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17
수십 년 전만 해도 별것 아닌 나라였다.
아주 작은 소국.
사실 그때는 그런 나라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이제 잘난 ‘영웅’들이 좀 나온다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으니 마음에 들지 않을 수밖에.
이 기지도 마찬가지다.
‘대격변’ 이후로 3년. 그동안 고립된 기지는 식량난에 허덕이고 마력석 부족에 전력이 없어 허덕인다.
‘거지 소굴도 아니고.’
여기서 지내는 1초 1초가 끔찍했다. 냄새나고 더럽고 맛집도 없으며 맛있는 술도 없다. 거지들이 구걸하고 추위에 얼어 죽는 시체도 계속 나온다.
곧 죽어도 이곳은 빠져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절대 나갈 수 없다.
‘저놈만 데리고 가면 끝인데.’
이지상이라는 이름을 지닌 5살짜리 어린 아이.
그것은 이지상인 ‘신인류’이기 때문이다.
[신인류] 일반적인 [특성]이나 [이능]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힘을 지닌 인간이다. 그것을 어떤 힘이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격’이라는 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
보통 업적을 쌓아 ‘격’을 얻는 것은 일반적인 ‘강함’과는 약간 다르다. 이를테면 ‘지위’ 혹은 ‘신분’이라고 해야 할 거다.
감히 신하가 왕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처럼.
이제 입사한 대리가 과장에게 말대꾸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은 신에게 대항할 수 없는 거다.
그게 ‘격’이며 ‘신격’이다.
그런데 이들은 그 ‘격’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그래서 [마틴 PMC]를 비롯한 몇몇 기업과 정부에서 신인류를 찾는 것이고 말이다.
‘하필이면 이런 쓰레기 같은 곳에 있는 거야.’
게다가 고집도 어마어마했다.
누나가 있다며,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다며 여기서 결코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생긴 것 하나도 특별하긴 해.’
이들이 태어난 시기는 다양했다.
10년이 된 이들도 있었고 낮게는 4년이 된 이들도 있었다. 아주 어리지만, 3년 전 대격변이 있고 난 후에 급격한 성장을 겪는다는 게 달랐다.
눈앞에 이지상이라는 소년도 이제 겨우 5살인데 보이는 모습은 10살 정도 되어 보인다.
“그건 그렇고 내가 이 아이를 데려가는 게 잘못인가? 영웅으로 키워주겠다잖아. 식량도 주고, 마력석도 지원해주겠다고!”
질리엄은 앞에 나타난 두 명의 미친놈을 향해 소리쳤다.
답답해서 그랬다.
누가 생각해봐도 상식적인 판단이 아닐까?
같이 가서 계약하자. 계약하고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해주면 식량과 마력석을 주겠다. 이곳에서 최고 어른이 될 때까지는 그 아이들을 지원해주겠다.
“그걸 어떻게 믿냐?”
앞에 이한성이라는 남자가 말했다.
당장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이렇게라도 설명하지 않으면 답답해 죽어 버릴 것만 같았다.
“선불로 준다잖아!”
“얼마나 줄 건데?”
“1년 치 식량하고 1억에 달하는 마력석을 주지.”
“그 이후에는.”
“······선불로 더 줄 수도 있고. 이지상이가 가끔 연락하면서 전달해 주면 된다. 우리와 함께 일한다는 이지상이 보증을 서면 되는 것 아닌가?”
질리엄은 당당하게 외쳤다.
그게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자신의 논리는 상식적으로 틀린 게 없으니까.
하지만 상대가 한성이라는 게 문제였다.
“내가 아는 게 하나 있지.”
“······?”
“신인류를 있는 그대로 영웅으로 키워 사용하고 싶어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는 것.”
“······!”
“특히, 마틴 사는 인간을 세뇌하고 육체를 약물과 시술로 극대화하는 실험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는 것.”
“네놈이 그걸······.”
“줄리아 마틴, 그래서 그년이 싫었어. 악이 괜히 악이 아니란 말이야.”
한성은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줄리아 마틴이 싫을 수밖에.
옆에 있던 하얀이도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표정이 잔뜩 굳었다. 아직 어리긴 해도 이 정도 앞뒤 관계를 추론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상대의 표정을 보니 한성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진짜입니까?”
이지상이 소리쳤다.
이하얀이 나서려 했지만, 이한성은 제지했다.
“······그래, 뭐 잘못됐나?”
“절 세뇌하는 건 물론이고 실험체로 쓰려고 했다는 거 아닙니까?”
“실험체까지는 아니고, 강화해주는 거지. 더 강한 영웅이 되도록. 막 실패하고 그런 단계는 지났으니까.”
딸칵.
칙-
질리엄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이제 걸릴 것도 없다는 거다. 어차피 이곳에 더 있으면서 저런 소년을 꼬시는 것도 질리던 차였다. 그냥 다 죽이고 데려가면 편할 건데 말이다.
