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사실 그동안 대표님이 오빠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내렸는지 이해는 가지 않았어요. 이야기만 들어보면 말이 여러 번 바뀌었으니까요.”
“말이 바뀌었다라. 뭐 그렇게 들렸을 수도 있겠네.”
“G대학에서 고블린 무리를 퇴치할 때는 오빠를 회사 차원에서 지원해서 경찰조직이 아닌 우리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하셨었어요. 기억나요?”
“그래. 기억나. 아마 현장의 경찰관이 고블린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던 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상아로부터 들은 이야기지만 그날 이후 시후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결국 요괴진압팀을 별도로 구성하는 것이었다.
“아마 현장 경찰관들의 능력을 여실히 실감했을 테지. 원래 윤시후는 지금 경찰 시스템처럼 일선의 경찰관들이 신고를 받으면 출동해서 요괴를 퇴치하는 그런 시스템을 구상했을 거야. 하지만 그날에 자신의 계획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지.”
“윤시후가 상부로 제출한 기획서에는 현장 경찰관들의 재교육과 화기 지원의 확대, 그리고 채용과정에서의 철저한 검증이 무조건 포함되어 있었어.”
“…….”
“하지만 언제부터가 그러한 내용이 없어졌지. 거기에는 재정적, 정치적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계획의 수정이었을 거라고 봐.”
담의 말은 정확했다.
초반만 하더라도 시후는 자신의 직속 상사에게 기획서를 전달하는 등 정석적인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했었다.
현장 경찰들의 무장수준을 높이고 정신적인 재무장을 통해 치안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요괴들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시후는 생각했었다.
“강릉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나 지금이나 윤시후의 생각은 변함이 없을 거야. 경찰이 치안활동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 사회 내에서 강제력을 가져야 하는 것은 경찰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신념을 무너뜨려야 한다고도 하셨죠.”
“하하. 잘 기억하고 있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 오빠는 경찰조직의 강한 후원을 받게 되었잖아요. 대표님이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덕분에요.”
시영이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꼈다.
지훈은 시영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했다.
결국에는 시후도 자신들과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지훈이다.
그러면서도 시후가 경찰조직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길 원했다.
하지만 경찰에 실망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럼에도 대표님은 오빠를 지원해준다는 명목으로 권승호를 자극했고 지금 이렇게 되어버렸잖아요. 그러니까 말이 여러분 바뀌었다는 제 말도 틀리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 시영이 말도 맞아. 시영이가 이제 말도 잘하네.”
지훈이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시영이 지훈을 향해 눈을 흘겼다.
지훈이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잘했다고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겠어요?”
“해줘?”
“됐어요.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했는데 그런 반응이면 저도 안 할거예요.”
“진지하지 않지는 않아. 오히려 너무 진지해서 문제지.”
지훈이 그렇게 말하며 소파에서 내려가 바닥에 앉고는 시영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협탁 위에 올려져 있던 태블릿을 손으로 집더니 어떤 사진 파일을 실행시켰다.
권승호와 경찰들이 술자리를 갖고 있는 장면이 담겨있는 사진이었다.
“이걸 보고도 권승호가 지금 진심으로 윤시후를 돕고 있다고 생각해?”
“네?”
“전에도 말했지만 권승호는 윤시후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고 싶을 뿐이야. 가정사 때문에 이제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했다지? 뭐 충분히 설득되는 이야기야. 가정에서 실패한 남자들이 사회적으로는 성공하는 케이스가 드문 건 아니니까.”
자신의 딸인 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좌절한 남자가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으면 마초적인 소설의 주인공 같기도 하다.
물론 권승호가 자신의 그런 개인적인 사정을 완전히 오픈하지는 않았지만 언제까지 숨기지는 않을 것이다.
“권승호도 멍청한 사람은 아니야. 어차피 이전부터 부인과는 남보다 못한 사이였고, 가정에 충실한 타입도 아니었어. 별도로 이혼절차도 밟지 않는 걸 보면 그냥 이걸 자신의 무기로 삼기로 한 것 같아.”
