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29
너의 초식이 보여 129화
살인 사건(3)
그때 금조월이 나서서 목이천과 하운평을 말렸다.
“목 천포는 진정하게. 지금은 학생들과 싸울 때가 아니야.”
“그렇지만, 저놈이……. 끄응. 알겠습니다. 선배님.”
“그리고 하운평, 너도 그만두어라.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알겠지만,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있는 법이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이 말은 하고 싶구나. 나쁜 놈들, 죄를 지은 녀석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득을 취하고, 전력을 다해 자신의 죄를 은폐하려고 한다. 그러니 우리도 밤낮없이 노력해야지. 그래야 그놈들을 잡을 수 있지 않겠느냐?”
그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작은 울림이 있었다. 그리고 금조월은 목이천에게 물었다.
“참, 그리고 죽은 이도찬의 손에 발견된 천 조각. 혹시 찾은 내용이 있는가?”
“아, 네에. 푸른색 비단으로 상당히 고급 재질입니다. 당시 행사에 참여한 사람은 삼백사십아홉 명. 그중에서 푸른색 계통은 일흔두 명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들 중 오십세 명은 오늘 만났고, 그들이 입었던 옷도 확인했습니다. 아직 특이점은 못 찾았습니다.”
“좋아. 이렇게 하지. 나와 하운평은 당수협을 만나러 갈 테니, 자네는 진무강과 나머지 학생들을 만나봐.”
“알겠습니다.”
곧 그의 말대로 두 사람씩 흩어졌다.
* * *
당수협은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했다.
그도 금조월이란 이름을 들어봤었고, 그가 얼마나 대단한 천포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집 앞에 왔다는 말을 듣고, 거절하지 못하고 일어나야만 했다.
그리고 이도찬이 죽은 이유가 고독이고, 독전목이 사용되었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심각해졌다. 두 가지 모두 사천당문에서 엄격히 관리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당수협은 생각 끝에 시체를 보고 싶다고 부탁했다. 금조월은 흔쾌히 허락했고, 세 사람은 다시 시체가 있는 곳까지 달려갔다.
당수협은 이도찬의 시신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독전목이 맞습니다. 저희 당문이 발견한 독전목은 총 다섯 품종이 있는데, 이것은 그중 남만 북부에서 자생하는 가림 독전목인 것 같습니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당수협은 독과 암기에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뿐, 당문에서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다 습득한 상태였다. 그리고 뛰어난 머리로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체의 상태로 보아, 상당한 고통은 느꼈겠지만, 독으로 사망한 건 아닙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런데 이 독을 사용한 사람은 독에 대한 지식은 상당하다고 봐야 하나?”
“아닙니다. 독전목의 수액은 생각보다 사용하기 편합니다. 독액의 농도만 조절하고 주의할 점만 잘 숙지했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는요.”
“흐음. 그렇군. 좋은 참고가 되었어. 그럼 혹시 고독에 대해서도 말해줄 것이 있을까?”
“고독은……. 반대입니다. 굉장히 다루기 까다로운 독입니다. 절대 일반인들이 만질 수 없어요.”
당수협은 금조월이 이도찬의 뇌에서 발견한 벌레, 고독을 보면서 말했다. 마치 나비의 애벌레 같았고, 검푸른 색이었다.
“솔직히 어떤 고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고독이 위험하고, 다루기 힘들뿐더러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희 당문에서도 몇몇 장로님들만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직접 본 적은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문헌으로만 봤으니까요.”
“어떤 단서도 없는가?”
“으음. 일단 뇌를 파먹은 흔적이나 고의 형태를 보면, 섭혈고(攝血蠱)의 한 종류 같습니다. 혈맥을 돌아다니며 피를 마신다는 놈인데, 평소에는 먹는 양이 얼마 되지 않아 기생을 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고독술을 펼친 자가 신호를 보내면, 폭주하지?”
“네에. 섭혈고는 거의 발작을 일으키며 상상도 못 할 양의 피를 먹으며, 혈맥을 역행합니다. 고에 당한 사람은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끝내는 죽음에 이른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 이도찬의 상태를 보면, 그 섭혈고의 변종일 가능성이 높았다.
즉 고를 이용해서 이도찬을 조종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고, 그가 의도적으로 이도찬을 죽였다는 뜻이다.
“결국 이 고독의 주인을 찾아야겠군. 그런데 그가 이도찬을 죽인 이유는 뭘까? 이도찬이 쓸모가 없어져서? 아니면 배신을 해서?”
