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수로가 하천 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유성이라는 자가 하천이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분명 이 주위 것들은 대부분 처리했는데?”
“맞습니다. 이 근처에 이 정도의 기운을 내뿜을 만한 존재는 없습니다.”
“아냐. 하나 있잖아!”
유성의 뒤쪽에 위치한 매구 둘이 서로를 바라보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하천 안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솟아오르더니 매구 둘을 순식간에 집어 삼켜버렸다.
“저건…….”
“이시미?”
난감한 듯한 유성의 말과는 달리 수로의 표정은 밝아졌다.
이시미라면 강원도지역에 정착한 대표적인 이무기다.
용이 되지 못한 영물인 이무기라면 지금 상황에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단단한 철갑 비늘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인 이시미는 현재 춘천, 홍천, 강릉에 하나씩 총 3마리만 남아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별한 요술이나 주술을 부리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뛰어난 순발력과 그에 걸맞지 않는 뛰어난 방어력을 자랑한다.
“저건?”
하천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이시미를 살피던 수로는 이시미 등에 타 있는 누군가를 보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이시미는 순식간에 매구 둘은 삼켜 먹어버리고 몸을 휘둘러 유성이라는 녀석을 공격했다.
10톤 트럭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덩치를 가진 이시미는 유성과 수로의 사이에 자리 잡아 유성을 견제하고 있었다.
“읏차! 은정, 등장!”
이시미의 등 위에 있던 사람이 뛰어내리더니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포즈를 취했다.
한 손에는 태블릿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브이를 하는 은정의 퍼포먼스에 수로는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쪽이 수로 오빠?! 어머, 잘생겼네!”
수로가 잠시 벙쪄 있는 사이 수로의 앞으로 걸어온 은정이 태블릿에 있는 사진과 수로의 얼굴을 비교하며 그렇게 감탄했다.
그리고는 웃으며 추가설명을 이었다.
“아, 이거 팀장님이 보내주신 거예요. 제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다면서 보내주시더라구요. 아,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아니라 저분에게 보낸 자료겠지만요.”
은정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수로의 표정이 밝아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것이 있구나.”
아까 장자마리가 숨어 있던 쪽에서 보현선사가 승복 자락을 휘날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 근처에는 장자마리 몇이 보현선사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보현선사를 본 유성의 표정은 굳어졌다.
“네놈! 그 녀석의 제자구나!”
“네놈이야말로 분명 대사님이 봉인한 것으로 알고 있거늘 어찌 여기에 나타난 것이냐? 도대체 누가 유성괴를 깨운 것이야!”
“유성괴라니! 나는 유성신이다! 그렇게 부르지 마라!”
“유성신?”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수로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자 옆에 있던 은정이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부터 천년도 더 전에 중국에서 이 땅으로 쫓겨난 여우요괴에요. 이 땅에 와서는 나름 신 대접을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그때의 그 여우요괴가 진짜 이 요괴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요.”
“진짜 그때의 그 유성신일리가 있겠느냐. 그랬다면 45년 전에 우리들에게 봉인 당하지도 않았겠지. 너는 그저 유성신의 이름을 흉내 내는 요괴일 뿐이다. 유성신의 이름과 힘은 물려받았을지언정 그 넋만은 물려받지 못한 가짜일 뿐이야.”
“네놈!”
유성신, 아니 유성괴가 기운을 발산했다.
여우요괴 특유의 요력이 담긴 기운은 풍압을 일으키며 보현선사에게 날아갔다.
그러나 발산된 기운은 보현선사의 근처에 와서는 무기력하게 흩어져 버렸다.
기운을 파훼한 보현선사의 두 손에는 그의 법력이 맺혀있었다.
“네놈에게 당한 내 사형만 둘이다! 혹시나 강 팀장의 예상대로 매구일족이 널 봉인에서 풀어준 것이라면 오늘 그들에게 고마워해야겠구나! 물론 그 대가는 치러야 하겠지만 말이다!”
보현선사 역시 온몸에 기운을 모은 채 유성괴에게 달려들었다.
선사가 법력을 품은 손을 휘두르면 일정한 크기의 기운이 맺힌다.
