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38
공포심에 질린 이 남자가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콜록. 잡아! 잡으라고! 콜록!”
이미 결말이 정해진 술래잡기가 펼쳐졌다. 한정된 공간에서 강만두는 이들에게 쥐 몰이하듯 구석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2층 비즈니스 석은 절대로 가지도 말고, 열지도 마.]바로 그때, 이 남자의 머릿속에 신설동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 비즈니스 석 통로를 올라갔다.
“오지 마!”
그리고 사냥감을 잡으려고 시퍼렇게 돌변한 이들 앞에 선언했다.
“지금 내가 이 버튼만 누르면 비즈니스석이 열려! 그러면 너흰 다 뒤져.”
쿵! 쾅!
쾅! 쾅!
그의 말에 화답하듯, 비즈니스석의 문에 거친 손바닥과 주먹들이 보였다.
감염자들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곧, 이들은 그런 강만두를 비웃었다.
“어쩌라고? 어차피 우리도 이제 끝인데.”
“맞아. 다 감염됐고, 이 비행기는 끝이야.”
“지상에 도착하면 퍼트려야지. 우리를 이렇게 만든 벌로 말이야.”
섬뜩한 말들이 쏟아졌다. 강만두는 미쳐가는 사람을 실시간으로 보는 기분이었다.
“아…. 아…. 미쳤어. 미쳤어.”
다시 계단 아래쪽이 시끄러워졌다. 무언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강만두의 눈에 여기저기 얼굴에 멍이 든 자기 부인이 끌려오는 게 보였다.
“아……. 당신…….”
감염자 무리에게 잡혀서 얻어맞고 올라오는 거다.
“이제 이 부인도 동지가 되겠네? 못난 남편다워.”
상대는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
잘못했더라도 자신이고, 맞아야 할 것도 자신인데.
‘이미 미쳤어.’
강만두는 깨달았다. 명분이고 뭐고 필요 없는 악다구니들이다. 피아구분 없이 그저 날뛸 뿐이다.
비참하게 맞은 부인을 보고 강만두는 마음이 평온해지는 걸 느꼈다.
“부인. 그동안 미안했어. 이제 끝났어. 저 개새끼들이랑 같이 가자!”
강만두의 손이 드디어 비즈니스 석을 가로막는 벽을 열었다. 홍해가 갈라지듯, 문이 열리고 거기에 지옥이 있었다.
괴물들이 열리는 문을 뚫고 그 얼굴을 보였다.
마음을 굳혔다던 감염자들이 좀비들을 보는 순간, 일제히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악!”
감염자가 당황해하는 사이, 강만두는 여기저기 물린 상처를 이끌고 부인에게 다가갔다.
“아까는 미안했어. 우리는 부부잖아? 같이 죽어야지. 우리 결혼식 때 기억나?”
강만두는 이제야 마음이 놓인 듯 부인과 눈물의 포옹을 했다.
그들의 뒤로 좀비들이 달려들었다.
끝났다.
설동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모든 걸 포기했다.
“으아아악!”
“캬아아악!”
“구악!”
좀비의 비명 속에 신설동은 다시 꿈속으로 향하는 기분을 느꼈다.
팔과 목에 날뛰는 좀비들의 이가 박히고 있었다.
점점 심장의 고동이 빨라진다.
입에서는 기침 소리가 격해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폭발소리와 함께 기내가 거칠게 흔들렸다.
급격하게 기울어지는 고도. 좀비들과 사람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추락?’
기침하면서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이 비행기는 추락하고 있었다.
공항이 아닌, 인천의 해변에 말이다. 웅장한 소리와 대기를 가르는 비행기의 굉음이 모두의 귀를 강타했다.
인천의 해변. 바닷물이 출렁이는 이 아름다운 해변에 거대한 비행기가 그대로 추락했다.
좀비도 사람도 모든 게 폭발에 사라졌다.
그저 비행기에서 나는 검은 연기만이 모든 걸 메우고 있었다.
절대로 생존자가 나올 수 없는 대참사. 불길 속에서 하나의 인영이 보였다.
“크윽…. 커억…….”
신설동. 이 남자는 살아났다.
사람이라 하기 힘든, 타버린 신체. 거기에서 새로운 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마치 부품을 교체하듯, 타버린 신체가 새로운 살로 교체되기까지 무려 하루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은 3일이 지난 후였다.
“아…. 아…. 살았어.….”
신설동은 홀로 바닥에 대자로 누워 검은 연기가 가득한 비행기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기침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인천 방어부대. 각 사단이 지금 이곳에 집결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도시를 물들인 막강한 좀비들의 행진. 저걸 막기 위해서다.
