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441
제442화
“흠….”
윤건은 팔짱을 끼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가 말한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 가늠해보는 것이다.
30초 정도 흘렀을까?
윤건이 이내 두 손을 들었다.
“무슨… 문제가 있지?”
오, 생각보다 냉철하네.
네가 뭘 아느냐고 무시해버렸을 수도 있는데, 그는 다른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인정했다.
검지와 중지를 펼쳤다.
“문제는 두 가지.”
“두 가지나 있다고?”
“첫 번째는, 실시간으로 수명이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수명?”
“네.”
“쉬이 믿을 수가 없군. 어째서지?”
어째서냐고?
인간의 심장, 몬스터를 이용해 개조한 몸.
당연히 정상적일 리 없다.
그래도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면….
“당신들은 지금 마나 배터리를 달아놓은 스마트폰에 전기를 채워 넣고 있는 겁니다.”
“……!”
“당연히 제대로 작동할 리가… 아니. 그런 상황인데도 작동해서 문제라고 말하는 게 나으려나.”
즉, 그들의 몸은 언제 고장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그들도 그들만의 노하우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겠지.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해 수명이 줄어들고 있었다.
새싹이가 역겨운 마나를 느끼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다.
그런데…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게 더 놀랍다.
시술을 받았던 사람들 모두 금방 죽어 나갔을 테니, 눈치챌 만도 한데?
“헌터이지 않나.”
내 얼굴에 떠오른 의문을 읽었는지 윤건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는 등급이 어떻건 죽음에 발을 반쯤 걸친 이들이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개죽음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게이트에 진입했다가 크게 다친 헌터들이 있을 거다.
혹은 자기들끼리 시비가 붙어 다투다가 허무하게 죽어버리거나.
마인 길드에서 시술을 받은 이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산 사람이 없던 모양이다.
그동안 최강 길드로서 군림하고 있었던 만큼 적도 많았을 테고….
“두 번째 문제는 뭐지?”
“크라우드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윤건의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했다.
“마족이란 존재의 권속이란 것 정도는 안다. 변태화라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고.”
“몇 개월 전 제주도에서 크라우드가 노리던 것도 그것이었죠?”
윤건이 대답하고, 조주현이 되묻는다.
그러면서 김서준 일행을 쳐다봤는데, 위버멘쉬의 변신 능력이 크라우드에 비롯된 것이란 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 정도면 알 건 다 안다고 보고 상정하고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무방하겠다.
“바로 그 변태화가 문제죠.”
“변태화가 문제다?”
“시술을 받은 사람은 크라우드의 변태화에 영향받기 쉽거든요. 신체가 이미 몬스터로 개조됐으니까.”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크라우드가 마족 에너지를 뿌려댔을 때 다른 사람보다 더 쉽고 간단하게 권속이 돼버릴 거라는 뜻입니다.”
“……!”
그제야 윤건과 조주현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숨을 들이켠다.
내가 답지 않게 도와주겠다면서 만나자고 한 것도 그래서였다.
크라우드와 마주치고 마족의 권속이 돼버리면 귀찮아질 테니까.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강한 헌터이자 그 한진환의 라이벌을 자처하는 인간이 마족의 권속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주 많이 귀찮아질 일이었다.
뭐, 귀찮음을 감수하면 대량의 마족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겠지만… 죄 없는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었으니 그 계획은 접었다.
[세계수가 나뭇가지로 관리인을 토닥입니다.] [관리인답지 않게 훌륭한 판단이었다고 인정합니다.]훌륭한 판단이면 판단이지, 답지 않다는 소리는 뭐하러 덧붙이니….
“…자넨 도와줄 생각이라 했지.”
“네.”
“그건, 자네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한 건 내가 아니라 김서준이다.
김서준이 양옆에 서 있는 정채연과 황시열을 가리켰다.
왜 자기들이 뽐내는 얼굴일까?
“우리가 바로 그 증거예요.”
“아, 그렇군.”
윤건이 바로 수긍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날 향해 고개를 숙이며 진중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도와다오.”
그 행동에, 나는 눈을 끔뻑끔뻑 떴다.