금조월은 중얼거리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다.
이도찬에게 고독을 먹인 자는 다른 학생에게도 고독을 먹였을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단순 살인 사건이 아니라, 집단 살인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이곳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 한 문파의 직계제자나 그에 준하는 신분을 지녔다. 그들이 고독에 중독되었다고 알려지면,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질 테고 폭동이 일어날 수 있었다.
그가 당수협에게 물었다.
“고독이란 놈은 생물이고, 키우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혹시 천학관 내에 이놈들을 키울 만한 곳이 있을까?”
“아마 천학관에 내에서는 힘들 겁니다. 키우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럼 혹시 그곳을 찾을 방법이 있을까?”
“흐음. 잘 모르겠습니다.”
“알겠네. 도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혹시 나중이라도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게.”
“알겠습니다. 천포님.”
하운평은 이상하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금조월에 뒤에 서서 당수협과 금조월의 마음속만 살펴보았다.
그는 금조월의 우려도 들었고, 또 당수협이 말하지 않는 것도 알아냈다.
금조월에게 말한 것과는 다르게 고독의 재배지를 찾을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혼자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
* * *
반면 목이천과 진무강은 새벽부터 나머지 학생들을 찾아다녔다. 이번에는 직접 방문하여 그날 입은 옷과 대조했다.
그리고 마침내, 똑같은 옷을 찾아냈다. 심지어 소매 부근의 찢어진 부위까지 발견했다.
옷의 주인은 제갈소미였다.
“이도찬의 손톱에서 이 겉옷의 일부분이 발견되었다. 그것에 대해 할 말이 있는가?”
웬일인지 제갈소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고, 목이천은 제갈소미를 점혈하여 내공을 제압했다. 그리고 포승줄로 묶으면서 말했다.
“제갈소미. 너를 이도찬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한다.”
제갈소미는 그래도 입을 꾹 다물었다.
목이천은 그녀를 데리고 작은 방에 가두었고, 금조월과 조우하였다.
같이 있던 하운평은 놀라서 되물었다.
“제갈소미가 이도찬을 죽였다고요? 이유는요?”
“본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이유는 알 수 없다.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제가 그녀와 친분이 있습니다. 먼저 단둘이 얘기해 볼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안 된다. 친분이 있으면 더더욱 맡길 수 없다.”
“잠깐 기회를 줘보지.”
“선배님.”
금조월은 이번에도 하운평의 편을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제갈소미가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나, 그녀가 죽였다는 증거도 없다네. 오히려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해. 그녀와 친한 관계라 하니 기회를 줘보세. 그러다가 정말 그녀의 자백이라도 이끌어내면 좋지 않겠나?”
“흐음.”
목이천은 불만이 있는 얼굴이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나름 경력이 있지만, 금조월은 하늘 같은 선배였다. 존경하는 선배님이 하자는데,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운평은 금조월의 도움으로 제갈소미를 만날 수 있었다.
벌컥.
하운평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제갈소미는 침상에 앉아서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운평은 맞은편 의자에 앉았지만,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하운평이 물었다.
“왜지? 왜 입을 닫고, 네가 하지도 않은 일을 숨기는 거야?”
제갈소미는 역시 말이 없었고, 하운평은 잠시 기다려주었다. 잠시 후 제갈소미가 입을 열었다.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했는지 안 했는지.”
“그날 밤 너를 만났을 때, 무언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봤어. 하지만 살인을 했거나, 하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았어.”
“사람은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법이야.”
“글쎄. 내 눈은 아직 틀린 적이 없어서…….”
그 자신감에 제갈소미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다시 입을 다물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운평은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다.
하운평은 생각을 정리한 뒤,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일을 겪었어. 이걸 바탕으로 네가 지금 말하지 않는 이유를 몇 가지로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
“…….”
“먼저 시간을 끌려는 행동일 수 있지. 네가 죽였든, 죽이지 않았든 모종의 이유로 입을 다물고 시간을 끌고 있는 거야.”
“…….”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서겠지. 너는 죽이지 않았지만, 너와 친한 누군가 그를 죽인 거야. 그리고 너는 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는 거지.”
그때 제갈소미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본인은 표정을 숨기는 척하지만, 이미 하운평은 전부 알아낸 후였다.
“호오. 그렇구나. 너는 정말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거야. 그게 누구지?”