그들은 마지막 비행기에 대한 경계도 철저히 준비 중이었다.
대대장은 새로운 소식을 들었다.
“제주도에서 오는 마지막 비행기 중 한 대를 격추했습니다.”
“그래? 거기에 사람이 타고 있을 텐데….”
“관제탑에 수신된 바로는 수많은 좀비가 기내에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격추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대대장의 귓속으로 새로 들어온 정보가 가득했다.
“대체 그놈의 바이러스는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군. 그러면 나머지 두 대는?”
“두 대는 다행히도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조기에 진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착륙하여 추가 검사를 받는 중입니다.”
“그래 알겠다.
항공기 3대 중 한 대 격추, 2대 착륙. 거기에 지금 그것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대대장은 참모와 함께 ‘그것’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저 녀석들은 평소에 느릿한 수준이지만, 목표를 발견하거나 느끼면 속도가 빨라집니다. 달리는 수준은 아니지만요.”
“그 숫자는?”
“추정상 42만 명입니다.”
참모의 이야기를 듣자, 대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42만이 누구 개집 이름이 아니다.
“제기랄. 좀비란 게 현실에도 등장할 수 있단 거야?”
그가 책상을 두들겼다. 이미 인천은 지옥으로 변했다.
굳이 인천만이 아니라 전국이 말이다.
“섬멸은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인천 앞바다의 방파제를 시체로 쌓을 용기만 있다면요.”
그의 참모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렇다. 현대화기의 위력은 막강하다.
“지금 이곳에 3만 명의 병력이 모였습니다. 사단장님의 허가 아래에 좀비들이 나타나면 섬멸할 계획입니다.”
이들의 시선은 이제 전운이 감도는 인천 송도 로터리를 향했다.
하지만 이들이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다.
“큰일 났습니다. 전방 부대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했습니다.”
“뭐라고?”
대대장이 일어서는 즉시, 전화기가 울렸다.
“김 대위. 무슨 일이야? 그쪽 부대에 뭔 문제가 있······. 뭐라고? 부대원 중에 좀비로 변하는 이들이 나타났다고?”
통화가 끊기고 또 휴대폰이 울렸다. 대대장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받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막사를 파헤치고 여기저기서 다급한 소식을 전했다.
“전방 부대에서 좀비로 변한 자들이 발생했습니다.”
“공포에 질린 사병들이 흥분하면서 총기 난사를 하고…….”
대대장의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전국에서 좀비들이 발생했다. 정부당국의 격리 정책으로 감염자들을 가둬두었지만, 이 바이러스의 위력은 그들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대한민국 청와대 벙커 안. 각 부처 장관과 윤정인 대통령이 모여 있었다.
“대체 저게 뭐란 말입니까! 모아두었다가 병원 자체가 감염자 소굴이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분위기는 좋지 못하다.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노려보았다.
“온갖 욕을 먹고 격리 조치를 했는데 대체 왜 이렇게 됐습니까!”
최고 권력자의 질책에 민정수석 강성철은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원인을 발표하는 수밖에요.”
이 바이러스의 실상은 미국과 중국의 생화학 무기 실험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윤정인은 대로했다.
“그걸 왜 이제서요? 그럴 바에는 그만두세요.”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장관들의 표정은 아연실색했다.
미중과의 외교관계를 우려 사실을 은폐하라고 지시를 한 게 바로 윤정인 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남 탓을 하고 있었다. 복지부 장관 하민석은 헛기침을 했다.
그는 여기저기 끌어 모은 정보를 종합했다.
“백악관 정보원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의 정신을 극히 통제하여 전투 병기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답니다.”
“아주 별짓을 다 하네.”
기재부 장관 유영선은 혀를 찼다. 하민석은 다시 헛기침했다.
“미국과 중국의 소규모 부대가 중국 등지에서 전투가 벌어졌는데, 그로 인해 완성되지도 않은 화학 병기가 먼지처럼 퍼졌다는 겁니다.”
“미세 먼지….”
윤정인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상 막을 방도가 없는 생화학 테러나 다름이 없었다.
여가부 장관, 장미선은 화를 냈다.
“지금 양성평등 정책이 꽃피울 땐데……. 국방부는 그동안 뭐 하고 있었어요?”
“양성평등? 댁네 여성계 애들 한 자리씩 보전해주는 거 아니요? 덕분에 젊은 남성들 지지율도 폭락했더니만. 양아치들을 여자라고 무작정 옹호하더니…….”
