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45
너의 초식이 보여 45화
의원을 데려오자(3)
남궁보의 예상은 정확했다.
하운평은 애초에 백운산장으로 갈 생각이 없었다. 모두 신주성 가주를 자극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파해천이 으스대며 물었다.
[어떠냐. 나 오늘 좀, 잘하지 않았냐?] [훌륭하십니다. 사부님. 연기가 매우 자연스러웠어요. 제가 다 자랑스럽네요.] [이 녀석이 또 까불기는……. 아무튼 우리가 데려갈 상의원이 누구라고 했지?] [후보자가 두 명이 있는데요. 일단 두 명 다 만나보고, 결정할 겁니다.]첫 번째는 강전위 상의원이었다.
실력은 두말할 것 없이 뛰어났고, 인성도 좋았다. 환자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고, 정성껏 치료했다. 봉신의가 외부에서도 인기가 많은 의원이었다.
단 하나 단점이 있다면, 너무 열심히 일한다고 알려졌다.
직접 만나보니, 과연 밝게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운평은 그에게 무적문으로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적문 한 곳만 치료할 수 없어요.”
“알겠습니다. 그 뜻을 존중합니다.”
의외로 하운평은 쉽게 포기했다. 설득하려 하지도 않았다.
권왕이 전음으로 물었다.
[난 괜찮아 보이는데, 왜 그러냐?]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렇게 열심히 치료하는 목적이 자신을 위해서네요. 최종 목표가 봉신의가의 가주거든요.] [아아. 그래?]파해천도 쉽게 납득했다.
봉신의가의 가주가 목표인 사람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겉과 속이 다른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같이 있던 반모란은 굉장히 아쉬워했다. 하운평은 그녀에게는 다르게 설명했다.
“저분을 설득시킬 자신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소문주님. 이번 일은 소문주님께 맡기기로 했으니까요.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소신껏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녀는 하운평을 믿고 있었고, 하운평도 그녀의 믿음이 고마웠다.
다음으로 만난 의원은 강전위과는 여러모로 반대되는 사람이었다. 이름은 주환상이고, 굉장히 신경질적인 남자였다.
실력은 역시 뛰어나지만, 봉신의가에서 제일 인기가 없고, 기피하는 의원이었다.
지금도 환자와 싸우고 있었다.
“내가 술 마시지 말라고 했지? 왜 술을 마시냐고? 왜?”
“잔칫집에 갔다가 딱 한 잔만 했다니까요. 정말 딱 한 잔만요.”
“이 멍청한 새끼야. 딱 한 잔이고 두 잔이고 마시지 말라면 그냥 마시지 마. 술을 마시니까 병이 안 낫는 거잖아. 어휴. 멍청한 놈이 그것도 모르고.”
“뭐? 멍청이? 의원이면 다야? 환자한테 그렇게 막말해도 돼?”
“멍청이한테 멍청이라고 한 게 잘못됐냐?”
결국 주변의 사람들이 말려서 겨우 떼어낼 수 있었다. 하운평은 그에게 다가갔다.
“의원님 정말 힘드시겠습니다.”
“넌 누구냐?”
“하운평이라고 합니다. 그나저나, 저 사람 참 염치가 없네요. 의원이 하지 말라는 걸 해놓고서, 뭐가 잘났다고 큰소리치는지. 병이 안 나으면 전부 자기 손해일 텐데.”
주환상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내 말이 그 말이다. 내 말을 따랐으면 벌써 저놈의 병이 없어져야 해. 그런데 내 말은 귓등으로 들으면서 완치를 바라고 있으니까, 얼마나 멍청한 놈이냐.”
“그러게 말입니다. 휴우. 저런 손님들이 많으시죠?”
“에휴. 다 내 팔자지. 그래서 내 주름살이 없어지지 않는다니까.”
주환상 의원은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병은 정직하거든. 몸에 잘못된 것이 있으니, 바로 잡으라고 알려주는 거란 말이지. 그런데 사람들은 잘못된 습관을 고칠 생각은 않고, 병만 고치려고 하니까, 병이 재발하고 안 낫는 거야. 멍청한 놈들.”
그는 아직도 분이 안 풀리는지, 계속 투덜거렸다. 하운평이 물었다.
“그럼 주 의원님. 삼음절맥은 어떻습니까?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얻은 저주의 절맥도, 그 아이 잘못인가요?”
