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537
제539화
“…….”
저녁 6시 45분.
홀로 백운천의 옥상에 올라왔다.
돌아오기 전, 생포한 크라우드 놈들을 발전기로 바꾸는 동시에 에너지를 흡수해 A+등급 비료로 만들었다.
곧바로 새싹이에게 비료를 먹였지만, 나뭇잎이 미세하게 진동할 뿐 성장하지는 않았다.
꽃이 자라난 이후로 벌써 몇 개월째 성장이 멈춘 건지 모르겠다.
나뭇가지는 아니더라도 나뭇잎 한 장은 자라날 만도 한데….
뭐, 그래도 이유는 알 것 같다.
아마 새싹이의 몸은 지금 선택과 집중 중인 것일 거다.
현재 가장 필요한 능력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들어 올립니다.] [관리인에게 왜 혼자서 몰래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냐고 질문합니다.]새싹이 말대로, 난 혼자서 돌아왔다.
도희와 한재임을 비롯한 백운천은 아직 미국에 있었다.
서인철과 이현욱이 걱정된 탓이다.
또 해골과 원을 쫓아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태천이와 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도희와 태천이도 없이 홀로 스리슬쩍 돌아온 것은 전부 유재이를 위해서였다.
[……?]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 [관리인이 갑자기 왜 재이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전합니다.] [그녀를 위한 것이라면 함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합니다.]내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새싹이가 의문을 묻는다.
그 의문에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그만인 일이었으니까.
뚜벅….
아스트라페로 걸어간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각성을 썼다.
순식간에 전신이 세계수의 뿌리를 쓴 것처럼 변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세계수 소환.”
새싹이까지 소환했다.
바로 내 정수리에 새싹 형태로 소환된 새싹이가 느껴졌다.
또 바로 머리 위에 있어서일까?
새싹이가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각성을 쓴 이유와 자신을 소환한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의문은 수 초 후면 해결될 터였다.
스윽.
아스트라페를 향해 왼손을 뻗는다.
빠직…!
손길이 닿자마자 푸른 벼락이 튀었다.
그래. 난 저 푸른 벼락을 키울 생각이다.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 [갑자기 번개를 왜 키우는 것인지 모르겠다고….]새싹이가 메시지를 보내오던 것을 멈췄다.
아무래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건지 눈치챈 모양이다.
직접 보여주기 전에 깨닫다니, 역시 똑똑하다니까.
내 의도를 파악한 새싹이는 당연하게도 나를 말렸다.
하지만 난 새싹이의 말에 따라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당연히 도희가 이 일을 어떻게 여길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아스트라페를 쥔 왼손으로 마나를 주입한다.
우르르 쾅!
눈 깜빡할 사이에 푸른 번개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아까 말했던 대로 벼락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머리카락 보이지 않게, 꼭꼭 숨었기를 바란다. 크라우드. 숨바꼭질, 시작이니까…!”
우르르 쾅!
번개가 높이, 더 높이 솟구쳤다.
***
“태풍이라도 오려고 그러나…. 갑자기 웬 번개가 이렇게 쳐대는 거래?”
연신 들려오는 천둥소리에 채정연이 창밖을 바라봤다.
하지만 창밖엔 빗방울 하나 보이지 않았다.
김서준이 그녀의 중얼거림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정했다.
“번개가 아니에요.”
“네? 아니라고요?”
“무슨 소리야? 김 형. 번개가 아니라니, 그럼 저 소리는 뭔데.”
“자연적인 번개가 아니란 뜻이다. 상어 꼬맹이.”
질문에 김서준 옆에 앉아 있던 공우재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고 나서 제 오른손을 내려다봤는데, 공우재의 오른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범접할 수 없는 힘에 압도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김서준도 마찬가지였다.
꽈악….
손의 떨림을 멈추고자 김서준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바람과 달리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떨리던 손이 떨리는 주먹으로 됐을 뿐….
“…….”
“그게 무슨 뇌제 찾아오는 소리… 헉!”
따져 대던 채정연이 숨을 거칠게 터뜨렸다.
문득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녀는 곧장 창문으로 달려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번개 결계…!”
“백운천 옥상에 꽂힌 아스트라페의 결계예요.”
