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지훈과 시영의 인터뷰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업로드되었다.
상의 긴급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떠나는 지훈과 시영의 모습으로 끝난 1부는 순식간에 100만 조회수를 넘어서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삼두일족응을 타고 돌아오는 둘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2부 역시 오늘 업로드되자마자 1부 못지않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2부도 백만 찍겠는데요?”
“어제 올라온 거 아니었어?”
“맞아요. 그런데 조회수가 벌써 70만이 넘었어요. 1부도 150만이 넘었구요. 사람들의 관심이 어마어마하네요.”
승주의 말대로 지금 전국민의 관심은 며칠 전 6호선에서 벌어진 습격 사건이었다.
지하철공사도 경찰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보를 지훈과 시영이 인터뷰 중에 풀었기에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그거지만 다른 쪽으로도 관심이 폭발 중이에요. 이거 썸네일 보셨어요?”
승주가 보고 있던 태블릿을 지훈에게 건네주었다.
거기에는 인터뷰 영상의 썸네일이 나와 있었다.
삼두일족응을 타고 돌아온 지훈이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 옥상에 내리는 장면을 찍은 사진과 매구를 타고 달리는 시영이 찍힌 사진이었다.
“이건 또 어디서 구했대?”
“그러게요. 누군가 찍은 걸 제보받았나 보죠.”
“뭐 이런 쪽으로는 전문가일 테니까.”
“그리고…….”
승주가 화면을 내려 영상 밑에 있는 댓글을 보여주었다.
“이 썸네일을 본 사람들이 쓰는 댓글도 엄청나요. 의심하는 사람부터 감탄하는 사람, 그리고 부러워하는 사람. 아주 다양하네요.”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어?”
“그럼요. 솔직히 저도 조금 부럽긴 하던데요. 혹시 나중에 저도 타볼 수 있나요?”
승주의 질문에 지훈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급한 상황이었기에 허락했지만 나중에는 거부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승주가 부탁한다면 해줄 매구가 하나 정도는 있을지도 몰랐다.
어리고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건 사람이나 매구나 마찬가지니까.
“잡아먹힐 각오만 있다면야.”
“윽. 그럼 취소요.”
“하하하.”
지훈의 장난스런 말에 승주가 표정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지훈이 화면을 좀 더 내려 댓글들을 살펴보았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한 모습에 승주가 잠시 양해를 구하고 태블릿을 가져갔다.
“그때 말씀하신 그거 찾으시는 거죠?”
“어. 있어?”
“네. 대표님께서 예상하신 대로 제대로 긁히신 분이 한 분 계시더라구요. 워낙 댓글이 많아서 좀 묻혀 있기는 한데 제가 제대로 봐뒀죠. 어디더라… 아, 여기 있네요. 여기 ‘메시아’라는 아이디요.”
지훈은 승주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누군가가 적은 장문의 댓글이 있었는데 승주가 말한 대로 지훈에게 조금 화난 듯한 내용이었다.
그 댓글을 차분히 읽던 지훈이 승주에게 질문을 던졌다.
“승주야, 혹시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라고 알아?”
“게이트 뭐요? 그게 뭔데요?”
“언론학 용어인데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나 편집자에 의해서 뉴스가 취사 선택되는 것을 의미해. 의제 설정 이론을 공부할 때 나오는 용어지.”
갑작스런 이야기에 승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지훈을 멍하니 바라봤다.
지훈이 보고 있던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승주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내가 왜 많은 언론들의 인터뷰 제의를 거절했을 것 같아? 그리고 왜 첫 인터뷰 매체로 정식 언론이 아닌 연예인의 유튜브를 선택한 것 같아?”
“아마 방금 하신 게이트키핑인지 뭔지랑 연관이 있겠죠?”
“하하. 그렇겠지?”
“그러면 답은 간단하네요. 언론에 의해 대표님의 발언이나 설명이 왜곡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겠죠? 그런 곳과의 인터뷰는 아까 말씀하신 게이트키핑인지 뭔지가 발생될 수 있으니까요.”
