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425
제426화
“회장님!”
김민주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차를 마시고 있던 우 씨 가족 세 사람이 곧바로 그녀를 돌아봤다.
그녀는 아침부터 전력 질주라도 했는지 얼굴이 새빨갰다.
그 모습을 보고 우찬성 회장이 히죽 웃었다.
“왜 이렇게 소란이야? 이 대리가 드디어 프러포즈라도 했어?”
“…….”
“아니야? 에이…. 그럼 뭐가 큰일인데?”
“백도운이요!”
“이 사람아. 그 친구가 어제 S급 헌터가 된 건 온 세상이 다 알아.”
“그, 그게 아니라… 지금 백도운이 백도희와 함께 본사에 찾아왔어요!”
“……!”
우 씨 가족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백도운이 찾아올 거라는 말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애초에 한국으로 귀국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어떡할까요, 회장님.”
“어떡하긴. 연후야. 채연이 데리고 가서 응대해라.”
“회장님께서 하지 않으시고요?”
“맡기마.”
“…알겠습니다.”
우연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면서 김민주에게 질문했다.
“아, 민주야. 혹시 도운 씨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말했어?”
“거래할 생각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옆구리에 웬 강철금고를 끼고 있었어요.”
“금고?”
“네.”
“금고를 팔러 왔나…?”
우연후가 중얼거렸다.
우채연이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우연후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도운 씨잖아. 그럴 수도 있지.”
“상식적으로 생각해. 금고 안의 내용물을 팔 생각인 게 당연하잖아.”
“내용물? 아.”
우연후는 곧 깨달았다.
백도운이 옆구리에 끼고 온 금고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를.
그는 제 아버지인 우찬성 회장을 돌아봤다.
정말 들어 있는 게 ‘그것’이라면, 그보다는 우찬성 회장이 나서야 옳았다.
그러나 우찬성 회장은 손을 휘휘 저을 뿐이었다.
그 순간, 우연후의 머릿속에 우 회장이 조금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맡기마.”
-라는 말이.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에 대답하듯, 우연후는 고개를 숙였다.
***
똑똑.
노크 소리가 나고 곧 문이 열렸다.
우연후와 우채연 남매가 들어오면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S급 헌터가 된 것에 대한 축하 말을 전하고, 태천이가 함께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친다.
이어 그는 맞은편에 앉으면서 시원하게 본론을 꺼냈다.
몇 차례 더 사소한 잡담을 나눌 줄 알았는데 말이다.
“거래하러 오셨다고요.”
“네.”
“음….”
우연후의 시선이 내 왼쪽으로 향했다.
우리 남매가 앉아 있는 소파 옆에는 커다란 금고가 하나 놓여 있었다.
도희가 마법으로 고정해 놓은 것을 힘으로 뜯어내어 갖고 온 거였다.
들어 올릴 때 폭발 소리가 나기에 뭔가 했는데, 설마 마법으로 고정했을 줄이야.
“혹시 그 금고를 판매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렇겠냐.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보자 우연후가 하하 웃었다.
옆에 앉은 우채연이 쓸데없는 소릴 한다는 얼굴로 제 오빠를 째려봤다.
으음….
새삼 느끼는 건데, 여동생들은 원래 저렇게 오빠를 째려보나?
[세계수는 나뭇가지를 으쓱입니다.] [이곳에 있는 여동생들은 타당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고 전합니다.]음, 전혀 모르겠는걸?
이곳의 또 다른 오빠인 우연후가 말했다.
“네, 그렇죠. 도운 씨가 판매하려는 것은 금고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이겠죠.”
“아닌데요.”
“네…?”
우연후가 의문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다가도 제 동생을 쳐다봤는데, 턱 끝이 살짝 올라가는 모습이 마치 “거 봐.”라고 말하는 듯했다.
“…….”
우채연이 나를 쳐다봤다.
그럼 대체 금고는 왜 갖고 온 거냐고 묻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러게나 말이다.
나도 이 금고를 이곳까지 가지고 오게 될 줄은 몰랐다.
“…….”
고개를 옆으로 돌려 도희를 쳐다봤다.
도희는 내 시선을 느낀 듯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와, 저 뻔뻔한 얼굴 좀 보게?
누가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 줄 알겠어.