그녀의 뒤를 따라온 김서준이 설명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또요…? 확인이라느니 준비라느니 하더니만…. 대체 백도운은 뭘 하려는 거죠?”
“글쎄요. 도운 씨가 뭘 하려고 저러는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단지, 하나 확실한 건….”
휙, 휙….
김서준은 주먹을 쥐었던 오른손을 살살 흔들었다.
그러고는 하늘의 번개 결계에 담긴 무한한 마나를 통해서 도운의 의도를 추측했다.
“오늘 저 결계가 단순히 한국을 덮어버리는 데 그치지 않을 거란 거예요.”
“네? 그럼요?”
“…….”
“서준 씨?”
“아. 미안해요. 그게, 제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허무맹랑한 일이라서….”
“……?”
“설마, 하는 마음이 있긴 한데…. 또 도운 씨라면 능히 그럴 것 같아서 두렵네요. 괜히 광운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니까….”
그리 말하며 김서준이 머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그를 보면서 김채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그가 파악한 백도운이 저지르려는 허무맹랑한 짓이 무엇이기에 저러는 걸지 궁금했다.
궁금한 마음에 하늘을 올려다본다.
김서준의 말을 증명하려는 것일까?
번개의 결계는 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
움찔!
사방이 막힌 호텔의 실내 수영장에 누워 있던 서지혁이 몸을 움츠렸다.
호텔 바깥에서부터 꾸준히 들려오는 천둥소리에 깜짝 놀란 것이다.
그 민망한 모습을,
“…….”
“…….”
칠죄종 중 하나인 분노에게 들켰다.
분노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번개를 무서워하는 줄은 몰랐군그래, 천칭.”
“오해하지 마시지. 난 번개를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니.”
“그럼 방금 몸을 움츠린 것은 뭐였지?”
“…정확히는, 번개와 함께 찾아오는 괴물을 두려워하는 거다.”
“이무기? 아니. 뇌제를 말하는 거겠군.”
“…….”
서지혁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한 대답이 되었으므로 분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죽은 지도 벌써 3개월이나 지난 놈을 여태 무서워하다니….”
“신경 끄시지. 이건 몸에 각인된 공포 같은 거니까….”
“크크. 각인된 공포라? 웃기는 꼴을 다 보겠군.”
“지금의 네놈한테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다만.”
서지혁이 그리 대꾸하며 분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분노는 현재 하와이 트렁크를 입어 균형 잡인 상체 근육을 한껏 드러낸 채였다.
또 꼬리를 문 무기 형태의 튜브를 허리에 둘러 둥실둥실 몸을 맡긴 상태였다.
서지혁이 보기에 절로 눈이 찌푸려지는 꼴이었다.
“내 꼴이 뭐 어때서 그렇지? 휴식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 아주 보기 좋은 모습이다만.”
“그 휴식을 왜 굳이 나와 함께 즐기겠다는 거냐. 네놈 부하들도 많은데.”
“부하들과 이런 꼴로 수영을 하라고? 미쳤나?”
“…….”
서지혁은 짜게 식은 눈으로 분노를 바라봤다.
자기 모습이 이런 꼴이라고 부를 꼴이라는 건 알고 있나 보지?
“어차피 할 것도 없지 않나. 나태가 놀아주지도 않는데.”
“…….”
“크큭….”
분노는 대꾸하지 못하는 서지혁을 비웃었다.
우르르…!
그러다가, 호텔 바깥에서 울리는 천둥소리에 서지혁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말을 내뱉었다.
“뇌제와 상관없지도 않으니, 네 녀석이 무서워하는 것은 본능의 영역일지도 모르겠군….”
“…그게 무슨 소리냐?”
“음? 모르고 있었나? 저건 광운이 아스트라페를 통해 만든 결계의 소리다.”
“……?”
서지혁은 분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도운과 아스트라페.
한국에서 발동되는 그 번개 결계가 왜 일본인 이곳에서 들린단 말인가?
아무리 오키나와가 한국과 가깝다 해도, 바로 호텔 바깥에서 번개가 치는 것처럼 들릴 정도로 가깝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이해를 하지 못한 것 같군. 그러니까, 지금 번개 결계가 이곳을 덮었다는 뜻이다.”
