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197
제198화
“……도운 형?”
김재식이 당황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연락도 하지 않고 갑자기 찾아와 놀란 듯하다.
아니면 훈련실에서 나오자마자 무기와 마주쳐서 그런 것일지도.
둘 다일 수도 있고.
그나저나 얜 왜 바지만 입고 몸 자랑을 하고 있어?
창을 쥐고 있는 걸 보면 훈련하고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안녕. 잘 지냈냐?”
“저야 잘 지냈죠…가 아니라! 우리 집까진 웬일이세요? 아니,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초대장 주려고. 집은 이런 거 잘 알아내는 놈한테 물어봤고.”
“초대장이요?”
“어.”
“무슨 초대장이요?”
“그게-”
「관리인.」
“응?”
「슬슬 이목이 쏠리는군.」
“아….”
주변을 돌아보니, 무기의 말대로였다.
동네 주민들이 집 안팎에서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 무기와 함께 올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긴 하다.
거대한 이무기가 집 위에 떠 있으면 나 같아도 구경하러 나올 거다.
태천이가 약 올리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직접 찾아올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텐데….
재식의 손목을 꼭 붙든 어머님을 불렀다.
“재식이 어머님.”
“네, 네…?”
어머님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무서우신 것 같다.
조금 더 공손히 행동해야겠는걸.
“혹시 마당에 무기랑 내려가도 될까요?”
“아휴, 그럼요! 당연히 되죠!”
“감사합니다. 무기야.”
「알겠다.」
허락이 떨어지자 무기는 스킬을 써서 몸을 작게 만들었다.
자연히 목덜미에 타고 있던 내 몸은 마당으로 떨어졌다.
타악…. 휘릭!
무기가 부드럽게 착지한 내 목에 빠르게 휘감겨왔다.
그러고는 백운천 회의실에서 그랬던 것처럼 내 머리 위에 턱을 올려놓았다.
지정석이라도 된 기분인데.
“…….”
“…….”
우리 모습을 김재식 모자는 입을 쩍 벌리며 바라봤다.
역시 사람이 무서움을 느끼는 감정은 크기와 깊은 연관이 있는 듯하다.
무기를 바라보는 어머님의 눈엔 더는 두려움이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귀여운 걸 볼 때처럼 애정이 뿜어져 나왔다.
짝!
어머님은 손뼉을 쳤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손님 오셨는데 이렇게 세워두고….”
“이쪽!”
김재식이 큰 소리로 말했다.
당황스러움에 삑사리가 났다.
돌아보니, 녀석은 방금 자기가 나왔던 곳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들어와요, 형. 훈련실이에요.”
“그래, 그게 좋겠다. 재식이랑 들어가 있을래요? 차는 그곳으로 갖다 드릴게요.”
“아니. 괜찮아, 엄마! 훈련실 냉장고에 음료수 남아 있어. 그거 마실게.”
“그래도 귀한 곳에 누추한 손님…. 아, 아니. 요 입이 뭐라는 거니. 누추한 곳에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좋은 차 대접해드려야지.”
“형, 음료수도 괜찮죠?”
사이가 참 좋은 모자다.
보기 좋네.
“…응. 나 음료수 좋아해.”
“거봐. 괜찮으시다잖아. 우리 들어갈게.”
“그래도 이건 예의가 아닌데….”
“정말 괜찮습니다, 어머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요, 그럼. 혹시라도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요.”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어머님은 싱긋 웃었다.
이어 집으로 들어가셨는데, 그러는 동안 몇 번이고 우릴 돌아봤다.
내가 찾아온 이유가 궁금해서일 터였다.
“…들어갈까요?”
“그래.”
김재식을 따라 훈련실로 들어갔다.
구멍이 송송 뚫린 허수아비들이 여러 개 서 있었다.
찌르기 훈련을 하고 있었나 보다.
흠. 얘가 성실하게 훈련하는 이미지였던가.
심성이 착한 녀석이긴 해도 막 훈련을 성실하게 하는 녀석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자기 재능 믿고 설치던 애송이.
딱 그런 녀석이었던 거로 기억한다.
“형은 여전하시네요.”
“뭐가?”
“그거요.”
김재식은 내 오른손을 가리켰다.
정확하게는 스마트폰을 열심히 두드리는 오른손가락을.
“…넌 좀 변한 거 같은데.”
“제가요?”
“어.”
“으음.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냉장고에서 꺼내온 이온 음료를 내민다.
연기 더럽게 못 하네.
김재식은 본인이 변한 걸 알고 있었다.
아마 변하게 된 이유는 무주 개미굴에서 있었던 일 때문일 거다.
사람은 역시 죽을 뻔한 경험을 하게 되면 변하는 법이다.
2년 전의 나도 그랬었다.
“여기, 이무기 님도-”
「무기.」
“네?”