승주의 만족스러운 대답에 지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나 더 추가하자면 그렇게 해야 내가 원하는 내용의 그리고 원하는 분량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야. 인터뷰가 끝난 후 시영이 나에게 괜찮은 거냐고 할 정도로 꽤 많고 자세한 정보를 인터뷰 때 풀어냈으니까.”
“맞아요. 댓글에서 사람들이 그 이야기도 하더라구요. 우리가 알고 싶은 것 외에도 꽤 많은 정보를 풀어내서 오히려 머리가 아플 정도라고요. 왜 그러신 거예요?”
“여기 긁힌 사람 같은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지. 뭐 본인이 벗어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경고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어? 사이비들을 조심하라고 말이야.”
인터뷰 말미 지훈은 잠깐의 시간을 얻어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자신들 외에는 효과적으로 요괴를 퇴치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테니 이상한 사짜들한테 속지 말라는 것이었다.
특히나 무슨 신이 구원하러 왔다느니 그딴 개소리 하는 사람들을 백프로 사기꾼이니 절대 상대하지 말라는 말을 하며 몇몇 사이비교단을 언급했다.
“이 메시아라는 인간도 결국 하려는 말이 그거잖아. 뭐 이러쿵저러쿵 적어놓긴 했지만 딱 한줄로 요약하자면 ‘우리 사이비 아님’이라고.”
“여기로 쳐들어 오는 거 아니에요? 그 사람들 행동력 어마어마하던데.”
“만약에 누군가 우리들에게 해를 끼치려고 한다면 솔직히 나로서는 고맙지.”
“고맙다고요?”
“나한테 명분을 만들어 주는 거니까. 지켜야 할 사람들을 소거시켜주기도 하고. 아, 안심해. 현주나 너네 부모님의 안전은 내가 보장할게.”
은정이는 가족 없이 혈혈단신이어서 괜찮겠지만 승주나 시영이의 경우 가족이 그 부류에 의해 습격받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지훈은 가족들에게 하나하나 사념체를 붙였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공격을 허가받은 도깨비들도 붙여놓았기에 누군가가 이들을 해하려고 한다 해도 성공할 확률을 제로에 가까웠다.
“그렇게까지 하셨다는 건 아주 제대로 도발하려고 작정하신 거 아니에요?”
“그렇지. 뭐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긴 하지만.”
지훈이 대놓고 언급했던 몇몇 사이비교단들의 동태는 현재 사념체를 통해서 상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만약 무언가 움직임이 있다면 바로 상으로부터 연락이 올 것이다.
아니면 바로 옆 사무실에 있으니 이곳으로 찾아오겠지.
똑똑똑.
“대표님, 상입니다.”
“뭐. 호랑이도 아니고. 어, 들어와.”
사무실 문을 열고 깔끔한 정장을 입은 상이 들어왔다.
“뭔가 점점 패션이 발전하고 있는 건 나만의 착각인가?”
“아닌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도 그런데요?”
“감사합니다. 감상 끝나셨으면 보고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상아가 알 없는 안경을 오른손으로 한번 올리며 물었다.
그 모습이 조금 이질감이 들긴 했지만 너무나도 잘 어울렸기에 지훈은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
“아니 뭐 잘 어울린다는 뜻이야. 그리고 감상했다고 말하니까 우리가 무슨 성희롱이라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렇긴 하네. 그래도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딱히 부인하지는 않을게. 아무튼 사이비들 관련한 보고인 거야? 안 그래도 그거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던 중이긴 했는데.”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그건 또 뭔 소릴까?”
아리송한 대답에 지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상에게 되물었다.
승주도 상아의 대답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이비들에 대한 보고이긴 한데 그거랑 추가로 더 이야기할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혹시 진막수라는 인물 기억하십니까?”
“진막수라면 스스로 미륵불이라고 개소리를 하는 그 인간 말하는 거야? 가온동산의 교주?”
“네. 맞습니다.”
전라북도 진안군에 본단을 두고 있는 가온동산은 수천 명의 신도를 보유하고 있는 사이비교단이다.
