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95
제95화
정부는 백도운을 주시하고 있었다.
처음 책정된 관리 등급은 D.
중요한 인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를 지켜보는 이유는 오로지 백운천 길드의 간부였기 때문이다.
A등급 백운천 길드.
그들은 어디로 튈지 가늠이 되지 않는 폭탄이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젊은 헌터들이 모여 꿈을 좇는 집단.
같아 보이다가도,
다른 조직이라도 된 양 냉철한 판단을 내리며 현실을 똑바로 보기도 했다.
지금까지 상업적 이익만을 좇던 길드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 이유로 정부는 백운천 길드 간부진 전체에 감시를 붙여 놓았다.
사람에 따라 관리 등급을 다르게 책정했을 뿐.
즉, 정부는 도운이 하트 브레이크를 쓴 후유증으로 마나를 운용할 수 없는 몸이 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백도운이 ‘브레이크 후유증’을 해결했습니다.] [영약을 섭취한 덕분으로 보입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신종 영약’으로 추정됩니다.]그 보고를 받았을 때 정부는 믿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브레이크 후유증을 회복한 사람은 손에 꼽았다.
그마저도 모래사장에 벼락이 떨어지자 비행기가 만들어지는 정도의 가능성이었다.
그들 중에서 영약을 복용하고 회복한 사람은 전무했다.
설지초나 우담화도 브레이크 후유증을 낫게 하지는 못했다.
마나의 성질이나 신체 능력을 딴사람처럼 바꿔 놓거나 다른 질병을 치료해 줬을 뿐이었다.
그러나 보고에 따르면 도운은 무언가를 복용한 후 마나를 쓸 수 없던 몸이 나았다.
신종 영약.
정부는 그것에 집중했다.
백운천 길드가 브레이크 후유증을 낫게 하는 영약을 제작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얀 성녀 백도희.
분명 그녀가 낙산 게이트에서 나오는 재료를 써서 심장을 고칠 영약을 만들어 낸 것이리라.
그날 이후 D등급이었던 도운의 관리 등급은 B등급이 되었다.
중요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등급이 변경됐을 때 관리자도 새롭게 바뀌었다.
새로운 관리자는 ‘배수현’.
젊은 나이에 헌터부 장관이 신설한 ‘A급헌터관리부’를 맡게 된 엘리트다.
헌터부 장관이 직접 만든 부서인 만큼 이곳저곳에서 인원들을 끌어왔는데, 문제는 많은 인원에 반비례하는 인재였다.
허울 좋게 덩치만 불린 나머지 A급 헌터를 관리할 능력이 있는 인재가 별로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녀는 능력 없는 관리자들이 감당하지 못한 A급 헌터들을 맡았다.
백운천 길드 소속 길드원들이나 한진환 같은 헌터가 대표적이다.
당연히 도운도 그녀가 감당하게 됐다.
[5월 28일 개미굴 던전(E급) 독점권 이전.] [같은 날 백도운 B급 헌터로 등급 변경.] [일개 그룹의 우채연과 친분이 있는 듯?]그녀가 도운을 관리하게 된 이후 한 일은 당연히 정보 열람이었다.
특히 먼저 확인한 건 시험의 탑에 기록된 정보다.
도운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록된 바에 따르면 신체 능력은 B급 헌터 수준이었다.
지상욱과 사이클롭스를 상대할 때 아주 잠깐 A급 헌터 수준으로 올라가기도 했었다.
통곡의 몬스터라고 불리는 사이클롭스를 단신으로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해졌는데, 그 힘은 길게 유지되지 않았다.
금방 원래대로 되돌아왔고, 시험의 탑 심사위원들은 그 힘을 버프 효과로 판단했다.
심사에 따라 그는 B급 헌터로 책정됐다.
“나랑 형님 빼면 여기서 저놈이 제일 강한데. 그런 놈 실력을 너희가 확인할 수나 있겠어?”
정보를 직접 확인했던 배수현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시험의 탑 테스트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보름도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시간이다.
겨우 보름 만에 A급 헌터 수준의 범죄자를 붙잡는데 차출되기도 하는 그녀와 김태석보다 강해질 수는 없었다.
도운이 한진환처럼 A+급 헌터가 될 잠재력이라도 지니고 있지 않은 한은.
그녀는 한진환의 말을 단순히 띄워 주기라고 생각했고, 자신만만하게 대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에요?”
5분도 채 안 되어 그것이 착각임을 깨달았다.
도운은 B급 헌터 두 명의 공격을 유려하게 피해 냈다.
그러면서 사람 성질을 긁는 말들을 뱉어 댔다.