「내 이름은 백무기다.」
“…….”
김재식이 날 돌아본다.
그 시선은 마치 ‘형, 제정신이에요?’라고 묻는 듯했다.
내 잘못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깨만 으쓱이고 말았다.
녀석은 뚜껑을 따서 무기에게 건넸다.
무기는 꼬리로 페트병을 받았지만, 바로 마시지는 않았다.
재식을 빤히 바라보느라 마시지 않은 거다.
왜 저러지?
「…….」
“왜, 왜 그러세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고는 무기는 꼬리로 받은 이온 음료를 마셨다.
마신 이온 음료를 빤히 쳐다본다.
아. 이건 이유 알 것 같다.
맛이 없는 거다.
“맛없어?”
「음….」
준 사람 성의가 있기 때문일까.
무기는 대놓고 “맛이 없다”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반응만으로 이미 별로라고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긴 했지만.
맥X은 잘 마시더니….
“아하하, 다른 거로 드릴까요?”
「됐다. 음료를 마시러 온 것이 아니니.」
“아, 그렇네요.”
그러면서 날 돌아본다.
뭐 때문에 왔는지 물어보는 듯한 얼굴이다.
아까도 말해줬는데 말이다.
“몇 번을 말해. 초대장 주러 왔다니까.”
인벤토리에서 파란색 봉투를 꺼내 건넨다.
김재식은 봉투를 건네받고는 바로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아, 건물 이전 파티하시는구나.”
“다른 것도 겸해서 하는 거야. 재이네 대장간 이전, 수정 공방 이전, 마지막으로 우리 집 집들이까지.”
“수정 공방? 수정 공방이면 거기잖아요. 여신님 계신 곳.”
“뭐? 누구 계신 곳?”
“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잘, 잘못 말했어요. 그러니까, 그, 민초 맛 나는 상급 포션 제조한 곳이죠?”
“…맞아.”
“헤에, 혹시 백운천이랑 계약 맺은 거예요?”
“아니, 안 맺었어. 맺으려고 하는 것 같긴 했지만.”
백운천 건물 이전 파티에 J.Y. 대장간과 수정 공방이 왜 끼워 넣어져 있을까.
내 지인들이라서 겸사겸사?
태천이라면 모를까, 한재임이라면 아무런 의도가 없을 리가 없었다.
녀석은 두 사람을 백운천으로 포섭하고 싶은 거다.
건물을 함께 쓰는 것뿐인 것과 같은 소속으로서 함께 하는 것은 다른 것이니까.
설령 유재이와 홍수정이 포섭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은 없으리라.
초대장에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걸 기재해둠으로써 다른 곳을 견제한다는 목적은 달성했을 테니.
이번 파티를 통해 다른 길드들은 J.Y. 대장간과 수정 공방을 계약할 때에 백운천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계약하는 것까진 막지 못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김재식이 입맛을 다셨다.
“나도 먹어보고 싶다….”
“…너 민초 좋아하냐?”
“형은 싫어해요?”
“어. 치약 먹는 것 같아서.”
“형. 민초는 치약 맛이 아니라 치약이-”
“거기까지. 수없이 들은 말이니까 너까지 보태진 말자.”
“치….”
녀석은 뾰로통한 얼굴을 해 보였다.
아, 그래.
엘프들한테 받은 거 줘야겠다.
왠지 주고 싶네.
“이거 받아라.”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내밀었다.
재식은 두 손으로 포션 3병을 받아들었다.
“이게 뭔데요?”
“중급 포션.”
“포션…? 잠깐만요. 그럼 이거 설마-”
“그래, 수정 공방에서 제조한 거야.”
“이 귀한 걸 제게 주신다고요? 안 돼요! 받을 수 없어요!”
“괜찮으니까 받아.”
“하지만….”
“중급 포션이다. 나한테 필요도 없어.”
물론, 엘프들의 성의를 봐서 지니고 다니긴 할 거다.
필요 없다고 해도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둘 생각이다.
“…감사합니다. 아껴 마실게요.”
“포션인데 아껴 마시긴. 팍팍 복용해.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다.”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형, 혹시 이거 무슨 맛인지 아세요?”
“알지. 수정 씨랑 시음 같이했으니까.”
“정말요? 여신, 아, 아니.”
김재식은 머리를 붕붕 저었다.
얘 미쳤나?
아까부터 왜 자꾸 여신이래?
홍수정을 지칭하는 것 같긴 한데….
홍수정이 여신?
에이. 예쁜 거로 치면 유재이가 훨씬….
나 뭐라니.
“이거 무슨 맛이에요? 중급 포션 나왔다는 건 인터넷에서 봐서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직 시음하는 영상은 못 봐서 맛을 몰라요.”
“흠. 맛이라….”
씨익.
