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158
제159화
해맑게 웃으며 도희를 바라봤다.
그런 나와는 달리 도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눈썹과 눈썹 사이에 내 천(川) 자가 그려져 있다.
살짝 떨리는 작은 주먹에서는 인내가 느껴진다.
새싹이가 말한 대로,
[관리인에게 돌멩이를 전송하고 싶다고 전합니다.] [관리인의 동생도 그러고 싶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도희는 내 이마에 꿀밤을 때리고 싶은 듯했다.
아마 주변에 다른 헌터들과 카메라가 없었다면 때리지 않았을까.
카메라는 이미 우리가 아니라 앞에 서 있는 S급 헌터들을 찍고 있었지만.
“후우. 웃지 마요.”
“헤헤.”
“웃지 말라니까?”
도희가 눈을 부라린다.
작게 떨렸던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음, 더 웃으면 안 되겠네.
“알았어, 더 안 웃을게.”
“어휴.”
[세계수 어린나무는 관리인 동생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내쉴 수만 있다면 깊은 한숨을 내쉬었을 거라고 전합니다.]…두 동생의 한숨을 뒤로 한 채 앞을 바라봤다.
S급 헌터들의 실력이나 구경해야겠다.
“……!”
알레딩 밀러.
그녀가 맨 앞에 서서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다.
공격을 받아내겠다고 말했으니, 아마 캐스팅하고 있는 건 방어 마법일 거다.
우르르…!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린다.
연신 벼락을 뿜어내는 이무기는 마치 푸른 뇌운 같았다.
천둥이 치는 주기가 점점 잦아진다.
또 소리도 더 커졌다.
아무래도 곧 마법이 발동될 듯하다.
“과연…. 용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이로다.”
그 모습을 보고 리롄제가 감탄을 흘렸다.
누가 용 오타쿠 아니랄까 봐.
리우이호가 눈썹을 팔 자 모양으로 그리며 스승을 바라봤다.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상한 소리를 할까 봐 걱정되는 듯했다.
“왜요, 공격하기 싫은가요?”
그 모습에 밀러가 질문을 던졌다.
마법을 캐스팅하면서.
……응?
캐스팅하면서?
“…자네, 지금 말을 한 건가?”
리롄제가 눈을 휘둥그레 떠서 밀러를 돌아봤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도, 도희도, 태천이도.
심지어 다른 S급 헌터인 스미르노프조차도 그랬다.
유일하게 그위친만이 미소를 지었다.
뭐, 같은 미국의 S급 헌터니 알고 있는 건 당연하지.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허어….”
밀러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이다.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담긴 놀라움과 대비된다.
“놀랍군. 마법을 캐스팅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다니. 내 친우 놈은 제발 마법 캐스팅할 때 말 좀 걸지 말라던데.”
“그런가요? 별거 아닌데….”
별것 아니긴.
마법을 캐스팅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마법사가 과연 세상에 몇이나 될까.
아니, 더 있기는 할까.
일단 나는 밀러밖에 본 적이 없다.
내 기준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인 도희조차도, 그녀처럼 캐스팅하는 동시에 말을 하진 못했다.
캐스팅을 잠시 멈추고 말을 한 후 이어나가는 것은 가능해도.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요. 더블 캐스팅을 응용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
밀러의 말에 리롄제가 고개를 천천히 기울인다.
그는 마법사가 아니므로, 밀러의 더블 캐스팅을 응용하면 된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물론, 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더블 캐스팅….
그걸 뭐 어떻게 응용하면 되는 건데?
설명을 듣고자 도희를 바라본다.
“…….”
도희는 아까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썹과 눈썹 사이에 내 천 자가 그려진 얼굴.
그 얼굴로 밀러를 노려봤다.
아무래도 도희는 밀러처럼 마법을 캐스팅하면서 말을 하는 경지에 이르고 싶은 듯했다.
[어린나무는 관리인의 동생이 분명 그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거라 응원합니다!]그래, 새싹이 네 말이 맞아.
나도 우리 도희가 그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우리 도희 파이-”
찰싹!
도희가 손으로 내 입을 후려친다.
부끄러워하기는.
“파-”
“…….”
슥.
오른손이 다시 올라온다.
사냥감을 노리는 뱀 같아 보이는 건 착각일까.
