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42
제343화
「…….」
그것은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리에 자라난 검은 뿔 때문일까?
꼭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우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것처럼’이 아니라 정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눈과 귀에까지 자란 뿔이 정상일 리는 없었으니까.
“…안녕?”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마족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해도 식물 관련 몬스터다.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인사를 건넸다.
심지어 내가 세계수 관리인인데.
최소한 대화는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
근데 저 뿔 때문에 내 목소리가 안 들리려나?
「……!」
그것은 인사에 대답하지 않고 오른팔을 휘둘렀다.
마치 조금 전의 내 생각이 안일했다는 듯이.
너무나 매정한 처사에 입술이 비죽 나왔다.
그래도 목소리가 들리긴 하나 보네.
곧 갈색 나뭇가지들이 얽힌 형태의 손가락들이 가늘게 길어지며 나를 덮쳤다.
투카카카칵!
내 얼굴에 맞부딪치자마자 나무껍질의 방어력을 웃돌지 못한 탓에 산산조각이 났지만.
“떨어질 때야 다시 위로 솟구칠까 봐 반격했던 거지…. 완전히 내려온 지금에서야 그럴 필요도 없거든?”
「…….」
“그나저나…. 넌 대체 뭐냐?”
「……!」
그것은 질문에 대답할 생각이 없다는 듯 팔을 휘둘렀다.
두 팔을 바닥에 박아넣자 바닥이 곧바로 솟아올랐다.
이런 유형의 스킬이라면 예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곧 바닥에서부터 팔, 그러니까 뾰족한 나뭇가지가 작살처럼 솟아오를 게 분명하다.
푸확…!
“어쩜 예상을 벗어나질 않냐….”
갈색 나뭇가지가 얽히고설킨 드릴 같은 것이 바닥에서 튀어나왔다.
그대로 내 복부를 향해 돌진했지만, 막을 필요도 없는 공격이어서 내버려 뒀다.
투카카칵…!
배를 공격한 나뭇가지 드릴이 산산이 깨졌다.
공격 참 단순하네.
제대로 싸울 마음이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래도 세계수 관리인이라고 켕기는 건가?
「…….」
그것이 두 팔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여전히 뿔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기우는 것처럼 보였다.
검은 뿔….
던전의 보스 몬스터에겐 뿔이 계속 자라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저렇게까지 무분별하게 자란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이곳처럼 아주 오랫동안 방치된 곳이 없었으니 알려지지 않은 게 당연한 거려나?
아.
임페일이 몇 년 더 방치됐다면 저런 모습이 됐을지도 모르겠는걸?
“그건 그렇다 치고…. 새싹아?”
새싹이를 불렀다.
아까부터 아무 메시지도 보내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게 이상해서다.
관리인인 날 공격한 걸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느니.
크게 혼낼 거라고 으름장을 놓더니만.
갑자기 왜 이렇게 조용해?
“새싹아? 왜 그래?”
또 한 번 불렀다.
새싹이의 대답 대신 그것의 뾰족한 나뭇가지들이 쇄도해왔다.
아, 귀찮게시리.
아르카에 마나를 불어넣어 목검 형태로 바꿨다.
장소가 장소다 보니, 마음껏 휘두르려면 그 형태가 더 편했다.
휙, 휙!
대충 휘둘러 나뭇가지들을 베어냈다.
그것은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듯 곧 두 팔을 거뒀다.
“얼씨구….”
베인 손가락들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재생력 때문일까?
어쩐지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오.
드디어 새싹이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런데….
[세계수 어린나무가 나뭇가지를 떨굽니다.]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단순한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푸르스름한 메시지창에서는 슬픔이 느껴졌다.
왜 그러는 거지…?
[어린나무가 관리인에게 눈앞의 가여운 존재를 멈춰달라고 부탁합니다.]가여운 존재…?
저게 대체 뭔데 그래?
[어린나무는 눈앞의 아이가 ‘드라이어드(Dryad)’라고 밝힙니다.]드라이어드라면….
나무에 깃들어 사는 요정이라는 그거?
그럼 더 이상하네.
날 공격하는 것도.
