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36
“너……. 너……. 고소할 거야. 고소를……. 커억!”
신설동의 발길질이 또다시 강만두의 복부를 가격했다.
“그, 그만하세요.”
옆에서 부인이 막아서자, 신설동의 발길질이 멈췄다.
“비즈니스 석은 저희도 모르겠어요. 2층에서 여자가 굴러 떨어진 것 밖에 몰라요.”
“2층이요?”
신설동은 비즈니스 석으로 가는 좁은 계단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퍼스트 클래스에 있어야 할 승무원들이 보이지 않는 거 자체가 이상했다.
비즈니스 석에서 큰 소란이 난 거일 터.
신설동은 황급히 비즈니스 석으로 가는 2층으로 갔다.
그렇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그의 발걸음이 사냥하기 전의 사자처럼 극히 신중하게 움직였다.
2층을 올라가자, 막이처럼 있는 벽이 있었고, 자동문이 보였다.
신설동이 조심스레 그 문에 귀를 대었다.
“······.”
안은 고요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신설동은 긴장감에 순간, 숨을 들이켰다.
“후우.”
쿵! 쿵!
쾅! 쾅!
쿵! 쿵! 쿠쿠쿠쿵!
심장에 천둥이 몰아쳤다. 문이 두들기는 엄청난 소리에 신설동은 황급히 1층으로 돌아왔다.
강만두는 신설동을 두려워하며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된 거요?”
“안 가는 게 좋아요. 절대로 통로를 열지 마요. 이미 틀렸으니까.”
설동은 퍼스트 클래스 자리에 앉아 몸을 뉘었다.
강만두는 조심히 말했다.
“근데 왜 여기에….”
“이코노미 석은 곧 개판이 될 거야. 미친놈들이야.”
설동은 그 말만 남기고 눈을 감았다.
긴장감이 빠지자 피곤함과 허기가 졌다.
그는 아주 잠깐, 휴식을 취했다.
박도석은 자신의 친구를 보았다. 기침하는 그는 사색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어. 우린 괜찮을 거야.”
박도석은 자기 친구를 안심하며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기침이 나기 시작하자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기침을 낸 자를 보호하려 해서인지, 숨기던 이들도 조금씩 기침을 내고 있었다.
박도석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는 위험한 것도.
‘우리 쪽은 괜찮을 거야. 하지만….’
감염자들이 날뛸 생각 하면 아찔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한 노인이 기침하는 걸 바라보았다.
박도석은 다가가서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미안하지만 할머니. 감염자시죠?”
“어…. 아, 아니에요.”
박도석은 옆자리의 가족의 표정이 매서워지는 건 발견했다.
“아저씨. 기침했다고 무조건 변하는 게 아니라면서요.”
“네. 맞아요. 근데, 이 분은 증세가 그쪽이시네.”
박도석이 뻔뻔하게 말하자, 가족들이 들고일어났다.
“아니! 갑자기 뭐요? 우리 쪽을 감염자로 모는데? 댁 쪽도 기침하잖아.”
“아니, 우리 친구는 이미 일반 독감이었어요. 감염이 아닙니다.”
“어떻게 증명할 건데!”
그들이 따지자 박도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말꼬리를 잡습니까? 지금 흥분하신 거예요? 감염자세요?”
“너도 흥분해놓고서 웬 지랄이야!”
“안 되겠네요. 이 사람. 일단 묶죠.”
박도석은 주변을 충동질했다. 가족은 결사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이내 모두가 묶이고 말았다.
“시발! 뭐하는 짓이야.”
“콜록! 콜록!”
이코노미 석은 또다시 혼란으로 가득했다. 박도석은 눈치가 빠르다.
지금 이곳의 시선이 이상해졌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 새끼만 내쫓으려고 했는데. 위험해.’
박도석은 기침하는 자기 친구 쪽을 보았다.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신설동을 축출했다.
하지만 그 결과 자기들이 있는 곳이 위험해지고 있었다.
‘무슨 수단이 없을까?’
여기서 다른 이들을 막아내려 했다간 이제 여론이 바뀔 게 분명했다.
“콜록. 콜록.”
마치 시계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기침이 커진다.
지금 이곳에서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커지고 있었다.
그 아우성은 곧, 모두를 삼킬 게 분명했다. 그때였다. 한 부부가 일어섰다.
“더는 못 참겠네. 너무한 거 아닙니까? 감염자가 기침이라는데.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들리는데? 난 갈 거야!”
그들은 통로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박도석이 막아섰다.
“왜 그러세요?”
“나가요! 지금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아니, 일단 참아 봐요.”
“아저씨. 뭔 상관이에요!”
