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59
059화
“우리가 바라는 세상과는 많이 다르지 않겠어?”
냉정한듯한 지석의 말에 윤석이 표정을 찡그리며 물었다.
“형이 그렇게 말하니 참 이상하네. 그 누구보다 스승님을 믿고 따르는 거 아니었어?”
“분명 스승님을 존경하고 따르고 있어. 하지만 뱀파이어와 인간이라는 아주 근본적인 종의 차이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지. 뭐 지금 이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니까. 접어두자.”
사실 정 목사가 뱀파이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건 뱀파이어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뿐이다.
지석도 역시 이점을 충분히 알고 있고.
“아무튼 이런 상황이라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는 거야. 과연 회장님은 그 정보를 어디서 얻으셨는가.”
“회장님은 외부와의 협상과 교류를 맡고 있잖아. 그러면 혹시 외부에서 얻은 정보는 아닐까? 뭐 외국이라던가 매구일족이라던가.”
“아니.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특히나 매구일족은 절대 아냐. 그 녀석들이 알고 있는 걸 우리가 모를 리가 없잖아. 정보국 어르신들이 그런 걸 용납할 사람도 아니고.”
매구일족은 뱀파이어 일족과 예전부터 서로 티격태격해온 이들이다.
백 년 전부터는 서로 협력관계를 강화하긴 했지만 아직도 서로 간의 경쟁심을 갖고 있어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흠… 정리하자면 형이 두 번이나 만났고, 현재 가장 경계하고 있는 그 사람의 정체를 회장님과 스승님이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둘은 그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특히나 그자에 대한 정체를 찾고 있는 형에게까지 비밀로 했다는 거지? 그런데 그 정보의 출처도 의심스러운 거고.”
윤석의 정리에 지석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는 머리 쓰는 걸 싫어하지만 이렇게 직관적으로 정리하는 데에는 꽤나 능숙한 녀석이다.
집에 들어가 신발을 벗으며 지석이 말했다.
“어쨌든 일단 좀 더 기다려 보자. 금요일에 스승님이 알려주실 수도 있으니까.”
원래라면 늘 그렇듯이 회의 결과에 대해 서로 논의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그에 대한 사실을 알려주려 했을지도 모른다.
지석의 대답에 윤석이 의문스러워하며 물었다.
“뭐야. 그럼 그냥 오늘 들었어도 되는 거 아냐? 왜 내일로 이야기를 미룬 거야?”
부엌에서 와인오프너를 가져오는 지석에게 윤석이 물었다.
지석이 그런 윤석을 흘깃 보고는 와인을 열어 두 잔에 나누어 따랐다.
잠시 와인을 따르는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에 울려 퍼졌다.
윤석이 잠자코 있자 지석은 반쯤 따라진 와인잔을 동생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지금 내가 세워둔 가설이 몇 있거든. 이 가설에 살을 좀 더 붙일 시간이 필요해서 말이야.”
“가설?”
“강지훈이 과연 우리와 적이 될 것인가, 동료가 될 것인가. 그에 따라서 우리가 취해야 하는 행동이 달라지지 않겠어? 스승님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지석이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식탁 위에 놓인 가족사진으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뱀파이어 일족들의 미래거든. 스승님이 자신이 그리는 세상이 있듯이 나도 내가 그리는 세상이라는 게 있으니까.”
* * *
“무슨 생각 하세요?”
지훈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생각에 잠겨 뾰루퉁하게 있던 시영은 화장실에 갔던 지훈이 돌아와 자리에 앉자 보던 휴대폰을 뒤집어 옆으로 놓고는 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그냥 며칠 전 일이 떠올라서요. 퇴사하던 날 말이에요.”
“뭐 안 좋게 나오셨나 봐요?”
“이걸 안 좋다고 봐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시영은 그렇게 말하며 커피를 마셨다.
상에게서 들은 것이 있어 대충 알고 있는 지훈이었지만 시치미 떼고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무슨 일이신데요? 뭐 실례되는 질문이면…….”