***
“어, 그러니까….”
정하설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황의 늪에서 빠져나가려고 애쓰면서.
그러나,
“더블 캐스팅을 응용한다는 밀러의 말은….”
늪이란 것은 원래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치면 오히려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더 깊숙이 빠져들게 되는 법이다.
그녀 또한 그랬다.
“그러니까, 그게….”
당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밀러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그녀의 사고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마법을 캐스팅하면서 왜 말을 할 수 있는 건데?
더블 캐스팅을 응용해?
어떻게 응용하는 건데?
그보다 더블 캐스팅을 할 줄 아는 마법사가 몇이나 될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뿐.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정하설은 단번에 생각을 끊어낸다.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지금 같이 계속해서 말을 떠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시청자 구독자 여러분.”
– 사과하지 마요, 누나!
– 맞아. 밀러가 이상한 거임!
– 그러니까. 마법 캐스팅하면서 왜 말을 하고 지랄.
– 아, 별것 아니라고 ㅋㅋ 더블 캐스팅 응용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ㅋㅋㅋ
– ㄹㅇㅋㅋ
– 잘난 척 개오지네.
– 잘난 척 아니구요. 팩트구요. 못하는 너희가 이상한 거구요 ㅋㅋ
“역시 밀러입니다.”
공철이 바로 말을 이었다.
사과하는 모습이 오랫동안 이어져 봐야 좋을 게 없었다.
“마법 캐스팅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다니…. 아직 제대로 된 사냥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네요.”
“그러니까요. 미국에서 그녀에게 ‘밀러 이펙트’라는 별명을 붙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아, 들은 적 있습니다.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행동이 나중에 큰 파급력을 일으키는 일이 많아 붙은 별명이죠?”
“맞아요.”
“사실, ‘밀러 효과’는 전자 공학에서 쓰이는 용어입니다.”
“네?”
“입력 단자와 출력 단자 사이의 커패시턴스 효과의 증폭으로 인해 반전 전압 증폭기의 등가 입력 커패시턴스 증가를 설명하는 것으로….”
“…….”
– 뭔 소리냐?
– 방금 이해한 사람 손.
– 아, 철이 형 제발….
– 누가 그게 궁금하댔냐고.
– 그러니까, 진공관 증폭기에서 입력이 되는 그리드와 출력이 되는 플레이트 사이의 전극 간 전기용량이 ‘증폭도+1’배가 되어 등가적으로 입력 전기용량에 가해지는 효과란 소리야.
– 하….
– 제발 이과 소리 좀 안 나오게 해라.
– 문과 서러워서 살겠나.
– 오늘도 문송합니다….
***
리롄제는 고개를 돌려 이무기를 바라봤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않기로 한 듯하다.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걸 알려고 해봐야 모른다는 사실만 알게 될 뿐이다.
절대로 내가 뭔 소린지 알 수 없어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자네 질문에 대답하자면, 솔직히 그렇다네. 손속에 주저함이 생기는군.”
“후후….”
밀러는 입을 가리며 웃었다.
말을 하는 것도 놀라운데 웃기까지 한다.
그녀는 마법을 캐스팅하는 마법사로 보이지 않았다.
그때, 이무기가 마법 캐스팅을 끝냈다.
“……!”
번개가 몰아친다.
푸른 뇌운을 중심으로 번개의 비가 내린다.
허공에 지그재그로 퍼져나가던 번개는 순식간에 한곳으로 향했다.
바로 우리가 서 있는 곳이었다.
번개가 우리에게 닿기 직전,
“타라니스의 방패(Taranis shield).”
밀러가 마법을 썼다.
바큇살이 8개 달린 거대한 수레바퀴.
밀러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그것이 번개의 비를 막아낸다.
“오…?”
덜덜….
이어 수평으로 누운 수레바퀴가 천천히 돌아간다.
단단한 바닥 위를 구를 때 나는 듯한 무거운 소릴 낸다.
“…어라?”
손바닥을 펼쳤다가 다시 쥐었다.
몸에 힘이 넘쳐 흘러서다.
아무래도….
수레바퀴 때문인 듯하다.
막아낸 이무기의 공격을 마나로 치환한 것이 아닐까.
놀라운 건 힘이 넘쳐 흐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광합성 에너지가 차오르기 시작한 거다.
