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431
제432화
“세계수 관리인의….”
“먼 후손이요.”
“그러니까… 그위친이 드래곤의 후손이란 거예요?”
“네?”
그위친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놀라?
세계수 관리인의 후손이면, 디싱 나 토르의 후손이란 건데.
“전대 관리인이 드래곤이잖아요.”
“그렇습니까?”
“……?”
그위친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태도였다.
뭐지?
그 반응에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지는데,
「관리인.」
“…응?”
「전대 세계수는 오래 살았다. 그만큼 관리인들도 많았지. 아마 저자의 선조는 그 관리인 중 하나일 것이다. 디싱이 아니라.」
“아.”
그런 거구나….
내게 세계수 관리인이란 나와 디싱 뿐이었기에 오해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말이 되나?”
「되는 것 같군.」
“내가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무기와 그위친이 꼬리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한 몸짓에 말문이 막혔다.
그위친이 어떻게 세계수 관리인의 후손일 수가 있는 걸까.
오래전 지구에 나 말고도 관리인이 또 있었다는 건데….
아니, 나도 차원이 다른 곳에서 관리인을 하고 있으니 전대 관리인 중에도 그럴만한 사람쯤 더 없으리란 법도 없긴 한데….
쉬이 믿을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새싹아, 어떻게 생각해?
[세계수는 나뭇가지를 천천히 가로젓습니다.] [현재 그위친에게선 아무 마나도 느껴지지 않아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그리운 기분은 여전히 느껴지는데, 이것이 그가 후손이기 때문이라면 말은 된다고 덧붙입니다.]확신은 할 수 없다, 라.
흐음….
“근데 그위친은 그걸 어떻게 안 겁니까?”
“아바돈 그자가 그러더군요.”
“아바돈이요?”
“네. 몸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동안 그자가 깨달았습니다. 어째서 세계수 관리인의 후손이 이곳에 있느냐고 분노했죠.”
그래, 분노할 만도 하지.
권속들을 시켜 세상에서 제일 강한 인간을 차원을 넘어올 그릇으로 삼았는데, 하필 그 인간이 천적이나 다름없는 세계수 관리인의 먼 후손이었으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는데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족은 정말 세계수를 끔찍하게 싫어하더군요.”
“거의 천적 같은 거니까요.”
“정말로요. 정체를 알자마자 말문이 막힌 듯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건 재미있었어요.”
“하하….”
“고마운 일이죠? 도운에게서 왜 그리움을 느끼는지, 우리가 왜 그토록 닮았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요.”
“그걸 고마운 일이라고 하기엔 좀….”
“하지만 덕분에 우리가 먼 가족이나 마찬가지란 걸 알게 되지 않았습니까.”
“음….”
세계수 관리인과 세계수 관리인의 후손.
그의 말대로 먼 가족 관계라고 볼 수 있었다.
혹은 동문이라고 볼 수도.
이제 보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제이크의 짐작이 정확히 들어맞았는걸?
「그위친.」
꼬리로 턱을 문지르던 무기가 그위친을 불렀다.
「그대가 세계수 관리인의 먼 후손이라면….」
“증거라면 없다. 안타깝게도 그 사실을 가르쳐준 고마운 존재가 이제 이곳에 없거든.”
고마운 존재라니.
아바돈이 이 사실을 알면 또 분노하겠는걸?
「하하하.」
무기가 갑자기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꼬리를 뻗어 내 어깨를 덥석 붙들었다.
왜 이래?
갑작스러운 웃음은 또 뭐고.
「축하한다, 관리인.」
“…대뜸 뭐가?”
「모르겠나?」
“그러니까, 뭐가?”
「그위친이 관리인의 후손이란 건, 관리인이 재이와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게 대체 뭔….
어이가 없어서 무기를 빤히 쳐다봤다.
그위친이 관리인의 후손이라는 엄청난 말을 듣고 저딴 말이나 한다고?
허, 참.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무기야.”
「음!」
뭘 대단한 발견을 했다고 뿌듯해하고 있어?
“…방금 발언으로 네가 머리에 나사 빠진 존재 중에서 우승자가 된 것 같은데. 이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하하. 관리인. 겸손은 좋지 않다. 내가 무슨 짓을 한들 그대의 해괴한 짓엔 감히 발끝조차 따라갈 수 없다.」
무기가 꼬리를 으쓱하며 말했다.
글쎄, 방금 말한 거 보면 빠른 속도로 뒤쫓아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그런 우릴 보고 그위친이 엷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아바돈은 이 사실을 깨닫자마자 떠났습니다.”