박도석은 자기에게 화를 내는 이들을 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댁이 막고 있으니까. 우리는 멀쩡하고 기침하는 사람들과 같이 못 있겠어! 감염자잖아! 통로로 갈 테니. 비켜!”
그들은 박도석을 밀쳐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옆자리에서 기침하던 남성이 갑자기 이들에게로 달려드는 게 아닌가.
“아악!”
삽시간에 물린 부부가 기겁해서 손을 뺐지만, 남편의 손목에 선명한 이빨 자국이 보였다.
“으악!”
물린 남편은 분노했다. 바로 문 사람을 패기 시작했다.
“그만둬요! 그만 둬요!”
부인이 말리고 싸움은 끝이 났다. 하지만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무슨 짓이야! 콜록! 어?”
남편은 자기 입에서 기침이 나오는 걸 깨달았다.
문 남자는 눈두덩이 부은 채로 웃었다.
“우리가 병균이냐? 똑같이 당해보라고! 이야. 기침하네. 이게 이렇게 된다고?”
그 순간, 기침하는 자들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흘렀다.
“이 새끼들 우리를 병균 보듯이 하고 있어. 우리가 뭐 어쨌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가 참을 필요 있어? 좆같이 하네?”
여기저기서 분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기침하던 이들이 일어났다.
비감염자들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흘렀다. 이들은 실실 웃었다.
“저 양반 말처럼, 기침만으로 판단해? 그러면 나와. 내가 물어줄 테니까. 기침이 나오는지 한 번 보자고.”
10여명 되는 인원들은 훨씬 다수인 비감염자들을 보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박도석은 침을 삼켰다. 적의를 가진 자들이 이빨을 들이밀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된 거야. 이건 안 돼.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머리를 굴려야 한다. 박도석은 통로 쪽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우리끼리 싸우지 맙시다. 애당초 윗놈들이 바라는 거예요. 애당초 비즈니스도 퍼스트도 자리가 많은데 위험성 높게 일반 사람들을 여기다 몰아넣었어요. 이게 우리 탓이에요?”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아 통로 쪽으로 향했다.
“퍼스트 클래스는 편하겠죠. 소수가 있고, 요원들이 지켜주니까.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있을 때, 지들만 안전하게 갈 거예요.”
“시발, 그럼 어쩌라고!”
흥분한 이를 향해 박도석은 쓴 웃음을 지었다.
“너무 억울하지 않아요? 우리가 이렇게 고생할 필요도 없는데. 진짜 퍼스트 가서 쉬고 싶어요.”
박도석은 여유롭게 통로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거절하지 않겠어요? 우리를 병신 취급하고, 쓰레기 취급하는데. 아까 그 뚱뚱한 남자 봤죠?”
“개 같은 새끼지.”
누군가가 동조했다. 박도석은 통로를 가리켰다.
“가볼까요? 어떻게 나오는지 한 번 보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사람들이 우리한테 이럴 권리가 없어요. 똑같은 사람이니까요. 자기들만 소수의 안정된 인원으로 여유롭다니. 우리도 그럴 권리가 있잖아요. 안 그래요? 상황이 상황인데.”
그가 앞장서자, 감염자들이 기침하며 따라나서기 시작했다.
박도석은 작은 시민단체를 운용하고 있었다. 시위도 많이 나가본 그는 사람의 흥분 상태를 파악하는데 능숙하다.
지금 일어난 감염자들의 반란에 당황했지만, 곧 냉정해졌다.
‘지금 상황이 완전히 변했어. 괜찮아. 저럴수록 컨트롤하기 쉬우니까.’
상황은 180도 변했다. 이제까지 죄인 취급을 받고, 핍박받던 이들이 살기를 드러내었다.
“우리 어차피 감염자가 될 거니까. 너희도 같이 되자 엉?”
30대 남자가 지나가면서 소리쳤다. 그는 조금씩 기침을 하면서 감기에 걸리지 않은 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우리가 병균이야? 말 좀 해 봐. 억지로 묶으려고? 오기만 해 봐.”
유리한 고지가 뒤바뀌었다. 대부분의 비감염자는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물거나 할퀴는 등의 선택지가 상대편에게 있다.
잃을 게 없다는 측과 잃을 게 많은 측. 어느 쪽이 싸움에서 유리한지는 보나마나이다.
상대는 같이 진흙탕으로 빠지자고 달려들며 답이 없다.
“시발, 눈깔아. 어쩔 건데?”
30대 남자가 자기의 유리함을 확정 짓고 비감염자를 조롱했다.
“건들면 뒤진다. 말 함부로 하지 마라.”
