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67
제368화
“그래, 이만 끊어. 응? 사진? 알았어, 바로 확인할게.”
뚝….
이태천이 통화를 끊는다.
이어 스마트폰을 두드려 방금 백도희가 보내온 사진들을 확인했다.
사진의 주인공은 도운과 무기다.
둘은 허공에 두둥실 뜬 채로 자고 있었다.
피식….
태천은 웃으면서 스마트폰을 앞으로 내밀었다.
“재임아, 이거 봐봐.”
한창 서류작업을 하던 한재임은 고개를 들었다.
곧바로 태천이 내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음…?”
“이무기는 자면서도 하늘을 날아. 귀엽지?”
“…인터넷에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하겠군그래. 지금 제작 중인 무기 바디필로우에 저런 기능을 넣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얼레? 그런 게 가능해?”
“나도 모르지. 그건 이제 만드는 놈이 알아서 해야지.”
한재임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무책임하기까지 한 말에 태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도 도희가 보내온 사진을 그대로 한재임에게 보냈다.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 맞다. 어젯밤 도운이가 가지치기를 했대.”
“가지치기? 갑자기 웬…. 아. 세계수?”
“응. 이번에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20개나 갖고 나왔다는데? 나뭇잎까지 달린 거로.”
“무섭군….”
“뭐가?”
“세계수 나뭇가지라면 아르카의 재료가 된 거잖냐. 그걸 20개나 갖고 나왔다면….”
말끝을 흐린 한재임이 몸을 살짝 떨었다.
그의 머릿속에 스무 자루의 아르카가 떠오른 것이다.
태천의 머릿속에도 같은 그림이 그려졌지만, 한재임과는 달리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도희에게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잘됐지?”
“음?”
“도운이 말이야. 이번에 얻은 나뭇가지로 우리 무기 만들 생각이래. 나뭇잎은 당연히 포션 만들고.”
“호. 그건 확실히 잘된 일이군. 전력이 한층 더 보강되겠어.”
“얼레?”
“음?”
태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반응에 한재임도 똑같이 고개를 기울였다.
긁적긁적.
태천은 뺨을 긁으며 물었다.
“재임이 너 왜 남 일 말하듯 하냐?”
“음?”
“우리 무기 만든다니까?”
“그래. 잘됐다니까?”
“흐어…?”
태천의 입에서 바람 빠진 소리가 나왔다.
한재임을 바라보는 얼굴엔 답답함이 뚝뚝 묻어났다.
긁적긁적!
뺨을 긁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 듯 아까보다 소리가 커졌다.
“아니, 내가 말을 잘 못 해서 그래? 왜 이해를 못 하지? 도운이 우리 무기를 만들겠다고 했다니까.”
“이해했대도. 너랑 도희 무기 만든다는 거잖아. 대체 몇 번을 말하는 거냐?”
“아…!”
딱!
태천이 제 이마를 세게 때렸다.
마치 바위가 깨진 듯한 소리에 한재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게 치면 안 아프냐?”
“이제 알겠네. 네가 그렇게 반응한 이유.”
“뭐가?”
“그러니까, 도운이는 우리 백운천 간부들의 무기를 만들 셈이야.”
“……!”
한재임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놀란 감정이 질문으로 새어 나왔다.
“백도운이? 나랑 다른 녀석들 무기도 만들어 주겠다, 그렇게 말했다고?”
“그렇다니까?”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던가? 아니면 백도운 이 새끼가 죽을 때가 된 건가?”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그냥 고마워하면 될걸.”
“믿을 수가 없어서 그러지. 백도운 그놈이 우리한테 뭘 줄 놈이야? 오히려 빼앗아서 너랑 백도희한테 넘길 놈이지.”
“흠, 흠….”
그 말에 반박하지 못한 태천은 헛기침을 두어 번했다.
지금의 도운이라면 그럴 리 없겠지만, 어렸을 적의 도운이라면 그러고도 남았다.
보육원에서 한재임의 간식을 강탈해 도희에게 준 적이 몇 번이던가.
심지어 도운은 도희가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준 간식을 빼앗아 도희에게 도로 갖다 준 적도 있었다.
들켜서 한 달 내내 꼬집힘을 당한 이후엔 관뒀지만, 한재임의 간식을 강탈하는 건 보육원에서 나올 때까지 그만두지 않았었다.