질리엄은 앞에 있던 두 미친놈을 바라봤다.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라.”
동시에, 그의 입에서 뿜어진 진한 연기가 사방을 감쌌다. 그리곤 그 연기는 하나하나가 칼날이 되어 한성과 하얀이에게 쏟아졌다.
“안 돼!”
외침의 주인은 이지상이었다.
그는 한 걸음 내디뎠다.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저 연기는 하나하나가 소드 오러에 맞먹는 칼날이니까. 하지만 자신을 구하려 했던 이가 죽는 걸 이대로 두고 볼 순 없었다.
두근-
스스로의 심장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그리곤 세상이 느려진 듯, 모든 게 선명하게 보였다.
피슉.
피피피피핏.
겨우 한 발이었지만, 그 움직임에 이지상의 전신이 자상으로 가득해졌다.
그러면서도 눈동자를 돌려 남성과 여성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한껏 느려진 세상에서 둘의 움직임은 느려도 너무 느렸다.
‘이대로면 저들이 죽는다.’
이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순 없다.
하지만 한 명을 죽이는 것은 가능할 거다. 특히, 이 옆에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질리엄이라면 말이다.
이지상은 멈춰진 세상을 뚫고 그에게 접근했다. 그의 시선이 이쪽으로 돌아오는 게 느껴진다. 동시에 그의 연기 또한 모여드는 게 보였다.
이지상은 마력과는 다른 미지의 힘을 끌어올렸다. 그가 스카웃 하려는 것도 이 힘 때문이고, 다른 이들보다 특별한 것도 이 힘 덕분이다.
그 힘은 단단하고 묵직하다.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지만, 몸을 보호할 정도로 대략 중심으로 옮기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카득. 카드득.
이지상의 몸에 부딪히던 칼날은 그 힘에 막혀 깨졌다. 질리엄의 얼굴에 당황하는 표정이 드러났다. 이지상은 계속 움직였다.
연기를 뚫고 그의 얼굴에 도달해 주먹을 뻗었다.
기술이랄 것도 없다.
그저 이 힘을 끌어올려 막고 때리는 거다.
훙.
정말 느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주먹. 하지만 질리엄은 피하지 못했고 주먹의 끝은 그의 광대에 닿았다.
콰아앙!
그의 몸은 철판으로 올라간 벽에 날아가 처박혔다.
“허억. 허억. 빨리,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요!”
이지상이 소리쳤다.
한 번의 주먹이었고 큰 피해를 입혔지만, 그게 전부다. 그의 육체는 훈련받은 상태가 아니었고 이 이상한 힘도 방어와 한 번의 공격에 더는 움직이지 않으려했다.
“괜찮아.”
한성은 이지상에게 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걱정에 가득찬 이지연이라는 소녀와 지쳐 쓰러질 것만 같은 이지상이라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그게 아닌데, 저 아저씨 아직 안 죽어······?”
이지상은 웃는 한성의 얼굴과 그 뒤에 무너진 벽에서 먼지를 털며 일어나는 질리엄을 바라봤다. 그런데 질리엄은 다시 벽 속에 파묻혔다.
이번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무슨······?”
“걱정할 거 없단다.”
또 한 번의 한성의 말이었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지만, 다시 일어난 질리엄은 바닥으로 파묻혔다.
그때 보였다.
작은 소녀. 아마 자신의 누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소녀가 질리엄을 일방적으로 때리고······ 아니, 구타라고나 할까. 몇 초가 더 지나자 질리엄은 일어나지 않고 엎으려 빌기 시작했다.
“불쌍해하지 않아도 돼.”
“······네?”
아까부터 느낀 것이었지만, 이 앞의 사람은 보통 사람과는 사고 자체가 다른 듯했다. 무언가 ‘핀트’가 안 맞는달까.
* * *
이번 장영실 기지의 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였던 칼스와 그의 대원들은 기지에 들어오자마자 기지 대장을 찾았다. 이한성과 이하얀이라는 영웅도 함께 오고 싶었지만, 그들은 만날 사람이 있다며 갈 길을 갔다.
“잘 왔네, 칼스. 아예 못 오는 줄 알고 마음을 얼마나 졸였는지 몰라.”
“운이 좋았습니다. 보급로에 화이트 울프가 더 있었습니다. 아마 인간의 체취를 맡고 사냥을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잘했네, 잘했어.”
하얗게 센 머리를 지닌 한국인 기지 대장은 정말 다행이라는 듯 그가 가져온 식량을 받았다. 작은 확장 가방이었지만, 이 기지가 반년은 버틸 식량 들이었다.
“그리고 기지 대장님 여기 오다가······.”
“그보다, 지금 급한 일이 있네.”
“네?”
“프로스트 리치가 움직였어.”
“······어디까지 온 겁니까.”
칼스는 이한성과 이하얀에 대해 말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말을 할 여유는 없을 것 같았다.
