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89
제390화
메시지를 읽고 난 후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다.
화면엔 성장한 새싹이가 무성하게 서 있었다.
어린나무 상태에서 벗어난 새싹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세계수 그 자체였다.
외형은 사실 전과 비슷하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바로 크기.
원래 새싹이는 두 팔로 끌어안으면 기둥이 반 정도 감겼었는데, 지금은 끌어안을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커 보였다.
성역에 있는 엘프들 모두가 강강술래를 하듯이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서도 안 되겠는데…?
“…….”
그런데… 눈의 착시일까.
아니면 나의 단순한 착각인 걸까.
새싹이가 서 있는 모습이 꼭 옛날 두 개의 이파리를 높이 쳐들어 만세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부모의 눈엔 자식이 자라도 애처럼 보인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세계수가 큰일 났다며 걱정을 토로합니다.]큰일?
해골이 돌아오는 기척이라도 느꼈어?
[세계수는 그런 게 아니라며 나뭇가지를 가로젓습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커져 버렸다고 투덜거립니다.] [이래선 귀여움을 어필할 수가 없다고 설명합니다.]뭐?
실없기는…!
“푸흐흐….”
크기가 커졌어도 새싹이는 새싹이.
여전히 귀여웠다.
자연스럽게 화면을 두드리게 만드는 귀여움이다.
톡톡 톡톡톡…!
“…응?”
화면을 두드리다가 날 쳐다보는 무기와 임페일과 마주쳤다.
둘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놀란 채였다.
아마도 내게서 느껴지는 힘이 갑자기 달라져서 그런 것 같다.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새싹이가 성장했어. 이제 어린나무가 아니라 그냥 세계수야.”
「오…. 관리인에게서 전달받던 마나의 양이 늘어 그럴 것 같더라니….」
「짐의 힘도 한층 더 강해졌다. 말 그대로 홍복(洪福)이로군!」
임페일이 싱글벙글 웃었다.
생각해 보니, 새싹이가 성장하면 관리인인 나뿐만 아니라 세계수의 권속인 그도 강해진다.
당연히 성역의 엘프들도 더 강해졌을 거고 흐레이스도 강해졌을 거다.
여러모로 겹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세계수에게 축하한다고 전해주겠나.」
“응.”
-이라고 대답하고 딱히 전하지 않았다.
어차피 새싹이도 듣고 있었으니까.
[세계수가 무기에게 고맙다고 화답합니다.] [무기에게 성장하다가 떨어진 나뭇가지를 선물하고 싶다고 전합니다.] [기분이 나쁠 수도 있으니 관리인에게 물어보길 요구합니다.]“새싹이가 나뭇가지를 선물하고 싶대.”
「오?」
“성장하다가 떨어진 거라서 혹시 기분 나쁠까 봐 걱정하네.”
「괜한 걱정을 하는군! 기분이 나쁠 리 없지 않나? 그런 선물이라면 기쁘게 받겠다고 전해주길 바란다.」
「무기 공 말이 옳다. 성장하다 떨어진 거라면 세계수의 마나도 충만할 테니, 짐도 갖고 싶을 정도다. 물론, 남은 게 있다면….」
그러면서 임페일은 화면을 쳐다봤다.
남은 게 있다면, 이라….
누가 뱀파이어 로드 아니랄까 봐 의뭉스럽기 그지없었다.
떨어진 나뭇가지가 더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세계수로 성장하면서 달라진 건 크기만이 아니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도 엄청나게 새로 자라났고, 저절로 떨어진 것들도 말 그대로 발에 치일 듯 많았다.
그리고 현재 엘프들이 새싹이 밑동 쪽에 있는 그것들을 주섬주섬 줍고 있었다.
[세계수는 당연히 줄 수 있다고 전합니다.]음….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 [관리인은 임페일에게 선물을 주는 게 싫냐고 질문합니다.]싫은 건 아니고 걱정이 좀 돼서.
지금 새싹이 네가 기쁜 마음에 아낌없이 퍼주는 나무가 된 것 같아 보이거든.
마치 1등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보인다면 이해가 되려나?