그래, 중요한 이야기나 하자.
물론 그것도 중요한 이야기긴 하지만….
그래도 시와 때란 게 있지 않은가?
“그랬겠죠. 나 같아도 그랬을 겁니다.”
마족 권속의 몸?
준다고 해도 갖고 싶지 않았다.
원래 내 몸을 버리고 싶지도 않고.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았지만요.”
“그자가 무슨 짓을 했는데요…?”
밀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위친은 따스하게 웃으며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뱉었다.
“파괴와 멸망의 힘을 남기고 떠났지. 내 육신을 안쪽에서부터 파괴하는 힘…. 그건, 나로서는 버텨낼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단다. 숲을 뒤덮은 어둠도 방해가 됐고.”
“설, 설마….”
밀러가 앓는 소리를 냈다.
그위친이 계속해서 자신이 죽었다고 말한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즉.
그는 지금 속 빈 강정처럼 겉만 온전해 보이는 상태였다.
머리의 검은 뿔을 쳤을 때 텅 빈 소리가 난 것도 그래서다.
“…마침 제가 엘릭서를 가지고 있는데요.”
뿅!
오른손을 내미는 것과 동시에 엘릭서가 튀어나왔다.
이걸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그위친은 무표정했다.
기뻐하는 밀러와는 다르게.
“…안 되는 겁니까?”
“도운도 알 텐데요. 나는 지금 겉만 멀쩡해 보일 뿐이란 걸.”
“그위친…!”
밀러가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방금 그위친의 머리에 자라난 왕관 같은 뿔이 바스러진 탓이다.
사락사락….
검은 뿔들이 까만 재처럼 허공으로 흩날렸다.
“…시작됐군.”
그위친이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를 듣고, 그 현상이 뿔에서만 그치지 않으리란 걸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가겠지.
탁!
밀러가 내 손의 엘릭서를 집어 들고 그위친 앞에 앉았다.
“이거 먹어요! 어서!”
“소용없대도.”
“소용이 있는지 없는지는 먹어봐야 아는 거죠!”
밀러는 포기하지 못했다.
엘릭서는 하트 브레이크의 후유증으로 고장 난 심장조차 낫게 하는 비약(祕藥)이다.
그런 엄청난 물건이 눈앞에 있었으니 쉽게 포기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위친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이 전적으로 옳아.”
“그럼 어서… 어서….”
밀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위친의 긍정에서 깨달은 것이다
그가 엘릭서를 이미….
“먹었어요…?”
“응. 제법 커서 아이들을 다 먹이고도 남았었거든. 덕분에 내가 기다리던 두 사람이 올 때까지 이렇게 버티고 있을 수 있었지.”
그위친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 위치에 자라났던 검은 뿔은 전부 스러져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앞서 예상했던 것처럼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마를 짚은 손가락이 스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이제 시간이 다 된 것 같지만.”
“그위친…!”
밀러가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그위친을 불렀다.
그위친은 싱긋 웃고는 머리를 쓰다듬을 생각인 듯 손을 뻗었다.
그러나….
“…….”
그의 손은 가닿지 못했다.
내뻗은 손가락이 모두 흩어져버린 탓이다.
그러나 그는 팔을 도로 거두지 않았다.
그 때문일까?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밀러의 뺨을 어루만지는 듯이 보였다.
밀러도 그 손길을 느끼듯 고개를 기울였다.
“…밀러, 언제든지 놀러 오렴. 너라면 항상 환영이니까.”
“하지만… 이곳에 와도 당신은 없잖아요….”
“아니. 난 언제나 이 숲에 있을 거란다.”
“…….”
“믿지 못하는구나?”
밀러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사라져가는 그위친을 바라봤다.
이 몸이 대답이지 않냐고 말하듯이.
“후후….”
그위친은 흩어지는 제 몸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그 웃음은 아주 잠깐으로 곧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도운.”
“네.”
“크라우드는 또다시 시도할 거예요. 그리고 성공하겠죠.”
“…그렇겠죠.”
그위친의 말에 동의한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나는 법이니까.
심지어 내가 확인하지 못한 실패 사례까지 있을 테니, 놈들은 그 실패들을 토대로 다음번엔 성공할 게 분명하다.
하여간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라니까.
“…우리가 막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네. 그래서 미련 없이 시도할 수 있었답니다.”
시도? 뭐를?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설명을 듣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이제 그의 몸은 거의 다 사라져버렸으니까.
