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53
제254화
스켈레톤 로드에게 시간을 더 줬더라면 귀찮아졌을지도 모르겠다.
가운뎃손가락을 시들게 한 놈의 마나가 로드의 손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를 덮었을 테니까.
그랬다면 이렇게 세계수의 뿌리를 써서 놈의 몸을 포박할 수도 없었겠지.
투둑…!
로드를 꽁꽁 묶은 나무뿌리들을 몸에서 뜯어냈다.
검은 마나가 둘린 두 손만 조심하면 됐으므로 로드를 포박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흐음….”
꾹, 꾹.
원래대로 되돌아온 손을 쥐었다 편다.
재빠르게 뜯어낸 덕분일까?
가운뎃손가락은 다행히 시들어버린 상태가 아니었다.
“…이야. 너 재미있는 거 할 줄 아네?”
가까이 걸어가 쪼그려 앉는다.
로드는 자신이 묶어놓았던 스켈레톤처럼 바닥에 쓰러져 날 올려다봤다.
그 스켈레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날 보는 붉은 눈에 분노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아직 포기하지 않고 버둥거리는 점도 달랐다.
탁, 탁.
목탁을 두드리듯 머리를 두들겼다.
따스한 손길은 쓰지 않았다.
그랬다간 정화돼 버릴 테니까.
“네가 노려보면 어쩔 건데?”
「…….」
“죽이기 전에 하나만 물어보자.”
「짐을 죽일 놈에게 대답할 것 같으냐?」
“어. 할 것 같은데?”
「이제 보니 광대에 소질이 있었군.」
“이게.”
따악!
로드의 머리에 자라난 검은 뿔에 딱밤을 때렸다.
뿌드득!
로드의 머리가 뿔을 때린 방향대로 돌아갔다.
조금만 더 세게 때렸다간 목뼈가 부러져 머리뼈만 데굴데굴 굴러다닐지도 모르겠는걸.
음,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네 머리뼈로 공놀이 한 번 해줘?”
「짐이 그따위 협박에 굴할 것 같으냐.」
“그래, 그럼. 직접 알아보지 뭐.”
협박에 굴하지 않아도 방법은 있다.
검지로 왼쪽 팔뚝을 몇 번 두드리고 기다린다.
5초쯤 흘렀을까?
펑!
왼쪽 팔꿈치가 폭발했다.
“크….”
고통이란 건 언제쯤 익숙해지려나?
아마 이걸 평생 한다고 해도 익숙해지지 않겠지.
「뭐, 뭐 하는 짓이냐?」
로드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믿을 수 없는 걸 본 듯한 목소리다.
갑자기 스스로 팔을 폭발시키니 놀란 거겠지.
심지어 새싹이 돋아나듯 다시 왼손이 자라나는 걸 보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을 거다.
“…별건 아니고. 머리가 안 좋으니까 몸으로 고생하려는 거지.”
「그게 무슨 소리냐?」
“이런 소리란 거.”
왼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팔뚝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로드의 두 손에 쥐여주었다.
여전히 불안한 검은 마나를 뿜어내고 있는 손에.
“……!”
팔뚝은 순식간에 시들어버렸던 나무뿌리처럼 변했다.
뼈만 남아 앙상해진 것이다.
새싹이가 느낀 불안을 이제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과거에 로드와 싸울 때 전대 세계수가 난이도를 조절한 이유도….
로드와 장군이 했던 “죽음을 받아들여라.”라는 말은 말 그대로의 죽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스켈레톤화….”
그걸 뜻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전대 세계수는 ‘내가 그렇게 되는 미래’를 보고 나뭇가지를 보낸 건가…?
그날 나뭇가지가 없었더라면 분명 위험했겠지.
우연후 일행이 도와주러 왔었지만, 그때까지 버틸 수 있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아쉽구나. 네놈을 짐의 종복으로 삼을 수 있었는데.」
“글쎄다. 그리됐다 한들 네놈 말을 듣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 또한 즐거움이었으리라.」
“…….”
「…명계에서 기다리겠다, 필멸자.」
“뭐래. 난 그런 데 안 갈 거거든?”
닥닥닥닥!
뼈 부딪치는 소리가 방을 채워 나갔다.
로드의 턱이 움직이면서 윗니와 아랫니가 부딪친 거다.
이거 설마 웃는 건가.
뭐 이따위로 웃어?