“못 믿겠는데…. 백도희가 잘 구슬린 거 아니고?”
“아니야. 도운이 먼저 말했대. ‘백운천 녀석들 장비 만들어 줄까 하는데 어떠냐’라고.”
“흠….”
한재임을 팔짱을 꼈다.
반평생 백도운을 지켜봐 온 그로서는 쉬이 믿을 수가 없었다.
태천과 도희가 잘 구슬려서 마지못해 만들기로 했다면 오히려 납득하기 쉬웠을 거다.
그런데 도운이 먼저 말했다니….
해가 서쪽에서 떴다고 의심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큰일이군….”
“뭐?”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어.”
“뭘 또 거기까지 거창해지고 그래. 너 예전에 도운이한테 설지초 받았었다며. 그때 고맙다고 하지 않았어?”
“…했었지.”
“그럼 이번에도 고맙다고 하면 되겠네.”
“쯧….”
한재임은 그때 일을 떠올리곤 혀를 찼다.
그날 고맙다고 했던 건 솔직한 마음이긴 했으나 진심으로 우러나와서 한 것은 아니었다.
도로 가져가려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고맙다고 말했을 뿐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그는 자신이 없었다.
도운이 장비를 만들어 주었을 때 순수하게 고맙다고 말할 자신이.
그리고….
“…볼만하겠군.”
“뭐가?”
“다른 녀석들이 이 소릴 들었을 때 어떤 얼굴을 지을지 말이야.”
“…….”
예상컨대, 다른 간부들도 현재 한재임이 느끼고 있는 당혹감을 느끼게 될 터였다.
그런 이유로 한재임은 이 일을 말하지 않고 비밀로 하기로 했다.
결정을 내린 그는 마음이 한결 편해져 후후 웃었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태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여간 저놈도 정상은 아니야.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스마트폰을 내려다봤다.
화면엔 도희가 방금 막 보낸 새로운 사진이 떠 있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역시 도운이었는데, 평소처럼 검지로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는 모습이었다.
이상한 점은 한 가지.
잠을 자는 사람처럼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자는 사람처럼이 아니라 자는 것이리라.
“…가장 이상한 놈은 얘라니까.”
“백도운이 왜?”
“아. 도희가 사진을 보내왔는데, 자면서 스마트폰을 두드리고 있어서.”
“뭐?”
“진짜라니까.”
태천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화면을 들여다보던 한재임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냥 눈만 감고 있는 거 아니냐?”
“아래 도희가 메시지도 보냈잖아. 코 골고 있대.”
“…써먹을 수 있을지도. 그것도 보내줘.”
“이걸 써먹는다고? 어떻게?”
“자는 동안에도 스마트폰 게임에 손을 놓지 못하는 중독자라는 이미지를 메이킹할 수 있지.”
“얼라리. 그런 이미지를 왜 만드는데? 너 또 도운이 못살게 굴려는 거면-”
“그런 거 아니다. 요즘 백도운 어딜 가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 때문에 문제가 많잖아.”
“그런데?”
“잘 때도 저러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을 뿐이야.”
“아아. 그건 그럴지도….”
태천은 수긍이 되어 사진을 한재임에게 전달했다.
전달하면서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질문을 한다.
“그런데 스마트폰 게임 중독자로 알려지는 것 자체가 안 좋잖아?”
“그걸 누가 몰라? 네가 카메라 앞에선 게임 못하게 그놈 말려 보든가.”
“평범한 스마트폰 게임이라면 그랬겠지만….”
태천은 방법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도운이 하는 건 평범한 스마트폰 게임이 아니다.
세계수를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었고, 세계수가 성장하면 도운도 성장하게 된다.
즉, 도운은 그저 놀고 있는 게 아니라 훈련을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심지어 세계수 나뭇가지라는 S등급에 해당할 재료들도 얻을 수 있었으니….
태천에겐 도운을 말릴 만한 명분이 없었다.
“못 말릴 바에 중독자로 이미지 메이킹 하는 게 나아.”
“쩝…. 반박할 논리가 없네.”
태천은 스마트폰을 든 손을 들어 올렸다.
그가 항복을 표현하는 동안, 한재임은 빠르게 스마트폰의 화면을 두드렸다.
도희가 찍고 보낸 도운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한재임은 얼마 걸리지 않아 왓쳐 캐스트의 공식 채널에 사진을 게시했다.
