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550
제552화
푸른 빛줄기들이 고요히 아바돈에게로 날아간다.
꽃 모양의 빛줄기를 마주한 놈의 얼굴엔 여유로움이 완전히 사라졌다.
눈이 녹은 듯 찾아볼 수 없었다.
다급한 감정만 뚝뚝 묻어날 뿐.
『……!』
아바돈이 등에서 뿜어내어 모아뒀던 들끓는 어둠을 조종했다.
어둠은 열 갈래로 갈라진 후 솔라빔을 향해 돌진했다.
키킥, 키게엑!
고요한 솔라빔과 부딪친 들끓는 어둠이 악령의 절규 같은 소리를 낸다.
왜 저런 소리가 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한 가지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아바돈이 솔라빔을 방어하는 것을 버거워한다는 사실 말이다.
“쯧….”
그러나 그 모습이 그저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어쨌거나 놈이 열 송이의 꽃이 발사하는 솔라빔을 막아내고 있었으니까.
첫술에 배가 부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압도적인 화력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우리가 전대 세계수 페어하고 다르다는 사실을 놈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아직 괜찮았다.
놈에게 그 사실을 각인시켜줄 기회는 아직 남아 있었다.
저놈은 모르겠지만, 솔라빔은 여기에서 한 번 더 위력을 올릴 수 있었다.
그것을 위해 내 키만 한 꽃들이 열심히 ‘과육화’ 중이었다.
그렇지, 새싹아?
[세계수는 현재 아바돈을 관찰하고 있습니다.]새싹이는 대답 대신 다른 소리를 했다.
지금 놈을 관찰하는 이유는 아마도….
[세계수는 현재 혐오스러운 기운의 총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영역이 폭발했을 때처럼 큰 변화는 아니라고 덧붙입니다.]역시 총량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큰 변화는 아니라면….
즉, 지금의 솔라빔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으니 이렇게 무한정 쏴대기만 해도 언젠가 혐오스러운 기운의 총량이 못 써먹을 정도로 줄어들게 될 터였다.
솔라빔을 막아내는 아바돈도 버거워 보였고.
“굳이 그럴 생각은 없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면 모를까.
오히려 많은 편이었으니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세계수의 뿌리!”
휘릭! 휘리릭!
아바돈에게로 내밀었던 손가락들이 빠르게 구불거리며 솟아오른다.
열 개의 손가락은 마치 열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대로 붙잡아 흡수하면 혐오스러운 기운을 더 빠르게 소모하게 할 수 있겠지.
『나오너라…!』
아바돈이 세계수의 뿌리를 보고 바로 대응했다.
우득, 우드득! 푸확!
솔라빔을 막아내고 있느라 회피한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었던 놈은 가슴에서 갈비뼈들을 튀어나오게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상어가 이빨을 한껏 벌린 것처럼 보였다.
곧이어 놈의 가슴에서는 들끓는 어둠을 로브처럼 두른 것들이 무수하게 쏟아져 나왔다.
“으으…!”
“우우우!”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A등급 몬스터 ‘레이스(Wraith)’인 듯했다.
아바돈 저놈은 부하들을 몸속에 넣어두고 다니는 건가?
퍽 웃기는 짓을 하는 놈일세….
[세계수가 안타까움을 느끼며 나뭇가지를 가로젓습니다.] [현재 아바돈의 가슴에서 쏟아져 나온 이들은 ‘레이스’가 아니라고 전합니다.] [아바돈의 부하인 것도 아니라고 덧붙입니다.]응? 그럼 뭔데?
저렇게 분노에 찬 울음소리를 내는 걸 보면 영락없이 레이스인데.
[세계수는 저들은 ‘가여운 영혼’이라고 밝힙니다.] [아바돈에게 사로잡혀서 안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안타까운 수감자들’이라고 설명합니다.]수감자들….
혹시 아바돈에게 살해당한 이후 사로잡혀서 조종당하게 됐다는 소리야?
저 들끓는 어둠은 놈에게 힘을 받은 증거가 아니라 벗어나지 못하게 붙드는 족쇄 같은 거고?
