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438
제439화
아, 그렇군.
아직 결실 에너지로 완전히 받아들인 게 아니었으니….
그래도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다.
새싹이가 성장하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결실 에너지를 방법이 아예 없다면 또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우리 새싹이가 퀘스트를 발주하면서 비료로 만들길 원하지 않았던가?
그럼 당연히 비료 만들어야지.
톡.
검지를 뻗어 제조하겠다는 뜻의 YES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마자 새싹이가 나뭇잎과 흙과 돌멩이들을 보내왔다.
그것들을 받으며 세계수의 나무껍질을 잠시 껐다.
투둑!
“……!”
왼팔을 뜯어내자 오만이 눈을 부릅뜨는 게 보였다.
다시 자라나는 왼손으로 새싹이가 전송한 것들을 받아 엘릭서와 함께 에너지 덩어리에 집어넣었다.
쑥, 쑤욱.
“저 말도 안 되는 실드를 뚫고 나면 저 경이로운 회복력이 있는 건가….”
오만의 얼빠진 중얼거림과 함께 2300만에 달하는 에너지 덩어리의 성질이 바뀌기 시작했다.
새싹이를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지면서 에너지 덩어리를 지켜봤다.
증기 끓는 소리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보랏빛의 마나가 뿜어져 공기 중에 흩어졌다.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조금씩 크기를 줄여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오만이 감탄했다.
“…놀라운데.”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녀석이 말을 잇는다.
“지금 하는 것…. 흡수한 내 힘을 네놈… 아니, 세계수의 마나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지?”
“알겠냐?”
“그런 게 가능하다면, 넌 어떤 영약이든 마음껏 먹을 수 있겠는데.”
“먹을 수 있긴 하지. 쓸모없지만.”
“쓸모가 없다고? 아. 그렇군. 너보다는 세계수가 성장하는 게 나을 테니….”
“그건 또 어떻게 알았냐?”
놀라운데?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긴 하다만.
설명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는 건 차치해 두고.
슥.
오만이 턱으로 비료가 되고 중인 에너지 덩어리를 가리켰다.
“저걸 봐서 알았다. 저건… 인간이 복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야. 그런데도 굳이 만들었다면, 그 이유는 뻔하지.”
“뻔하다고?”
“넌 세계수 관리인이니까.”
정답이다.
아무리 내가 뭐든 먹을 수 있는 놈이라지만 비료를 먹는 건 좀….
단어 그대로 먹는 거라면 가능하겠지만, 어떤 효능도 얻지 못하고 날려버리겠지.
자고로 비료는 나무가 먹어야 하는 법 아니겠나.
[퀘스트 알림!] [세계수 관리인이 비료 제조에 성공했다.]곧이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지름이 15m 정도 됐던 에너지 덩어리는 이제 3m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크기가 눈에 띄게 작아져서 그런가?
마나도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 같았다.
[세계수는 나뭇가지를 가로젓습니다.] [흡수했던 양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며 관리인을 안심시킵니다.]그럼 다행이고.
“비료를 만들었으니… 이제 세계수한테 가는 건가?”
“왜. 내가 너 두고 떠날까 봐?”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앨릭스 협회장을 만나겠군. 다만….”
“다만?”
“세계수를 실제로 볼 수 있을까 기대한 것뿐.”
“꿈도 크다.”
“큭큭….”
오만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웃었다.
지가 생각하기에도 웃겼나 보다.
뭐가 예쁘다고 새싹이를 보여줘?
“날 앨릭스한테 넘긴 다음 찾아가겠지.”
“아닌데.”
“……?”
오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히 설명해 줄 생각이 없었으므로 바로 행동했다.
톡, 톡.
왼손 검지로 비료를 두드리고, 이어 스마트폰 화면 속 새싹이를 두드린 것이다.
비료가 내 손가락이 움직였던 방향을 따라 움직였다.
퍽…!