교주인 진막수는 스스로 마이산에서 수련을 통해 돈오를 했다고 주장하며 스스로를 미륵불이라고 칭했다.
자신이야말로 이 세상의 미륵이기에 구원을 원하는 자들은 곁에서 자신과 함께 불국정토를 만들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단 몇 줄만 들어도 개소리라는 게 느껴지는데 진짜 그런 걸 믿는 사람이 있군요?”
“모든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건 아니니까. 뭐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니까 일괄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뭐 제3자가 보기에 이해가 안 가는 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진막수라면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네, 맞습니다. 용사나 자경단이 될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감각이 살아 있는 인간입니다.”
“그 어느 정도라는 게 참 애매하단 말이지.”
“그냥 딱 잘라서 이야기하면 이제는 늦었습니다. 본인이 열심히 노력하고 수련한다면 자경단이 될 수도 있었겠죠. 그리고 지금도 저희가 지원을 해준다면 괜찮은 자경단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굳이 그래야 하나 싶은 거죠.”
상의 이야기를 들은 승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저희 인원이 부족한 거 아니었어요? 그 정도의 인물이라면 뭐 설득이나 회유를 하는 게 낫지 않아요?”
“사이비교단의 교주입니다. 그런 인물이 자경단이 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아. 그걸 잊고 있었네요. 그런데… 그런 것도 신경 써가면서 하는 거였군요.”
“뭐 아주 빡빡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거르기는 하지. 인간말종만 아니라면 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자경단으로 일하는 거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는 게 내 철칙이야. 하지만… 이 인간은 인간말종이라고 하는 게 맞아서 말이지.”
사이비교단이 그렇듯 진막수 역시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었다.
지훈은 굳이 그 만행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하며 대화를 넘겼다.
“그리고 아까도 이야기했듯 열심히 노력하고 수련했다는 가정하에 그렇다는 소리입니다. 이미 지금은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져 있는 상태입니다. 굳이 따진다면 5m 내에 위치한 요괴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정도?”
그 정도면 그저 감 좋은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자각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일반인들 중에서도 요괴를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은 있다.
감이 좋다거나 육감이 발달했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대개 그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맘먹고 기운을 수련한다면 자경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 그래요? 뭐 그 정도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데려올 필요는 없겠네요.”
“나도 동감이야. 그래서 그냥 감시만 하자고 했었는데. 뭐 특별한 움직임이라도 있는 건가?”
“저희가 이 인간을 감시한 것이 불과 몇 달 안 되지 않았습니까? 수십 년 전에 잠깐 사념체를 붙였던 것을 제외한다면 그사이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없는 상태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도 지난번에 했어. 그래서 그저 다른 사념체들에 간간이 보였던 발자취를 통해서 유추해보는 정도라고 했지. 진막수라는 인간이 요괴랑 도깨비를 몇 번 마주쳤다고 했던 것 같은데.”
진막수는 주로 전라북도와 충청남도 쪽에 배치해둔 사념체에서 관찰되었었다.
요괴를 마주쳐 부리나케 도망친 적도 있고, 도깨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미륵불이라고 일컬으며 가온동산을 세운 것이었다.
“내가 지난번 인터뷰에서 가온동산을 언급한 이유도 그거였어. 어쨌든 진막수 이 인간은 1%의 사실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
“원래 1%의 진실이 섞인 거짓은 사람들을 속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잖아. 아무튼 그래서 그 인간이 뭐가 어쨌다는 거야? 뭐가 반응이 있는 건가?”
“진막수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에 한 어린 여자아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신도였던 어느 부부의 딸이었죠. 진막수는 이 여자아이에게 무언가 특별한 기운이 있다고 느꼈죠. 그래서 그 여자아이를 어떻게든 끌어들이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왜? 그 부모가 본인의 신도라면서?”
“집에 불이 나서 일가족이 모두 죽어버렸거든요. 그리고 그 딸은 어느 괴팍한 노인네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구요.”
“설마…….”
“네. 그 아이가 손민선 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