[세계수가 관리인의 말이 정확하다며 나뭇가지를 끄덕입니다.] [또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기에 차원을 넘어 현현한 아바돈이 소환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합니다.]허어….
누가 크라우드 놈들이 숭배하던 놈 아니랄까 봐 똑같이 악랄할 짓을 하네.
아니. 살해하고 가둬둔 다음 이용하고 있으니 더 심하다고 해야 하려나?
[세계수가 관리인에게 저 영혼들이 안식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부탁합니다.]부탁은 무슨.
이 정도 일은 새싹이가 부탁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
어려운 일도 아닌 데다가, 어차피 그럴 생각이기도 했다.
저 불쌍한 수감자들은 아바돈에 명령에 따라서 불나방처럼 세계수의 뿌리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휙! 휘릭, 휙!
세계수의 뿌리의 방향을 바꿔 수감자들을 붙든다.
바로 마나를 불어넣자 그들의 몸을 붙들고 있던 들끓는 어둠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애초에 새싹이가 소환된 상황이기에 그것은 약해지고 있었다.
마나를 직접 주입해서 그 속도를 올렸을 뿐이었다.
“우….”
“우으으….”
들끓는 어둠에서 벗어난 수감자들이 울음소리를 냈다.
아바돈의 가슴에서 쏟아져 나왔을 때와는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
분노에 찬 울음소리가 아니라 구슬피 우는 듯했달까?
물론, 그들의 울음소리가 길게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
구속에서 벗어나 가야 할 곳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수감자들은 아바돈의 가슴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으니.
“좀 많기는 하네….”
그리 중얼거리며 하늘을 둘러봤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영혼을 죽이고 가둬 놓고 있던 건지….
하늘은 크라우드가 헤미스파이리움에서 들끓는 어둠을 뿜어냈던 것처럼 새카매졌다.
저들은 안식에 이르게 하는 일이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때, 태천이가 손을 위로 쳐들며 말했다.
“도운아. 내가 처리할까?”
중력장을 펼쳐서 떨어뜨리겠다는 뜻이었다.
“…….”
“도운아?”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쉬고 있어. 한숨 자든지.”
“……?”
태천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데 그러지 않는 이유가 궁금한 듯하다.
궁금한 것과는 별개로 태천이는 내 말에 따랐다.
정말로 자리에 드러누워 쉬기 시작한 거다.
잠들지 않은 게 마지막 양심 같은 것이리라….
태천이에겐 저 수감자들에 관해 설명해주지 말아야겠다.
이걸 알게 되면 제 잘못도 없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착잡함을 느낄 게 뻔하다.
[세계수가 아바돈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는 듯하다고 추측합니다.]역시 그렇겠지.
바로 새싹이의 추측에 동의했다.
아바돈의 가슴에서 튀어나오는 수감자들로는 나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그저 세계수의 뿌리가 놈에게 닿을 시간을 조금 늦출 뿐….
놈도 그걸 알고.
그렇게 시간을 늦춰 가며 놈이 저지르려는 짓은 무엇일까?
“뭐, 굳이 알 필요 없는 일이지….”
깊이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단서가 없으니 고민해 봐야 알아낼 도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바보처럼 놈이 무슨 짓을 저지를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으로서는 그저 아바돈이 시간을 제때 맞추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최대한 빨리 수감자들을 안식에 이르도록 해줘야 했다.
세계수의 뿌리로는 너무 오래 걸리겠지.
“아르카.”
세계수의 뿌리를 쓴 손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인벤토리에서 아르카를 꺼낸다.
그게 기회라고 생각하기라도 한 걸까?
『가라! 가서 놈에게 태초의 허무를 안겨라!』
아바돈이 소환한 모든 수감자를 내게로 날려 보냈다.
그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수감자들이 분노에 찬 울음소리를 내면서 내게로 쇄도해왔다.
마음 같아서는 저 분노를 내가 아니라 아바돈에게 쏟아내고 싶겠지.
하지만 나도 알고 저들도 안다.
그럴 수 없음을.