[세계수가 걱정하지 말라며 나뭇가지를 가로젓습니다.] [권속인 임페일이 달라고 하니까 선물하는 것뿐.] [아이처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전합니다.] [어차피 떨어진 나뭇가지라 사용해야 했다고 덧붙입니다.]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어깨를 으쓱이자마자 새싹이가 바로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보내왔다.
화면을 통해 저번에 가지치기했던 것들보다 큰 나뭇가지들이 넘어와 둘 앞으로 날아갔다.
아직 아르카의 주재료가 된 전대 세계수의 가는 나뭇가지보단 작군.
전대 세계수는 다 성장한 상태였으니 당연한 거지만.
「오….」
둘이 동시에 감탄을 흘렸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새싹이의 선물을 받아들었다.
나뭇가지를 휘감은 이무기, 라….
천주교 보육원에서 자란 값을 하는 건지, 뜬금없게도 놋뱀이 떠올랐다.
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힐링이 된다는 점에서는 같을 수도 있겠다.
반면, 임페일은 두 손으로 나뭇가지를 받아들었는데 잘생겨서 그런지 제법 그럴듯하게 보였다.
왕에게 검을 하사받는 기사처럼 보인달까?
로드인 그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면 실례일지도 모르겠는걸.
「고맙다, 잘 쓰도록 하지.」
「소중히 다루도록 하겠다.」
무기와 임페일이 나뭇가지를 챙기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새싹이 대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맑게 정화된 방에서는 혐오스러운 기운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족 권속의 은신처에서 산림욕을 하러 온 듯한 산뜻함이 느껴지다니….
해골이 돌아왔을 때 얼마나 행복해할지 기대된다.
“…참. 무기야.”
「음?」
“혹시 둘러보면서 해골한테 당한 헌터들의 정보는 없었어? 유품, 이라거나….”
「위층 구석 쓰, 아니. 구석에 있었다….」
무기는 말을 하던 도중 정정했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위층 구석에 있는 쓰레기들 속에 파묻혀있었다는 거겠지.
해골은 그것들에 대해 쓸모를 느끼지 못하고 한데 모아 처박아 뒀을 터.
인간이길 포기한 놈이니 버리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유품을 챙겨 아일랜드 헌터 협회에 갖다 줘야겠다.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왼팔은 한창 마족 에너지를 정화했다.
양이 많은 탓에 정화가 전부 끝나려면 한참 걸릴 모양이었다.
어차피 다 되면 메시지창이 뜰 테니 신경 쓰지 않고 있어야겠다.
“…….”
“…….”
올라오자마자 수정에 갇힌 최동훈과 시선이 마주쳤다.
놈은 나무뿌리로 변한 내 왼팔을 보고 놀란 눈초리였다.
세계수 관리인이라는 걸 알면서 놀라긴….
「이제 이 자를 구해줄 차례겠군.」
“그러려고.”
해골에게 당한 헌터들의 유품을 챙기면서 무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먼저 유품들 상태부터 확인했다.
그것들은 해골이 아무렇게나 처박아둔 것치곤 상태가 멀쩡한 편이었다.
전력 차이가 심해 이렇다 할 반항을 하지 못한 것도 상태가 좋은 이유 중 하나이리라.
이런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왕 챙기게 된 거….”
「음?」
“이곳에 있는 것들 다 챙겨가야겠다.”
그리 말하면서 싸그리 다 인벤토리에 넣었다.
실험도구들, 서류뭉치들, 온갖 아이템 재료들 등등….
어디에 쓰이는 물건들인지는 모르겠으나 해골이 은신처에 모아둔 것들.
쓰임새가 있는 것들이 분명하니 훔쳐 가면 놈이 좋아 죽을 게 분명하다.
놈이 좋아하면 그 꼴 비웃을 수 있으니 나도 좋은 거고.
그것만으로도 전부 챙겨갈 가치는 충분했다.
새싹이의 긍정을 받으며 유품들과 온갖 물건들을 챙겼다.
아래층처럼 말끔해진 방을 한 번 둘러본 후 최동훈이 갇힌 수정 앞으로 걸어갔다.
날 바라보는 놈의 시선에 속마음이 읽혔다.
‘드디어…!’
그리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눈에 담긴 기대를 보고 있노라니 ‘이대로 내버려 두고 돌아가 버릴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생각으로만 그치기로 했다.