“정말? 그쪽은 셋이나 되는데 나 하나를 상대 못 하는 거예요?”
원래 대련은 1대1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진환의 도발과도 같은 충고로 상황이 바뀌었다.
배수현, 김태석, 강원도청 소속의 B급 헌터.
세 명의 헌터가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소속이 다 달랐지만, 마치 함께 해 왔던 것처럼 합이 아주 잘 맞았다.
정부 소속이라는 공통점 덕분이었다.
그들은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아주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바로 눈앞 대상자를 체포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대 A급 헌터 전용 포메이션’.
정부가 A급 헌터 수준의 범죄자를 붙잡기 위해 고안한 대형이다.
사실 대형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간단했다.
근접 무기를 다루는 두 사람이 앞으로 나서고 마법사가 뒤에서 원호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 A급 헌터 전용 포메이션이라고 거창하게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배수현이 지팡이를 양손으로 쥐며 주문을 외웠다.
그 모습을 본 김태석과 강원도청 헌터는 맹렬하게 도운을 공격했다.
두 헌터의 맹공 속에서 도운은 말했다.
“그래, 힘내셔야지!”
김태석이 롱소드를 휘두른다.
강원도청 헌터도 거대한 망치를 강하게 내리찍는다.
공격들은 도운에게 닿지 못했다.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한 두 사람을 향해 도운은 한 마디씩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슬아슬한 척 공격을 피해 내며 속닥거린다.
휙!
“아이고, 아까웠어요.”
쾅!
“와, 맞으면 골로 가겠는데요? 맞으면.”
이런 식으로.
김태석과 강원도청 헌터는 숨을 거칠게 내쉬거나 이를 갈았다.
도운을 씹어먹을 듯이 사납게 노려보기도 했다.
두 헌터의 시선을 느낀 도운이 재수 없게 웃었다.
눈을 찌푸리고, 한쪽 입꼬리를 최대한 올린 미소….
누가 봐도 업신여기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왜요? 그렇게 노려보고 있으면 공격이 막 저절로 내게 닿아요?”
“다시 갑니다!”
“네!”
김태석이 다시 롱소드를 고쳐 잡았다.
강원도청 헌터도 포기하지 않고 김태석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포기할 수 없었다
아직 이 포메이션의 진가가 발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진가는 배수현이 외우고 있는 스킬의 주문이 모두 끝나면 발휘될 터였다.
“힘이 넘치시는 건 좋은데, 괜찮겠어요?”
그 주문만 발휘된다면…!
김태석과,
“이야, 힘 좋으시네. 그 힘으로 날 맞출 수 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요. 근데 어쩌나. 못 맞췄네.”
저 주둥아리에 주먹을 꽂아 넣을 수 있다!
강원도청 헌터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피어올랐다.
그들에겐 지금 하는 것이 대련이라는 생각은 이미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새로운 목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슈티른 스타크!”
배수현이 스태프를 앞으로 내밀며 마법을 발동했다.
스태프 끝에서부터 마나로 만들어진 거미줄이 넓게 흩뿌려졌다.
그것은 곧 안팎이 서로 보이는 사각형의 공간이 되었다.
도운은 넓은 공간을 만들어 낸 결계를 돌아봤다.
“이건… 결계?”
“그렇습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마법사들이 모여 힘을 합쳐 만든 자랑스러운 결계죠.”
김태석이 대답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기세가 사나울 정도로 공격했던 김태석은 가만히 서 있었다.
강원도청 소속의 헌터도 멈춰 서서는 숨을 몰아쉬었다.
마치 더는 공격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도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대련 아직 안 끝났어요?”
“아뇨. 끝났습니다.”
“무슨 소리를… 어라?”
도운이 머리를 긁적이다 멈췄다.
무언가를 느낀 사람처럼 눈이 커진다.
살짝 커진 눈으로 제 몸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결계를 바라봤다.
“이거 설마….”
***
“…지금 내 마나를 빼앗고 있는 겁니까?”
결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거미줄 같아 보였다.
외형 때문인지 거미줄에 걸린 사냥감이 된 듯하다.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비슷합니다.”
“놀랍네요. 무슨 생각으로 이 마법을 만들었는지도 알 만하고요.”
“그렇죠.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마나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니까요.”
그러면서 김태석은 구경하고 있던 한진환을 바라봤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것 같다.
설령 A+급 헌터라고 해도 마나가 없으면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B급 헌터인 그들만으로도 한진환을 제압할 수 있다.
그리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김태석은 다시 나를 쳐다봤다.
“…자랑스러워하셔도 좋습니다.”
“그래요?”
