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92
너의 초식이 보여 192화
구운룡의 부탁(1)
그는 최근에 유명해진 인물이었다.
흑색검을 착용하고, 흑색무복을 입은 중년 무사인데, 특이하게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
당연히 좋은 일을 하니, 훌륭한 사람이었다. 추앙받아야 마땅하나, 사람들은 그에게 ‘흑야혈검’이란 별호를 붙였다. 그리고 두려워했다.
도와주는 방식이 다소 과하고 잔인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산적에게 피해를 입은 부녀의 의뢰를 받은 후, 그 일대 산채를 전부 방문하여 혈풍을 일으켰다. 백여 명이 죽거나 불구가 되었다고 한다.
또 길에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의 의뢰를 받아, 고리대금업체를 찾아가서 빚을 강제로 없앴다. 그런데 그 고리대금업체가 중견 문파까지 연결되어 있었고, 결국 그들까지 없애버렸다.
고강한 무공과 잔인한 손속.
근래에 가장 유명해진 낭인이었다. 하지만 칠호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짓을 하면서 늦게 온 거였어? 더 빨리 올 있었는데?”
하운평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엉뚱한 걸 물었다.
“이거 정말 기분이 묘하군. 내 모습을 하고 있는 나와 대화하다니……. 이런 경험은 흔치 않을 거야. 그렇지?”
“야. 내 말에 대답해야지?”
하지만 하운평은 웃으면서 다른 말만 할 뿐이다.
“늦게 연락을 받았는데, 딱 시간에 나타나서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구운룡이 의심할 뻔했잖아.”
칠호는 하운평을 노려봤지만, 결국 포기했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보니, 끝내는 원하는 답을 못 들을 것 같았다.
“그래. 내가 말을 말아야지. 어차피 약속은 일 년으로 생각했으니까.”
그제야 하운평이 대답했다.
“그래. 잘 생각했어.”
“휴우. 그럼 구치웅 순검사의 복수는? 끝난 거야?”
“그래.”
“잘됐군.”
칠호는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 하운평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
“그래. 이제 여기 일만 마무리해 주면, 우리 계약은 끝난다. 약속된 돈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여기 일?”
“뭘 모르는 척해? 너도 들었잖아. 방금 구운룡이 의뢰한 걸?”
“그래. 듣긴 했는데, 굳이 내가 필요할까?”
“당연히 필요하지. 빨리 해결하려면.”
하운평의 당당한 말에 칠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구운룡이 급하다는 말은 안 한 것 같은데.”
“야. 그걸 꼭 말로 해야만 알아? 분위기만 딱 봐도 알잖아. 이건 급한 일이고, 빨리 처리해 줘야 해. 그럼 우리 둘 중 한 명이 저쪽을 도와줘야 하는데……. 어때? 네가 가서 종남파와 상대할래?”
칠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네가 여기 일을 먼저 처리하고, 구운룡을 도와주면 되잖아?”
“아니지. 그럼 늦어. 그리고 저 친구는 비밀리에 일을 처리하고 싶어 하잖아.”
“휴우. 그러니까 네 말은…….”
“너는 이곳에 남아 하운평으로서 일을 해. 나는 가득수가 되어 구운룡의 형 일을 도와줄 테니까. 완벽하잖아.”
“끄응.”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시간을 끌어줘. 대략 한 달 이상은 필요해.”
“야아. 너무 길잖아.”
하지만 하운평은 자기 할 말만 할 뿐이다.
“아, 그리고 대력귀마가 숨긴 화산파의 비급 말이야. 산에 있는 건 아니야. 동굴이라고 했지. 산이라 말한 적은 없거든.”
“그, 그럼?”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창고가 있어. 거기도 동굴이고, 거길 잘 찾아봐. 비급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여태껏 바로 눈앞에 답을 두고, 엉뚱한 곳을 뒤지고 있던 셈이다.
“그럼 수고해라. 나중에 보자.”
“잠깐만, 하운평…….”
칠호는 물어볼 말이 많았지만, 하운평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칠호는 한숨을 푹 쉬면서 무림맹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말을 하고, 어떻게 시간을 끌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 * *
구운룡의 형이 어디 있는지, 그가 어떤 상황에 빠졌는지,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다.
섬서성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무영문에게 의뢰했고, 쉽게 정보를 얻었다.
구운룡은 작은 상단이라 말했지만, 실제로 규모가 있었다. 주로 술과 차를 취급했고, 각지에서 좋은 물건을 가져와서 작은 가게에 도매로 팔고 있었다.