내가 금고를 여기까지 짊어지고 온 건 전부 도희가 시켜서 그런 건데 말이다.
사실, 지금 내 옆에 놓인 금고는 텅 비어 있었다.
금고 안에 들어 있던 엘릭서는 현재 내 인벤토리 안에 있었고, 나머지 것들은 도희가 다 따로 챙겼다.
“…….”
“…….”
우 씨 남매의 시선도 천천히 도희에게로 향했다.
내가 금고를 짊어지고 온 이유가 그녀에게 있음을 알아차린 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희는 서글서글 웃는 낯으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왜일까?
앉아 있을 뿐인데 ‘나 쳐다보지 말고 거래나 해.’라고 말하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건.
아마 이 압박을 나만 느끼는 건 아니겠지.
맞은편에 앉은 우 씨 남매도 느끼고 있다는 데에 태천이 전 재산을 걸겠다.
[……?] [세계수가 왜 태천이의 전 재산을 거느냐고 어리둥절합니다.]어휴, 내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착한 오빠인 내가 온순하게 따르는 수밖에.
[…….] [세계수가 관리인의 진심 어린 착각에 나뭇잎을 내두릅니다.]“영약을 사러 왔습니다.”
“영약…이요?”
우연후가 예상하지 못한 듯 되물었다.
이해한다.
금고를 갖고 왔으니, 그 안에 든 것을 판매하러 왔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겠지.
“네. 현재 일대 그룹이 가진 영약을 전부 구매하겠습니다.”
“……!”
우연후의 눈이 살짝 커진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침을 꼴깍 삼켰을 텐데, 그는 짐짓 여유로운 태도로 턱을 괴었다.
아마 머릿속에선 일대 그룹이 가진 영약의 총량과 금액을 계산하고 있겠지.
호록.
그걸 기다리는 동안 그의 비서가 내어줬던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아직 따듯해서 마실 만했다.
“입맛에 맞으세요, 선배님?”
우채연이 싱긋 웃으며 묻는다.
선배님?
오빠라고 살갑게 부를 땐 언제고 웬 선배님이래.
의문이 떠올랐으나 묻지는 않았다.
원래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한테 오빠 소릴 듣는 게 이상한 거였다.
피식….
맛있다고 대답하려는데, 갑자기 도희가 웃음을 흘렸다.
찻잔을 들어 올리고는 다리를 꼰다.
그러고는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얘는 또 왜 이래?
“맛있네요. 역시 일대 그룹에서 내어준 차다워요.”
“…그렇군요.”
우채연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불쾌함…은 아니다.
떨리는 목소리에서 느껴진 건 불편함이었다.
뭐지.
기 싸움이라도 하나?
“음….”
머릿속으로 셈을 하느라 상황을 살피지 못한 우연후가 입을 열었다.
“사실, 우리 일대 그룹은 영약을 그리 많이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요?”
“아무래도 영약은 우리 기업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아니니까요.”
“아.”
생각해 보니 그렇네.
일대 그룹은 영약을 상품이 아니라 우채연의 절맥증을 치료할 목적으로 사들였었다.
영약의 성질을 잘 파악하지 못한 바람에 절맥증의 극독이 되는 설지초를 구매한 전적까지 있었고.
그렇게 사들였는데도 절맥증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영약이 없어서 홍유릉 게이트까지 가게 됐었지만.
“그래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영약들은 전부 최상급들이라고 자신합니다.”
그건 내가 잘 알지.
잘못 구매한 설지초조차 최상급이었으니까.
한재임의 실력이 다른 놈들보다 뛰어나진 것도 그 덕분이었다.
절대로 그 자식이 다른 놈들보다 재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지금 바로 리스트를 뽑아드리겠습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네?”
“총 얼마입니까?”
“…….”
우연후는 전화기로 뻗던 손을 멈췄다.
나를 잠깐 바라보다가, 이내 빙긋 웃으며 대답한다.
“총 56개로 4350억입니다.”
“…56개? 그리 많지 않다면서요?”
“기업 차원에서 보면 적은 편이죠. ”
우연후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과연….
머리 위로 재벌 2세의 후광이 보이는 듯하다.
없이 살던 멍청이들은 영약 좀 사서 먹이겠다는 말에 벌벌 떨어댔는데 말이다.
“네. 전부 구매하겠습니다.”
“시원한 거래 감사합니다! 만….”