마족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배신이라도 한 건가?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가로젓습니다.] [저 아이는 배신한 게 아니라 살해당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졌다.
살해당했다?
저렇게 버젓이 서 있는데 무슨 소릴 하는 거람.
[어린나무가 나뭇가지를 떨굽니다.] [저 아이는 이미 죽었으며 육신만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현재 아이의 육신에는 살의(殺意)만 가득 차 있다고 덧붙입니다.]“그게, 무슨 소리야…?”
새싹이에게 되물었다.
이해가 가지 않아서다.
이미 죽었고 육신만 움직이는 거라는 말도.
그 육신엔 살의만 가득 차 있다는 말도….
[어린나무는 관리인에게 저 아이가 안식에 이를 수 있도록 안내해주길 부탁합니다.] [머리 위에 자라난 검은 뿔들에서 혐오스러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분명 저 뿔들을 모두 없애면 될 것이라고 추측한 바를 설명합니다.]새싹이는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같은 부탁을 한 번 더 할 뿐이었다.
해결 방법을 덧붙이면서.
그렇기에,
“…그래, 알았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새싹이라면 나중에 다 설명해줄 테니까.
“…….”
「…….」
드라이어드를 바라봤다.
녀석은 검은 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듯 휘청거리고 있었다.
푹!
아르카를 땅에 박아 넣자마자 그 아이가 재빠르게 움직였다.
과연….
죽어서 육신만 움직이는 것이라고 하니 알겠다.
지금껏 저 아이는 먼저 움직인 적이 없었다는 걸.
내가 행동할 때만 반사적으로 반응해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언데드라면 모를까.
이미 죽어 육신만 남은 상태로는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거다.
“…죽어서 살의만 남아 있다는 건 서글픈 일이네.”
콱…!
내게 달려든 드라이어드의 목을 붙잡았다.
재빠르게 움직였는데도 쉽게 잡을 수 있었던 건 살의만 남아 있어서다.
날 공격해올 게 뻔히 보이니 놓칠 수가 없었다.
또 직선적인 움직임도 한몫했다.
멧돼지처럼 돌진만 해대니 붙잡지 못하는 게 더 어려웠다.
“검은 뿔을 없애면 된다고 했지….”
톡….
세계수의 뿌리를 쓴 검지를 뿔에 갖다 댔다.
뿔에 담긴 마족의 마나를 빨아들이자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린나무는 마족의 기운이 옅어졌다고 전합니다.] [관리인에게 계속해주길 바랍니다.]“그래, 알았어.”
다음 뿔들에도 나무뿌리로 변한 검지를 뻗었다.
톡.
마족의 마나를 빼앗긴 뿔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드라이어드가 그 현상을 막으려는 것인지 팔을 휘두르는 등 반항했지만, 그런 위력으로는 나무껍질을 꿰뚫지 못해서 소용은 없었다.
톡….
마지막 남은 뿔까지 없애자 드라이어드는 몸을 축 늘어뜨린 채 모든 행동을 멈췄다.
새싹이 말대로 이미 죽어 있던 것이다.
시체인 것을 확인하고 나니 목을 붙든 채로 들고 있기가 뭐해 바닥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이러면 돼?”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끄덕입니다.] [이어 관리인에게 오래된 트렌트도 편하게 해달라며 부탁합니다.]트렌트…?
뜬금없이 웬 오래된 트렌트를 편하게 해달라는 걸까.
그런 생각으로 주변을 돌아봤는데,
“어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정말로 트렌트가 있었다.
지상에서 봐왔던 것들과 달리 이곳의 방사능으로 인해 붉게 변색한 상태였다.
또 “오래된”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커다랬다.
“…아하.”
그래서 드라이어드가 이런 곳에 있었던 거였군.
드라이어드는 나무에 깃들어 사는 요정이었다.
주변에 깃들 나무가 있는 게 당연했다.
그게 오래된 트렌트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얘도 트렌트리로 진화시키면 되지?”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끄덕입니다.] [또 오래된 트렌트는 드라이어드와 함께 하길 바란다고 전합니다.]함께 하길 바란다고….