그리고 그 맺힌 기운을 강력한 법력으로 밀어내 유성괴에게 날린다.
법력을 활용한 도술을 주 무기로 하는 보현선사의 싸움방식이다.
“무언가 둘 사이에 사연이 있는 건가?”
“선사께서는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 자경단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물론 혼자 하신 건 아니죠. 선사님께 가르침을 내렸던 스승님이 계셨고, 함께 배웠던 사형들이 있으셨죠. 함께 자경단 일을 해오던 그분들은 약 45년 전 유성괴를 퇴치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로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은정이 그의 말을 받았다.
아무리 보현선사가 자경단 중 2인자라고는 하지만 노인네(?)가 저렇게 싸우고 있는데 젊은이(?)가 이렇게 구경만 해도 되는 건지 수로가 고민했다.
하지만 그러한 수로의 고민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은정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눈은 보현선사에게 고정한 채로.
“지금이야 저렇게 선사님이 대등하게 싸우시지만 예전의 유성괴는 꽤나 강한 존재였습니다. 선사님의 사형 둘이 목숨을 잃었고, 마지막 남은 사형은 크게 부상을 입었죠. 무사히 살아남은 것은 선사님 한분뿐이셨다고 하네요.”
“그럼 유성괴는 어떻게?”
“선사님의 스승님이신 청한대사님이 법구에 유성괴를 봉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사님도 그때 법력이 많이 쇠하셨고, 시름시름 앓으시다가 몇 년 후 열반에 드셨구요.”
그렇다면 유성괴와 보현선사는 일종의 원한 관계가 있는 셈이다.
보현선사를 자주 본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의 모습은 전형적인 온화한 노승이었던 보현선사다.
그때의 모습과는 달리 굉장히 과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꽤나 신기했다.
그녀의 설명을 듣던 수로가 문득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넌 누구지? 어떻게 그러한 걸 알고 있는 거야?”
“그냥 선사님께 가르침을 좀 받고 있어요. 팀장님이 소개해 주셨거든요.”
“팀장님? 강지훈 말이야?”
“네. 그런데 그렇게 함부로 이름 안 부르셨으면 좋겠는데요? 엄연히 저희 상사님이신데요?”
은정의 까칠한 대답이 돌아왔지만 수로는 물어볼 것이 아직 많았다.
“그런데 아까 선사님의 말을 들으니 매구일족 이야기가 나오던데. 정말 매구일족이 저 여우요괴의 봉인을 풀어준 거야?”
“그건 확실치 않아요. 단지 팀장님은 매구일족이 경주에서의 일에 연관되었을 거라 생각하신 거예요. 그런 여기 와보니 유성괴가 있었던 거죠. 선사님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흠…….”
“혹시 뭐 따로 알고 계신 것이 있는 건가요?”
“아니. 하지만 매구일족이 저 여우요괴를 봉인에서 풀어준 건지는 확실치 않아서 말이야. 그건 더 조사를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어! 피해!”
쿠쾅!
선사가 내뿜은 기운에 제대로 맞은 유성괴가 이쪽으로 튕겨져왔다.
수로는 은정의 허리를 껴안은 채 뒤로 붕 날아 자리를 피했다.
“크윽. 꽤나 강해졌구나. 하지만 아직 멀었다!”
인간의 형태로 있던 유성괴가 기운을 내뿜더니 거대한 여우의 모습으로 변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꽤나 여성스러운 모습이었지만 막상 본모습으로 변화하자 꽤나 웅장했다.
그리고 새까만 털을 가진 여우로 변한 유성괴에게는 아홉 개의 꼬리가 넘실거리고 있어 그 웅장함이 더욱 돋보였다.
“저게 말로만 듣던 구미호군요. 국내에는 한 명밖에 없다고 하던데 맞나요?”
“그래. 한 명밖에 없지. 매구일족의 수장 홍경명. 그렇다는 건 저 녀석이 최소한 홍경명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소리야. 지금에야 홍경명이 나이도 먹고 현장에서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과거에는 꽤나 강력한 존재였다고 알고 있는데. 과연 선사님이 구미호의 요력을 상대하실 수 있으신지 모르겠구만.”