「역시 광대에 소질이 있군. 농담을 아주 잘하는구나, 필멸자여.」
“뭐?”
「네놈은 분명 명계에 오게 될 것이다. 등 뒤에 달라붙어 있는 그놈들과 함께….」
“…….”
음, 이상한 일이다.
갑자기 등 뒤에서 서늘함이 느껴지다니.
하하, 단순한 착각인 거겠지.
내 뒤에 있긴 뭐가 있겠어.
그치? 새싹아?
[…….]거기서 줄임표만 보내오면 형이 무섭지 않겠니.
아무것도 없는 거 맞지?
[어린나무는 아무것도 없다고 전합니다.] [관리인을 위해서.]…야.
그렇게 말하면 뭐 있다는 게 되잖아.
“…….”
우씨.
괜히 뒤돌아보기 껄끄럽잖아.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어색해서 어떡해?
탁…!
왠지 괘씸해져서 로드의 머리를 한 대 때렸다.
「잊지 마라….」
“응?”
「짐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사양할게.”
탕!
따스한 손길로 로드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러자마자 몸이 천천히 풍화되면서 날 보던 붉은 눈이 빛을 잃었다.
죽은 것이다.
그런데….
“앗…?”
세계수의 마나가 담긴 공격을 얻어맞았으니 몸이 남지 않은 건 당연지사였다.
다만, 놈이 착용했던 방어구마저 풍화돼버릴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검은 뿔이 자라나면서 놈의 신체와 방어구가 융합된 모양이었다.
아쉽게 됐는걸….
그림자 망토를 하나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린나무는 관리인에게 아쉬워해 봐야 달라질 건 없다고 전합니다.] [이어 1시 방향에 철문이 하나 보인다고 전합니다.]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응?
“철문?”
고개를 들어 1시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엔 새싹이가 말한 철문이 하나 있었다.
굳게 닫힌 모습이 마치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이 보였다.
혹시….
“보물창고?”
이곳의 주인은 스켈레톤 로드다.
로드인 만큼 금은보화를 모아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도저히 안 들어갈 수 없겠는걸.
[어린나무는 관리인의 의견에 동의합니다.]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철문으로 걸어간다.
곧바로 문을 잡아당겼다.
철커덕!
“역시….”
철문은 잠겨 있었다.
당길 때마다 걸리는 것이 느껴지는 걸 보면 마법은 아니다.
그럼 부수면 그만이지.
콰직!
강하게 잡아당겨 철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는 창곤데….”
보물창고는 아니었다.
금은보화가 전혀 없었고, 무늬가 없는 함만 처박히듯 놓여 있었다.
저 함에 담긴 건 귀한 것이 아니라 숨기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라…?”
함은 열리지 않았다.
철문처럼 잠금장치가 달리지 않았는데도 열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린나무는 잠금 마법이 걸려 있다고 설명합니다.]아, 역시?
잠금 마법이라….
대체 뭐가 들어 있기에 마법까지 걸어 놓았을까.
열쇠 마법까지 걸려 있진 않았으니 잠금 해제 마법만 쓰면 될 거다.
문제가 있다면 내가 잠금 해제 마법 같은 걸 못 쓴다는 거다.
물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있었다.
내가 아니라 새싹이에게.
[어린나무가 주변에 있는 돌멩이를 전송하겠다고 전합니다.]고마워, 새싹아.
척이면 척이네.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치켜듭니다.] [이어 관리인에게 돌멩이를 전송합니다.] [3, 2….]메시지를 읽자마자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을 꺼냈다.
주머니에 넣어둔 채로 돌멩이를 전송받으면 화면에 금이 긁힐지도 몰랐다.
다행히 스마트폰을 꺼낸 후 화면에서 돌멩이가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돌멩이를 붙잡고는 곧바로 함을 내리쳤다.
깡!
잠금 마법은 한 번으로 깨지지 않았다.
몇 번 더 내리친 후에야 잠금 마법이 깨졌다.
예전에 크라우드 놈들의 상자를 깨부술 때는 돌멩이가 6개나 깨졌었는데….
잠금 마법만 걸려 있어서일까.
놈들의 마법이 로드의 마법보다 정교해서일까.
개인적으로는 전자였으면 좋겠다.
크라우드의 마법이 정교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왠지 배알이 뒤틀린다.
“…뭐가 들어 있으려나?”