낭만 있네.
그 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
곧바로 드라어드를 트렌트에게로 옮겼다.
기둥에 등을 기댈 수 있도록 앉힌 후 오른손을 뻗었다.
“…….”
갖다 대고 있길 3초.
트렌트의 몸이 떨리며 파도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새로 자라난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나부끼는 소리였다.
동시에 푸르스름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래된 트렌트가 오래된 트렌트리로 진화했습니다.] [세계수 관리인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오래된 트렌트의 진화로 인해 반경 50M 지역이 정화됩니다.] [아울러 세계수 관리인에게 마나가 전달됩니다.] [현재 세계수에 대량의 영양이 공급되고 있어 나뭇가지가 새로 자라납니다.] [이에 최대 마나가 증가합니다.] [MP – 2250만130/4400만260(50% 상시 공유 중)]오….
과연 오래된 트렌트.
다른 트렌트들이 진화할 때보다 10배나 넓은 지역이 정화됐네.
여기 오기 직전에 나뭇가지가 자라났었는데도 또 자랐고.
[어린나무가 관리인을 바라봅니다.]응? 왜?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어서 빨리 관리인이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합니다.]갑자기?
태어난 지 1년도 안 됐으면서?
***
올레나에게 지하에서 있었던 일을 대충 설명해주었다.
마족의 기운이 느껴졌다는 소리는 제외했다는 뜻이다.
“트렌트에 깃든 드라이어드….”
“네. 그게 이곳 붉은 숲 던전의 보스 몬스터였어요.”
“사체는요?”
“미안합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죽여서요.”
거짓말로 대답했다.
드라이어드와 트렌트는 지하에서 안식을 맞았다.
연구자로서 연구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하지만….
드디어 갖게 된 그들의 안식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다.
“…아쉽네요.”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백도운 헌터가 미안해하실 일이 아니죠. 어차피 또 출현할 텐데요.”
올레나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붉은빛이 확연하게 줄어든 숲을.
“덕분에 이곳의 방사능도 모두 사라졌고…. 앞으로 헌터들이 찾아올 테니 그들이 사체를 가지고 올 거예요. 그때 가서 연구해도 안 늦어요.”
“…앞으로 바빠지시겠네요.”
“후후, 반대로 여유로워질 수도 있답니다.”
“네?”
“제가 어떻게 이곳의 관리소장이 됐을 것 같아요?”
“…글쎄요?”
도희가 준비해준 인물록에 그런 건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었으니 당연했다.
오히려 적혀 있었다면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적어놓았는지에 대해 공포를 느꼈으리라.
“30분 정도지만, 방사능에도 멀쩡할 수 있는 스킬 덕분이에요.”
“…아, 그렇군요.”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그런 스킬이 있는 재원….
우크라이나는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으리라.
지금까지는.
“그 방사능이 사라졌으니, 제가 이곳에 있을 필요는 이제 없겠죠.”
“아아…!”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다.
설마 올레나는 나 때문에 관리소장직에서 물러나게 되는 건가?
허, 방사능을 깔끔히 없앴다고 사람이 해고될지도 모르는 상황은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후후…. 괜찮으니 그런 얼굴 짓지 않아도 돼요. 확정된 것도 아니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곳의 관리소장으로 계속 있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인데요….”
“가끔 보상이 떨어져서 남아 있던 것뿐이에요.”
“보상이요?”
“후후…. 그런 게 있답니다.”
올레나는 짧게 웃었다.
얼굴을 보아하니 보상이란 게 뭔지 말해 줄 생각이 없나 보다.
뭐….
막대한 돈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그런 걸 함부로 떠들어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하지 않는 거고.
“백도운 헌터.”
“네?”
“우크라이나의 국민으로서, 또 이곳 붉은숲 던전의 관리소장으로서, 방사능 오염을 해결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그녀는 상체를 숙여 인사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완벽한 직각이었다.
이것 참.
어차피 날 위해서 한 일이었는데.
그래도, 뭐.
정중한 감사 인사를 받으니 기분이 썩 나쁘진 않네.
[어린나무가 동의하며 나뭇가지를 치켜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