“아뇨 뭐 실례될 것까지는 아니에요. 까놓고 말하면 전에서 일하던 곳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되었거든요. 저는 그냥 제가 맘에 안 들었나보다, 아니면 저보다 더 평가점수가 높은 사람이 되었나보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던 거죠.”
신경질 나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시영이 얼마 남지 않은 커피를 쭉 들이켰다.
그리고는 얼음을 하나 입에 물고 씹으며 말을 이었다.
“K-건설이잖아요. 구직자나 현직자들 사이에서 평가가 안 좋은 회사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건실한 기업이라 나름 기대했었어요.”
“뭐 꾸준히 수주도 따내는 곳이니까요. 로비니 뭐니 말은 많지만 어쨌든 매번 일거리를 따낸다는 건 어느 정도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한다고 할 수 있죠.”
“맞아요. 그래서 열심히 노력했었거든요. 야근도 자주 하고 회사에서 하는 행사에도 빼먹지 않고 참여했었죠. 하지만…….”
“뭐 대충 짐작은 가네요.”
지훈이 그렇게 말하며 쓰게 웃었다.
그러자 시영이 일부러 밝게 웃었다.
“뭐 이제는 지난 일이죠. 아까 지훈 씨가 해준 말 때문에 잠깐 생각났었거든요.”
“하하. 성과에 걸맞는 보상을 준다고 했던 거요?”
“네. 제가 노력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받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딨어요. 그게 비록 ‘용사’라는 익숙치 않은, 아니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지만요.”
“하하. 어색한 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용사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그에 걸맞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돈을 많이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그렇게 벌 수도 있죠. 그 모든 게 시영 씨 하기에 달린 거예요.”
지훈은 그렇게 말하고는 뒤로 기댔다.
시영이 그런 지훈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시영의 시선을 느낀 지훈이 씨익 웃었다.
“뭐 또 궁금한 거 있으시면 물어보시죠.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건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 건가요? 오늘 이렇게 제가 오케이 하면 일이 시작되는 건가요?”
“저희도 나름 절차가 있어서요. 아마 다음 주 중에 회사 직원이 시영 씨를 만나러 갈 겁니다. 그래서 그때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을 맺게 되면 정식으로 용사 활동을 하시게 되는 거죠. 처음 얼마간은 수습용사로서 일을 배울 시간을 가지실 겁니다.”
“수습이요?”
“네. 저 같은 경우에는 한두 달 정도 일을 했었는데 시영 씨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생각해보면 지훈도 정식용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훈이 배워야 하는 것과 시영이 배워야 하는 것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렇기에 시영은 수습기간이 좀 더 짧을 수도 있다고 담이 말했었다.
“그 회사라는 곳은 어떤 곳인가요?”
“어떤 곳이라… 뭐, 정확한 건 담이 설명해주겠지만 용사를 지원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용사를 지원하면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지구 차원의 안정이구요.”
“차원의 안정이요?”
“하하. 뭐 회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담이에게 물어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네요. 혹시 그런 거 말고 앞으로 같이 일할 동료에게 궁금한 거는 없으신가요? 저는 오히려 그런 거를 더 자세하게 대답해 드릴 수 있는데요.”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어차피 담과의 계약과정에서 이런저런 설명들을 들을 것이다.
그래서 지훈은 담이 설명해줄 수 없는 부분을 알려줄 생각이었다.
이제 시영의 직장이 되는 곳이다.
회사에서도 같은 동료에게만 들을 수 있는 정보가 있다.
“흐음…….”
시영이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시영이 입을 열었다.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네?”
“지훈 씨… 라고 부르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지훈은 잠깐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대답했다.
“아마 입사하시게 되면 저와 같이 함께 한 팀으로 일하시게 될 겁니다. 그러면 아마 팀장이라고 부르는 게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팀장님이라… 뭔가 하는 일에 비해서는 상당히 평범한 호칭이네요.”
시영이 살짝 웃으며 머리를 넘겼다.
