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07
너의 초식이 보여 207화
일 년 뒤, 천포(3)
철아진은 말없이 노려보았다.
그러자 백원이란 남자는 철아진에게도 소리쳤다.
“넌 뭔데 꼬나보고 지랄이야? 죽을래?”
철아진은 검의 손잡이를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놈들에게 참을 이유는 없다. 그런 생각이었고, 백원도 살기를 일으켰다.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문진부가 중재를 나섰다.
“자자. 젊은 혈기는 알겠지만, 그만들 하게. 철아진, 자네는 자리에 앉아. 그리고 백원. 이렇게 하지. 이번에도 부탁할 일이 있는데, 그 일을 깔끔하게 해주면 남은 금액을 모두 지급하겠네.”
“X발. 절름발이야. 어디서 장사질이야? 빨리 돈부터 깔끔하게 내놔. 그럼 다음 일을 하든 말든 생각할 테니까. 어디서 수작질을…….”
쾅.
그때 마차 문이 열렸다.
“하암.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네.”
하운평이 하품을 하면서 걸어 나왔다. 그러자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소리치던 백원이 입을 다물었다.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급히 허리를 굽혔다.
“혀, 형님께 인사드립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천포한테 기세 좋게 욕을 날리던 깡다구는 어디 갔을까?
하운평이 귀를 파면서 입을 열었다.
“백원아.”
“네. 형님.”
“요새 안 좋은 일 있니? 애들이 말을 안 들어?”
“아닙니다. 형님.”
“그런데 왜 그렇게 소릴 질러?”
“죄송합니다. 형님. 형님이 계신 지, 아니, 주무시는지 몰랐습니다.”
백원은 바싹 얼어 딱딱하게 말했다. 누가 봐도 주눅 든 모습이었다.
“솔직히 난, 네가 욕하는 거 좋아한다. 씩씩하고 건강해 보이잖아.”
“네에.”
“그런데, 씨X.”
하운평이 욕을 하자, 백원은 움찔 놀랐다.
“내가 전에 경고했지? 문 형님께 건방지게 굴지 말라고. 벌써 까먹었니?”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휴우. 됐다. 말로 해봤자 입만 아프지. 사과하지 말고, 그때 한 약속만 지켜.”
“네에? 어떤 약속을 말씀하시는 건지…….”
“기억 안 나? 네가 그랬잖아. 문 형님께 한 번만 더 건방지게 굴면, 네 손가락을 스스로 분지르겠다고.”
백원은 잠깐 생각하더니 놀라서 대답했다.
“하지만 형님, 그건 술자리에서 한 말인데…….”
“어라, 너, 그때 취했었니? 난 진지했는데, 넌 장난이었구나?”
하운평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그러자 백원은 위기감을 느끼며, 황급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도 진지했습니다.”
“그럼 네가 한 말을 지켜야지.”
하운평의 눈빛이 이번에는 서늘하게 변했다. 백원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하운평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거짓말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싫어했고, 상대방의 거짓말을 귀신같이 알아차렸다.
‘씨X. 엿 됐다.’
그걸 잘 알기에 백원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형님. 오늘은 제가 실수했습니다. 바로 잡겠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왼손으로 오른손의 중지를 잡고, 힘껏 꺾었다.
우두둑.
“크윽.”
백원은 이를 꽉 악물고, 땀을 뻘뻘 흘렸다. 하지만 꾹 참으며 문진부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문 형님.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문진부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운평는 백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조심하자. 기억하지? 두 번째 말실수하면 왼손을 잘라 버린다고 했잖아. 나는 그러긴 싫거든.”
백원은 등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하운평은 자신이 했던 말은 반드시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정말로 손을 자를 것이다.
“조, 조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지난번 일에 대해 돈이 부족했지? 그래서 실망했어?”
“아닙니다.”
“아니야. 오해는 풀어야지. 어제 얘길 잠깐 해볼까? 네가 흑마단 단주를 설득해서 평화롭게 데려올 수 있다고 큰소리쳤잖아. 그런데 어제 흑마당 애들은 검을 숨기고 와서 설쳤잖아. 여기까지 맞지?”
“네에.”
“그래서 어떻게 됐어? 화해는커녕 더 크게 싸움 날 뻔했다. 내 말만 믿고 따라온 정의문 문주에게 쪽팔렸고, 둘을 화해시킨다고 내가 술을 두 배나 마셔야 했단 말이야.”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너도 고생했는데, 돈은 받아야지. 약속한 만큼 돈을 줄게. 대신 내가 고생한 비용은, 너한테 따로 청구할게. 그럼 공평하지?”
