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은정이는 잘하고 있으려나요?”
“뭐 선사님이 잘 보살필 겁니다. 선사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직 ‘소환’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친화’단계까지는 도달했다고 하더군요. 오늘 아침에는 이시미와 소통했답니다. 그래서 오늘 이시미를 데리고 갈 거라고 하더군요.”
“이시미라면 꽤나 강한 녀석인데, 벌써 그렇게까지 되는 건가요? 대단하네요.”
다행히 현재 강원도에 거주하는 세 마리 모두 인간에 적대적이거나 하지는 않아서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 상황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은 확실히 재능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재능러이긴 한가 보네요. 그럼 은정이는 나중에 가면 그런 것들을 직접 소환하는 건가요? 볼만하겠네요.”
“네. 그렇죠. 그러라고 태블릿을 미리 준거구요. 그래도 1주일 만에 이 정도까지 될 줄은 몰랐는데 확실히 재능이 있는 사람은 엄청나네요.”
보현선사는 법력을 이용한 도술과 소환술을 주 무기로 삼는다.
그런 선사에게 힌트를 얻은 지훈은 은정을 소환사로 키우는 것에 대한 기획서를 올렸다.
그 시기가 바로 은정에 대한 조사를 마친 이후였다.
그리고 그 기획서가 통과된 것이 바로 대충돌이 일어나기 바로 하루 전이었다.
대충돌에 관한 보고서와 함께 기획서가 통과되었을 통보받은 지훈은 바로 시영과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시후가 보현사에 찾아왔고, 그에 대한 일을 논의하기 위해 사무실로 온 보현선사와 마주쳤던 것이다.
지훈은 선사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했고, 보현선사가 흔쾌히 승낙했던 것이다.
“그때 강릉에 내려가면서 했던 이야기가 그것이었죠. 그런데 태블릿을 이용한 소환술은 저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신 건가요?”
“은정 씨가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했고, 마침 저희에게는 물리법칙을 무시할 수 있는 태블릿이 있으니 알맞겠다 싶었죠. 은정 씨가 진짜 요괴나 영물과 똑같은 그림을 그리게 되고 소환술을 무리 없이 발동할 수 있게 되면 그녀가 그린 그림이 직접 살아나게 될 겁니다.”
태블릿으로 그린 그림이 살아나 요괴나 영물이 되어 적을 공격한다.
그것이 바로 지훈이 생각한 은정의 무기였다.
“기대되네요. 저희도 은정 씨한테 밀리지 않게끔 열심히 해야겠어요.”
“뭐, 동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한번 열심히 해봅시다.”
“그런데 정말 저희 둘이서만 가는 건가요?”
지금 지훈과 시영은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중이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둘은 매구일족의 본 거주지로 들이닥칠 작정이다.
지훈의 계획은 단순했다.
그곳에서 난장판을 피운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그들을 압도하는 전투력을 보여줄 계획이다.
“뭔가 팀장님답지 않은 계획이네요. 팀장님이라면 치밀하게 무언가를 꾸며서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것 같았는데 말이죠.”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아무래도 지금은 이렇게 힘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때로는 세밀한 기교보다 묵직한 힘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는 거니까요. 아니, 보통은 그게 더 강력하죠. 원래 가장 좋은 병법은 정공법이니까요.”
시영은 지훈의 말에 공감했다.
그것은 무술이나 스포츠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었다.
화려한 기교나 치밀한 계략은 묵직한 힘 앞에 무력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진짜 강자들은 보통 묵직한 힘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윤시후였다.
“아, 그리고 저희 둘만 가는 건 아닙니다.”
“네? 그러면 누가?”
“지석이가 합류할 겁니다. 본인이 강력하게 요청하더군요.”
시영은 지훈이 아까 버스를 기다리며 누군가와 통화하던 것이 떠올랐다.
아마 그때 통화하던 사람이 지석이었나 보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한번 매구일족과 제대로 붙어보고 싶은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뱀파이어 일족 몇 명과 함께 가기를 원했지만 그건 제 의도와는 반하는 것이라 거절했습니다.”
