밀며 물었다.
“혹시 만져 봐도 돼요?”
그런데 공지운이 대답하기도 전에 청서가 이빨을 드러내며 발톱을 휘둘렀다.
캬아아아.
{어딜 더러운 손으로 나를 만지려고 하는 거야?}
순간 하운평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청서의 울음소리가 마치 사람처럼 들렸다.
공지운은 청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미안해요. 이 녀석은 덕이라고 하는데, 성격이 까다로워서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무작정 만지려던 제 잘못이죠.”
“자자. 그만 갑시다.”
진무강은 사람들을 독려하면서, 다시 출발했다. 실종된 사람들을 찾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들은 곧 청서에 대해서는 잊어버렸다. 하지만 하운평은 그럴 수 없었다. 청서의 목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었다.
{이 조그만 꼬마가 뭐라는 거야? 내가 까다로워? 까다로운 건 바로 네 녀석이지.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데도, 만날 맛도 없는 도토리만 주니까 화딱지가 나는 거잖아. 바보 녀석. 내가 착하고 귀여워서 봐주지만,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알겠냐고?}
하운평은 청서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끄응. 이제 하다 하다 동물 목소리까지 들리는 건가?’
그런데 날아다니는 새나 저기 멀리 보이는 사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왜 저 청서의 것만 들리는 거지?
하운평은 자신도 모르게 청서를 계속 힐끔거렸다. 그러다가 청서와 눈이 마주쳤다.
{야, 넌 뭘 계속 쳐다봐? 화악 눈깔을 뽑아버린다. 고개 안 돌려?}
하운평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뽑기는 뭘 뽑아? 말투하고는.”
그러자 청서는 놀라서 소리쳤다.
{뭐야. 저 인간. 설마 내 말을 알아듣는 거야?}
이왕 이렇게 된 거, 하운평은 전음으로 청서의 귀에 속삭였다.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해라. 털을 다 뽑아버리기 전에.]{헉. 정말 알아듣나 보네. 얼굴은 멍청하게 생겨 가지고.}
[나도 놀라는 중이니까, 욕은 그만하라고.]{흥. 욕하면 어쩔 건데? 어쩔 거냐고?}
[털을 뽑으면 뭐하겠냐? 잡아먹어야지?]{호오. 네까짓 게 감히 이 몸을 먹는다고? 한번 먹어보든지. 먹어봐? 먹어봐? 먹어봐?}
‘정말 시끄러운 청서네.’
하운평은 청서를 계속 쳐다보면서 어떻게 혼내줄까? 고민했다. 그러자 공지운이 하운평에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닙니다. 청서가 귀여워서요.”
“어머, 감사합니다.”
공지영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푸하하. 꼴좋구나. 그래도 먹어보시든지, 먹어봐. 먹어봐. 먹어보라구.}
약오르지만, 지금 당장은 공지운 때문에 어찌할 수 없었다. 저 청서를 어떻게 할지 잠깐 고민하는 사이, 벌써 산공폭포에 도착했다.
* * *
산공폭포의 높이는 사 장이 넘었다. 그리고 유수량이 많아 폭포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우리는 먼저 흩어져서 폭포의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폭포의 위쪽에서 한 가지 물건을 찾아냈다.
현주황의 것으로 짐작되는 겉옷과 책 한 권이었다.
“항상 들고 다니는 책인데, 왜 여기에 있지?”
“바위 사이에 숨겨져 있었잖아. 누가 뺏어서 숨겨둔 걸까?”
“아니야. 바위 사이에 있었지만, 바닥에 옷을 먼저 깔고, 책을 가지런히 위에 두었어. 누가 뺏어서 두었다기보다는 본인이 그곳에 숨긴 것 같아.”
“그럼, 옷과 책을 그곳에 둔 이유는?”
“글쎄. 그것까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다음 문구부터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운평아. 넌 어떻게 생각해? 운평!”
나는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문장의 해석 말이야.”
“아아, 그건 나도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
“역시 그렇지?”
하지만 대답과는 다르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 청서가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내 말을 알아듣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야 인마. 뭘 모른 척해. 얘기 좀 하자니까.}
[시끄러워. 나 지금 친구 찾아야 해.]{다른 놈들이 찾고 있잖아. 잠깐 두고, 나와 얘기 좀 하자니까.}
[진짜……. 흐음. 그럼 이렇게 하자. 아까 말을 들어보니 네가 싫어하는 도토리를 주는 것 같던데. 내가 바꿀 수 있게 도와줄까?]{진짜? 얼굴은 못생긴 게 의외로 쓸모 있겠는데. 그럼 저 녀석에게 분명히 말해줘. 난 도토리 같은 건 안 먹는다고. 맛없어. 대신 살코기를 줘. 익히면 안 되고, 피가 흐르는 생닭고기가 제일 좋아.}
진짜 어이없는 동물이네.
[너 진짜 청서 맞아?]{야. 이것도 똑똑히 말해줘. 나는 청서라는 흔해 빠진 동물이 아니야. 나는 청해금서야.}
[이름 한번 거창하군. 혹시 영물 같은 거냐?]{같은 거라니? 밤톨만 한 놈이 뭐라는 거야? 난 청서 중에서 천 년에 한 번 태어난다는 그런 영물 중의 영물이야.}
[알았으니까. 입 다물고 기다려라.]나는 공지운에게 슬쩍 다가갔다. 그녀는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공 소저. 정말 특별한 동물을 데리고 다니시네요.”