“넌 엉뚱한 추리를 하고 있어.”
“너는 네 생각보다 거짓말을 못 해. 네 얼굴 곳곳에 감정을 다 드러내고 있거든. 누굴 보호하는지 말하지 않을 거야?”
“…….”
“알았어. 너하고 친한 사람 중에서 그날 행사에 왔던 사람을 조사해 볼게. 천포들과 같이하면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까.”
하운평이 일어서려 했고, 그때 제갈소미가 그를 붙잡았다.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휴우. 좋아. 사실대로 말할게. 대신 내 얘기를 듣고, 같이 방법을 찾아줘. 천포들에게 말하기 전에.”
“알았어. 너와 먼저 의논하고, 그들에게 말할게.”
“그녀는……. 죽일 의도는 아니었어. 단지 이도찬, 그놈한테 고통만 주려 했던 거야.”
제갈소미는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청성파의 이도찬은 벌써 삼 년째 이곳에 있으며, 현재 구급이었다.
무공에 대한 재능은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독 뛰어난 재능이 하나 있으니, 미모였다.
역사적으로 가장 뛰어난 미남을 뽑으라면, 흔히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송옥(宋玉)이나, 서진(西晋)의 문학자 반안(潘安)을 뽑았다. 그래서 잘생긴 남자를 보면, 재주는 송옥에 비할 수 있고, 용모는 반안과 같다고 한다.
이도찬 역시 반안이 현생 했다고 할 정도로 잘생긴 미남이었다.
천학관의 여자들이 그와 한 번이라도 마주치기 위해 밖에서 기다렸고, 그가 듣는 수업은 여자들로 가득 찰 정도였다. 그리고 언변도 좋아서 그와 한번 얘기를 나눠보면, 그에게 깊이 빠져든다고 했다.
그중에는 제갈 소미의 친구인 경해민도 있었다. 그녀는 화산파 출신으로 작년에 천학관으로 왔었다.
“우린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였고, 내가 친동생처럼 아끼던 아이였어. 몇 달 전에 이도찬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해민이에게 접근했고, 그녀는 내 경고를 무시하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지.”
얼마나 심각했는지, 무공 수련은 뒷전이고, 온종일 이도찬의 뒤만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이도찬은 천포로 졸업하는 즉시 그와 혼인을 할 거라고 노래를 불렀다.
“해민은 그게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거든.”
그만큼 순진하고 순수한 여자였다.
하지만 최근에 이도찬이 경해민을 멀리했다. 갖은 핑계를 대면서 그녀를 피해 다녔고, 그녀가 옆에 있어도 다른 여자를 쳐다봤다.
그리고 얼마 후,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헤어지자고 말했다고 한다.
“해민은 식욕을 전폐하고 며칠 동안 울기만 했어. 너무 슬퍼했고, 죽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지. 그래서 내가……. 그녀에게 독을 준 거야.”
“독전목의 독을? 네가?”
제갈소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소미는 강해민을 설득했다. 나쁜 일을 짓을 한 사람은 이도찬인데, 왜 네가 죽어야 하나? 죽지 말고 차라리 그에게 복수를 해라.
그리고 독전목의 독을 건네주었다. 독전목의 아주 약하게 사용하면 온몸이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정력이 감퇴하는 효과도 있었다. 심하면 발기부전까지 올 수 있었다.
제갈소미는 그걸 노렸었다.
가만히 듣던 하운평이 물었다.
“그런데 너는 독전목의 독을 어떻게 구한 거지? 구하기도 힘들다던데.”
“잊었어? 지금 숙부님이 남만에 계시잖아. 가끔 그곳의 특산물을 본가로 보내주시는데, 그중에 독전목의 수액도 있었어.”
그녀의 숙부, 제갈중문이 사방천수도 때문에 남만에 있다는 걸 상기시켰다.
“그럼 이도찬의 손톱에 네 옷이 끼어 있던 이유는?”
“그 겉옷은 내 것이 아니야. 본래 경해민의 것이었어.”
“옷을 바꿔 입었단 뜻이야?”
“맞아. 그날 밤, 너를 만나기 전이었어. 경해민과 나는 영웅문 행사에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그녀가 갑자기 급한 일이 있다고 먼저 간다고 했었지. 나는 반 시진 뒤에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그녀가 입구에서 얼굴이 사색이 된 채 나타난 거야.”
그녀는 그날 밤 있었던 일을 천천히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