백원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예전에 한 번 하운평에게 부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잠깐 도와주었지만, 자신은 고급 인력이라며 무려 은 서른 냥이나 가져갔었다. 지금은 또 얼마나 뺏길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백원은 다시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머리가 모자라 셈을 잘못했습니다. 이 돈이면 충분합니다. 정말입니다.”
백원은 그냥 빨리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가만히 보던 하운평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앞으로도 우리 좋게 좋게 지내자. 우린 친한 사이잖아.”
“네. 형님.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간절히 원합니다.”
하운평이 문진부를 바라보자, 문진부는 마차 밑에서 제법 큰 보퉁이를 꺼냈다. 그것을 백원에게 던졌다.
휘익.
백원이 받았고, 하운평이 설명했다.
“지난번과 같아. 거기에 적힌 대로만 진행하면 된다. 그럼 문 형님이 말했듯이 지난번 보수까지 같이 지불할 거야. 참, 그리고 이건 손가락 치료비에 보태라.”
하운평은 은 두 냥을 건네주었다. 백원은 머리가 땅바닥에 닿듯 허리를 숙이며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형님.”
하운평이 마차에 탔고, 마차가 떠나갈 때까지 백원은 일어서지 않았다.
* * *
드디어 마차가 보이지 않자, 백원은 허리를 폈다. 그리고 손에 든 은 두 냥을 바라보았다.
‘끄응. 저 새끼는 성격은 더러워도, 돈은 쏠쏠하게 준단 말이야.’
솔직히 하운평이 무섭고 싫지만, 수익은 정말 좋았다. 일만 제대로 해주면 지불도 정확했고, 밀리는 법도 없었다.
젠장.
백원은 혼자 투덜거리며, 두툼한 보퉁이를 자신의 수하에게 던졌다.
“야. 우리도 돌아가자. 크윽.”
움직이자 부러진 손가락이 욱신거렸다.
그는 바닥에서 튼튼한 나뭇가지 하나 주워서 손가락을 고정시켰다.
그 모습을 보던 수하 중 한 명이 조심스레 물었다.
“저어, 형님. 저는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뭐가?”
“아니, 솔직히 깡다구 하면 형님 아닙니까? 목에 칼이 와도 눈 하나 깜짝 않으시는 분이신데, 왜 저 하운평한테는 벌벌 기는 겁니까?”
“이 새끼가 미쳤나? 누가 기어? 죽고 싶어!!”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형님이 유독, 저놈한테 약한 모습을 보이신다고요.”
다른 부하 한 명도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형님. 까짓것, 안 되면 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저희도 도울 테니 한번 제끼시죠.”
“휴우. 멍청한 놈들아.”
백원은 한심한 눈빛으로 부하 둘을 바라보았다.
“쯧쯧. 너희 둘은 이 지역에 온 지 얼마 안 됐지?”
“네에.”
“그래서 저 인간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
“미친놈이란 애긴 들었습니다만, 그래봤자 미친놈이죠.”
“멍청한 것들아. 단지 미치기만 했으면, 내가 이러겠냐? 저놈은……. 악랄하고, 악독하고, 마음만 먹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친놈이야.”
“도대체 얼마나 지독한데요? 사람을 잔인하게 죽입니까, 아님 가족들까지 목을 따버려요?”
부하들은 사뭇 긴장하며 물었다.
백원은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목을 따버리면 다행이지. 저놈은 말이야. 어떻게 알아내는지 몰라도 상대방이 제일 싫어하는 걸 건드린다.”
“네에?”
“그게 무슨 말입니까? 형님.”
엉뚱한 소리에 수하들은 의아해했다.
“너희들 혹시, 옆 마을의 방태소 알아?”
백원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다마다요. 형님의 호적수 아닙니까?”
“사람을 굉장히 잔인하게 죽인다고 들었는데요.”
“맞아. 그놈도 살짝 미친놈이지. 그리고 여자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정력도 대단해. 기루에 한 번 놀러 가면, 최소 다섯 명을 데리고 노는 놈이니까. 그런데 그놈이 한 번은 하운평한테 대든 적이 있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개 맞듯이 맞았지. 그래도 미친놈답게 배 째란 식으로 계속 달려들었고.”
“그래서요?”
백원은 당시 일을 떠올리며, 설명했다.
“하운평은 그냥 웃었어. 그리고 후회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냥 떠났지. 방태소는 껄껄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하운평을 이겼다고 자랑스럽게 떠들었고. 그리고 다음 날……. 휴우. 방태소는 조루가 되었어.”
“네에?”
“조루요? 그……. 사정을 빨리하는 조루 말인가요?”
백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생각난다. 그 일이 있은 닷새 후에 우연히 방태소를 만났었지. 그런데 다른 사람을 보는 줄 알았다. 얼굴 살이 어찌나 빠졌던지. 눈 밑도 시꺼멓고, 다 죽어가는 표정이었지.”
“왜요?”