“제 친구예요. 어릴 적부터 함께 있었죠.”
“그런데 어쩌다가 청해금서와 친구가 되신 거예요? 정말 보기 힘든 녀석인데.”
“네? 청해금서요?”
공지운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역시 모르고 있었다. 그나저나 눈이 동그랗게 뜬 모습이 조금 귀엽네.
그녀가 되물었다.
“청서가 아닌가요?”
“저런, 모르고 계셨어요? 저 친구는 일반적인 청서가 아니라 청해금서라는 영물이에요.”
“어머, 정말요?”
“설마 청해금서에게 도토리 같은 걸 먹이로 준 건 아니죠?”
공지운은 깜짝 놀라며, 울상을 지었다.
“저는 도토리만 주는데요. 다른 걸 먹으면 몸에 안 좋을까 봐 일부러요. 왜요? 안 되나요? 어떡해. 우리 덕이.”
“아니요. 안 될 건 없어요. 덕이도 청서인 건 맞으니까요. 다만 좋아하지 않을 뿐이죠.”
“그럼 어떤 걸 좋아하나요?”
“생고기요. 특히 닭고기를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정말요? 청서도 육식을 하나요?”
“그럼요. 일반 청서도 새끼를 낳기 전에는 영양보충을 위해서 개구리나 벌레 같은 것도 먹어요.”
“어머.”
나도 예전에 책에서 읽은 것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공지운은 주의 깊게 경청하고, 나를 대단한 사람인 양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뭔가 찾은 것 같아! 다들 이쪽으로 와봐”
그때 진무강이 소리쳤다.
공지운은 진무강 쪽을 보면서 나에게 웃으며 고개 숙였다.
“좋은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신경 써서 먹이를 줄게요.”
“네에. 또 모르는 것 있으면 물어보세요.”
“정말 친절하시네요.”
청서를 힐끔 보니,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푸하하. 좋아. 네놈이 말할 때까지는 조용히 있어 주지. 수고했다.}
청서한테 ‘수고했다.’라는 말을 들을 줄이야. 그리고 청서와 주인의 성격이 저렇게 반대인 것도 놀라웠다.
“뭘 찾은 거야?”
사람들이 모였고, 경부수가 대표로 물었다.
진무강은 현주황이 남겨놓은 책자들 읽고 있었다. 거기서 찾은 단서를 알려주었다.
“현주황 회주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책이야.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까먹기 전에 여기에 기록하거든. 여기에 옥사자상을 해석한 문구와 방법을 적어놨어.”
“그럼 나머지 부분도 있겠네.”
“맞아. 일단 앞의 문구를 해석하는 방법은 하운평이 찾은 것과 같았어. 그리고 뒤의 문구 중에 수우빙(水雨氷)이란 글자 있잖아. 그건 그대로 해석한 것 같아.”
“무슨 뜻이야?”
“폭포에서 떨어지는 얼음. 말 그대로 물을 얼려서 얼음이 떨어지게 만든다는 거지.”
그러자 나도 번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나는 공지운에게 말했다.
“공 소저의 사제가 음한 계열의 무공을 익히지 않았나요?”
“네. 맞아요. 그럼 방금 말한 폭포 물을 얼음으로 바꾸기 위해 제 사제를 데려왔던 거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도 음한 계열의 무공을 익힌 사람을 데려와야 할 것 같은데?”
경부수가 소리쳤고, 공지운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도 사제와 비슷한 무공을 익혔어요. 음한 계열이에요.”
“잘됐네요. 그럼 혹시 공 소저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해볼게요.”
공지운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녀는 사람들과 의논하여 폭포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물속에 손을 넣고,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얼리기 시작했다.
쩌적. 쩌어억.
생각보다 공지운의 실력은 대단했다.
강의 폭이 오 장이 넘었는데, 반 이상을 한 번에 얼려 버렸다. 그리고 폭포 아래까지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이 순간만큼은 폭포의 물이 완전히 멈춰버렸다.
그때 다른 사람들은 각기 흩어져서 폭포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동시에 몇 명이 소리쳤다.
“폭포 안쪽에 동굴이 있어!”
“작은 동굴이야.”
폭포 안쪽에 작은 동굴이 숨어 있었다.
사람 한 명이 엎드려서 들어갈 정도로 작았고, 모두 그 앞으로 달려갔다.
진무강과 경부수가 중얼거렸다.
“정황상 현주황은 저 안으로 들어간 거야. 그래서 자신의 책자가 혹시 젖을까 봐. 옷과 함께 바위 속에 숨긴 거고.”
“그럼 저기에 들어가서 아직 못 나왔다는 뜻이네.”
“그렇겠지.”
사람들은 동굴 안을 들여다보았고, 나는 진무강에게 물었다.
“마지막 문구가 있었잖아. 혹시 현주황은 뭐라고 해석했지?”
“수지합(水地合) 내감여군절(乃敢與君絶)이라고 적혀 있는데, 수지합, 즉 물과 땅을 합쳐야 한다는 뜻이잖아. 현주황은 아마도 동굴 안으로 물을 넣어야 할 것 같다고 적었어.”
그는 책자를 보며 말했고, 사람들은 다 같이 고민에 빠졌다.
동굴 안으로 물을 넣을 방법이라?
나 역시 고민했고, 몇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