“가정사를 자신의 무기로 삼는다고요?”
“사연 있는 사람을 동정하고 관심을 갖는 경우는 많잖아? 게다가 그런 사람이 경찰청의 치안정감이라면 나름 유니크하잖아? 돈만 밝히고 본인만 아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차라리 불쌍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훨씬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다고 생각해.”
“에이, 설마요.”
시영이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었지만 지훈은 웃지 않은 채 가만히 사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진짜요?”
“몰라.”
“네?”
“그냥 내 생각일 뿐이야. 만약 내가 권승호였다면 그렇게 했을 거거든.”
“왜, 왜요?”
“아까 말했지만 그게 훨씬 이미지가 나으니까.”
“아니, 이미지가 무슨 소용인데요? 이미지가 바뀐다고 해서 뇌물과 상납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잖아요!”
공무원인 이상 방금 시영이 언급한 권승호의 과거는 그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본다면 권승호가 자신의 가정사를 드러내면서까지 이럴 필요가 없었다.
“진짜 이해가 안 되어서 그래요. 왜 대표님이라면 그렇게 했다는 거예요?”
“더 위를 볼 테니까.”
“더 위요?”
“지금 경찰청장이 타려는 그 루트를 걸을 생각이겠지. 정치인 말이야.”
곧 퇴임을 앞둔 경찰청장이 다음 총선에 출마할 거라는 건 현재 암암리에 퍼져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권승호도 그러한 루트를 밟을 생각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신 거예요?”
“지금 권승호가 벌이고 있는 일들을 보면 대충 유추할 수가 있지.”
시후를 지원하기로 한 승호는 이후 청장과 만나 긴밀한 대화를 나누었다.
나름 명분도 있었다.
시후가 요괴진압팀을 꾸리는 것을 승인해준 것도 바로 청장이었다.
그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고 했던 청장에게는 권승호가 반가운 존재였을 것이다.
“권승호는 그렇게 청장과의 강력한 끈을 만들었어. 그리고 난 후에 한 일이 뭐지? 자신의 인맥을 통해 시후의 의견이 관철되도록 힘을 썼지. 그 과정에서 정치권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지. 그리고 무엇보다 청와대 쪽에 의견을 냈어.”
“…….”
“윤시후가 그 정도까지 바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것이 경찰 내부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결정적이었을 거야.”
“그렇게 따지니까 그렇네요. 확실히 무언가 행보 자체가 이전과는 180도 바뀌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가 완전히 청소되는 것은 아니에요.”
“300명 중에 한 명이 되는 거야. 이 300명 중에 뇌물을 받은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정치인은 뇌물을 받아도, 사람을 죽여도, 범죄를 저질렀어도 될 수가 있어.”
“…….”
“그렇게 되면 지금 우리 측에서 증거를 갖고 있다고 해도 권승호를 압박할 수는 없겠지. 오히려 반대로 본인이 우리를 압박할 수 있는 위치에 갈 수도 있지.”
어쨌든 권승호는 지훈에게 협박을 받아 시후를 지원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시후를 지원하는 일만 해서는 평생 얽매이게 될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단순히 경찰을 그만두고 본인의 사업을 하는 방향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지금까지의 커리어가 아깝지. 그러니까 오히려 자신의 커리어를 더욱 발전시켜 업그레이드 하는 게 낫지. 그리고 당분간은 우리도 권승호와의 인연을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네요. 그걸 말해봤자 별로 이득되는 게 없을 테니까요. 하아. 복잡하네요.”
“세상이라는 게 원래 복잡하지. 나는 오히려 단순하게 사는 사람들이 부러운 걸.”
지훈의 말은 진심이었다.
지훈이라고 해서 지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현장에서 요괴를 상대한 후 사무실로 돌아와 남은 일을 처리하고 나면 솔직히 진이 빠졌다.
신체적으로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그 정도의 신체 능력은 뛰어넘었으니까.