“겨우 조루 때문에요?”
두 사람은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그 방태소에게는 정력이 제일 큰 자랑이자 인생의 낙이었거든.”
“대체 얼마나 심각한데요?”
“하운평과 헤어진 이후에 그날 저녁부터였대. 평소 여자랑 그 짓을 하면 최소 한 시진은 즐겼는데, 일각도 못 버텼다는 거야. 다음날은 반 각, 그렇게 더 짧아지더니, 나중에는 여자가 만지기만 해도…….”
“허억.”
“더 최악은 뭔지 알아? 방태소가 조루로 변했다는 소문이 쫙 퍼진 거야. 같이 잔 기녀들을 협박하고 입단속시켰는데도 마치 발이 달린 것처럼 무한 전체에 다 퍼졌다.”
“하운평 짓이군요.”
“아마도……. 하지만 증거가 없어. 아무튼 방태소는 그 후에 수십 명의 의원을 찾아갔는데, 아무도 고치지 못했다. 그렇게 한 달 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 나중에는 여자 분 냄새만 맡아도 싸버렸거든.”
“그건, 너무 심한데요.”
“끔찍하군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별수 있나? 결국 방태소는 하운평을 찾아가서 싹싹 빌었다. 무릎을 꿇고, 삼일 밤낮을 애원하고, 가진 재산을 다 준 후에야 겨우 치료했다. 그리고 다시는 개기지 않겠다는 혈서까지 쓰고, 지금까지 충성을 다하고 있지.”
부하들은 조금 납득이 되는 얼굴들이었다. 만약 자신도 그렇게 되면……. 남자로서 얼마나 쪽팔리고, 자존심 상할까?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일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백원은 우연히 하운평이 저지른 일을 한 가지 알게 되었었다. 그것 때문에 하운평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인지 깨달았고, 그때부터 두려워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 * *
한편 하운평은 계속 마차 안에 있었고, 철아진은 문진부에게 물었다.
“아까 백원이란 건달에게 준 보퉁이가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문진부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임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자료도 필요하고, 자잘하게 할 일이 많아. 그중에는 직접 발로 뛰어다녀야 할 일도 있고, 그런 것들을 시킨 거야.”
“그럼 저희 임무가 노출되지 않습니까?”
“괜찮아. 전부 다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쪼개어서 필요한 것만 단순하게 시키니까.”
“으음. 저도 최근에 천포들이 개인 정보원을 가지고 있다는 애긴 들었습니다만……. 이렇게 돈을 주고 시키는 일은, 좀 이상하네요.”
“어쩔 수 없다. 천포들에게 주어지는 임무가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건을 빨리 해결할 수 없어.”
실제로 천관보에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사건들이 쏟아졌고, 천포 수는 한정되어 있었다.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각 부서의 각주들도 묵인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철아진이 다시 물었다.
“저어, 선배님.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뭔데?”
“각주님을 만났을 때부터 묻고 싶었는데, 도대체 혈조수가 누굽니까?”
“으음. 혹시 곡포 살인사건이라고 들어봤나?”
“아니요.”
문진부는 다소 심각하게 말했다.
“하긴 지금까지 천학관에만 있었을 테니 모르겠지. 으음. 간단히 말하면, 곡포에서 여자아이 다섯 명과 한 가족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네. 나중에 전원 피부가 벗겨진 채로 발견되었지.”
“그런 천인공노한 짓을…….”
“알고 보니 감숙성과 섬서성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고, 결국 ‘혈조수’란 놈이 마공을 위해 그런 짓을 했다는 걸 밝혀냈다네.”
“으음. 마공입니까?”
“게다가 그놈은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살인을 저지르고 있어. 위험하고 잡기 힘들지. 그래서 무림맹의 높으신 분들이 심각하게 생각했고, 공개수사로 돌리고 말았어.”
진초의의 대화를 듣고 철아진도 그 부분은 알고 있었다.
“현상금까지 걸었으니, 이제 천포 뿐 아니라, 무림의 사냥개들까지 모두 그놈을 노리고 있다네.”
“현상금을 노리는 낭인들 말인가요?”
“그래.”
철아진이 물었다.
“으음. 제 생각에는 그런 놈은 빨리 잡아야 하잖아요. 저는 공개수사로 힘을 모으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일을 너무 크게 벌이면, 혈조수는 꽁꽁 숨어버린다네. 외모 바꾸고, 가짜 신분 구하는 건 일도 아니니까. 게다가 낭인들이 도움될 때도 있지만, 방해될 때가 더 많아.”
“아, 그래서 하 선배가 각주님께 화가 나신 거군요.”
“그렇지. 게다가 며칠 전에 잡을 수 있었는데, 낭인들 때문에 한 번 놓쳤거든.”
이런저런 얘길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