곧 스마트폰 화면에 부딪힌 비료는 조금씩 그 속으로 들어갔다.
“……??”
오만이 얼빠진 얼굴로 그 모습을 쳐다봤다.
지름이 3m가 넘는 비료가 왜 스마트폰 화면으로 들어가는지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이었다.
아이, 재미있어.
내가 이 맛에 사람들 앞에서 새싹이한테 비료 준다니까?
화아악!
그런 내 생각을 치워버리고 싶다는 듯 스마트폰 화면에서 흰빛이 뿜어졌다.
S등급 비료가 전부 전달된 거다.
곧이어 흰빛이 사라지고 화면에서 다시 새싹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어라?”
화면 속 새싹이는 방금까지 보여줬던 모습과 달라진 게 없었다.
기둥이 자라지 않았고, 나뭇잎이 더 자라나지도 않았다.
변한 게 있다고?
대체 뭐가?
찾아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새싹이가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세계수는 새로운 나뭇가지가 하나 자라났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나뭇가지들에 가려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입니다.]-라고 말이다.
아니, 방금 뭐라고 했어?
겨우 나뭇가지 한 개?
2305만의 마나에 엘릭서를 합쳐 만든 비료인데 겨우 그거 하나 자랐다고?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으쓱입니다.] [그만큼 성장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관리인을 진정시킵니다.] [이어 현재 상태에서 겨우 비료 하나로 극적인 변화가 있길 바라는 게 욕심이라고 지적합니다.]욕심이랄 것까지 있니.
바랄 수는 있는 거잖아.
지금까지 네게 비료를 주면 늘 그랬었으니까!
앞으로도 이럴 거라고?
이런….
너 성장시키려면 진짜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세계수가 나뭇가지로 관리인의 어깨를 토닥입니다.] [지금까지가 너무 급속도로 성장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게 당연한 일이라고 전합니다.]으음, 그 말은 맞지….
1년도 채 안 돼서 어린나무 티를 벗고 세계수로 성장했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새싹이의 말에 긍정했다.
[세계수는 나뭇가지 하나라도 성장은 성장이라며 캐릭터 창을 열어 확인해보라고 전합니다.]아, 응.
새싹이의 말에 따라 바로 창을 열고 마나를 확인했다.
[캐릭터 창] [백도운 – 세계수 관리인] [타이틀 – 세계수의 동반자] [HP – 100%] [MP – 6000만/1억2000만(50% 상시 공유 중)] [SP – ∞] [상태 – 마나 과다증] [호감도 – 이무기(살짝 좋음)]최대 마나가 1000만이나 증가했… 오?
상태 칸에 오랜만에 보는 단어가 떠올랐다.
내 신체 수준보다 마나가 더 많을 때 나타나는 이상 상태.
바로 마나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는 페널티를 받게 되는 마나 과다증이다.
그것을 보고,
“드디어…!”
나는 만세를 불렀다.
「……?」
“……?”
그런 나를 무기와 오만이 의문을 품고 바라봤다.
새싹이만이 유일하게 다른 시선으로 나를 봤다.
[세계수가 가지치기를 기뻐하는 관리인을 흡족하게 바라봅니다.]오해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난 가지치기를 할 수 있어서 기쁜 게 아니라 가지치기를 통해 신체가 새롭게 재구성되면서 강해지는 것을 기뻐한 건데 말이다.
그걸 굳이 새싹이에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이유야 어쨌든 내 마음이 기쁘다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관리인?」
“마나 과다증이야.”
「그거라면… 아. 축하한다, 관리인.」
“고마워.”
철썩!
나와 무기는 하이파이브하듯 손과 꼬리를 맞부딪쳤다.
이젠 오만만이 이유를 몰라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서두르라고? 왜?
[세계수는 관리인이 시간을 오래 끌 경우를 생각하라고 지적합니다.]가지치기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
그야, 마나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상이 점점 심해져서 몸이 제멋대로 폭발하게 되겠지?