유리함을 가진 30대 남자에게 박도석은 헛기침을 했다.
“험험. 그것보다는 일단 퍼스트 클래스에 양보를 요구하죠. 여기서 북적거릴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 그래야지. 퍼스트에서 놀아볼까?”
30대가 박도석을 따라갔다.
이들은 통로에서 보안직원을 보았다. 이 직원은 설동에게 삼단 봉을 강탈당한 이로써 무서워서 못 들어가고 있었다.
박도석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퍼스트 클래스도 무슨 문제가 있나요?”
“아니…. 감염자들이….”
“음.”
박도석이 신음을 내었고, 10여 명의 감염자들도 난감해 했다.
인간 상태이면 몰라도 완전히 변한 이들은 지금 감염자들로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확인은 해봐야 하니까요.”
박도석은 앞장서서 귀를 대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소리가 들려요. 사람 말소리인데요. 감염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 시발 놈들. 뒤졌다.”
30대 남자를 필두로 이들은 퍼스트석의 통로를 열었다.
“열리네?”
“제가 열고 나왔거든요.”
보안직원이 말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퍼스트 석을 향해 진군했다.
하지만 거기에 박도석은 없었다. 어느새 뒤로 빠진 그는 이코노미 석으로 돌아와서 재빨리 통로의 문을 닫았다.
“여러분, 감염자들은 모두 제가 보냈습니다. 걱정하지 마…….”
박도석이 외치는 순간이었다. 그의 시선에 자기 친구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그의 머릿속은 새하얀 백지가 되었다.
“무, 무슨 짓이야!”
“당신 친구가 변해서 사람을 물었다고!”
승객 중 한 명이 외쳤다.
박도석은 이미 머리가 빠개져 죽은 친구를 보았다.
“아…….”
“어쩔 수 없어. 사람을 물려 하니까…. 댁 친구들이 막아섰는데. 기침하던 놈이 변하며 물었다고. 그래서 죽인 거야.”
다른 이가 침착하게 설명해 주려 했지만, 박도석의 귀에 이미 그 내용은 들어오지 않았다.
“웃기지 마! 그냥 무서운 거지? 무서워서 그런 거잖아! 내 동지들이다! 근데 죽였다고? 너희 같은 거랑은 같이 타면 안 됐는데…….”
그가 슬퍼하며 울부짖자, 사람들은 분노했다.
“너희 같은 거? 니들이 뭔데?”
“말이 시발 이상하네? 당신이 뭔데!”
박도석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시민단체야! 회원으로 좋은 일 많이 한다고. 너희랑 같아? 내 친구를 죽였어! 내 동지들을 죽였다고! 다들 꿈이 있는 애들이었어. 부정부패한 정권에 대해 시위하고, 사람을 돕는……. 그런데 여기서 죽다니…. 말도 안 돼. 너희 때문이야. 원래 그런 놈들이니까. 말 한마디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놈들. 내 말을 들어야 하는데….”
“시발 놈이 뚫린 입이라고 개소리야!”
박도석에게 분노한 사람들의 구타가 이어졌다.
“이 시발 놈이 이제 보니 개 같은 선민의식을 가진 새끼잖아! 상황파악이 안 돼?”
“감염자들을 죽여야지. 그럼 뭐하는데?”
무자비한 구타가 이어지는 가운데, 박도석은 분노에 찬 괴성을 질렀다.
“시발. 여기서…. 내가 왜! 콜록!”
그 순간, 주변의 발길질이 일제히 멈췄다. 박도석은 그 순간, 다른 사람의 발을 물었다.
“아아악!”
“좋아. 다 같이 죽자. 콜록! 다 같이 죽자고! 우리만 이렇게 될 거 같아? 니들도 당해야지. 우리 같은 사람이 여기서 감염됐는데 너희가 멀쩡해? 웃기고 있네. 어차피 밑바닥 인생들이잖아. 콜록!”
광기에 찬 그가 주변에 약한 노인부터 물어뜯기 시작했다.
“아아악!”
이코노미 석에는 혼돈이 생겼다. 박도석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다 같이 죽자. 이미 걸렸지? 하하하. 콜록!”
물린 사람들이 난동을 부리고, 진짜 감염자로 변한 이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박도석은 통로로 빠져나갔다.
설동은 난데없는 소란에 일어섰다. 10여 명의 무리가 퍼스트 클래스 입구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올 리가 없는데.’
설동은 의아해하다가 자기가 봉을 뺏은 보안업체 직원을 떠올렸다.
‘시발, 그 아저씨. 밖에 아직도 있었어?’
그렇다.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서성이고 있으니 문은 잠금장치가 없는 상태 그대로였다.
10여명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