현재 상황의 문제에 관해 설명을 듣자마자 냉큼 도와달라고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자존심을 부리는 게 멍청한 짓이지만, 그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 멍청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곤 했다.
아까 냉철하게 문제를 가르쳐 달라고 판단한 것도 그렇고….
인성은 몰라도 길드장으로서의 윤건은 썩 나쁘지 않은 인물 같다.
하긴, 그러니까 그 오랜 시간 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겠지.
“…아까도 말했지만, 그러려고 왔습니다.”
“공짜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었지. 무엇을 원하나?”
“시술 장치요.”
“……!”
윤건의 얼굴이 굳는다.
신체 개조 시술은 마인 길드가 오랜 세월 한국에서 정점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 시술에 필요한 장치를 원한다는 건, 우리 백운천도 그걸 써먹을 거라는 뜻이었으니 당연히 얼굴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로서는 거절할 수 없었다.
마족의 권속인 크라우드의 명령이나 받는 괴물 따위로 전락하고 싶진 않을 테니까.
굳은 얼굴의 윤건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시술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그야 그렇겠지.
신체를 개조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나도 임페일과 흐레이스를 세계수 권속으로 만드는 데 열흘 가까이 소요하지 않았던가.
크라우드도 마족의 권속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겠지.
“까다로운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가… 상당한 고통이 뒤따른다.”
“헤에…?”
“고통을 참지 못해 기절해 버리는 일이 자주 있지. 심하면 죽는 경우도 있었고.”
그리 말하고는 윤건은 조주현과 김서준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여 그의 말이 옳다는 걸 증명했다.
“부끄럽지만, 제가 바로 기절한 경우였습니다.”
조주현은 얼굴을 붉히고 자기가 겪은 일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김서준은 마족 에너지를 정화할 때 다른 사람들과 달리 고통을 꾹 참아냈었다.
설마 그게 고통에 익숙했기 때문이었던 건가?
“하하….”
나와 눈이 마주친 김서준이 짧게 웃었다.
아무래도 내 예상이 맞았나 보다.
고통을 동반하는 시술, 이라….
“마음에 드네요.”
“뭐라고?”
“자고로 성장엔 고통이 수반돼야 하는 법이죠.”
톡톡.
검지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그런 것 없이 얻은 힘은 사람을 망가뜨리곤 하니까요.”
“…….”
절대 가지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다른 녀석들도 나와 같은 경험을 겪었으면 하는 좀스러운 생각은 단언컨대 하지 않았다.
음, 음.
[세계수가 관리인을 흘겨봅니다.] [통찰력 있는 눈으로 관리인의 거짓을 꿰뚫어 봅니다.]“그리고.”
새싹이가 보내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떼고 윤건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두 손을 내밀었다.
“그런 건 내게 별문제도 못되니 걱정하지 마시죠.”
뿅, 뿅!
하늘로 향한 왼손바닥에서 엘릭서들이 튀어나왔다가 원을 그리며 반대쪽 손바닥으로 쏙쏙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다들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거나 침을 꼴깍 삼켰다.
엘릭서가 이렇게 많이 있는데 뭘 걱정한단 말인가.
하긴, 진심으로 걱정해서 한 말이 아니라 시술 장치를 넘기기 싫어서 그런 거였겠지만.
“결정하기 쉽게 해드릴까요?”
“……?”
“난 아쉬울 게 없습니다. 당신들이 마족의 권속이 돼버리면, 나한텐 오히려 이득이거든.”
“우리가 권속이 되는 게, 자네한테 이득이 된다고? 어째서지?”
“내가 마족의 천적 같은 거라서. 당신들이 그렇게 됐을 경우, 내가 그 힘을 흡수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귀찮기야 할 테지.
앞서 말했던 대로 죄 없는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었고.
하지만 반대로 그것들만 감수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새싹이의 칭찬은 취소되겠지만.
“…….”
“못 믿겠으면 서준 씨한테 물어보든가요.”
톡.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듯 검지로 김서준을 가리켰다.
윤건과 조주현이 바라보자 김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깡충깡충!
하지만 황시열은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은 듯 토끼처럼 뛰어올랐다.
누가 보면 변신하는 몬스터가 상어가 아니라 토끼인 줄 알겠네.