구운호는 똑똑했고, 수완이 있어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여기까지 정리해 보니, 구운룡보다는 못하지만, 그의 형 구운호도 범재 이상 되는 인물이었다.
“하여간 잘난 집안이라니까.”
갑자기 재수가 없어져서 흥미를 잃을 뻔했다
하지만 종남파가 밀어주고 있다는 상단, 구운호를 괴롭히고 있는 그 상단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이름은 하종상단, 그들의 행위는 굉장히 비겁하고, 뻔뻔했다.
먼저 구운호의 구운상단에 간세를 심어놓았다.
그렇게 정보를 빼낸 후, 창고에 불을 질렀고, 찻잎에 물을 부어 물건을 상하게 만들었다. 그런 식으로 거래처에 납품하지 못하게 꾸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그 거래처를 방문했다. 그럼 거래처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하종상단의 물건을 받아야만 했다.
구운상단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분명 하종상단의 음모라는 걸 알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을 찾지 못했다.
“구운상단이 불리해지겠는걸.”
상단 간의 싸움도 전쟁과 비슷했다.
한번 기울어진 기세는 되돌리기 힘들었다. 게다가 자금력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구운상단이 차를 구입하면, 하종상단에서 더 많은 양의 차를 더 싸게 구입했다. 그리고 거래처에게 더 싸게 제안했다.
확실히 구운상단은 위축되었고, 망해가는 추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구운상단을 어떻게 도와줄까?
하운평이 직접 구운상단에 투자할 수도 있다. 종남파보다 많은 금전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의 출처를 따지게 되면, 복잡해진다. 게다가 너무 오래 걸린다.
‘나중에는 우리 무적상단과 연결하여 구운상단을 도와줄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곤란해. 그것보다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역시 하종상단을 무너뜨리는 거겠지.’
그렇게 결정한 후, 하운평은 구운상단이 아니라 하종상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하종상단의 본점과 가까운 객잔에 투숙했다.
밤이 되면 몰래 숨어 들어가서 약점을 파악할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시비를 걸 만한 건수가 필요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았다. 자료를 보니, 구운상단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 못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
객잔에 도착하니 신(申)시, 늦은 오후였다.
아직 시간이 남았고, 일 층으로 내려갔다. 간단하게 배만 채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술도 같이 파는 곳이었고, 요리도 의외로 맛있었다. 술 마시는 손님들도 많았다.
하운평은 생각을 바꾸어 요리를 두 개 더 주문하고, 술도 한 잔 마셨다. 그러면서 귀를 열었다.
지나가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혼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들렸다.
‘술이 달구나 달아.’
‘우와. 저 여자 정말 예쁘잖아. 어떻게 다가가지?’
‘엉엉. 그가 너무 보고 싶어.’
‘와하하하. 아이고 배야. 이 친구 왜 이렇게 재미있어?’
‘휴우, 어서 집에 가고 싶다.’
‘빌어먹을.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에휴. 정말 일하러 가기 싫구나.’
그런 생각들을 듣고 즐겼다.
처음 능력이 생겼을 때는, 자신의 능력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에 대해 환멸이 생겼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듣지 않게 되었다. 그들을 피했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결국 사람들은 인생과 비슷하다는 걸.
나쁜 순간이 있으면, 좋은 순간도 있고, 나쁜 사람들이 있으면 좋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생각을 읽으면서 즐길 줄 알았고, 그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했었다.
착한 사람들,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못된 놈들을 응징했다.
하지만 악당들은 대부분 죄를 뉘우치기보다는 복수할 생각만 할 뿐이다. 그래서 과하게 손을 썼었고, 엉뚱한 별호까지 생긴 것이다.
후회하진 않았다.
고맙다는 말을 들으며, 보람도 있었다.
그때였다. 흥미로운 사람들을 발견했다. 다섯 명의 남자가 앉은 자리였다.
그들은 음식과 술을 간단히 먹었고, 특별한 대화도 없었다. 묵묵히 술만 마셨는데, 한 남자가 다른 이에게 말했다.
“일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술은 그만 마셔라.”
“네. 대장.”
겉으로는 수긍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답한 이는 속으로 굉장한 욕을 하고 있었다.
‘개새끼. 왜 하나하나 간섭질이야? 이젠 술 마시는 것도 보고해야 돼? 허락을 받아야 하냐고? 지가 무슨 황제인 줄 안다니까. 겨우 작은 상단 물건을 탈취하는 건데, 무슨 큰일이라고…….’