대답하는 대신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어주었다.
“미리 알면 재미없잖아.”
“포션이 재미로 먹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지.”
“가르쳐주세요. 궁금해서 현기증 날 것 같단 말이에요.”
“궁금하면 마셔보던가.”
“궁금하다고 어떻게 마셔요. 중급 포션인데….”
그 말도 맞네.
나야 포션의 중요성이 그리 크지 않지만, 다른 헌터들에게 포션은 목숨과 직결되는 것이다.
게임으로 예를 들자면, 상급 포션의 경우 새 목숨 1개를 지닌 것과 같다.
아마 김재식은 크게 다치기 전까지는 내가 챙겨준 중급 포션을 복용하지 않을 거다.
그러다 최종 보스를 잡을 때까지 포션 복용하지 않고 끝나곤 하지.
“…힌트를 주자면. 나는 맛없게 먹었고, 무기는 맛있게 먹었어.”
“그게 무슨 힌트예요?”
“당연히 힌트 아니지.”
“힌트 준다면서요?”
“거짓말이었어.”
“네?”
“더 궁금해하라고 말해본 거야.”
“너무해….”
“자, 그럼. 이만 가볼까.”
“네? 벌써요?”
“초대장 줬고, 포션도 줬고. 용건 끝났으니 가봐야지.”
“하지만-”
똑똑.
녀석의 말을 끊어내듯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김재식은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웬 노크…?”
이상하게 여기며 문을 연다.
문 앞에 서 있는 건 어머님이었다.
“도운 씨 아직 계시니?”
“네. 근데 이제 간대요.”
“얘는. 이렇게 보내면 안 되지.”
“그럼 못 가게 막아요?”
어머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날 바라봤다.
오. 방금 원장 아줌마 떠올랐는걸.
“도운 씨. 식사하고 가요.”
네, 좋아요.
-라고 말할 뻔했다.
“…괜찮습니다. 처음 뵙는데 폐를 끼칠 수는 없죠.”
“폐는 무슨. 숟가락 젓가락만 놓으면 되는데.”
“그래요, 형. 우리 엄마 요리 엄청 잘해요.”
“음. 정말 괜찮을까요?”
“당연하지. 어서 와요.”
아.
집밥은 못 참지.
***
“맛있었다….”
흰 쌀밥과 돼지고기 김치찌개.
노릇하게 잘 말린 계란말이와 갓 구운 김.
그걸 참을 수 있는 한국인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 있기야 하겠지.
적어도 나는 아니다.
「…관리인.」
“응?”
하늘을 유영하던 무기가 나를 불렀다.
배부른 돼지가 된 나는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무기의 목덜미에 드러누운 채로 대답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기는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아까 그 인간이랑 친한가?」
“그? 아, 재식이 말하는 거야?”
「음.」
“글쎄, 정확히 따져보자면….”
목숨을 구해 줬고.
맛있는 고기도 사줬고.
집들이 초대장도 건넸고.
1병당 몇 백만 원이나 하는 중급 포션도 줬지만.
그렇다고 서로 ‘친하다’라고 말할 사이는 아니다.
내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태천이밖에 없었다.
“친한 건 아니지? 왜?”
「덩어리더군.」
“덩어리?”
「재능 덩어리.」
“오?”
「친하게 지내길 권한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후엔 창대할 테니.」
평가가 굉장히 후한걸?
하긴, 그럴 만도 하다.
김재식은 B등급 패시브 스킬 초인을 지녔으니까.
수련도 열심히 하는 걸 보면, 곧 B급 헌터가 되지 않을까.
“그런 걸 알아볼 수가 있어?”
「본능. 아니, 감이라고 해야 할까. 오래 살게 되면 상대를 파악하는 눈을 가지게 되지.」
“스킬이랑 다른 거야?”
「관리인은 소름이 돋거나 털이 곤두서는 걸 스킬이라고 하나?」
“그렇지는 않지.”
촉 혹은 감 같은 걸 뜻하는 건가 보다.
나도 불길한 것과 맞닥뜨리면 머릿속에서 알람이 울려대곤 한다.
대표적으로 도희의 전화나 도희의 문자 메시지 등이 있다.
「지금껏 본 인간 중에서 상위권에 속했다.」
“상위권…?”
「당연히 그 괴물들은 제외한 것이다.」
무기가 말한 괴물들이란 S급 헌터들을 뜻할 거다.
아마 한진환도 제외했을 테지.
“그럼 태천이나 도희 정도인 건가?”
「…….」
“왜?”
「멍청한 소릴 하는군. 문지기는 차원을 달리하는 재능을 지녔다.」
“태천이가?”
「그래. 재능만으로는 그 괴물들보다도 위지.」
괴물들….
그러니까, S급 헌터들보다 위라고?
우리 태천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