[광합성 에너지(리히텐베르크) 91%]이무기의 마나가 번개 속성이어서일까.
한진환의 번개에 당했을 때와 같은 알림창이 떠올랐다.
오늘 아침에 확인했을 땐 80%대였는데….
“대단한데?”
태천이 감탄을 흘린다.
감탄에 동의하고자 고개를 끄덕였다.
타라니스의 방패.
이 마법은 공격을 막아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방어한 공격을 마나로 치환해 우리에게 흘려보냈다.
즉, 이 실드를 뚫지 못하면 밀러에게 데미지를 줄 수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밀러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만 하리라.
한진환과 이무기가 서로 공격하자 에너지가 충전됐던 것처럼.
물론 약점은 있을 거다.
사흘 전 회의할 때 본인이 말했던 대로 약점이 없는 마법은 없는 법이니까.
그 약점이 무엇일지까지는 모르겠지만.
「…….」
이무기가 당황한 듯 우릴 내려다본다.
몬스터의 표정인 만큼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녀석에게선 허망함이 느껴졌다.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은 데다가 오히려 힘을 준 것이나 진배없었으니 당황스럽겠지.
“이번엔 내 차례다!”
스미르노프가 호승심을 드러내며 앞으로 달려나간다.
밀러를 칭찬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다.
그녀를 향한 감탄이 본인에게로 향하도록 바꾸고 싶은 것이겠지.
리롄제가 손을 뻗어 녀석을 말렸다.
“잠깐 기다리게!”
“영감이나 기다리시지!”
스미르노프는 멈추지 않는다.
밀러를 지나치고, 무릎을 굽혔다가 편다.
높이 뛰기 위한 동작이었으나….
빠르게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는 놈은 마치 나는 것처럼 보였다.
이무기가 놈을 쳐내기 위해 꼬리를 휘두른다.
꼬리를 휘둘렀다.
그 사실만 알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진 꼬리는,
「……!」
거인의 손에 간단히 붙잡혔다.
아니, 정확하게 따지자면 붙잡히진 않았다.
이무기의 실드가 스미르노프의 손아귀를 막고 있었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스미르노프는 이무기의 머리통보다 거대해진 주먹을 휘둘렀다.
“죽어라!”
콰앙!
폭음이 천지를 울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울려 퍼졌던 천둥은 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명백했다.
“저건 머리가 텅텅 비었나….”
“죽일 생각으로 휘두르면 어떡해?”
나와 태천이 한 마디씩 던졌다.
다른 이들도 우리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리롄제는 고개를 떨궜다.
한숨을 길게 내쉬며 중얼거리기까지 한다.
“그저 이무기를 사냥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거늘….”
“스, 스승님…!”
그때, 리우이호가 제 스승을 부른다.
녀석의 목소리엔 당황스러움이 묻어나 있었다.
제자의 당황한 목소리는 스승의 고개를 돌리기에 충분했다.
“왜 그러느냐?”
“저걸, 저걸 보십시오…!”
리우이호는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듯 소리쳤다.
놀라움에 물든 목소리다.
리롄제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제자를 나무라고 싶은 듯 바라본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 순간만큼은 나도 리우이호의 편이다.
아니,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녀석의 편일 것이다.
“대체 왜 그러는 게냐?”
리롄제는 수제자가 가리킨 곳을 바라본다.
스미르노프가 이무기를 마구 패고 있었다.
“쯧쯧…, 쯧? 으응?”
혀를 차던 리롄제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거다.
이무기를 마구 패는 스미르노프.
그건, 우리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녀석이 처음 내질렀던 주먹에 이무기의 머리통이 터져 나가는 것.
그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상상했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하하! 하하하!”
이무기의 머리통은 멀쩡했다.
투명한 막 같은 실드가 스미르노프의 주먹을 막아내고 있었다.
밀러의 타라니스의 방패처럼 완벽하게.
“저걸 막는다고? 태천이는 한 번 막은 거로 팔이 박살 났는데?”
“야. 저놈 공격 막다가 박살 난 거 아니거든?”
“그것도 조각조각이 났는데…!”
“…내 목소리 안 들리냐?”
“조 각 조 각, 이-”
찰싹.
도희가 내 입을 후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