다만 정신적으로 피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러한 것은 어떻게 못하냐고 담에게 묻자 담은 그건 자신들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들이 용사들을 뽑을 때 신체적 능력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을 보는 것이라고 덧붙이며 그것은 오로지 지훈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초반에는 버틸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조금 힘들긴 해. 워낙 신경 쓸게 많잖아?”
“회사 경영도 신경 써야 하고, 요괴들을 퇴치하는 것도 신경 써야 하고, 경찰이나 정치권 같은 외부요소도 신경 쓰셔야 하니까요.”
“회사도 세우고 사람들도 뽑아서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을 나누어줬는데 오히려 일이 더 늘어나는 것 같다니까. 물론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일의 사이즈가 커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훈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커진다.
거기에다 혼자 많은 것들을 감당하려 하는 지훈의 성격도 스스로의 목을 조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도 좋네요.”
“남 힘들다는데 뭐가 좋다는 거야.”
“이렇게 약한 모습도 보여주시고요. 예전에는 안 그러셨잖아요?”
“그런가. 그래도 주변 사람들 중 제일 편한 건 시영이 너니까. 다른 데선 안 이러지.”
지훈이 그렇게 말하고는 피식 웃었다.
옆에 앉은 시영이 고개를 돌려 지훈을 바라봤다.
방금 그런 말을 들어서인지 지훈의 얼굴이 조금 초췌해 보이기도 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지훈도 고개를 돌려 시영을 바라봤다.
잠시 서로를 마주 보던 둘 사이의 침묵을 먼저 깬 건 시영이었다.
“살 많이 빠지셨어요. 예전에 100kg가 넘으셨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그러게. 나도 실감이 안 나. 그때랑 비교하면 한 30kg 정도가 빠졌지?”
“그럼 72kg정도요? 대표님 키랑 비교해보면 적당하네요. 이제 그만 빼도 될 것 같은데요?”
“이게 빼려고 뺀 게 아니라니까. 열심히 요괴들이랑 싸우고 사무실에서 머리 쓰고 그러면서 이렇게 빠진 거야. 이제는 식사 조절도 하지 않는데 이 몸무게가 유지되는 걸 보면 딱 이 정도가 나에게 알맞은 몸무게인 것 같아. 나름 보기도 좋잖아?”
지훈이 그렇게 말하며 입고 있던 반팔티 소매를 슬쩍 걷었다.
원래 뚱뚱했을 때도 어느 정도 근육이 있는 몸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지훈의 몸은 엄청 근육질은 아니었지만 딱 보기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저도 일 시작한 후로 딱 지금이 좋은 것 같아요. 넋을 흡입하는 게 이런데에도 영향을 주는 걸까요?”
“아마 그럴걸? 전에 담이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 말하는 게 맞… 뭐해?”
지훈과 시영이 쳐다본 곳에는 담이 음식이 담긴 접시를 손에 든 채 주방 쪽 벽에 숨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껏 조용해서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저기서 저러고 있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어 지훈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니, 뭐하는 거야? 그거 여기 가져오려는 거 아니야? 왜 들고 그러고 있어?”
“분위기 좋아서 보고 있었지. 그리고 지훈이 너는. 에휴.”
“나? 왜?”
“아니, 아까 그 타이밍에… 아냐 됐다.”
“뭐라는 거야. 그거나 빨리 가져와.”
담이 감바스가 든 접시를 둘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심각한 표정을 하며 지훈을 바라봤다.
“지훈아.”
“왜.”
“너 혹시 취향이 다른 쪽은 아니지?”
“담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훈은 시영의 격한 반응을 본 후에야 담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했다.
지훈은 다시 피식 웃더니 포크로 감바스의 새우를 하나 입에 넣었다.
“걱정 마. 취향이 다르거나 그렇지는 않으니까.”
“그래? 그렇겠지. 애초에 나이를 먹어서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아니 절대 불가능할 테니까.”
“그게 뭔 소리야?”
“몰랐어? 넋은 생명 에너지라고. 넋이 짙으면 짙을수록 신체 능력이 극대화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