“그러면요?”
“지석이 혼자 합류할 겁니다. 그 정도의 변수는 제가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니까요. 정 목사님도 그 정도는 충분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셨구요.”
정 목사와 뱀파이어 일족과의 관계와는 별개로 정 목사와 지석의 관계는 꽤나 개선되었다.
애초에 정 목사가 뱀파이어 일족과 협력관계를 맺게 된 것도 지석을 비롯한 몇몇 뱀파이어들과의 호의적인 관계 때문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뱀파이어 협회 내부에서는 왜 자신들과의 관계를 끊고 강지훈에게로 간 정 목사와 아직 관계를 유지하냐는 반발도 있긴 했었다.
하지만 정작 지석이 정 목사와 관계를 회복하면서 그러한 반발여론 역시 많이 사그라든 상태긴 했다.
“어쨌든 지석이는 정 목사의 제자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래저래 신경 써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수로를 저희에게 보낸 것도 그렇고 지석에게 힘을 좀 실어주려는 것 같구요. 직접적으로 말하신 건 아니지만요.”
싸움이나 다른 측면에서 수로의 재능은 지석에게 한참 밀리는 편이지만 그래도 메탈레스 차원에서 경험이라는 걸 쌓은 탓인지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과 판단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 정 목사의 평가였다.
간간이 수로를 불러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는 정 목사의 평가이니 흘려들을 말은 아니었다.
“지석이도 그런 수로를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문제는 지석을 따르는 다른 뱀파이어들이죠.”
“다른 뱀파이어들이요?”
“네. 수로는 굴러들어온 돌이니까요.”
“아.”
결국 다른 뱀파이어들에게 견제받는다는 말이었다.
어제 수로가 했던 말이 떠오른 시영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다툼은 뱀파이어들 사이에도 있는 것일까?
“뭐랄까. 조금 그렇네요. 어쨌든 그래서 지석 군이 오는 것에 찬성하신 건가요?”
“그런 것도 있긴 하죠. 그리고 지석이가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 매구일족을 압박하는데도 더 좋을 것 같기도 해서 결정한 일입니다.”
“압박이요?”
“네. 뱀파이어와 매구일족은 꽤나 오래된 라이벌 관계죠? 아마 지석이는 이번 기회로 매구일족에게 무언가 보여주려는 것 같으니 그 판을 깔아주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매구일족도 무언가 느끼는 게 있겠죠.”
그렇게 말하며 웃는 지훈의 표정은 꽤나 사악해 보였다.
이런 모습을 여러 번 봐왔음에도 시영은 새삼스럽게 지훈에게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정공법으로 하신다더니. 뭐, 알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매구일족을 완전 굴복시키시려는 건가요?”
지훈의 선택이 잘못된 것도 아니기에 시영이 반박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훈답기도 했고. 그래서 시영은 원래 하려던 질문을 마저 했다.
“현재 상황을 한번 보도록 하죠. 어제도 설명했지만 제가 하부조직으로 삼기로 한 집단은 총 4개의 집단입니다. 그 중 뱀파이어는 이제 저희의 하부조직이 되는 수순이죠. 아니, 이미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겠군요.”
“그렇죠. 지석 씨를 중심으로 한 뱀파이어들이 지금 정 목사와 함께 열심히 우리의 일을 돕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자경단들은 이제 마무리단계죠. 4명의 고문님들이 각지의 자경단들과 접촉하여 의사를 묻고 그 의견을 취합하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하게 조직화 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렇게 준비를 해두면 나중에 편할 겁니다. 고문님들은 약 한 달을 예상하시더군요.”
현재 회사가 파견한 대한민국에 활동하는 자경단은 39명.
이 중 고문들과 컨택하여 대강의 설명을 들은 이들이 35명 정도 된다.
이들은 TCS Korea가 정식 출범하게 되면 회사의 주요 인적자원이 될 것이다.