[세계수는 나뭇가지를 끄덕입니다.] [그런 모습을 한국으로 돌아가는 동안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별로 좋을 것 같지 않다고 전합니다.]세상 사람들?
이곳에서 하고 가면 되는데, 굳이 뭐하러 시간을 끌어?
[세계수는 이 장소에서 가지치기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전합니다.] [한국으로 돌아가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가지치기하길 강력하게 제안합니다.] [그리 하면 도희가 아주 좋아할 것이고, 관리인의 큰 실수도 넘어가 줄지 모른다고 설명합니다.]오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완벽한 주장인걸.
난 곧바로 새싹이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땅에 잠깐 내려놓았던 금고와 오만을 들쳐메고 무기에게 올라탔다.
무기가 바로 질문했다.
「바로 떠나는 건가? 가지치기도 하지 않고?」
“응. 좋은 생각이 있거든.”
「…….」
“…내 생각 아니고, 새싹이 생각이야.”
「그렇다면야.」
무기는 고개를 끄덕이곤 하늘 위로 올라갔다.
새싹이 생각이라고 하니까 바로 따르는 것 좀 봐.
섭섭하네….
***
“…야.”
“나 불렀어, 누님?”
“여기에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얘.”
황시열은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의 가랑이 사이엔 곰 같이 큰 기니피그가 누워 있었다.
“걔는 사람이 아니잖아.”
“그래도 가족이야!”
“세상에 가족을 올라타는 놈이 어디 있어?”
“여기 있지!”
“조용히 해, 바보야!”
채정연이 황시열의 입을 틀어막을 생각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입을 틀어막지는 못했는데, 손이 입에 닿으려고 할 때 기니피그가 몸을 옆으로 틀었기 때문이었다.
황시열이 히죽 웃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우린 일심동체라구!”
“…너 잘났다 그래.”
그녀는 조용하게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야가 향한 곳엔 김서준과 공우재가 정좌한 채로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다.
“왜? 김 형이 공 형이랑 같이 있는 게 부러워?”
“…….”
“맞나 보네. 그럼 공 형을 몰아내고 누님이 저기 앉으면 되잖아.”
“저 괴물을 어떻게 몰아내?”
“싸워서!”
“헛소리 좀 그만해.”
“난 진심인데?”
“후우….”
채정연은 황시열의 눈에서 진심을 읽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공우재.
유혜주가 제조한 포션을 복용하고 심장을 고친 그는 무서운 속도로 본래의 힘을 되찾았다.
그리고 황시열과 싸웠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승부가 났다.
공우재의 승리로.
아무리 변신 능력을 쓰지 않았다고 한들, 그녀는 황시열이 5분 만에 당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황시열은 김서준이 인정한 강한 헌터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공 형이랑 싸우는 거 재미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변칙 수가 많이 나와!”
“그래, 그래. 그 재미있는 거 너나 많이-”
“우왓!”
쿵!
황시열의 몸이 뒤로 떨어져 머리를 찧었다.
가만히 있던 기니피그가 갑자기 앞으로 내달린 탓이었다.
구속복을 입은 탓에 황시열은 떨어지는 제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러게 그거 좀 이제 벗으라니까.”
“이제 이 옷이 아니면 불편하단 말이야….”
“어휴….”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는 달려나간 기니피그를 바라봤다.
기니피그는 어느새 김서준의 등 뒤로 달려가서는 커다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달달 떠는 몸에서는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그 탓이었을까?
눈 감고 명상 중이던 김서준과 공우재가 눈을 떴다.
하지만,
“……?”
“허어….”
두 사람은 기니피그를 쳐다보지 않고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도 그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쳐들었다가 깨달았다.
하늘 높은 곳에서부터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힘이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백, 도운…?”
털썩!
힘의 정체를 알아차린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힘의 압박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이 괴물 새끼…. 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야?”
그녀는 경악에 물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