호기심을 끌어올리며 중얼거렸다.
돌멩이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함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끝까지 열어젖히자,
[어린나무가 대량의 양기를 느꼈습니다.]새싹이가 양기를 느꼈다.
대량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양기를.
“…….”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함에 담긴 것은 내가 잘 아는 것이었다.
게이트 브레이크를 제외하면 이곳까지 온 가장 큰 이유가 되는 것이기도 했다.
우담화.
바로 그 꽃이 함에 담겨 있었다.
그것도 여덟 송이나.
“로드가 어째서 우담화를…?”
우담화를 보고 있으니 당연한 의문이 떠올랐다.
스켈레톤 로드가 양기를 뿜어내는 우담화를 모아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를 고민해 보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앞서 생각했던 것처럼 우담화를 숨기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가정해볼 뿐이다.
단순히 가정으로 끝나는 건 별다른 정보가 없어서였다.
몸을 고생해서 알아낼 정보조차도.
“…어쨌거나, 잘된 일 아니겠어?”
[어린나무는 관리인에게 긍정합니다.]애초에 홍유릉 게이트엔 이걸 구하려고 들어왔던 거였다.
이렇게 로드가 모아놓은 덕분에 우담화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됐으니 잘된 일일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담화들의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어린나무는 관리인에게 우담화의 밑동을 보라고 조언합니다.]바로 새싹이의 조언을 따라 밑동을 바라봤다.
“어라, 뿌리가…?”
우담화들은 하나 같이 뿌리가 없었다.
단면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베어낸 것 같다.
스켈레톤 로드, 이런 멍청한 놈을 보았나.
뿌리까지 전부 뽑아야 진정한 효능을 짜낼 수 있는 법인데 베어내면 어떡해?
뿌리가 없으면 그만큼 효능이 반감되건만….
기회만 된다면 로드 이놈을 이벤트 던전에 처박아 넣고 잡초 뽑기를 시키고 싶다.
시스템 창이 하는 조롱을 받아봐야 제 잘못을 깨닫고 후회할 텐데.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겠지만….”
우담화는 A등급 채집 스킬로는 채집은커녕 만질 수조차 없었다.
채집하려면 S등급 채집 스킬을 지녀야 했으니까.
스켈레톤 로드가 그런 높은 등급의 채집 스킬을 지니고 있을 리도 만무했으니, A+등급 몬스터의 힘으로 밑동부터 베는 것만이 우담화를 얻을 유일한 방법이었을 거다.
채집할 수 없는 것을 베어내면서까지 모아놓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만 돌아갈까.”
스켈레톤들도 소탕했겠다, 우담화도 챙겼겠다.
홍유릉 게이트에서 할 일을 모두 끝냈으니 나갈 일만 남았다.
[어린나무는 관리인의 의견에 동의합니다.]새싹이의 동의를 받으며 창고를 빠져나갔다.
이어 들어왔던 길을 따라 걸었는데,
“…….”
도중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한 가지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중차대한 문제가.
[어린나무가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 [우리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질문합니다.]“나가는 거. 우리 여기에서 어떻게 나가?”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늘어뜨립니다.] [그야 들어왔던 대로 나가면….] […….]“그래, 우리 여기 그림자 밟기로 들어왔었잖아.”
나가는 법은 보통 들어왔던 것의 반대로 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곳을 나가는 방법은 그림자 밟기로 나가는 것일 터다.
문제는 주변에 건너갈 그림자가 없다는 점이고.
스켈레톤 로드를 포함해 홍유릉 게이트에 있는 모든 스켈레톤을 사냥해버렸으니까.
이걸 어떡한담?
고민하는데,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새싹아. 형이 생각을 좀 해봤거든?”
너무하네.
불안하다고까지 말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니니.
“…드나들 수 있으면 그게 곧 길인 거잖아.”
[어린나무는 관리인의 말에 떨떠름하게 동의합니다.]“그럼 드나들 길을 만들면 되는 거 아니겠어?”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 [관리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전합니다.]나뭇가지를 갸웃거리는 새싹이를 뒤로 하고 검지를 천장으로 내뻗었다.
말보다는 행동하는 것이 설명하기 쉬운 법이다.
[세계수 관리인이 스킬 솔라빔을 발동합니다.]자, 어서 형의 의견에 동의해주렴!
아까처럼 떨떠름하게 동의하지 말고 시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