“……!”
벌떡!
서지혁이 몸을 재빠르게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천칭 마법을 써서 전투 준비를 취했다.
그 민첩한 모습을,
“…….”
분노는 황당한 눈으로 바라봤다.
“…지금 뭐 하는 거냐? 천칭.”
“너야말로 뭘 하지? 광운이 이곳을 덮었다면서?”
“아. 말을 잘못했군. 내가 말한 이곳은 이 호텔을 뜻하는 게 아니다.”
“뭐?”
“물론 오키나와를 뜻하는 것도 아니지. 이곳은, 일본을 뜻하는 거였다.”
“뭐, 라고…?”
서지혁이 멍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광운이 아스트라페의 결계로 일본을 덮었다.
그 말이 머릿속에서 문장으로 완성됐으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설마 일본과 전쟁이라도 벌이려는 것은 아닐 테고….
그때, 다음으로 이어진 분노의 말에 서지혁은 결국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심지어 지금도 계속 커지는 중이다.”
“……!”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방금 막 태평양을 다 덮었는데도 말이다.”
“대체… 대체 왜 광운이 저런 짓을 하는 건가?”
“분노다.”
그리 말한 후 분노는 웃음을 흘렸다.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입에서 웃음이 실실 새어 나왔다.
“저 결계에서, 광운의 깊은 분노가 느껴진다…. 나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분노가…!”
첨벙!
분노가 팔을 들어 올렸다.
자신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깊은 분노가 느껴진다는 말에 서지혁은 분노와 허리에 둘린 튜브를 바라봤다.
“…….”
대체 저 꼴 어디에 분노가 있는 거지?
그는 그렇게 딴죽을 걸려다가 참았다.
분노가 이은 말에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불쌍하고, 또 불쌍하군…. 광운. 저 미친 자를 저토록 화나게 만든 놈들이.”
대체 어떤 바보야?
광운을 건드린 놈들이.
***
태천은 무기와 함께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허나 그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그저 하늘과 산뿐이었다.
해골과 원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기척을 느낄 수도 없었다.
“음…. 놓친 것 같지?”
「추적 마법이 통하질 않는군. 아무래도 마족의 결계 속으로 이동한 것 같다.」
“아깝네….”
「어차피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수백 년간 수면 아래에서 활동해온 놈들이 아닌가?」
“그렇긴 하지….”
태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어 쩝 소릴 내며 입맛을 다셨다.
바로 그때였다.
“얼레?”
「……?」
태천과 무기가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우르르!
먼 하늘에서 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도달한 것과 동시에, 하늘이 푸르게 변했다.
푸른 번개가 마치 파도처럼 밀려오는 탓이었다.
우르르!
태천이 자신을 빠르게 지나쳐 가는 결계를 보며 물었다.
“이거, 아스트라페 결계지? 무기 네가 그런 거 아니지?”
「확실하다. 관리인의 마나가 느껴지는군….」
“아이고. 여기 지금 남미인데….”
태천은 목을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아스트라페의 결계가 한국 대척점인 남미에 닿았다.
그 말이 뜻하는 바는 분명했다.
도운이 전 세계를 덮어버린 것이다.
「…미안하다. 이태천.」
“얼레? 갑자기 왜?”
「왠지, 관리인이 저지른 이 짓이 내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군….」
“…아.”
태천은 무기가 말하는 바를 뒤늦게 알아차렸다.
무기가 아스트라페로 한국 전체를 덮었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운은 그날 무기가 한 짓을 보고 오늘 일의 힌트를 얻은 게 분명했다.
그리고.
“…서둘러서 돌아가자.”
「음?」
“도운이 혼자 쳐들어가기 전에.”
「설마. 아무리 관리인이라도 놈들 본거지에 혼자서… 쳐들어갈….」
“…….”
「이런…. 서두르겠다!」
우르르!
무기는 도운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음을 깨달았고, 벼락을 뿜어내며 하늘을 유영했다.
***
태천과 무기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부랴부랴 되돌아오고 있을 무렵.
도운은 씩 웃고 있었다.
“찾았다. 머리카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