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63
제264화
파앙…!
훈련실 끝에서 파열음이 울렸다.
검푸른 마나를 모은 검은 상어가 돌진해와서다.
나도 발을 박찼다.
풍덩….
숨을 참으며 훈련실을 가득 채운 물속으로 들어간다.
상어의 돌진 거리를 짧게 만들려는 속셈…은 아니었다.
훈련실 끝에서 오는 돌진이라도 달라질 건 없으니까.
그저 포위망의 크기를 줄이고 싶었을 뿐이다.
“…….”
두 손바닥을 활짝 펼친다.
그러자마자 두 손이 순식간에 나무뿌리로 변해 훈련실의 양 벽에 닿았다.
마치 나무뿌리로 만들어진 벽이 세워진 듯했다.
가로 선이 없는 거대한 거미줄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 상태로 앞으로 내뻗는다.
휘익…!
날 향해 달려오던 상어가 당황한 듯 속력을 줄였다.
급하게 방향을 선회하지만, 이곳 훈련실에서 도망갈 곳은 없었다.
어디로 내달리든 막다른 벽이었으니까.
덕분에 열 개의 나무뿌리들이 도망치는 상어를 붙잡기까지는 3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어 나무뿌리들이 상어의 온몸을 칭칭 감는다.
그것을 뿌리치고 싶은 듯 상어는 몸을 마구 버둥거렸지만 헛수고였다.
곧 발버둥 쳐도 소용없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상어가 날 바라봤다.
내게 무슨 말을 전하려고 하는 것 같긴 한데….
알 게 뭐람?
무시하고 상어의 몸에 있는 에너지를 빨아들였다.
“……!”
에너지를 빨아들이자마자 상어의 몸이 작아졌다.
곧 몸에서 검은 연기, 마족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오랜만에 보는걸?
[세계수 어린나무가 마족의 기운을 느꼈습니다.] [관리인에게 절대 놓치지 말라고 경고를 보내옵니다.]걱정하지 마.
저걸 놓칠 리가 없잖아.
그리 중얼거리며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힘을 늘렸다.
빠져나가려던 마족의 기운이 되감기를 한 듯 몸속으로 들어갔고, 이어 내 손으로 흘러들어 왔다.
자꾸만 달라붙는 것 같은 끈적끈적한 감촉….
이 액체화된 타르를 쥔 것 같은 느낌도 참 오랜만이다.
A급 헌터의 변태화가 대단하긴 하군.
지금까지 모은 에너지의 양 중에 가장 많은 것 같다.
첫 번째 결실을 피워낸 상태여서 결실 에너지를 더 모을 필요가 없는 상태라는 게 아쉬울 정도다.
두 번째 결실은 역시 지금 핀 세계수 꽃이 다 떨어진 이후부터 모을 수 있겠지?
스륵….
크기가 작아진 상어가 나무뿌리를 벗어났다.
헤엄치지 않고 동동 떠다니기만 하다가 점점 수면 위로 올라갔다.
기분 탓인가?
왠지 배신당한 것처럼 보이는걸….
[어린나무가 관리인에게 의문이 떠올랐다고 전합니다.] [아까 낚시를 시작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질문합니다.]수면으로 올라가는 동안 새싹이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게 뭔 소리래.
낚시는 방금 했는데.
[어린나무가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 [관리인이 방금 무슨 낚시를 한 것이냐고 질문합니다.] [평소처럼 뿌리를 써서 붙잡은 것에 불과하지 않으냐고 따집니다.]무슨 말을 그렇게 해?
방금 내가 한 거 어떻게 봐도 낚시였잖아.
몰이를 통한 그물 낚시.
[…….]뭔데, 그 반응은.
내가 한 게 낚시 같지 않다는 거야?
[어린나무는 관리인을 걱정합니다.] [낚시꾼 앞에서 그런 말을 했다간 큰일이 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푸하!”
수면으로 올라온 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자, 낚시 이야기는 이만 됐고.
새싹이가 보낸 메시지창에서 시선을 떼고 옆에 떠오른 다른 메시지창을 확인한다.
그것은 퀘스트 알림창이었다.
[A등급 전대 세계수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퀘스트 내용 – 관리인 백도운은 마족의 권속들을 성공적으로 처치했습니다. (10/10명)] [완료 보상 – 세계수의 호박] [획득 보상은 우편함으로 보내집니다.]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YES / NO)]오오….
드디어 이걸 끝낸 건가.