마지막 말에 흥미가 생겼다.
상단 탈취?
그들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았고, 하운평은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하종상단 사람들이었다. 아무래도 못된 짓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럼 내가 찾는 시비거리가 될 수 있겠군.
반 시진 후, 그들은 객잔을 떠났다. 해가 완전히 떨어진 후였고, 그들은 말을 타고 이동했다.
하운평 역시 객잔을 나섰다. 그들을 따라갔고, 두 시진 후 산속의 숲속에서 멈추는 걸 발견했다.
그들은 말을 그곳에 묶어두고, 아래쪽으로 달려갔다.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지, 익숙하게 길을 찾았다.
곧 좁은 관도에 도착했다.
이미 늦은 밤이 되었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반 시진을 기다렸다.
잠시 후, 수레 두 대가 나타났다. 관도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고, 수레 주변에는 십여 명이 걷고 있었다.
그들도 상단이었다. 하지만 말을 살 여유도 없을 정도로 가난하고, 작은 상단이었다. 더구나 검을 찬 이도 한 명밖에 없었다.
‘어? 저 애가 왜 저기 있지?’
재미있는 건, 하운평이 아는 사람이었다.
그, 아니, 그녀는 방추여였다.
철혈문에 있어야 할 그녀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 그걸 파악할 새도 없이 다섯 명이 상단의 앞을 막았다.
수레를 끌던 이는 놀라서 소리쳤다.
“너, 너희들은 누구냐!”
“알 것 없다. 수레만 두고 떠나라. 목숨은 살려주겠다.”
“그럴 순 없소. 수레 위에 있는 물건들은 우리 목숨이나 다름없소.”
“그럼 너희 모두 죽는다.”
채앵.
챙.
하종상단의 다섯은 전부 검을 뽑았다.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방추여가 앞으로 나섰다.
“누구 마음대로 죽인다는 거냐!”
겨우 몇 달 만에 봤지만, 예전보다 당당하고, 성숙해 보였다. 그녀는 상단 사람들에게는 뒤로 물러서라는 손짓을 보냈다. 그리고 본인은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적의 수는 많고, 풍기는 기도로 보아, 실력이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방추여는 당당했다. 이젠 제법 무인의 티가 났다.
또 수비보다는 선공이 낫다고 판단했는지, 먼저 달려들었다.
쉬이익.
그녀의 경공은 여전히 가볍고, 표홀했다. 홀연히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것이 제비와 같았다. 그리고 과감히 파고들어 연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하 상단의 무사들도 경험이 많았다. 특히 그들의 대장은 영리했다.
“흩어져라. 나와 이호만 그녀를 상대하고, 나머지는 물건을 챙긴다.”
수하들은 명령대로 움직였고, 방추여는 순간 당황했다.
수레 쪽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이번에는 하종상단 무사 두 명이 막아섰다.
꼼짝없이 당하기 직전이었다.
그때 하운평이 움직였다.
스스슥.
그는 마차가 아닌 하종상단 무사들의 뒤에서 나타났다. 빠르고 은밀했으며, 일언반구도 없이 검부터 휘둘렀다.
쉬익.
서걱.
“으윽.”
“아악.”
검의 부딪침도 없었다.
그만큼 빨랐으며, 순식간에 두 명을 쓰러뜨렸다. 죽이진 않았으나, 요혈을 베었고, 더 이상 움직이기 힘들 것이다.
나머지 한 명도 당황해서 물러섰지만, 하운평은 끝까지 쫓아가서 어깨와 허벅지를 베었다.
“크윽.”
털썩.
그들이 쓰러지자, 대장의 판단도 빨랐다.
생각지도 못한 고수의 출현에 과감히 후퇴를 결정했다. 그의 판단은 훌륭했지만, 상대가 나빴다.
하운평은 빠르게, 그리고 끝까지 쫓아갔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웬만하면 쫓아가지 않는다. 몇 명이 더 있을지도 모르고, 함정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하운평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이들의 계획을 모두 알고 있었다. 몇 명이 있고, 함정 따위는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과감히 움직였고, 끝내는 대장까지 사로잡았다. 하종상단의 다섯 명 모두 붙잡은 후에 방추여에게 다가갔다.
방추여는 하운평을 보더니 반갑게 인사했다.
“형님. 드디어 만나게 되는군요.”
아, 그렇지. 나를 형님이라 부르기로 했지.
오랜만에 들어도 여전히 어색한 호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