“그건 얘기가 다르지. 그건 아이 잘못도 아니고 부모 잘못도 아니야. 그냥 운이 없을 뿐.”
“혹시 주 의원님은 삼음절맥을 치료하실 수 있나요?”
“나야 가능하지. 환자가 내 말만 듣는다는 가정하에, 또 내가 그 아이를 전담으로 계속 치료한다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지.”
“정말 잘됐네요. 주 의원님. 의원님에게 딱 맞는 일이 있습니다.”
하운평은 그제야 자신은 무적문에서 왔고, 무적문 전속 의원이 되어 달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진경운도 보여주었다.
주환상은 진경운을 진맥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정도면 치료할 수 있다. 기한은 오 년이고, 몇 가지 영약이 필요하니 돈이 많이 들 거야. 그리고 내 말을 잘 듣고 따라와 주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어.”
“가, 감사합니다.”
반모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주환상 의원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는 하운평에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무적가의 전속 의원으로 가기 싫다. 아이를 여기에 머물게 해라.”
“이유가 뭔가요? 혹시 여기서 수백 명의 환자들과 매일매일 씨름하는 것이 좋으신가요?”
“아니. 그건 아닌데……. 사실 그런 일은 짜증 나지만, 여긴 봉신의가잖아. 각양각색의 여러 약초들이 있으니 내가 원하는 만큼 단약을 만들 수 있거든. 하지만 다른 곳으로 가면 그러기 쉽지 않으니까.”
그는 병이 생기면 병을 치료하는 걸 좋아했다. 완벽하게 치료되었을 때 큰 희열을 느꼈고, 이것은 마치 몸이 문제를 내면, 치료함으로써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했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것이 단약 연성이었다.
여러 가지 약재를 섞어서 좋은 단약을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웠고, 성공 확률도 낮았다. 어찌 보면 도박과 비슷한 일이었고, 주환상은 이 도박에 중독되었다.
언젠가는 대환단 같이 훌륭한 단약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하운평은 환하게 웃었다.
“난 또 뭐라고요. 혹시 이게 뭔지 알아보시겠습니까?”
그는 무적문에서 가지고 왔던 보자기를 펼쳤다.
작은 상자가 여럿 들어있는데, 하나씩 열 때마다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상자 안에는 다양한 영초들이 들어 있었다.
“엥? 이건 구엽초잖아. 그리고 이건 천년하수오? 허어. 설마, 공청석유인가?”
봉신의가에서도 보기 힘든 약재들이 보자기 속에 가득 있었다. 물론 비잔신투의 동굴 속 물건이었고, 전부 진품에다 최상급이었다.
하운평이 제안했다.
“주 의원님. 만약 저희 무적문으로 오시면 이것들을 전부 단약으로 만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이걸? 전부 다?”
“네. 단 두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단약이 완성되면 무적문의 소유입니다. 그리고 저희와 의논해서 사용하셔야 해요.”
“당연하지. 난 만들기만 하면 돼.”
“그리고 진경운의 치료에도 사용해주세요.”
“당연하지. 사람들을 치료하고 남은 물건들만 단약에 사용할 거야.”
주환상은 크게 흔들렸다.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을 따라가는 일이라, 여전히 망설여진다. 그의 입장에서는 무적문은 난생처음 들어보는 신생문파였다.
그의 마음을 읽은 하운평은 다시 품속에서 물건을 꺼냈다.
“아, 그리고 혹시 몰라 미리 드리는데, 이건 진경운의 치료에 사용해주시고요. 남은 돈은 의원님 단약 만드는 데 보태 쓰십시오.”
그가 내민 것은 금원보 다섯 개였다.
주환상은 물론 반모란까지 입이 딱 벌어졌다. 이 정도 돈이면 새로운 의가를 열 개나 개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희 무적문으로 가시면 하루에 치료하시는 인원이 다섯 명 이내일 겁니다. 의방원을 만들 거라 평의원도 뽑을 예정이거든요. 일반 환자는 그분들이 전부 맡아주실 겁니다. 주 의원님은 진경운을 비롯해서 병이 심각한 환자만 치료해 주십시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공부하시고, 단약에만 전념하시면…….”
“알았네. 언제 출발하면 되나?”
주환상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나머지는 일사천리였다. 봉신의가의 가주 신주성에게 보고했고, 그의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주환상의 환자들은 다른 이에게 배분했고, 주환상의 짐과 서책, 그가 만든 단약, 그가 필요한 약초들까지 전부 얻을 수 있었다.