이곳에 오면서 정부와 협회에 최동훈을 구조해 오겠다고 말해뒀던 탓이다.
이놈 덕분에 크라우드가 무슨 짓을 벌이려고 한다는 걸 알 수 있기도 했고.
새싹이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으니….
“…….”
아르카를 곧바로 휘둘렀다.
꽝!
벌을 가둔 것보다 크기가 커서 세게 휘둘렀는데도 수정은 멀쩡했다.
꽝, 꽝! 꽈앙!
쩌억….
연거푸 휘두르고 나서야 금이 하나 그어졌다.
“이것 봐라? 제법 단단하네?”
감탄하면서 중얼거렸다.
아마도 최동훈이 벌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더욱 공을 들인 것 같았다.
하긴….
최동훈은 몸을 움직일 수 없다고 영혼 상태로 빠져나오는 짓을 벌인 놈이다.
만사 포기한 벌과 달리 그동안 탈출을 여러 번 강행했을 테고 실패했을 때마다 수정은 업그레이드됐겠지.
「그래도 금이 간 걸 보면 금방 깰 수 있을 것 같군.」
「수십 번은 더 내리쳐야 할 것 같지만.」
“귀찮게시리….”
눈을 찌푸리며 무기와 임페일의 말에 동의했다.
마나 칼날을 뿜어내면 단숨에 베어낼 수야 있겠지만, 아르카는 소톨로 카풀루스와 달리 칼날의 최소 길이 3m가 넘는다.
그걸 휘두르다 실수로 결계를 베어내기라도 하면 조심스럽게 들어온 의미가 퇴색돼 버린다.
해골에게는 깜짝 서프라이즈를 주고 싶었으니 그것만은 피해야 했다.
있지.
내가 그러고 싶다는 거.
[…….]통, 통….
대충 대꾸한 뒤 아르카로 머리를 두드렸다.
더 빨리 끝낼 방법 없으려나?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들어 올립니다.]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전합니다.] [전대 세계수 퀘스트를 완료하고 스킬을 확인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아.
그거 좋은 생각인걸?
세계수 관련 스킬이 진화했으니 지금 같을 때 사용할 만한 효과가 생겼을지도 몰라.
새싹이의 제안에 따라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없으면 그때 가서 아르카로 두들겨 깨부수면 그만이다.
바로 YES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새싹이의 몸이 빛났던 것처럼 내 몸이 빛났다.
빛을 빠르게 사그라들었고, 대신 새로운 메시지창이 떴다.
[세계수 스킬들이 진화했습니다.] [스킬 창을 열고 확인하세요!]퀘스트 창을 닫고 기쁜 마음으로 스킬 창을 열었다.
겸사겸사 캐릭터 창도 열었다.
이번 일로 최대 마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무기가 ‘새싹이가 성장했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했을 정도니, 성장 폭이 분명 클 것이다.
[캐릭터 창] [백도운 – 세계수 관리인] [타이틀 – 세계수의 동반자] [HP – 100%] [MP – 5000만130/1억260(50% 상시 공유 중)] [SP – ∞] [상태 – ] [호감도 – 이무기(살짝 좋음)]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맞는 건가?
예상했던 대로, 성장 폭은 컸다.
컸는데….
끝 단위가 달라질 정도로 엄청나게 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1억?
내 최대 마나가 1억이라고?
“…….”
마나를 살피던 내 시선이 살짝 오른쪽으로 옮겨졌다.
단위가 달라진 이 마당에도 끝의 260은 여전했다.
260.
저건, 전대 세계수의 열매를 먹고 새싹이를 만나기 전의 내 최대 마나였다.
260밖에 없던 내 마나가 1억을 넘게 됐다니….
보고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관리인?」
「왜 그러나?」
“별일 아냐. 지금 알았는데, 내 생각보다 최대 마나가 많이 늘었더라고….”
「…그걸 이제 알아차렸나?」
무기가 어이가 없다는 듯 대꾸했다.
임페일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이제야 알아차렸다는 사실이 퍽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둘의 시선을 피해 스킬 창을 바라봤다.
스킬 창엔 진화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인지 ‘UP!’이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좋아.
뭐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한 번 볼까?
그런 생각으로 스킬 창을 살폈다.
“…대체 이게 다 뭐야?”
살피다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