지훈은 주위 남자들의 시선이 시영에게 쏠리는 것을 느꼈다.
그중 일부는 지훈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 지훈의 기감에 잡혔다.
이제는 확실히 기감으로 주위를 감지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런 것까지 느껴질 줄이야.
“그럼 앞으로는 팀장님이라고 부를게요.”
“제가 생각했던 질문이 아니라서 조금 당황스럽네요.”
업무의 강도라던가 그런 걸 질문할 줄 알았다.
지훈이 그렇게 말하자 시영이 웃으며 답했다.
“그런 건 직접 일하면서 겪어보는 게 저는 제일 좋더라구요. 경험만큼 가장 큰 스승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직원이 찾아온다고 하셨는데 직원이라면 누구를 말하는 건가요? 아까 ‘담’이라는 이름을 말하시는 것 같던데.”
“아. 흠… 뭐라고 해야 할까요. 요정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요? 이상하죠?”
“요정이 직원이라. 훗. 이게 진짜 현실이 맞는 거죠? 제가 제대로 된 일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네요. 주로 하는 일은 요괴를 퇴치하는 것. 그런데 그런 일을 하면서 급여를 받는다는 것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고요.”
“뭐, 차차 익숙해질 겁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적절한 보상이라고 하셨죠? 그 적절하다는 건 어떤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아무래도 돈 관련한 이야기는 안 할 수가 없네요.”
“흠. 이렇게 말하면 간단하겠네요. 급여가 계좌에 들어온 걸 확인하고 전 이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훈은 첫 월급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웃었다.
게다가 얼마 전 데스나이트를 퇴치하는 과정에서 얻었던 전리품의 감정가가 적힌 오늘의 메시지를 보고 온 상태기에 더욱 기분이 좋은 지훈이었다.
“그리고 확실히 느꼈죠. 적절한 보상을 주는 것이 근로 의욕을 고취 시킨다는 걸. 아마 시영 씨도 첫 월급이 들어오면 같은 생각을 하실걸요?”
“상당히 만족스러우셨나 봐요.”
“그럼요. 누구나 자신의 노력이 보상받길 원하잖아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노력이 배신당하는 경우가 더 많구요.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에요. 대놓고 말씀드리자면 아마 처음 받으실 월급이 아무리 못 받아도 220만 원은 될 겁니다.”
지훈도 수습기간에는 150만 원의 기본급과 70만 원의 생명수당이 지급되었었다.
여기에 추가로 업무수당과 상여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훈의 구체적인 대답에 시영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220만 원이라면 이전 회사에서 받았던 급여와 비슷한 금액이다.
“제 욕심이 작은 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래도 내가 노력한 만큼은 받을 수 있구나 하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점은 제가 장담하죠.”
시영은 오늘 오전에도 집에서 나오면서 인사과 황 과장에게 연락을 받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시영 대신에 정규직원이 된 동료직원이 이사진 중 한 명의 지인이라는 듯했다.
정확하게 확인된 사항은 아니라며 만나서 더 이야기하자는 그의 제안이 있었지만 시영은 그 제안을 딱 잘라 거절했다.
“진짜 그렇다면 너무 좋겠네요. 그리고 회사가 그렇게 돌아가는 건 주요 결정을 내리는 자들이 인간이 아니니까 그런 게 가능한 거겠죠?”
뼈있는 시영의 말에 지훈이 피식 웃었다.
“아마도 그렇겠죠? 하지만 명심하셔야 할거에요. 우리가 일하는 회사는 인간이 아닌 자들이 운영하지만… 우리가 활동해야 하는 곳은 인간사회라는 것을요.”
“인간사회라… 나름의 각오는 해야겠네요.”
시영도 웃으며 답했다.
물론 그 웃음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있지 않았지만.
“그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혹시 오늘 저녁에 바쁘세요?”
“저녁에요? 딱히 다른 약속은 없는데…….”
“제가 오늘 간단한 업무가 있는데. 어떠세요? 견학 한번 해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