사로잡고 있던 들끓는 어둠이 사라지면 떠나야 할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 순리였으므로.
대신….
“복수는 해줄게. 걱정은 하지 말고. 그거, 내 전문이거든.”
그리 말하며 아르카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내 마나는 솔라빔을 발사하는 열 송이의 꽃에 계속 주입되고 있었지만, 이제 와서 하나 더 늘어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부하를 느낀 몸이 아까보다 더 떨리긴 했으나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곧 아르카가 새싹이 크기만 한 마나 칼날을 뽑아냈다.
『……!』
그 모습을 보고 아바돈의 눈이 커졌다.
전대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만든 검이란 걸 알아봐서 그런 걸까.
아니면 마나 칼날을 500m씩이나 뽑아내는 검을 처음 봐서 그런 걸까.
잘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저놈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게 했으면 된 일이지.
그런 생각을 했을 때였다.
『칼날의 형태가….』
곧 아바돈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했다.
길게 늘어난 푸른 칼날의 형태가 새싹이처럼 바뀐 탓이었다.
하긴. 마치 세계수가 또 하나 자라난 듯이 보일 테니 기분이 나빠질 만도 하다.
아마 마나 칼날에서 뿜어지는 산뜻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히는 것도 놈을 불쾌하게 만들었으리라.
근데, 뭐….
내 알바는 아니었다.
오히려 바라 마지않던 일이었으므로,
“세계수 휘두르기!”
상큼하게 무시한 채로 아르카를 휘둘렀다.
수감자들을 승천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당연히 아바돈도 함께 노렸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겠는가?
“……!”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아바돈은 함께 처리되지 않았다.
놈이 아르카가 닿지 않는 곳으로 위치를 슬쩍 옮겼기 때문인데, 그 방법이 제법 놀라웠다.
솔라빔을 막아내던 들끓는 어둠의 위력을 줄여서 밀려나는 식으로 회피한 것이었다.
내가 지난해 솔라빔을 쏘아 하늘을 잠깐 날았었던 것처럼 말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솔라빔을 쏘면서 기다리고 있던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아르카를 휘둘러 수감자들을 정화하던 것을 멈추고 솔라빔에 집중하기로 했다.
때마침 이런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던 거다.
[씨방에 모아둔 마나의 과육(果肉)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솔라빔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지금부터 과육화한 솔라빔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발사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말이다.
“당연하지!”라고 외치기도 전에 또 메시지가 떠올랐다.
내 입보다도 생각이 먼저 대답한 것이었다.
[세계수 관리인과 세계수의 의지가 확인되었습니다.] [지금부터 과육화한 솔라빔을 발사합니다!]그런 메시지와 함께 열 송이의 꽃에서 발사되던 솔라빔이 변했다.
크기가 더 굵어지고 색도 더 푸르게 짙어진 거다.
『허억…!』
아바돈이 숨을 거칠게 토해냈다.
솔라빔의 위력이 강해진 것을 실감한 것이다.
푸학! 푸하악!
하나둘씩 솔라빔을 막아내던 들끓는 어둠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일부러 밀린 것이 아니었기에 아바돈은 다급하게 들끓는 어둠을 끌어올렸지만, 소용은 없었다.
솔라빔은 늘 보여줬던 모습 그대로 고요하게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지워 나갔다.
그게 권속의 몸에 현현한 마족이라고 할지라도 다를 바 없었다.
그 모습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게 바로 ‘씨방’의 힘이다…!”
암술대 밑에 붙은 통통한 주머니 모양.
난 그 부분을 말한 거였다.
절대로 욕을 한 게 아니다.
어감이 좀 그렇게 들리는 편이란 건 인정하지만 말이다.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치켜듭니다!] [아바돈에게서 느껴지는 혐오스러운 기운의 총량이 현재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영역이 폭발했을 때와 같이 회복되지 않을 것을 확인했습니다!]오…!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 [갑자기 아바돈이 남아 있는 혐오스러운 기운을 마구 발산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혹시 모르니 관리인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합니다!]오?
최후의 발악 뭐 그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