처음 받고 나서 반년 정도 흘렀으니, 정말 길고 긴 퀘스트였다.
그런데….
[현재 완료 보상 – 세계수의 호박]호박?
이게 대체 뭐기에 100% 완료 보상인 걸까.
9명째였던 세계수의 열매보다 좋은 것이긴 할 텐데.
무슨 성질을 지니고 있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걸.
새싹아, 호박이 대체 뭐야?
[…….]새싹아?
[…….] [어린나무는 모르겠다고 솔직히 털어놓습니다.]모르겠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호박은 수액이 오랜 시간이 지나 굳은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 게 어째서 100% 완료 보상인지 모르겠다고 전합니다.]으잉?
수액이 굳은 것?
머릿속에 전대 세계수의 수액이 떠올랐다.
초록빛과 주황빛의 탱글탱글한 수액.
그것들이 굳어진 게 호박이라고?
그런 것이 어째서 세계수의 열매 다음 보상인 거지.
이해할 수가 없는걸….
“흠….”
뭐, 받아 보면 알게 되겠지!
그런 생각으로 우선 알림창을 내렸다.
알림창을 내리는 동시에,
“배신이야…!”
황시열이 소리쳤다.
첨벙첨벙…!
고개를 돌리니 인간의 몸으로 되돌아온 그가 거세게 물장구를 쳐댔다.
세계수의 뿌리로 에너지를 전부 빼앗겼을 텐데도 힘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그는 내 쪽으로 수영해오면서 소리를 쳐댔다.
“다시 해! 난 이거 인정 못 해, 백 형!”
“뭐?”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구! 나는 왜 저 누님처럼 공격 안 막아줘? 내 공격도 막아줘!”
이게 대체 무슨 논리지.
싸울 때 딱히 규칙을 정했던 것도 아닌데.
누가 보면 황시열이 공격하고 내가 막아내는 것이 규칙인 줄 알겠다.
“그 공격을 막아내는 건 무리지.”
“어? 무리라고? 내 공격이 그렇게 강했어?”
“뭐? 그 뜻으로 한 말 아닌데. 내 실드가 네 공격 따위로 까딱이나 할 것 같아?”
세계수의 나무껍질을 뭐로 보고.
방금 같은 위력으로는 백날을 돌진해도 실드를 깨뜨릴 수 없을 거다.
오히려 깨부숴지는 건 들이받은 황시열의 머리뼈가 되겠지.
그가 분통을 터뜨렸다.
“그럼 왜 피했는데!”
“난 괜찮아도 이 건물은 무너질지도 모르니까.”
“건물? 아….”
홱, 홱.
황시열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천장을 올려다보고, 전후좌우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이곳이 실외가 아니라 실내였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던 것 같다.
첨벙….
그가 물에 머리를 처박았다.
부르르!
곧 거품이 올라왔고, 이어 그도 처박았던 머리를 들었다.
“제길! 그럼 여기에선 계속해봤자 제대로 맞아주지 않는다는 거잖아.”
“그렇지.”
“아까워라! 백 형의 실드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보고 싶었는데…!”
“…다음에 또 상대해줄게. 강이나 바다에서.”
“정말? 정말이지?”
“그래, 정말. 그 대신.”
“대신?”
“인정해. 내가 무기 덕분에 A+급 헌터가 된 게 아니라는 거.”
“진짜 의외네…. 백 형, 생각보다 열정적이구나?”
그리 말하며 황시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열정적이라….
살다 보니 그런 말도 다 듣는 날이 오네.
사실은 그런 게 아니었지만, 설명하려면 새싹이 얘기까지 해야 할 테니 대충 넘겨야겠다.
어깨를 으쓱이며 동의했다.
“그렇지, 뭐.”
“좋아! 방금 싸움에서 이무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난 백 형이 이무기와 상관없이 A+급 헌터라는 걸 인정해.”
“…….”
오….
무기 말마따나 번개 마법 같은 걸 썼다면 인정받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무기의 힘으로 진 거라느니 따져 댔을지도….
다음이 아니라 지금 바로 다시 상대할 뻔했네.
[퀘스트 조건을 절반 달성했습니다!]황시열이 인정한 덕분에 금세 알림 창이 떠올랐다.
간단하게 새싹이가 제안한 퀘스트를 깼….
응?
절반?
[퀘스트 조건을 절반 달성했습니다!]다시 확인해도 알림창엔 ‘절반’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새싹아?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질문합니다.]모르는 척하지 마!