회사에서 훈련을 받은 이후 각자의 능력에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될 예정인데 고문들은 그 기간을 한 달 정도로 예상했다.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여 자신의 길드를 만들 수도 있고, 회사와 계약하여 직할대로 활약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때 봐야겠죠.”
“마치 그거 같네요.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고 나온 이후 판검사와 변호사로 갈라지는 거요. 누구는 판검사가 되어 공무원 생활을 하고 누구는 변호사가 되어 개인사업을 하는 거잖아요.”
“뭐 비슷하네요. 아무튼 자경단들은 그렇게 하기로 지금 계획이 되어 있으니 이쪽도 어느 정도 하부 조직화 되었다고 봐도 될 겁니다.”
지훈의 설명을 듣는 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무리는 둘.
“도깨비들은 이번 일로 이야기가 다 되었다고 봐도 되나요?”
“완전히 다 되었다고 보기에는 그렇지만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여기야말로 회사가 예전부터 공을 들였거든요. 제가 처음 요구한 거기도 하구요.”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처음 계획서를 작성하던 때를 떠올렸다.
지훈이 도깨비들을 정보원으로 쓰겠다고 마음먹은 건 회사의 목적을 들은 직후였다.
담은 회사의 역할을 이 땅에 자체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한정 지었다.
회사가 가진 큰 장점 중 하나가 사념체를 통한 정보력이라고 생각한 지훈은 그에 대한 우려가 맨 먼저였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도깨비들이었다.
“도깨비뿐만 아니라 영물들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겁니다. 북악산의 백호님과 이야기했던 것도 그것이었구요.”
리치를 퇴치한 이후 지훈은 백호와 무언가 협력관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었다.
아마 그것이 지금 말하는 내용인 듯싶었다.
“하지만 영물들은 큰 문제가 있죠. 고등한 몇몇을 제외하면 저희 인간들과 소통이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주된 정보원은 도깨비들이 될 겁니다.”
“그렇겠네요. 도깨비들은 저희들과 소통이 되니까요. 그러면 이후에는 다른 지역의 도깨비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건가요?”
“네, 아마 비형랑을 중심으로 하는 경주의 두두을무리가 시작입니다. 이제 강릉의 장자마리, 경기도의 어둑시니, 지리산근교의 나티 등 다른 지역의 도깨비들도 저희 정보조직의 일원으로 끌어들일 생각입니다.”
“…….”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이미 선사님이 대충 컨택을 하셨거든요. 그럼 이제 남은 건 하나밖에 없죠.”
“바로 매구일족이군요.”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둘이 매구일족을 찾아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것이다.
물론 경주에서의 일을 추궁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그들이 관련되었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
그 증거를 찾아갈 수도 있었지만 지훈도 이번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들에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그들은 중간자 역할을 해야 할 의무를 버렸어요. 뱀파이어들은 그들의 특권을 버리면서까지 의무를 수행하려고 했지만요.”
“그래서 그때 홍준희 실장을 협박하신 거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때 팀장님이 협박한 것 때문에 지금 이런 일을 벌인 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만약 그들이 정말 이 일의 배후에 있다면 그에 따른 대가 정도는 각오했을 겁니다. 만약 그런 각오도 없이 이번 일을 벌였다면 그것도 큰 문제겠지만요.”
만약 그렇다면 지훈은 더 그들을 추궁할 생각이었다.
사념체를 무효화 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매구일족의 고위층이 연관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것이 매구일족 전체의 의지든 아니면 누군가의 일탈이든 지훈으로서는 그들을 압박할 명분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게다가 이미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대답이 없잖아요? 이번 기회에 대답을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한 번의 행동으로 여러 가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오늘 매구일족을 찾아가는 건…….”
“오늘의 일을 파헤치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것을 빌미로 매구일족을 압박하려는 목적이 메인이죠.”
그렇게 말하고 씨익 웃는 지훈을 보며 시영 역시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뭐랄까, 팀장님이 아주 좋아하는 상황이네요. 안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