화용신침이 그 정도 값어치는 하는 물건이었다.
* * *
주환상의 짐까지 합하면 마차 한 대 물량이었다.
권왕은 그것을 들고, 사람들까지 데리고 한 번에 날아갔다. 그리고 무적문에 도착하자마자 우는 소릴 했다.
“아이고, 삭신이야. 어째 문주가 제일 힘든 일을 하는 것 같구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부님. 이제 한 문파의 문주답게 편하게 쉬십시오.”
하운평은 그 후에 바쁘게 움직였다.
방대일 총관을 불러 주환상 의원을 소개하고, 치료를 하는 의방원에 대해 계획을 세웠다.
늦은 밤까지 일을 했는데, 반모란이 조용히 찾아왔다. 진경운도 함께 있었고, 그녀는 허리까지 숙이며 인사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소문주님.”
“뭘요. 약속했던 걸 지켰을 뿐인데요.”
“약속만 하고, 안 지키는 사람이 많은 세상입니다. 그런데 소문주님은 약속을 잊지 않았고, 최대한 빨리 처리해 주셨습니다. 경운이에게 희망이 생긴 것 같아, 저는 정말로…….”
반모란은 울컥했는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동안 아이가 고생한 것이 생각나자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이러려고 온 건 아닌데.”
“괜찮습니다. 이제 한 가족이나 다름없잖아요. 그리고 정말 고마우시면, 반 원주님이 잘하는 일에 집중해주세요. 그러시면 됩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녀는 진심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진경운도 입술을 달싹거리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소문주님.”
“딱딱하게 소문주님이 뭐냐?”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경운아 잘했다.”
반모란은 단호하게 말했고, 두 사람은 돌아갔다. 진경운은 방을 나서기 직전에 돌아보면서 입 모양으로 말했다.
‘고마워요. 형.’
하운평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간 뒤,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가족……. 그래. 내게도 무적문은 가족이나 다름없지.’
그런 생각을 하자, 왠지 가슴이 훈훈해지는 느낌이었다.
* * *
다음날, 권왕은 작은 심득이 떠올랐다며 짧은 폐관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내부적으로는 의방원 개설, 외부적으로는 표물원의 일이 진행되면서 바쁘게 지냈다.
그 와중에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이 들렸다.
구치웅 순검사가 이곳 현청에 방문해 공지신 현령을 파직하고 체포했다고 한다. 공금횡령 및 갈취 등의 죄목이었다.
또 흑점이 미리 손을 써두었기에 변청관 현승이 현령으로 예정되었다.
“잘됐네요.”
“네. 그런데……. 혹시 구치웅 순검사님을 아십니까?”
소식을 전해준 방대일 총관이 물었다.
“안다면 아는 편이죠. 그런데 왜……. 엥? 그가 찾아왔습니까?”
“네. 지금 접객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총관을 마음을 읽고 놀라서 일어섰다.
공지신 현령 건은 흑점에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신고했었다. 무적문은 물론 나와도 관련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왜 찾아왔지?
나는 궁금해서 곧바로 접객실로 향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기 멈추고, 밖에서 구치웅의 마음을 읽으려 했다.
하지만 문 앞에 서자마자 구치웅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운평 소문주. 오랜만이다.”
내 기척을 읽은 모양이다. 무공 실력은 여전하군.
나는 태연히 문을 열었다.
“하하. 여전히 건녕하시군요. 순검사님.”
그러면서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놀랍게도 이번 공지신 현령의 사건을, 정말 나와 연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증거는 없었다. 또 다른 볼 일이 있었고, 겸사겸사 떠보려 찾아온 것이다.
나는 앉으면서 물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근처에 사건이라도 발생했나요?”
“이곳 현령이 백성들을 핍박한다는 신고가 있었다. 그 일을 처리하러 왔다가 잠시 들렀다.”
현령 일을 모른 척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면 오히려 이상하게 볼 것이다.
“공지신 현령의 악행은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파직된 건가요?”
“그런 셈이지.”
“잘됐네요. 저도 언젠가 그 현령을 손봐주려고 했거든요.”
“그런가?”
구치웅은 의심스럽게 반문했다. 하지만 그뿐, 더 이상 파고들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에 온 목적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돌려 말하는 성격도 아니고, 급한 사건이기 때문에 시간도 없었다.
곧바로 찾아온 목적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