“중앙을 벗어나긴 했는데, 방향은 아직 잡히지 않아. 휘하의 데스 나이트와 듀라한도 이동을 시작했어.”
“왜인지는······?”
“모르지. 분명한 건.”
“네.”
“이 기지가 위험하다는 것일세.”
이곳은 중앙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길목이었다. 반대쪽은 아메리카로 이동하는 길목. 하지만 최근 움직임을 봐서는 아시아 쪽이 될 가능성이 컸다.
최근 화이트 울프의 움직임이 이쪽으로 치중되어 있었으니까.
“젠장.”
“다시 나가는 것도 어려울 걸세.”
“블리자드······ 폭풍이 일어났습니까?”
“며칠 전부터. 그래서 이번에 들어오는 게 더 힘들었던 걸 거야.”
“밖에서 지원은 꿈도 못 꾸겠군요.”
“그래, 어떻게든 장영실 기지를 숨기는 게 최선이겠지만······ 사실상 그건 힘들지.”
프로스트 리치는 자신의 영역에 인간이 있는 건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따로 찾아 나선 게 아니다. 북극의 눈보라는 그의 눈과 귀였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휘하의 몬스터나 언데드는 다르다.
인간은 먹이다.
대륙으로 내려오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프로스트 리치는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는 것이고 휘하의 몬스터는 먹이가 필요한데 북극의 생명체는 씨가 마르고 있다. 바닷속이 있다지만, 그곳은 프로스트 리치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
그들의 선택은 아시아 대륙이나 아메리카 대륙이 될 거다.
“선택을 해야 해.”
“저희가 먼저 아시아로 내려가던지.”
“아니면 여기서 맞서야지.”
프로스트 리치가 아시아로 내려가면 대재앙이 발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프로스트 리치는 단순한 ‘신격’으로 재단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신격 또한 대단하지만, 그가 지닌 힘은 휘하 수만에 달하는 언데드와 몬스터랄까. 프로스트 리치의 왕국이 아시아를 쓸어버릴 거고 그의 냉기가 대륙 전체를 덮을 거다.
“어차피 우리가 여기서 막지는 못하지. 최선은 우리가 빠르게 내려가 아시아 쪽에서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거야.”
이곳은 위성으로도 볼 수 없는 곳이다.
영웅이 직접 와서 봐야 한다.
“그렇다 해도 아시아 북쪽은 얼음으로 뒤덮이고 수천만. 아니, 수억 이상의 사람이 얼어 죽겠지요.”
그렇다.
프로스트 리치의 냉기는 상상 이상이다. 일반 사람은 당연히 버티질 못한다. 특히, 그게 전투에서 나오는 진심 어린 냉기라면 더욱.
“이곳에서 막는 게 최선입니다.”
“가능성이 없다면 최선이 될 수 없지.”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 *
한성과 하얀은 아래 무릎을 꿇고 팅팅 부은 얼굴을 바닥에 박고 있는 질리엄을 추궁하고 있었다. 어디서 온 건가, 왜 온 건가, 이지상을 데려가 무엇을 하려고 한 것인가.
그때, 한성과 하얀이의 눈이 마주쳤다.
멀리서 유동하는 거대한 존재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빠.”
하얀이가 한성을 불렀다.
“응?”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웬일로 이렇게 진지할까.
갑자기 이러니까 무섭기도 하다.
“무슨 생각?”
“아빠는 왜 항상 재앙(災殃)이 따라다닐까.”
“······.”
“아빠 없이 검은 땅에 혼자 있었을 때는 거기도 나름 평화로웠던 거 같아요. 얼마 안 있었지만.”
“······그래?”
“네, 북극도 원래 좀 평화롭지 않았어요?”
“뭐, 눈보라가 치긴 했지만.”
“근데 아빠가 여기 오자마자 저런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 우연일까요?”
“······우연은 아니겠지.”
당연히 우연이 아니다.
한성은 안다.
그의 눈앞에 떠 있는 시스템 문구에 [퀘스트]라는 게 쓰여있었으니까. 그냥 한성이 가는 곳에, 한성을 죽이려는 시스템의 농간이 좀 있을 뿐.
“에휴, 어쩔 수 없죠.”
“······그래서 아빠가 싫니?”
“아뇨, 이렇게 운 없는 아빠를 만났으니, 제가 책임져야죠.”
뭔가 핀트가 어긋난 대답이다.
그런데 뭔가 일리는 있었다.
“······운이 없다라.”
항상 하는 고민.
분명 ‘운’은 100인 만렙인데.
더는 올릴 수도 없는 그런 수치인데······.
행운(幸運)인지 악운(惡運)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살아남으면 행운이고, 죽으면 악운이라는 건가.
아니면 무조건 살아서 무언가를 얻을 거라는 뜻인 건가.
어찌 되었든 위기가 왔다는 건 확실했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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