나 방금 황시열한테 인정받았잖아.
근데 왜 절반이야?
[어린나무는 관리인에게 퀘스트를 확인하라고 조언합니다.]퀘스트를 확인할 게 뭐 있어?
난 분명 실력을 보여줬다고.
방금 황시열이 인정했고.
[어린나무는 퀘스트를 확인하라고 전합니다.]새싹이는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다른 말을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하는 수없이 퀘스트 창을 열어 확인했다.
[의심 뿌리 뽑기] [퀘스트 내용 – 현재 세계수 관리인 백도운은 실력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관리인의 실력을 보여 의심을 뿌리 뽑으십시오.] [성공 보상….]어라?
잠깐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
설마, 황시열 말고 김서준에게도 인정받아야 하는 거?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끄덕입니다.]허…!
지금 날 속인 거니, 새싹아?
[…….] [어린나무는 좋은 스승을 뒀다고 인정합니다.] [잘 보고 배웠다고 전합니다.]혹시….
그 좋은 스승이란 게 나야?
[어린나무는 관리인을 향해 나뭇가지를 치켜듭니다.]“…….”
남 속이는 거 보고 배우지 말아 주라.
그걸 배운 사람한테 써먹지도 말고…!
정말이지….
이런 식으로 청출어람 하면 어떡하냐.
“황시열…!”
“……?”
새싹이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감개무량을 느끼는데, 2층에서 최희석이 황시열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아보니 그가 물을 가리키며 우렁차게 소리쳤다.
“이것 좀 없애주지 않겠나! 훈련실을 튼튼하게 지어놓긴 했지만, 역시 걱정이 되는군!”
“아. 무리예요…!”
“……?”
황시열의 대답에 최희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무리라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와 최희석의 황당한 시선을 느낀 걸까?
그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사실 마법은 이번에 처음 습득한 거거든요.”
“설마, 자네….”
“네! 아직 물을 없애는 법 몰라요. 이히히!”
“…….”
지금 장난하는 건가.
최희석은 그런 얼굴로 황시열을 바라봤다.
이해한다.
자기가 쓴 마법을 마나로 도로 바꾸는 걸 못하는 바보가 어디 있단 말인가.
“히히, 죄송해요?”
여기 있었다.
그것도 해맑게 웃는 낯으로.
이히히!
-가 아니잖아, 이히히! 가.
“…….”
최희석은 황시열을 바라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마 그를 욕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으리라 판단한 걸 거다.
그 판단이 맞기도 하다.
욕한다고 해서 못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진 않으니까.
정말 고생이 많군.
시간이 지나 사라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
도와주고 싶지만, 나로서는 방법이 없으니….
[어린나무는 그렇지 않다고 전합니다.] [현재 관리인이 그를 도울 방법이 있다고 전합니다.]방법이 있다고?
그게 뭔데?
[어린나무는 세계수의 뿌리로 물을 전부 빨아들이면 된다고 전합니다.]뭐?
그런 게 가능해?
[…….] [어린나무는 관리인을 빤히 바라봅니다.] [이어 뿌리가 무엇이냐고 질문합니다.]뿌리가 뭐긴.
수분과 양분을 빨아들이는 기관… 이잖, 아?
어럽쇼?
수분을 빨아들이는?
[어린나무는 그런 것이라고 전합니다.]아아, 그렇구나.
멍청해도 너무 멍청했다.
세계수의 뿌리를 쓰면서 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니….
풀 속성이 물 속성을 이기는 건 당연한 일인 것을.
황시열이 주변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어쩌지? 이거 사라지려면 몇 시간은 걸릴 텐데.”
“내가 해결하면 돼.”
“백 형이? 어떻게?”
“이렇게.”
그리 말하며 세계수의 뿌리를 썼다.
나무뿌리로 변한 오른손을 본 황시열의 몸이 움찔거렸다.
물속에서 칭칭 감겼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무서워하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훈련실의 물을 모두 빨아들였다.
곧 세계수의 뿌리는 수영장을 순식간에 훈련실로 원상 복귀시켰다.
심지어 마른걸레로 닦은 것처럼 물기 하나 없었다.
탁….
바닥에 발을 디디자마자 황시열이 감탄했다.
“와, 백 형 대단한데?”
“그러게.”
나도 처음 써본 것이라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몰랐다.
세계수의 뿌리를 쓸 수 있는 한 나한테 물 마법은 무용지물이겠는걸.
그 순간,
“야! 백도운!”
채정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
왜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