“진짜야! 백 형이 손가락을 나무뿌리처럼 바꾸더니, 우리한테서 새카만 에너지를 흡수해갔어. 그리고 그건 조금씩 푸른 마나로 바뀌었-”
“좀, 제발, 좀!”
채정연이 다급하게 황시열의 입을 틀어막았다.
황시열이 날렵했던 탓에 그녀는 두어 번 실패한 후에야 간신히 붙잡을 수 있었다.
저 모습을 보니,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오라버니를 말리는 착한 여동생이 떠오르는걸?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채정연은 “아하하” 웃으며 손을 휘젓는다.
대화 이어나가세요.
그런 뜻이 담긴 제스쳐에 윤건은 다시 나를 쳐다봤다.
“김서준 길드장이 이런 거로 연기할 리는 없고…. 정말인가 보군.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건 지금 거론할 필요가 없는 말이었다.
윤건이 자신의 호기심을 해결하려고 던진 질문이었을 뿐.
그래서 난 가만히 윤건을 응시했다.
쓸데없는 거 묻지 말고 시술 장치 내놓을지 말지 결정이나 하라는 뜻으로.
물론, 앞서 말했듯 괴물이 되고 싶다면 모를까 윤건의 결정은 하나뿐이다.
이내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 시술 장치, ‘마호(魔壺)’를 백운천에 넘기도록 하지.”
마호.
그런 이름이었군.
“잘 생각했어요.”
“우리도 그리 많이 갖고 있진 않은데…. 한 대로 괜찮겠나?”
“그러시죠.”
어차피 시술 장치를 바로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
몬스터를 재료로 신체를 개조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개량할 생각이었다.
세계수의 나뭇잎이나 꽃 그리고 영약 등을 재료로 쓸 수 있게.
아, 잠깐.
설마 개량해버렸을 경우 고통이 수반되지 않게 되는 건 아니겠지?
[세계수가 관리인을 흘겨봅니다.]“그런데… 우리 몸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거지?”
“신체를 정화해야죠.”
“정화?”
“쉽게 말해, 개조한 두 사람의 신체를 새로 개조할 겁니다.”
“……?”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술 장치도 없는데 어떻게 개조할 것인지 궁금한 눈치였다.
그렇다면 바로 보여줘야겠지.
바로 세계수의 뿌리를 썼다.
“흠….”
“히익!”
“할짝….”
그러자 위버멘쉬 길드 세 사람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인 길드 두 사람은 갸웃거렸던 고개를 반대쪽으로 다시 한번 갸웃거릴 뿐이었지만 말이다.
앞으로 내가 하려는 짓을 아는 이들과 모르는 이들의 차이였다.
그런데,
“쓰읍….”
위버멘쉬 길드 세 사람 중 황시열의 반응이 두 사람과 조금 달랐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둔 사람처럼 혀로 입술을 핥아대며 입맛을 다신 거다.
그러고 보니… 김서준조차 고통을 버티기 위해 이를 악물었던 상황에 황시열은 키득키득 웃음을 흘렸던 것 같은….
“…….”
음! 무시하자.
난 아무것도 보지 못한 거다.
세계수의 뿌리를 뻗어 윤건과 조주현의 팔을 휘감았다.
설명이 부족했던 탓인지 두 사람은 오른팔을 자신의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냥 맡기면 됩니다.”
“그런가?”
“음, 으음….”
내 말에 두 사람은 오른팔을 가만히 뒀다.
스륵, 스르륵.
덕분에 손쉽게 두 사람의 오른팔을 휘감을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조주현은 채정연이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눈치챘다.
저런, 저런.
“그럼, 시작합니다.”
“알겠…!”
신체 개조 시술을 세 번이나 받았기 때문일까?
윤건은 김서준처럼 이를 악물고 고통을 감내했다.
반면에 시술을 한 번 받고, 그 한 번 받을 때 기절했다던 조주현은 고통에 울부짖었다.
굉장히 요란하게.
“억! 으아아… 악!”
꼴까닥.
“……?”
뭐야, 기절했어?
시작한 지 뭐 얼마나 됐다고 기절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