만?
“영약은 성질이 다 다르다는 것 알고 계시죠?”
“그럼요.”
대답하며 우채연을 바라봤다.
절맥증 환자에게 설지초를 사 먹이려던 사람들과는 다르다.
내 시선에 우채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우연후는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
두 사람 다 민망한 듯 보였으나 얼굴을 붉히지는 않았다.
“성질은 내가 알아서 할 거니, 연후 씨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도운 씨가… 알아서 한다고요?”
“네.”
“……?”
우연후는 턱을 문질렀다.
내가 어떻게 알아서 할 것인지 궁금한 모양이다.
물론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아무 영약이나 먹인 후에 세계수의 마나를 퍼부을 거라는 말을 어떻게 해?
“그보다, 대금은 돈이 아니라 현물로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다른 것, 입니까?”
질문하는 우연후와 옆에 앉은 우채연의 눈이 빛난다.
역시….
방금 말한 현물이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뿅, 뿅! 뿅!
입도 열지 않았는데, 새싹이가 알아차리고 포션들을 꺼내주었다.
초록의 나뭇잎에 둘러싸인 푸른빛의 포션….
바로 엘릭서였다.
“꿀꺽….”
“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던 우연후가 침을 삼키고, 우채연이 입을 헤 벌리며 감탄한다.
아무리 재벌 2세들이라고 해도 엘릭서 앞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나 보다.
심지어 1개가 아니었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3개…. 이거, 당장 살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현물도 받습니다. 갑옷이나 액세서리면 좋겠군요.”
어차피 장비도 새로 맞출 생각이었으니, 엘릭서의 대금을 굳이 돈으로 받을 필요는 없었다.
원하는 옵션의 장비가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애초에 현금이 없어서 현물을 내겠다고 한 것도 내가 먼저니까.
“…괜찮으시겠습니까?”
우연후가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물었다.
누가 보면 다른 사람이 엿듣기라도 하는 줄 알겠네.
왜 이래?
“뭐가요?”
“백운천이 저희 프타에서 장비를 구매하시겠다는 건 매우 기쁜 일입니다만… 그녀가 탐탁지 않을 텐데요?”
“그녀? 아. 재이 말하는 겁니까?”
“네.”
“…괜찮을 겁니다. 아마도.”
“아마도…요.”
음….
확신할 수는 없다.
미리 말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장비를 새로 맞춰야겠다고 생각하자마자 재이를 찾아갔었는데, 얼굴도 못 보고 돌아와야 했으니까.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유는 대장간 문 앞에 붙은 팻말 때문이다.
설마 테스트 치르는 걸 안 봤을 줄이야.
어쩐지 축하 인사 메시지 한 통 없다 했다.
팻말에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적어놓지 않았다면 서운할 뻔했어.
그런데 대체 뭘 만들 심산이기에 출입을 금지한 걸까.
프레젠테이션 만들어 오라고 해서 삐진 거려나?
…에이, 뭐 만드느라 집중해서 그런 거겠지.
“…바빠 보여서 못 만났거든요.”
“네? S급 헌터가 돼서 돌아왔는데 못 만났다고요? 설마, 사랑싸움입니까?”
“그런 거 아닙니다.”
“흠?”
우연후가 눈썹을 치켜뜨며 웃는다.
처음이다.
이 인간이 이렇게 얄미워 보이는 건.
“그나저나, 바빠 보였다…. 설마, 재이 씨 그걸 가동하는 방법을 찾은 건가?”
그거?
“혹시, 연후 씨는 재이가 뭘 만들고 있는지 압니까?”
“네? 아뇨. 그럴 리가요.”
“정말요? 거짓말이면 이거 안 팔 거예요?”
엘릭서는 다른 데에 팔아도 그만이다.
내가 이곳에서 굳이 현물로 거래하려고 한 건 그와의 관계가 호의로 맺어진 덕분이었다.
슥….
엘릭서가 들린 왼손을 천천히 거두자,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연후가 재빠르게 대답했다.
“정말 모릅니다.”
“…….”
“…다만, 재료는 알죠. 제가 갖다 드렸거든요.”
“재료…. 그게 뭐였는데요?”
“가르쳐 드릴 테니 엘릭서 조금만 할인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
“…안 될까요?”
되겠냐고.
상식적으로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