옆에서 국방부 장관 박진군이 비아냥거렸다. 이미 군제대자들 보상 문제로 크게 붙은 적이 있기에 감정이 결코 좋지 못하다.
내용이 산처럼 흘러가자. 윤정인이 다시 주제를 되돌리려 했다.
“그만! 그건 나중에 하고, 지금은 대처가 중요합니다. 상황이 현재 어떻습니까?”
“네. 현재 인천 쪽에서 추정 상 40만 좀비 떼와 붙어 20만 가까이 몰살시켰습니다. 그렇지만···. 내부에서 좀비가 되는 자들로 인해 군대가 와해했습니다.”
박진군은 보고서를 읽으면서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분명히 좀비와 대결에서 군대는 압승을 거두었다.
현대 화력의 무서움으로 거의 갈아버리다시피 하면서 말이다.
문제는 총 쓰는 도중에 좀비가 된다든지, 갑자기 격앙되며 주변에 총을 쏴대는 경우였다.
외교부장관 강옥선이 다시 설명에 들어갔다.
“감염의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멀쩡하던 사람도 어느새 바이러스가 걸리면 감기가 발현합니다. 저희가 파악하기로 빠르면 하루, 늦으면 한 달 안에 좀비로 변한다는 거로 파악됐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도 현재 연구 중입니다.”
“문제는 미국에서도 생화학 무기를 탈취해 연구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북미 지역에 퍼졌고,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퍼지고 있습니다.”
하민석도 난감해 하고 있었다.
단순하게 영화처럼 물려서 되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성으로 퍼지고 있는 거다.
이걸 상식적으로 막기는 불가능하다.
“누구라도 될 수 있단 말이죠?”
윤정인이 말하자, 이곳은 침묵이 감돌았다. 침묵의 긍정.
그렇다. 누구라도 걸릴 수 있고,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윤정인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위기 상황일수록 힘내야 합니다. 언론에 말해서 위험한 보도는 하지 말라 하고 지침 내리세요.”
“사태가 너무 커져서 차라리 공개하고 대책을 강구 하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하민석은 난감했다. 하지만 통수권자의 생각은 달랐다.
“이럴 때, 야당이나 언론이 흔들면 우리는 쉽게 무너집니다. 하지만 주의만 하면 이길 수 있죠? 그렇지 않습니까?”
기무사 사령관과 국방부 장관에게 윤정인은 여러 의미가 담긴 미소를 보냈다.
거부 따위는 없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정인은 그러다가 하나 의문을 발견했다.
“근데 총리는 대체 뭐하기에 이 회의를 빠지는 겁니까?”
“일단, 인천으로 갔다고 합니다.”
소재길의 말에 윤정인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인천? 대체 왜?”
“음…. 글쎄요.”
소재길과 박진군은 그 이유를 알지만 말하지 않았다.
윤정인은 다시 헛기침했다.
“아무튼, 언론과 여론 관리에 힘써주세요. 어차피 사람 아닙니까? 부대를 모아서 처리하면 됩니다. 신속히.”
“아…. 그래서 하나 말입니다. 부대를 소수 정예로 바꿀 생각입니다.”
박진군이 의견을 내었다.
“다수가 모이면 감염의 위험도 크기에 소수정예로 작전에 투입하여 손실을 줄이는 겁니다. 그러면…….”
박진군은 순간, 윤정인 대통령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지금, 이 국면을 빨리 돌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소수로 전국에 퍼진 좀비를 언제 잡습니까?”
“음.”
“군대가 좀비를 처리할 수 있는 게 확실합니까?”
윤정인의 질책에 박진군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확실히 좀비들이 나돌아 다닌다면 군대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 하세요. 최대한 빨리.”
윤정인은 엄명을 내렸다. 회의는 이걸로 끝이 났다.
도하연의 시선은 그야말로 명작을 본 소녀처럼 반짝였다.
“지상이다!”
그녀가 소리치자, 비즈니스 석에 탄 이들이 일제히 환호를 보내었다.
“드디어 도착했어!”
“신이시여!”
공포의 제주도에서 시간을 지내고 드디어 육지에 도착했다.
서울은 멀쩡하다.
이들은 그런 희망을 품고 있었다. 도하연도 당연히 마찬가지였다.
“매니저 오빠. 가자마자 뷔페집이나 가죠. 정말 배고파요.”
“근데, 바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매니저는 바깥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군인들이 보였다.
도하연은 고개를 들이밀고 입을 삐쭉 내밀었다.
“아…. 우리 검사받지 않았어요? 또 받는 건가?”
“그래도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게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