4명의 자경단 원로들과 각 일족의 우두머리들.
이 두 부류 중 누가 더 강한가 하는 것은 자경단들 사이에서 약간 논쟁이 있어 왔다.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는 한 절대 자웅을 겨루지 않을 이들이기에 그러한 논의는 더욱 과열되었었다.
그러나 수로나 은정 모두 그러한 논의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나마 수로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몇 번 들었을 뿐.
“지금으로서는 크게 밀리지는 않으시는 것 같은데,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저도 솔직히 말하면 선사님께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지 1주일 정도밖에 안 돼서 말이죠.”
“1주일? 1주일 만에 이시미를 부린단 말이야?”
“부린다는 말은 좀 그렇네요. 저는 영이랑 친구일 뿐이라구요? 그치~ 영아?”
“여, 영이?”
그렇게 말하며 이시미를 쓰다듬는 은정을 바라보며 수로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수로가 알고 있는 정보를 종합해 보면 지금 이 녀석은 강릉에 거주하고 있는 임영(臨瀛) 이시미다.
이시미치고는 어린(?) 나이인 550살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임영대군이 세상을 떠난 후 태어났다고 하여 임영 이시미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도대체 그 영이라는 이름은…….”
“본인이 그렇게 불러달라던데요?”
“뭐?”
“뭐 본인이 불러 달라는 대로 불러줘야죠. 내 맘대로 부르면 안 되잖아요?”
어디부터 지적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에 수로는 그저 멍하니 그런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다 강력한 기운이 부딪히는 소리 때문에 싸움 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현선사와 유성괴의 싸움은 점점 격렬해지고 있었다.
“일단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계속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되는 건가?”
“본인이 요청할 때까지는 절대 돕지 말라고 하셔서 일단은 기다려야 해요. 하지만 정 안 되면 제가 도와드려야죠. 어떻게 보면 이번 업무가 제 입사업무인데 저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입사업무? 그러고 보니…….”
수로가 시선을 돌려 은정을 바라보았다.
여성 승려 그러니까 비구니들이 입는 승복을 입은 은정의 한 손에는 태블릿이 들려있었다.
수로의 기억에 저것과 같은 태블릿을 가진 인물이 둘 있었다.
바로 지훈과 시영.
그렇다는 건.
“너도 강지훈이나 그 시영이라는 여자처럼 용사야?”
“넵! 이번에 신입용사가 된 홍은정이라고 합니다! 데헷!”
과하게 밝은 은정의 인사에 수로가 표정을 찌푸리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은정은 계속해서 소개를 이어갔다.
“강 팀장님과 시영 언니의 뒤를 이은 TCS Korea의 셋째 홍은정입니당!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왜 나한테 잘 부탁한데? 난 그쪽과 별로 관련이 없는 사람이야. 그렇게 인사할 필요 없어.”
“에? 팀장님은 그렇게 말씀 안 하시던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난데없는 말에 수로가 은정에게 반문했다.
자신이 이들과 무슨 연관이 있다고?
“팀장님은 수로 씨가 앞으로 저희 정보조직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셨는데요? 그러니까 한번 제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 보라고 하시더라구요. 아, 이건 말하면 안 되는 거였나?”
“뭐? 그게 무슨… 에휴.”
어제 지훈이 말한 이야기를 떠올린 수로는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기도 하고, 자신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장점을 말해주었던 게 그런 의도에서였던 건가.
그리고 아마 지훈이 그렇게 결정했다면 정 목사와도 이야기가 되었을 확률이 높다.
무언가 자신의 의중과 상관없이 일이 진행되는 것 같아 수로는 조금 짜증이 났다.
그래서인지 은정에게 질문을 던지는 수로의 말투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그래서 지훈이는? 그냥 너랑 나한테 맡기는 거야?”
“선사님도 계시잖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선사님과 수로 오빠한테 맡긴 거죠. 그리고 팀장님하고 시영 언니는 지금 서울로 가는 중이실 거에요. 아마 이쪽은 별로 신경 안 쓰실걸요?”
“서울? 왜?”
“매구일족 만나러 가신다고 하던데요? 그래야 할 타이밍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