“네. 이 마법은 A급 헌터 수준의 범죄자를 잡을 때만 사용합니다. 도운 님은 우리에게 A급 헌터라고 확실히 인정받으신 겁니다.”
“실력 확인은 됐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우드득.
김태석이 오른손으로 주먹을 쥔 왼손을 눌렀다.
“일단 좀 맞으시죠.”
“…….”
옆에 서 있던 강원도청 헌터도 망치를 다시 들어 올렸다.
두 사람은 날 때리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해 보였다.
내 주둥아리를 때리지 않으면 성이 풀리지 않는다는 얼굴이기도 했다.
멀리 떨어져 결계를 펼치고 있는 배 사무관도 그러고 싶은 듯하다.
“싫습니다.”
“외통수입니다. 그만 포기하시죠.”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서요.”
“괜히 반항하면 하실수록 더 아프게 때릴 겁니다.”
“더 아프게 때릴 거라니, 때리는 건 확정입니까?”
“네.”
“음. 그럼 안 때린다고 하면 포기할게요.”
“…까득! 그냥 포기하지 말아 주십시오.”
“너무하네.”
“진짜 너무한 건 도운 님 주둥… 아니, 입입니다!”
김태석이 다시 달려들었다.
옆의 헌터도 바로 망치를 들어 올리고는 돌진해 왔다.
어떻게든 날 때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아무래도 너무 놀린 것 같다.
“한 대만 때리겠습니다!”
“딱 한 대만!”
내 앞까지 달려온 김태석과 헌터가 소리쳤다.
동시에 각자 든 무기를 휘둘렀다.
횡으로 휘둘러진 롱소드를 피하자 곧바로 거대한 망치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아니, 그걸로 맞으면 사람 죽어!”
“A급 실드 스킬이랑 재생 스킬 있다면서요! 괜찮을 겁니다!”
“겁니다? 지금 ‘겁니다’라고 했어요?”
“많은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요! 제발 한 대만요!”
그 말을 끝으로 아까와는 다른 목적을 지닌 맹공이 이어졌다.
방금은 배 사무관이 결계를 펼칠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해서였다면, 지금은 스킬을 쓰게 해서 마나를 빨리 소비시키기 위해서였다.
화난 척하면서도 할 일은 하고 있었다.
“하압!”
“훅!”
맹렬한 공격은 한동안 이어졌다.
1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났다.
가장 먼저 이상함을 느낀 것은 배 사무관이었다.
지금의 공방을 멀리서 보고 있어 눈앞의 두 사람보다 많이 매몰되지 않은 덕분이다.
그녀는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백도운이 왜 지치지 않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확실히 슈티른 스타크는 좋은 마법이다.
지정한 대상의 마나만 빼앗는다는 점이 특히.
하지만 내게는 소용이 없는 스킬이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어째서…?”
김태석이 롱소드를 휘두르며 날 쳐다본다.
내가 지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내가 아르카 유지하는 데 소비되는 마나가 몇인지 알아요?”
“아르카?”
“마나 칼날 만들어 내면 소모되는 마나가 1분에 5만이에요.”
“아…!”
그런데도 나는 마나 회복 속도가 빨라 평생 발동할 수 있다.
내 마나를 전부 빼앗겠다?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마나가 소모되는 속도보다 회복되는 속도가 더 빨랐다.
괜히 디싱 나 토르가 무한에 가까운 마나라고 말한 게 아니다.
“하지만 슈티른 스타크는 그보다 훨씬 더 빠르게 빼앗을 텐데…!”
“확실히 좋은 마법이긴 한데요.”
배 사무관을 바라봤다.
또 다른 문제는 배 사무관이 A급 헌터 수준의 마법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잘 쳐 봐야 B급 헌터 수준.
그녀로서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마법사들이 만든 결계를 제대로 펼칠 수 없었다.
B급 헌터와 A급 헌터가 파이어 볼트라는 동일한 마법을 썼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똑같은 위력이 나올까?
그럴 리 없다.
쿠당탕!
강원도청 헌터가 발이 꼬여 넘어졌다.
체력이 다한 것이다.
이어서,
“말도 안 되는…!”
김태석이 중얼거리며 주저앉았다.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빙긋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러고는 주저앉은 그의 입을 때릴 것처럼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는 눈을 크게 떴다가 고통을 대비해 눈을 감았다.
“…….”
때리지 않고 지나쳤다.
애초에 때릴 생각은 없었다.
나 때리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길래 장난 한번 친 거다.
배 사무관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이제 당신 차례인데, 계속할 거예요?”
“……!”
시선이 닿자 그녀는 겁을 먹은 듯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럴 수밖에.
그녀는 파티 플레이형 마법사다.
혼자서 나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졌습니다.”
낙승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