게시하자마자,
[지상욱 – 오, 우리 형님. 주무시는 모습도 멋있으십니다!] [김재식 – 주무시는 거 맞나? 스마트폰 게임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지상욱 – 뭐 인마? 너 지금 우리 형님이 주무시는 동안에도 게임 하는 중독자라는 거야?] [김재식 – 누가 그렇대? 그냥 눈 감고 계신 거일 수도 있잖아.]백도운의 의동생을 자처하는 이들이 댓글을 달았다.
얘넨 스마트폰을 달고 사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진짜 동생이 나타나 댓글을 달았다.
너도냐….
[김재식 – 네? 맞다고요?] [백도희 – 그래. 오라버니 지금 주무시면서 게임 하는 거야. 귀엽지?] [백도희 – 안 귀여워?] [지상욱 – 귀여우십니다! 귀엽고 말고요!] [백도희 – 지상욱. 넌 대답 안 해?] [김재식 – 죄송합니다. 거짓말은 못 하겠어요. 솔직히 귀엽지는….] [백도희 – 내가 언제 거짓말하랬는데?]“후…. 놀고들 있네.”
한재임은 한숨을 내쉬고 중얼거렸다.
또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내려놓았던 펜을 집어 들고 서류에 신경을,
“푸흐흐….”
쏟으려다가 멈췄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실실 웃는 이태천 때문이었다.
그놈들이나 이놈이나 똑같군.
“…태천아.”
“응?”
“오늘 일 없냐?”
“비웠어. 조금 이따가 도운이 마중 나가거든.”
“그럼 슬슬 갈 준비나 하지 왜 여기 있는 건데.”
“너 도와주려고.”
“뭐?”
저게 대체 뭔 개소리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어서 태천을 빤히 바라봤다.
태천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 지금 너 열심히 응원 중.”
“하아아아아아….”
한재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간 깜빡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녀석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동시에 그 백도운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사실을.
절대로 정상적인 인물이 아니다.
“태천아.”
“응.”
“꺼져.”
“…….”
“쫓아내 줘?”
“가면 되잖아, 가면.”
얼어붙을 것처럼 싸늘한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진다.
태천은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 사무실엔 한재임 혼자 남게 되었다.
그는 조용해진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본 후 흡족한 듯 싱긋 웃었다.
이번에야말로 서류에 신경을,
“짜잔!”
쏟는 데 실패했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정 세실리아 수녀 때문이었다.
그녀는 한재임 앞의 의자로 걸어가 앉는 동안 말을 쏟아냈다.
“안녕! 얼굴 보기 되게 힘드네. 요즘 엄청 바쁜가 봐? 아, 맞아. 오늘 밤에 도운 오빠 돌아온다며? 마중 누가 나가기로 했어?”
“…….”
“뭘 봐? 대답 안 하고.”
“내 사무실은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이성훈 대리님이 가르쳐줬어.”
“쯧! 그놈이 쓸데없는 짓을….”
한재임은 세차게 혀를 찼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 세실리아는 되물었다.
“마중 누가 나가냐고.”
“태천이. 방금 나갔는데, 못 봤어?”
“못 봤어. 암튼, 잘됐네. 따라가야지.”
“네가 거길 왜 따라가?”
“심심해서.”
“누가 보면 놀러 온 줄 알겠네. 너 여기 정식 의뢰받고 온 거거든?”
“대비 다 해놨거든요? 더 할 것도 없다고. 최동훈이라고 했나? 그 인간 영혼이 오면 알아서…-”
“……?”
정 세실리아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이어 고개를 떨어뜨려 바닥을 내려다본다.
정확하게는 바닥 아래, 그녀가 기도로 대비해놓은 장소다.
“…….”
“최동훈이냐?”
“혈색 안 좋아 보이는 얼굴, 짙은 다크서클, 왜소한 몸집.”
“최동훈이네.”
드르륵.
한재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너도 가게?”
“그럼? 너 혼자 보내?”
“올…. 웬일? 태천 오빠 따라다니더니 기사도라도 생긴 거?”
“…그래. 혼자 가라.”
“하여간! 그러니까 인기가 없지!”
덥석!
정 세실리아는 다시 앉으려는 한재임의 손목을 붙들었다.
붙든 오른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오른손과 맞댄다.
두 손바닥이 기도하듯 맞닿자 곧바로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팔랑….
사무실엔 서류들만이 얕게 팔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