앞으로 몇 마디면 그는….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다행이네요.”
“늦게 찾아와 미안합니다….”
“만났으니 됐어요. 그리고… 밀러.”
“…….”
밀러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닿자마자 그위친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자주 찾아와주렴. 보고 싶을 거란다.”
“…….”
“찾아오지 않을 거니?”
“찾아와봤자….”
“응?”
“…그러겠다고요!”
밀러는 반박하려다 말고 그위친이 바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그 모습이 귀엽다는 듯 그는 후후 웃었다.
웃으면서, 사라졌다.
“그위친….”
밀러가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순간이었다.
새싹이가 마나의 흐름을 느꼈다.
그리운 기분이 든다는 걸 보면, 그위친이 무슨 짓을 한 것이 분명했다.
아까 미련 없이 시도할 수 있었다는 게 이 흐름을 뜻하는 거였나 보다.
[……!] [세계수가 관리인에게 위를 보라고 다급하게 전합니다.]위?
나는 새싹이가 원한 대로 바로 위를 쳐다봤다.
“헉…?”
숨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고개를 들어 본 광경은 굉장히 생경(生硬)한 것이었다.
“그위친….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
“……!”
가장 먼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사람은 이자벨 성녀였다.
그위친의 숲을 뒤덮은 부정한 어둠이 한곳으로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그 거대한 응집(凝集)은 마치 태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였다.
어둠을 한데 모으는 마나가 어쩐지 친숙하지 않았더라면, 이자벨 성녀는 마족의 권속들이 무슨 짓을 벌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으리라.
대체 누가 이런 엄청난 짓을 벌인 걸까.
의문을 떠올린 이자벨 성녀의 머릿속에 도운의 얼굴이 떠올랐다.
도운의 마나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사할 뿐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으므로 도운의 얼굴은 금세 지워졌다.
그때,
“그위친…?”
옆에 서 있던 앨릭스 협회장이 중얼거렸다.
이자벨 성녀가 돌아보자 그가 기쁜 얼굴로 설명했다.
“이 마나는 그위친의 것이오!”
“그게 정말인가요…?”
“정말이오! 그가 살아있었다니…! 난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앨릭스 협회장은 말끝을 흐리며 숲을 바라봤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위친이 숲에 퍼진 어둠을 한곳으로 모으는 이유는 뻔했다.
흙을 뿌리는 것만으로 저것을 정화하는 도운과 만났으니 한데 모아 단번에 없애려는 것이리라!
“내가 또 그 친구를 과소평가해버린 모양이오! 하하!”
“…….”
호탕하게 웃는 그를 보며 이자벨 성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그의 생각처럼 그위친이 멀쩡하게 살아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생각은 절대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라는 그위친을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해서가 아니다.
다만 마족인 아바돈의 강력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위친이 저 정도로 막대한 양의 마나를 흐르게 하여 어둠을 모은 것은 마지막 불꽃과도 같은 것이 분명했다.
“어둠이 응축(凝縮)되고 있네요….”
이자벨 성녀의 말대로 한곳에 모인 어둠이 천천히 응축(凝縮)되기 시작했다.
숲을 전부 뒤덮을 정도의 많은 어둠 탓일까?
그 작업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앨릭스 협회장과 교황청 사제들이 숲의 안전함을 확인하고 진입을 시도할 때까지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그들이 막 그위친의 숲에 진입했을 때,
“어…?”
이자벨 성녀가 탄성을 흘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탓이다.
그녀는 아바돈의 어둠이 다 응축되고 나면 그것을 도운의 힘으로 정화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응축이 끝났음에도 정화될 기미가 안 보였다.
“…조금, 서둘러야겠네요.”
“……?”
그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숲을 빠르게 통과하지 못하는 건 그녀가 제자리에 멈춰 선 탓이었다.
그래놓고 서두르자고 하니 당황한 것이다.
그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자벨 성녀는 그녀 자신과 앨릭스 협회장의 몸을 띄웠다.
“으, 음? 이자벨 성녀?”
“출발하죠.”
“아, 아니. 난 스스로 갈 수 있-”
앨릭스 협회장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는 듯 이자벨 성녀가 곧바로 출발해버렸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세계 헌터 협회 직원들과 교황청 사제들이 멀거니 바라봤다.
“…성녀님?”
“우리는요…?”
“성녀님께서 우릴 놓고 가셨어?”
하나둘씩 정신을 차린 이들이 황당한 듯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